'택배기사' 김우빈, 믿어 의심치 않는 긍정의 힘[인터뷰]
입력 2023. 05.28. 08:00:00

김우빈

[셀럽미디어 김희서 기자] 배우 김우빈이 또 한 번 대중들에 색다른 얼굴을 선보였다. 마스크로 얼굴은 반쯤 가렸지만 작품 속에서 자유롭게 날라 다니는 김우빈의 모습은 여전했다.

지난 12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택배기사’(감독 조의석)는 극심한 대기 오염으로 산소호흡기 없이는 살 수 없는 미래의 한반도, 전설의 택배기사 ‘5-8’(김우빈)과 난민 ‘사월’(강유석)이 새로운 세상을 지배하는 천명그룹에 맞서며 벌어지는 일을 그린 이야기.

극 중 김우빈은 낮에는 생존을 위한 산소와 생필품을 전달하고 밤에는 세상의 질서를 바꾸려는 기사(Knight)로 천명그룹의 비밀을 파고드는 5-8로 열연을 펼쳤다.

‘택배기사’는 이윤균 작가의 동명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250억 원의 대형 제작비가 투입되고 김우빈, 송승헌 등 탄탄한 캐스팅 라인업으로 올해 넷플릭스 기대작으로 손꼽혔다. 공개 직후, ‘택배기사’는 전 세계 77개국 TOP 10에 안착하는가하면 시청 3,511만 시간 달성, 2주 연속 글로벌 TOP 10 TV(비영어) 부문 1위를 지키며 화제성을 이어가고 있다.

“기대를 하면 실망하게 되니까 자꾸 기대하지 말고 그냥 제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서 많은 분들께 소개시켜드리고자 했다. 너무 많이 봐주셔서 깜짝 놀랐고. 몇 천만 시간이 나온 것 보고는 너무 큰 숫자라 와 닿지 않았는데 너무 감사하다. 너무 열심히 만들었지만 없어지는 작품도 많은데 큰 관심을 받아서 행복하다.”

다만 ‘택배기사’는 2071년 한반도를 그린 한국형 디스토피아 세계관으로 국내에서는 호불호가 갈리기도 했다. 이와 관련 김우빈은 각기 다른 반응은 덤덤히 받아들이면서 즐거웠던 과정의 기억들에 더 가치를 두었다.

“모든 작품이 호불호는 있다고 생각한다. 최선을 다했고 행복하게 작업했던 것에 의미를 두고 싶다. 저는 제 작품에서 제 장면이 나올 때 힘들어한다. 아쉬움이 남고 다시 한 번 더 잘할 수 있을까 했는데 이번에도 역시 그랬다. 그렇지만 다른 배우 분들이 나오는 장면은 매우 즐겁고 재미있게 봤다.”


연이어 작품들을 끝내고 잠시 쉬어가려던 찰나에 만난 ‘택배기사’는 또 다시 김우빈을 현장으로 이끌었다. 영화 ‘마스터’로 연을 맺었던 조의석 감독과의 재회도 그가 출연을 결심하는데 한 몫을 했다고.

“‘외계+인 1부’를 13개월 촬영하고 ‘우리들의 블루스’를 6개월 촬영해서 끝난 이후 휴식기를 가질까 할 때 제안 주신 거라 처음에는 부담이 됐다. 5-8에 대해 설명을 듣고 CG가 어떻게 구현될 건지 보여주셔서 재미있게 다시 한 번 해볼 수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걱정과 다르게 체력이 좋아져서 무리 없이 잘 촬영했고 배려해주셔서 편안하게 할 수 있었다. 조의석 감독님이랑 다시 만난 것도 좋았다. 제안 주셨을 때 다시 함께 할 수 있다는 마음에 반가웠고 우리가 마스크 쓰고 답답해하고 힘들어했으니까. 이런 일이 일어지 않았으면 하는데 그래도 어쩌면 일어날 수도 있을 이야기가 흥미로웠고 5-8이 어떤 사람인지 궁금했다.”

산소호흡기 착용이 당연시 되는 배경인 만큼 김우빈은 대부분의 장면에서 마스크로 얼굴의 절반을 가린 채 등장했다. ‘택배기사’를 보는 시청자들 역시 얼굴에서 가장 잘 보이는 눈에 집중해서 보게 됐다. 때문에 어느 작품보다도 눈빛이 주는 힘은 중요했지만 도리어 김우빈은 평소와 다를 바 없이 연기에 임했다고. 그는 ‘택시기사’여서 특별히 눈에 더 신경을 썼다기보다 늘 최선을 다해 임하면 그 모습이 그대로 전달될 것이라는 진심의 힘을 믿었다.

“항상 감정을 느끼고 그런 마음이 있으면 눈에서도 당연히 나올 거라 생각하고 늘 연기한다. 그런 질문이 있었다. 마스크를 써서 특히 눈에 신경을 썼냐고. 그런 생각은 한 번도 못해봤고 눈만 보여도 내 마음이 진심이면 표현될 거라 생각했다. 5-8이 왜 이런 행동을 하고 지금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최대한 집중하려고 했다.”

천명그룹에 대적한 5-8은 세상을 손에 쥐고 마음대로 휘젓던 빌런 류석을 결국 처단하며 쾌감을 선사했다. 그가 다른 방법을 찾지 않고 류석을 직접 손으로 제거한 의미는 무엇이었을까. 김우빈은 최후의 순간에도 자신의 죄를 뉘우치기보다 비겁한 선택을 한 류석에 난민들을 대신해 책임을 묻는 행동이었을 것이라고 봤다.

“나쁜 사람이다. 말이 안 되는 상황이지 않나. 5-8입장에선 이해하고 싶지도 않고 이해할 마음도 안 되는 나쁜 인물이기 때문에 그리고 모든 사람을 자기가 주무르려고 하고 자기의 마지막도 자기가 선택하려고 하는데 그걸 5-8은 놔두고 싶지 않아서 자살하려는 그의 머리를 쏜 게 아닐까. 네가 생각하는 만큼 세상은 네 손에 있지 않다는 걸 알려주고 싶었던 것 같다. 5-8이 아무리 전설적으로 싸움을 잘한다 해도 총 앞에 두려움은 없지 않겠지만 지금보다 더 안 좋아질 상황은 없을 테니 마지막으로 최선을 다한 것.”


김우빈은 2017년 비인두암 진단을 받고 2년여의 투병 시간을 보낸 후 지난해 성공적으로 복귀했다. 언제 아팠냐는 듯 건강해진 모습으로 대중을 만나고 있는 김우빈은 그동안 받아온 관심과 응원에 감사함을 표했다.

“병원에서 예전보다 더 건강하다는 소견을 받았고 매년 건강검진 받는데 모든 게 정상이다. 체력도 예전보다 훨씬 좋다. 너무 많은 분들이 걱정해주시고 응원해주셔서 그 힘을 받았다고 믿는다. 다시 한 번 감사하다.”

김우빈은 잠시 쉼의 시간을 가지면서 작품 하나하나에 소중함을 절실히 느끼게 됐다. 이에 그는 보는 이들과 함께 공감할 수 있으며 더 나아가 행복하게 작업할 수 있는 작품을 만나길 소망했다.

“힘들지만 관객의 입장에서 보려고 한다. 우선 대본이 재미있는지를 보고 그 다음으로 이 작품이 이야기하고자하는 게 있다면 내가 그 이야기에 동의하는지, 전혀 다른 생각으로 하면 쉽지 않으니까. 내가 캐릭터가 궁금한지를 보는 것 같다. 함께한 스탭도 중요하다. 매 작품마다 이유가 다른데 작품은 수많은 스탭들 삶의 일부를 같이 살아가는 거니까 연이 없으면 안 되는 거라 생각해서 더 소중하게 생각한다.”

그렇다면 ‘택배기사’는 김우빈에게 어떤 현장이었을까. 그는 더없이 행복했다고 촬영 당시를 추억하며 최근 소소하게 화제된 인스타그램 게시물을 언급했다. 그는 ‘택배기사’가 공개된 이후 종종 직접 촬영장에서 찍은 비하인드 사진을 공개하며 여운을 이어갔다. 이 가운데 잘 알려지지 않은 조연, 단역 배우들의 이름을 사진과 함께 올려 미담이 추가된 바. 이는 크고 작은 역할을 떠나 함께 호흡을 맞춘 배우들을 챙기고 싶은 김우빈의 세심한 애정이 담겨있었다.

“워낙 빛나는 배우들이다. 상대적으로 분량이 적다 보니까 주목을 덜 받게 된 거지, 방송을 보신 분들은 이 멋있는 친구들이 누군지 검색한 분들도 계실 텐데 방법이 정해져있지 않으니까 조금의 힌트를 드릴 수 있도록 한 거였다.(웃음)”


‘택배기사’는 사막화된 한국의 모습을 시각적으로도 숨 막히게 구했다. 실제로 심각한 대기오염과 지구온난화 등으로 환경문제는 모두가 관심가지고 노력해야할 문제로 급부상했다. 김우빈 역시 ‘택배기사’를 통해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지며, 환경을 위한 움직임에 동참하기로 했다.

“촬영할 땐 부끄럽게 환경에 대한 생각을 못해봤다. 그냥 5-8이 왜 움직이고 많은 사람이 행복하게 살아야지 초점을 뒀지 환경에 대한 노력은 생각하지 못해서 방송 보면서 느꼈다.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고 거창하게 환경을 위해 뭔가 목표를 세웠다 기보다 닦기 귀찮아서 안 쓰던 텀블러를 쓰고 있다. 일회용품을 하루에도 너무 많이 쓰더라. 딱 한 번만이라도 안 써볼까 해서 쓰고 있는데 며칠 안 됐다. 일단 해보려고 한다.”

지난 2008년 모델로 데뷔한 김우빈은 2011년 ‘화이트 크리스마스’로 본격 연기를 시작해 어느덧 12년차 배우가 됐다. 내딛는 행보마다 크고 작은 주목을 받아왔지만 김우빈은 해를 거듭할수록 더욱 대중의 사랑을 감사하게 받아들였다.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고 했던가. 연기를 하고 활동하는 모든 것들을 당연하게 여기지 않는 김우빈은 배우로서 이루고 싶은 목표에도 그저 소박한 바람을 드러냈다. 지금까지 묵묵히 걸어왔듯이 앞으로도 행복하게 잘 걸어가고 싶다는 김우빈이다.

“항상 긍정적인 편이라 모든 것에는 장단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저에게도 슬럼프가 있었을지 모르지만 다행히 잘 지나간 것 같다. 연기를 시작하고 나서 감사하게도 제가 가진 능력보다 더 많은 걸 맡겨주셨고 거기에 부흥하고 싶어서 채찍질하면서 20대를 보냈던 것 같다. 거창한 목표는 안 세우려고 하는데 그냥 건강하게 제가 좋아하는 일 하면서 관객들과 만나고 그렇게 지냈으면 좋겠다.”

[셀럽미디어 김희서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넷플릭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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