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범죄도시3’ 이준혁 “체중 증량 거부감NO, ‘꽃미남’은 부담” [인터뷰]
- 입력 2023. 06.02. 07:00:00
-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이런 얼굴이 있었던가. 빌런으로 돌아온 배우 이준혁. 영화 ‘범죄도시3’(감독 이상용)을 통해 그에게서 새로운 얼굴을 발견했다.
'범죄도시3' 이준혁 인터뷰
기자는 최근 서울 종로구 소격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이준혁을 만나 ‘범죄도시3’와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범죄도시3’는 대체불가 괴물형사 마석도(마동석)가 서울 광수대로 이동 후 신종 마약 범죄 사건의 배후인 주성철(이준혁)과 마약 사건에 연루된 또 다른 빌런 리키(아오키 무네타카)를 잡기 위해 펼치는 통쾌한 범죄 소탕 작전을 그린 영화다.
‘범죄도시3’는 시리즈 최초 투톱 빌런이 등장한다. 이준혁은 3세대 비런 주성철 역을 맡았다. 베일에 싸인 마약 사건의 배후 주성철은 어떤 상황에서도 여유를 잃지 않고 무자비하게 상대방의 숨통을 조이는 인물이다. 극 중반, 주성철의 정체가 드러나는 장면은 영화의 또 다른 관람 포인트다.
“그런 포인트가 조금 재밌었어요. 사회화가 안 된 사람들이 행한 악행과 자신의 권력을 이용해서 하는 악행이 무서워요. 주성철은 인간인데 인간으로서 예의, 규율을 이용해서 하죠. 그래서 주성철은 말과 언어에 차이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 전 캐릭터들에선 안쓰러움이 있었죠. 상황을 가져가는 게 있는데 주성철은 선택할 필요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행하잖아요. 그럼에도 했다는 포인트가 조금 다르고, 무서운 부분이었어요.”
이준혁은 ‘범죄도시3’로 완전히 새로운 얼굴에 도전했다. 혹독한 트레이닝을 통해 약 20kg 이상 체중을 증량하고, 벌크업을 하는 등 외적인 변화는 물론, 기존 빌런들과 다른 매력을 보여주기 위해 보이스 트레이닝과 스타일 변신까지 감행했다.
“이번 작품은 전적으로 의미 있었던 것 같아요. 저에게도 ‘살을 찌워 달라, 키워 달라’는 말씀을 해주셨죠. 저도 거기에 맞춰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납득되고, 마석도와 싸우기 위해선 그렇게 해야 했죠. 그래서 완전 동의했어요. 더 키웠으면 하는 아쉬움도 있지만요. 주성철은 거칠게 살았을 것 같더라고요. 왠지 골프를 많이 쳤을 것 같았어요. 저는 태닝 기계를 무서워해요. 잘 타지도 않아서 많은 시간을 태닝 기계에 들어가야 했죠. 압박이었어요. 화상이 있어서 뜨거운 걸 별로 안 좋아해요. 풍채를 키우면서 걸음걸이는 자동적으로 변했어요. 외면의 변화를 주면서 사람들이 ‘날 어떻게 볼까’ 싶더라고요. 처음 보는 사람들의 반응도 다르잖아요. 거기서 에너지를 얻어갔어요.”
의상뿐만 아니라 헤어스타일 등 디테일한 변화에도 중점을 뒀다고 한다.
“은갈치 정장은 이상용 감독님이 가장 좋아했던 옷이에요. 제일 먼저 컨펌이 난 옷이죠. ‘은갈지’가 뭔지도 몰랐어요. 은갈치가 그 시대상의 옷인가 보다 생각했죠. 하하. 다른 아이디어 중 세련되게 입어보자도 있었어요. 저는 오히려 만화적일 것 같더라고요. 최근 ‘존윅’을 봤는데 빌런이 멋있게 나오더라고요. 제가 그랬으면 영화에선 튈 것 같았어요. 또 주성철은 잘 나가는 사람이에요. 인생에 실패도 없는 그런 사람이죠. 머리 같은 경우, 초반에는 잘 빚었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야차처럼 표현했어요. 분노와 같이 간 게 아닌가, 좀 더 거칠게 보이고 싶었던 게 아닐까 생각했죠.”
또 다른 빌런은 일본에서 온 리키다. 이 역은 영화 ‘바람의 검심’ 시리즈로 유명한 아오키 무네타카가 맡았다. ‘범죄도시’ 시리즈에서 빌런은 매력적이고, 중요한 캐릭터다. 투톱 빌런이 등장하기에 밸런스 분배도 쉽지 않았을 터.
“출연한다고 한 후 대본을 봤어요. 다른 빌런이 있는지 몰랐죠. 가장 우선시 되는 게 있어요. ‘범죄도시’ 프랜차이즈의 목적성이 중요했죠. 영화가 가고자 하는 방향성이 먼저였어요. 빌런이 두 명이지만 한 명일 경우, ‘또?’라는 생각이 들 수 있잖아요. 이 영화가 가고자하는 방향이 그쪽이기 때문에 충실하고 싶었어요. 외국 배우와 일해본 적 있지만 신선한 경험이 됐죠.”
주성철은 무자비함은 물론, 마석도에 뒤지지 않는 체격에 지능적인 악랄함까지 추가된 빌런이다. 이준혁은 주성철을 통해 어떤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을까.
“기존에 제 이미지가 소비된 게 있기에 신선도가 중요했어요. 이 시리즈가 3편까지 가는데 익숙한 느낌이 있으면 자칫 마이너스가 되겠다고 느꼈죠. ‘저 배우가 누구지?’라는 생각을 갖길 원했어요. 외형도 바꾸고, 보이스 트레이닝도 하면서 다른 느낌을 주려고 했죠. 변화된 모습을 보고 ‘생각보다 나쁘지 않네, 전에도 저런 느낌으로 했어야 했나 연기생활을?’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실제로 살이 잘 찌는 체질이기도 한데 매일 감량하는 걸 보면서 이게 모순된 게 아닌가, 나의 정체성을 숨긴 게 아닌가 싶었죠. 하하.”
이준혁은 드라마 ‘비밀의 숲’ 시리즈, ‘60일, 지정생존자’, 영화 ‘신과함께’ 시리즈 등 다양한 장르에서 폭 넓은 연기를 선보인 바. ‘범죄도시3’에서 무자비한 빌런을 맡았지만 외모 덕에 ‘꽃미남 빌런’이라는 수식어를 얻기도 한 그다.
“살찌는 건 거부감이 없는데 꽃미남은 부담돼요. 운동을 열심히 했는데 예쁘게 보이기보다는 거칠게 보이고 싶었어요. 주성철이 식단 관리를 할 것 같진 않잖아요. 저는 모든 연기를 좋아해요. 드웨인 존슨도 좋아하지만 티모시 샬라메도 좋아하죠. 그때그때 달라지는 것 같아요.”
이지적이고, 냉철인 이미지였던 이준혁. 로맨스, 멜로 연기에 대한 욕심은 없을까.
“멜로는 상관없는데 로코 연기는 굉장히 어려운 거라 생각해요. ‘왕자님’ 느낌? 그런 장르는 배우가 부담해야할 게 진짜 많아요. 제작사가 손해를 안 보려면 좋은 캐스팅을 해야 하니까 저에게 오기 어려울 수 있죠. 어려운 일인 것 같아요. 무엇보다 멜로를 잘하는 배우들도 워낙 많고요.‘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에이스팩토리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