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닥터 차정숙' 송지호 "매 순간 진심을 담고 싶어요"[인터뷰]
- 입력 2023. 06.06. 08:00:00
- [셀럽미디어 김희서 기자] 배우 송지호가 배우로서 나아갈 방향성을 새롭게 정립했다.
송지호
지난 4일 유종의 미를 거둔 JTBC 토일드라마 ‘닥터 차정숙’(극본 정여랑, 연출 김대진)은 20년 차 가정주부에서 1년 차 레지던트가 된 차정숙(엄정화)의 찢어진 인생 봉합기를 그린 드라마.
첫 방송 시청률 4.9%(유료가구기준/닐슨코리아 제공)로 출발한 ‘닥터 차정숙’은 자체 최고 시청률 18.5%까지 치솟으며 흥행몰이에 성공했다. 매주 본 방송을 챙겨보고 시청률을 확인해볼 정도로 기분 좋은 반응을 얻은 소감에 송지호는 감격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세대를 불문하고 다 좋아하는 작품이 돼서 너무 좋았다. 대본을 봤을 때 재밌게 풀어 가면 그 이상 재밌겠다고 생각했는데 사실 이정도로 잘 될지 몰랐다. 요즘은 본방송을 잘 챙겨보지도 않는 추세인데 ‘닥터 차정숙’은 많이들 기다리시더라. 전개도 전개지만 그 순간을 놓치고 싶지 않아하는 분들이 많아서 감사하고 신기했다.”
‘닥터 차정숙’은 매 회 다채로운 에피소드로 안방극장을 울고 웃게 만들었다. 특히 병원에서든 집에서든 고군분투하는 차정숙의 일상은 여성 중장년층 시청자들에게 공감을 선사했다. 송지호 역시 차정숙의 삶을 기본 전제로 하는 이야기가 많은 팬들을 모을 수 있었던 비결이라고 꼽았다.
“어머니들이 차정숙에게 이입해서 공감하셨겠지만 장르는 사실 누군가에게나 있을법한 이야기다. 한 여자가 엄마가 돼서 자기 커리어를 포기하고 엄마로 살아가는데 모든 어머니들께서 카타르시스를 느꼈을 거라 생각한다. 엄마이기 전에 한 사람으로서 도전하는 자체가 응원 받을 일이지 않나. 현실적으로 많은 어머니들께서 자식을 키우면서 그렇지 못하실 텐데 꼭 도전해보라는 의미는 아니지만 엄마이기 전에 나도 꿈이 있던 사람이었다 걸 잊지 않는 것. 많은 분들이 차정숙이랑 같이 울고 같이 웃으면서 위로받는 것 같아서 저도 기뻤다.”
촬영 마지막 날은 아쉬움이 컸다는 송지호는 현장에도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다. 짧지 않은 시간을 달려온 만큼 조금은 지칠 만도 하지만 송지호는 촬영장으로 향하는 길이 항상 행복했다고. 드라마에서의 인연을 여전히 이어가며 송지호는 ‘닥터 차정숙’ 팀과도 돈독한 사이임을 자랑했다.
“섭섭했다. 촬영이 한두 달 연기돼서 총 7개월 정도 걸렸는데 미니시리즈 치고 꽤 오랜 시간 이었다. 감사하게도 사람들과 붙는 역할이라서 많은 사람들과 정도 들었고 친해졌다. 끝나고 나서 공허했다. 모든 배우들이 작품 끝나면 허탈하고 무대 내려올 때처럼 공허함이 있는데 이번 드라마는 유독 더 공허함이 남는다. 촬영 전부터도 잘 지내서 작품이 끝났어도 선배들이랑 나이차가 있는데도 따로 많이 만나고 스스럼없이 전화하고 같이 밥 먹기도 한다.”
송지호는 엄마, 아빠 역으로 함께한 배우 엄정화, 김병철에 진심어린 존경을 표했다. 두 배우를 가까이서 바라보며 한없이 배우고 또 느꼈다는 송지호에게 촬영장의 모든 순간은 배움이고 꿈만 같았다.
“너무 많은 작품에서 큰 임팩트를 선사하신 배우이자 선배님들이라 정말 같이 연기하고 싶었는데 많이 배웠다. 실제로 제가 카메라 밖에서 많이 관찰했다. 닮지 않은 아들이지만 이런저런 모습을 놓치지 않고 싶어서 관찰하면서 많이 배웠다. 너무 좋은 이야기도 해주시고 연기할 때 배려해주셨다. 식탁에서 찍는 신들이 많아서 사전에 식사도 많이 하고 사적인 대화도 하면서 서로가 어떤 사람인지 인지하고 이해를 하니까 더 자연스럽더라. 두 분께서는 자식이 없으심에도 불구하고 저조차도 진짜 부모처럼 느껴져서 대사 하나하나 뱉는데 어색함이 없었다. 그렇게 쉽게 말할 수 있던 것도 선배님들의 배려 덕분이었다고 생각한다.”
애틋한 모자 호흡을 보여준 엄정화를 향해서는 아낌없는 찬사를 쏟아냈다. 실제로 주변 사람들을 대하는 마음씨가 차정숙과 크게 다르지 않는 엄정화를 통해 연기적으로나 인간적으로 한층 성숙해졌다는 송지호다.
“정화 선배님은 여왕 이미진데 실제로는 너무 사랑스러우시다. 연기에 대해서도 배려해주시고 제 감정을 믿어주셔서 너무 감사했다. 정숙이로서 진심과 애정이 다 느껴져서 너무 사랑하면서 연기했고 진짜 엄마처럼 보여서 크게 뭘 해야겠다는 생각이 안 들었던 것 같다. 그분이 주시는 거를 그대로 받아서 연기하지 않았나 싶다. 정말 좋았다. 그래서 이렇게 사랑받는 배우구나를 느꼈고 차정숙 그대로 사람의 인품, 인성이 연기에 다 녹아져서 시청자 입장에서도 진심을 다 받아주신다는 게 기뻤다.”
송지호에게 ‘닥터 차정숙’은 어떤 작품이 되었을까. 2013년 영화 ‘친구2’로 데뷔한 이후 지난 10여 년간 다양한 작품들을 필모그래피에 쌓아올렸지만 ‘닥터 차정숙’은 송지호를 더욱 단단하게 성장시켜준 원동력이 돼주었다.
“짧으면 짧고 길면 길었는데 제게 터닝 포인트가 된 작품. 성장할 수 있었던 작품이었던 것 같다. 그동안 했던 수많은 작품들이 다 좋았고 저한테는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시간이었지만 ‘닥터 차정숙’은 정말 좋았다. 많이 웃었고 많은 걸 느꼈던 작품인 것 같아. 감사한 작품 중 하나라 생각한다. 매 작품할 때마다 조금씩 성장하는 것 같다. 후회와 아쉬움이 많았기에 성장하는 것 같은데 사랑받은 걸 떠나서 역할 자체가 많은 감정을 가져갈 수 있는 역할이었다. 다양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어서 배우로서나 인간적으로 성장하고 성숙해진 것 같다. 데뷔한지 10년 정도 됐는데 힘든 일도 있고 기쁜 일도 있었다. 10년 만에 터닝포인트가 된 작품이라 감사하고 앞으로 더 걸어 나가야겠다는 마음이다. 영광이고 감사한 시간이었다.”
연기에 대한 열정을 말할 때 그의 눈은 반짝였다. 짧지 않은 무명 생활을 보내오면서도 송지호는 연기를 포기하고 싶은 순간은 단 한 번도 없었다. 한계를 뛰어넘는 그 순간의 감정이 강렬해서 송지호는 계속해서 다시 카메라 앞에 서게 됐다.
“연기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다. 더 열심히 하고 성실한 부분보다 깊이감이 생겼달까. 한 신 한 신 뛰어넘을 때 두려움이 있다. 배우마다 잘할 수 있는 게 있고 어려운 것도 있다. 경험하지 않은 걸 표현하는데 한계가 있는데 그 긴장감을 잘 뛰어넘었을 때 희열, 쾌감이 있다. 돈을 벌고 유명한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작품을 끊임없이 해서 그걸 뛰어넘을 수 있는 배우가 된다면 행복한 삶이 아닐까. 그런 생각을 많이 하는 것 같다.”
‘닥터 차정숙’을 기점으로 송지호는 지난 10년 간 걸어온 연기 활동을 되돌아봤다. 작품의 흥행 여부에 일회일비 하지 않고 지금껏 그래왔듯이 묵묵히 열심히 작품을 해나가는 것이 목표라는 송지호. 그는 쉼 없이 10년을 달려온 만큼 앞으로의 10년도 알차게 채워가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여태까지 10년은 운이 좋았다. 힘든 시기도 있었고 상처받기도 했는데 작품이 잘됐다고 해서 방방 뛰려고 하지 않고 수양하려고 한다. 또 다음 10년이 어떨지 상상 안 간다. 10년 전에도 상상을 못했는데 10년을 겪어봤으니 쉬는 시간을 잘 활용해서 잘 채우고 싶다. 좀 더 나이를 먹지만 깊이감 있는 배우이자 인간이 되면 좋을 것 같고 그렇게 될 수 있을 거란 희망을 가지고 연기를 할 것 같다.”
송지호는 배우로서 나아가고 싶은 방향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작품에서도 대중들에게도 매사에 진심을 다하는 마음이 통하길 바란다는 송지호는 소박한 소망을 드러냈다. 더불어 작품 밖에서는 인간 송지호로서도 여유를 가지며 작품들을 만나고 싶은 바람을 전했다.
“매 순간 진정성이 담겨있으면 좋겠다. 배우로서나 인간적인 소신은 진심을 다하는 마음이 전달되기를 바란다. 작품도 작품이지만 쉬는 시간 잘 보내면서 잘 느끼고 많이 배우고 그렇게 삶을 채우고 싶다. 조급할 필요 없이 순간 순간 잘 지내면서 저를 가다듬는 시간을 가지면 또 좋은 작품을 만나서 빈공간의 시간이 잘 전달되지 않을까라는 믿음이 있다.”
[셀럽미디어 김희서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인연엔터테인먼트, JTBC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