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동구, 배우 인생 10년 차에 '범죄도시3'로 만난 전환점 [인터뷰]
입력 2023. 06.07. 15:00:00

최동구

[셀럽미디어 정원희 기자] 배우 인생 10년 차, 배우 최동구는 처음으로 형사 역할을 맡았다. 앞선 작품들에서 패거리, 조직원, 부하 등 악역으로 등장했던 그는 '범죄도시3'에서 새로운 변신을 시도했다.

최동구는 최근 서울 강서구에 위치한 셀럽미디어 사옥에서 영화 '범죄도시3'과 관련해 인터뷰를 진행,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범죄도시3'는 개봉 7일 만에 600만 관객을 돌파하며 '범죄도시2'에 이어 쌍천만 흥행을 노리고 있다. 큰 사랑을 받는 것과 동시에 한편으로는 우려가 되기도 했다고.

"워낙 큰 사랑을 받아온 시리즈라서 참여한다는 사실만으로도 큰 영광이죠. 하지만 동전의 양면성이 있는 만큼 한편으로는 우려도 됐어요. 배우로서 제 연기가 작품에 어떻게 나올지 많이 걱정됐고, 앞선 시리즈가 만들어온 명성에 혹시 제가 피해를 줄까 하는 생각도 있었죠. 그런 점들을 특히 더 신경 쓰려고 노력했어요."

'범죄도시3'는 대체불가 괴물형사 마석도(마동석)가 서울 광역수사대로 이동 후 신종 마약 범죄 사건의 배후인 주성철(이준혁)과 마약 사건에 연루된 또 다른 빌런 리키(아오키 무네타카)를 잡기 위해 펼치는 통쾌한 범죄 소탕 작전을 그린 영화다. 그중 최동구는 마석도와 절친한 선후배 사이인 마약반 팀원 황동구 역할을 맡았다.



'범죄도시' 시리즈는 앞선 두 작품도 각각 687만, 1269만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최동구에게 '범죄도시' 시리즈는 배우로서 꼭 출연하고 싶은 작품이었다.

"'범죄도시1'을 2017년 추석에 가족들과 함께 봤는데, 그때 '나도 저런 좋은 작품에 참여하고 싶다'는 희망을 품었어요. 또 '범죄도시' 시리즈가 다양한 배우들에게 기회를 열어주는 영화잖아요. 이 일을 포기하지 않고 계속하는 후배들에게는 굉장히 귀감이 됐던 것 같아요. 사실 '범죄도시2'는 '범죄도시3' 2차 오디션까지 본 상태에서 영화관에서 봤었어요. 그땐 영화를 보면서 '언제 다음 연락이 올까' 하면서 초조해지더라고요."

이번 작품에서 형사 역할을 맡았던 그는 사실 오디션에선 빌런 역할의 대사들을 받았다고 전했다. 또 오랜 시간 출연하고 싶었던 작품이었던 만큼 마음을 졸이면서 연락을 기다렸다고.

"1차 오디션부터 빌런 역할로 오디션을 봤어요. 늘 오디션 전에 준비를 많이 하는 편이라서 의상, 소품 등을 열심히 준비해서 갔었죠. 이어서 2차를 불러주셔서 빌런 대사와 코믹 대사로 오디션을 봤는데, 한동안 연락이 없었어요. 원래는 오디션 결과에 초조하지 않는 편인데, '범죄도시'라서 그런지 피가 마르더라고요. 다행히 최종 오디션 연락이 조금 뒤에 와서 만발의 준비를 하고 갔어요. 그때도 빌런 역할이었는데, 최종 오디션에선 감독님이 더 구체적으로 디렉팅을 주시면서 보셨어요. 2시간 30분쯤 진행돼서 지금껏 봤던 오디션 중에서 제일 길었던 걸로 기억해요."

최동구는 마동석을 통해 최종 캐스팅 연락을 받았다고 한다. 지금도 그때의 모든 것이 생생하게 기억날 정도로 정말 떨리는 순간이었다며 이야기를 전했다.

"아직도 그 순간이 드라마 같아요. 운동 다녀와서 집에서 쉬고 있는데, 마동석 선배님이 연락을 줬어요. 간단한 역할 설명을 하고선 제게 해볼 수 있겠냐고 물었고, 너무 떨리지만 용기를 내서 '선배님, 제가 그 역할 하고 싶습니다. 잘 할 수 있습니다'라고 말했죠. 그랬더니 마치 영화처럼 '좋아, 그 말이 듣고 싶었어'라고 하시고 끊으시더라고요. 그러고는 바로 문자로 '황동구 형사 역할이야. 이거 하자'라고 보내주셨어요"

'범죄도시3' 속 최동구가 맡은 역할의 이름 '황동구'. 이번 작품으로 그는 배우 최동구의 이름을 동시에 알릴 수 있었다.

"황동구라는 이름도 마동석 선배님이 제 이름으로 일부러 바꿔주신 거였어요. 영화에서도 선배님이 '동구야', '동구동구' 이렇게 불러주잖아요. 선배님이 일부러 제 이름을 각인시킬 수 있게 바꿔주신게 아닌가 싶어요. 저를 예쁘게 봐주신 것 같아서 정말 감사했죠."



황동구는 그의 첫 형사 역할이었다. 앞서 맡아봤던 역할들과 전혀 달라 처음에는 접근이 어려웠다고.

"사실 대부분 배우들은 약간 직업병처럼 관찰을 많이 해요. 하지만 형사님들은 제가 직접 보기 어려워서 그게 힘들었죠. 그래서 다큐멘터리를 많이 참고해서 인간적이고 본능적인 사람의 모습을 많이 연구했어요. 특히 마약반 형사분들이 나오는 다큐를 많이 봤죠."

첫 형사 역할임과 동시에 그에겐 이와 같은 긴 호흡의 역할도 처음이었다. 최동구는 선배들의 조언을 통해 순수한 마음으로 촬영에 임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여태 했던 역할들은 짧은 신에서 존재감을 알려야 해서 캐릭터를 부각시키는 게 중요했어요. 그렇지만 '범죄도시3'의 형사 역할은 튀려고 하는 순간 망한다고 생각했어요. 선배님들께서 많이 조언해 주셨죠. 마동석 선배님이 '너가 짊어지고 있는 짐을 내려놔라. 이 순간을 느껴라. 즐겁게 하면 된다'고 했어요. 오히려 역할을 연구해오려고 하면 하지 말라고 하고, 늘 다치지 말고 즐겁게 하라고 했죠. 순수한 아이들이 수영장이나 바다를 보면 신나서 아무 생각 없이 빠지듯이 저도 이 작품에 빠져들 수 있었어요."

이전에 패거리, 조직원 등 역할을 맡았던 만큼 최동구는 이전에도 많은 액션을 선보였다. 막상 해보니 역할에 따라 액션에도 차이가 있었다고.

"이전 작품들에서 야쿠자, 조선족, 부산 깡패까지 다 해봤어요. 그런 역할은 날 것의 액션이 주가 됐어요. 대부분 연기에 중점을 둔 액션을 선보이죠. 하지만 형사 역할은 절제된 액션이 필요했어요. 아무래도 실제 형사님들도 유단자고, 정확한 무술을 구현하니까요. 그래서 날 것의 액션보다는 절제되고, 맞추어진 액션이 중요했죠."

그에게 '범죄도시3'는 새로운 시도였다. 처음으로 형사, 긴 호흡의 역할을 선보였다. '범죄도시3'는 그에게 의미가 남다르다.

"저는 눈 앞의 목표를 잡기보다 길게 보면서 마라톤처럼 배우 생활을 이어나가고 있어요. '범죄도시3'는 배우 인생에 전환점이 되는 작품인 것 같아요. 캐스팅 과정부터 저만의 드라마가 생겼으니까요."



연극배우로 시작했던 최동구는 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 '힐러', '킹덤: 아신전' 등 다양한 작품에서 신스틸러로 활약했다. 올해로 약 10년 차가 된 그는 좋은 배우가 아닌 '멋진 배우'로 계속해서 성장하고 있다.

"좋은 사람이 되려고 하면 누구나 '척'을 하게 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좋은 배우보다는 자신에게 솔직한 멋진 배우가 되고 싶어요. 또 연기, 미술, 음악 등의 예술이 통상적으로 갖고 있는 목적 중 하나가 사람의 마음을 충분히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연극, 영화, 드라마 등을 보고서 부모님이 생각나서 전화를 드린다거나 사이가 안 좋은 친구에게 손을 내밀기도 하잖아요. 보이지는 않지만 그게 예술이 암묵적으로 갖고 있는 힘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제가 그러한 역할이 아니어도 좋은 작품에서 공동 구성원으로서 인간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자부심이 있어요."

배우 인생 10년 차에 새롭게 전환점을 맞이한 최동구. 쉼 없이 달려온 그가 앞으로 보여줄 모습은 어떨까. 그는 배우로서 이루고 싶은 목표를 밝혔다.

"제게 특이한 취미가 하나 있어요. 침대 머리 맡에 있는 벽에 캐스팅 보드가 있거든요. 그 캐스팅 보드에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모든 배우 선배님들의 사진이 있어요. 1년마다 새롭게 리스트업을 하고요. 그리고 함께 작품을 하는, 같은 시공간에서 연기하는 배우가 생기면 한 명씩 체크해요. 저도 누군가에게 캐스팅 보드가 있다면 그 안에 들어 있는, 그런 배우가 되고 싶어요."

[셀럽미디어 정원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해와달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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