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상용 감독 “‘범죄도시’ 매력=마석도·빌런…도전하는 배우 계속 나오길” [인터뷰]
- 입력 2023. 06.10. 07:00:00
-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이번에도 통했다. ‘쌍천만’ 타이틀을 향해 흥행 전력 질주 중인 ‘범죄도시3’. 2편에 이어 3편까지 영광의 레이스를 이어가고 있는 이상용 감독이다.
'범죄도시3' 이상용 감독 인터뷰
대한민국 대표 범죄 액션 프랜차이즈 ‘범죄도시’가 세 번째 시리즈로 돌아왔다. 개봉과 동시에 100만 관객을 돌파한 이 영화는 개봉 7일 만에 600만 관객을 넘어서며 흥행 신기록을 세우고 있다. 지난해 개봉된 ‘범죄도시2’는 총 1269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2022년 최고 흥행작 등극뿐만 아니라 팬데믹 기간 최고 흥행 신기록을 세운 바. 이상용 감독은 당시를 회상하며 관객들을 향해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입봉과 동시에 ‘천만 감독’이라는 수식어를 얻게 된 이상용 감독은 “솔직하게 이야기하면 이제 데뷔한 것 같다”라고 털어놨다.
“말이 2편이지 계속 찍은 느낌이에요. 4편은 다른 감독님이 후반 작업을 하고 계세요. 이제 조금은 쉬는 느낌이 들어 돌아봐야하지 않을까 싶어요. 개봉하고 나면 천만 관객이라는 게 어떤 느낌이고, 기회였는지 느낄 수 있을 것 같아요. 어떤 작업이었는지도 조금 지나봐야 알 것 같고요. 아직 얼떨떨해요. 많이 부담되는 건 사실이에요. 2편이 천만을 넘었는데 3편도 넘는다는 건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2020년,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코로나19가 사회 전반에 확산되면서 영화계에도 어려움이 닥쳤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촬영조차 쉽지 않았던 것. 특히 ‘범죄도시2’는 해외로 활동 영역을 넓힌 마석도(마동석)의 이야기를 담고 있기에 장소 선정부터 난관에 부딪혔다고 한다.
“2편은 진짜 힘들었어요. 시나리오를 받고, 8개월 동안 각색을 했거든요. 베트남만 5군데를 들어갔다 나왔어요. 촬영한다고 해서 들어갔는데 3일 만에 나가야한다고 했을 때 ‘나의 데뷔는 끝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언제 찍을지도 모르고, 너무 불확실했죠. 다행히 한 달만 쉬고 들어가게 돼서 죽기 살기로 찍었어요. 코로나19가 제일 큰 변수였죠. 장소 헌팅도 안 되고, 출연자를 모으는 것도 쉽지 않았어요. 예산도 오버된 상태로 찍어야 해서 줄여야 했죠. 그러나 이 과정에서 이야기가 조금 더 탄탄해진 것 같아요. 외형적인 비주얼보다 인물관계에 더 집중하게 되고, 에너지가 빠지지 않게 잘 준비해보자는 모토가 조금 더 명확해졌죠. 다행히 개봉할 때는 운으로 작용해서 시기적으로 잘 맞았던 것 같아요. 3편은 2편만큼의 불안감은 안 들었어요. 엎어진다는 불안감은 없었죠. 너무 잘 되다 보니까 ‘괜찮을까?’ 싶었어요. 3편 소재를 정할 때부터 이야기한 건 모든 걸 다 바꿔 새롭게 해보자였어요. 이게 후회가 되긴 했어요. ‘괜히 바꾼다고 한 건가?’ 싶었거든요. 그러나 새로 들어온 배우들이 너무 열심히 잘 해줬어요. 관객들이 재밌어하려면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논의하면서 열심히 찍었죠.”
‘범죄도시3’는 베트남 납치 살해범 검거 후 7년 뒤 서울 광역수사대로 이동한 괴물형사 마석도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상용 감독이 세 번째 작품을 앞두고 가장 신경 쓴 부분은 ‘새로움’이다. 전작과 다른 새로움을 주기 위해 마석도 형사의 근무처를 이동시킨 것.
“‘범죄도시’ 포스터를 보면 주인공, 악역이 나오잖아요. 어떻게 보면 뻔해요. 뻔하지만 그 안에서 뭘 더 새롭게 할 수 있을까 집중했죠. 익숙함도 좋지만 색다른 재미가 없을까 하던 중 마석도의 환경을 바꿔보자고 했어요. 바운더리를 넓혀보면 시리즈 확장성을 생각했을 때 훨씬 더 도움 되지 않을까 의견이었죠. 그게 되게 신선했어요. 익숙함 보다는 새롭게 도전하는 게 저에게는 득이 될 것 같았거든요. 힘들겠지만 도전해보자는 생각이었어요. 결과물로는 잘 나온 것 같아요. 3편의 형사들 그대로 4편 촬영을 마쳤어요. 4편이 되게 잘 나왔다더라고요. 장이수(박지환)에 대한 관객들의 아쉬움도 들었지만 시리즈의 확장성을 생각하면 새로운 인물들이 나와서 또 다른 재미를 주는 게 도움 되지 않을까 싶어요.”
‘범죄도시3’에서 가장 큰 변화를 맞은 건 시리즈 최초 투톱 빌런이 등장한다는 점이다. 이준혁을 3세대 빌런 주성철로 낙점했으며 ‘바람의 검심’ 시리즈로 인상 깊은 연기를 선보였던 아오키 무네타카가 일본 빌런 리키로 등장한다.
“투톱 빌런은 시나리오를 봤을 때 가장 큰 매력이었어요. 1, 2편의 빌런들은 마석도를 보면 도망가거든요. 이번 빌런은 도망가지 않고 당당하고, 뻔뻔하고, 힘과 권력, 능력이 있다는 자신감에 찬 인물들로 세팅했어요. 주성철이 뒤떨어진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결이 다를 뿐이죠. 1, 2편의 빌런은 날것 그대로의 원초적인, 그리고 살인이 주가 됐다면 이번 인물은 돈에 대한 욕망이 후반부로 갈수록 어떤 선택을 할까에 초점을 맞췄어요. 여기에 리키라는 인물이 들어와서 판을 흔들어버리죠. 마석도도 흔들리지만 주성철도 흔들려요. 1, 2편의 빌런은 찌르면 바로 나오는 에너지였거든요. 3편의 빌런은 상황을 반전 시키는 것에 대해 연구하고, 에너지를 응축한다고 생각했어요. 마석도를 위기에 빠뜨리는 게 재미였죠. 개개인으로 보면 분량이 작아 보인다고 하시는데 앞으로 나아가는데 있어서는 주성철이 매력적인 캐릭터라고 생각해요. 그런 부분을 봐주셨으면 하고요.”
“내 누군지 아니?” “혼자야?” 등 명장면‧명대사를 탄생시키며 한국영화 사상 가장 인상 깊은 악역을 선보인 장첸에 이어 피도 눈물도 없는 극악의 빌런 강해상 역을 맡아 ‘손석구 신드롬’을 일으킨 ‘범죄도시2’. 이번 3편에서는 투톱 빌런의 등장으로 신선함도 있지만 일각에서는 빌런의 힘이 분배된다며 아쉬운 반응이 뒤따랐다.
“포스터에 마석도 말고, 다른 사람이 박혀있으면 어떨까 생각했어요. 해결하는 소재가 어떤가에 따라 충분히 바뀔 수 있는 지점이라고 생각하죠. 3편의 경우 빌런이 약하다는 생각은 한 번도 안 해봤어요. 전혀 결이 다르다고 봐야하죠. 이야기도 다르고요. 관객들에게 어떤 재미를 줄 수 있을까에 집중했어요. 1, 2편에 비교한다면 3편이 떨어진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각 빌런의 전투력은 상당하거든요.”
3편의 메인 빌런 주성철 역의 이준혁은 완전히 새로운 얼굴에 도전했다. 혹독한 트레이닝을 통해 약 20kg 이상 체중을 증량하고, 벌크업을 해 외적인 변화를 꾀했음은 물론, 기존 빌런들과 다른 매력을 보여주기 위해 보이스 트레이닝과 파격적인 스타일 변신가지 감행했다.
“처음 이야기를 들었을 때 호기심이 간 건 전혀 색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싶었어요. 제가 알던 이준혁 배우는 가녀리고, 여리여리한 이미지였거든요. 만나보고 나서 느낀 점은 ‘진짜 말랐다, 괜찮을까? 한 번에 나가떨어질 것 같은데’라는 생각이었어요. 그러나 도전 정신이 있었고, 하고자하는 의지와 욕심이 있는 배우더라고요. 손석구도 그랬어요. 교집합 되는 게 느껴졌죠. ‘이준혁 배우를 어떻게 망가뜨리지?’ 생각도 하게 됐죠. 캐릭터에 몰입할 수 있도록 쉽게 접근했어요. 부담이 많이 됐을 거예요. 하겠다고 한 이후 2편이 천만이 넘었으니까요.”
빌런 외에도 마석도와 콤비 케미를 보여주는 김만재 형사 역의 김민재, 빌런과 조력자를 오가는 김양호 역의 전석호, 초롱이 역의 고규필도 눈에 띄는 캐스팅이다. 제 역할을 톡톡히 해낸 이들은 적재적소 웃음을 자아내며 신스틸러로 활약했다.
“3편 시나리오를 이야기할 때 장이수를 다시 등장시키자는 이야기를 했어요. 그러나 연이어하는 것보다 새로 바꾸어보자고 얘기했죠. 물론 관객들은 아쉬울 거예요. 친근한 형사도 없어졌으니까요. 하지만 더 길게 가기 위해선 바꿔야한다고 생각했어요. 8편까지 할 거니까 이후 다시 등장해도 되는 부분이거든요. ‘범죄도시’가 더 오래 가기위한 선택이었어요. 김민재, 전석호, 고규필 배우가 너무 잘해줬어요. 이들이 마석도와 함께 하면서 보이는 리액션 자체가 장이수와 완전 다르거든요. 캐릭터가 달라지다 보니 조금 더 새롭게 다가가지 않았을까요? 무리수 있는 설정도 자연스럽게 녹여주고, 날 것 그대로 재밌게 표현해주셨죠.”
‘범죄도시’ 시리즈는 8편까지 제작 계획이다. 3, 4편은 동시에 촬영이 진행됐으며 2024년 4편 개봉을 앞두고 있다. 대한민국 대표 범죄 액션 프랜차이즈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범죄도시’만의 매력은 무엇일까.
“두 가지라 생각해요. 하나는 마석도, 하나는 빌런이죠. 1편은 장첸의 DNA 덕분이에요. 신선함과 도전, 그게 가장 큰 것이라고 생각하죠. 기준이 있었기 때문에 도전하는 배우들이 생겨났다고 생각해요. 배우들도 자연스럽게 ‘범죄도시’ 시리즈에 녹아나 시리즈가 극대화 된 게 아닌가. 하나는 마석도에요. 마석도 캐릭터가 신의 한 수인 것 같아요. 이 사회에 범죄자들이 많잖아요. 잔인한 사건, 나쁜 사건도 많고. 그러나 영화 속에서 마석도는 통쾌하게 해결해줘요. 아무리 무서운 사람이 나온다고 하더라도 진다고 생각하지 않잖아요. 1편의 장첸을 어떻게 넘어서겠나 싶지만 앞으로 나오게 될 배우들이 해결해줄 거라 생각해요. 도전하는 배우들이 계속 나왔으면 하죠. 관객들은 대리만족을 느낄 거예요. 마석도 등 뒤에서 편안하게 영화를 보셨으면 해요. 마석도는 우리 편이기에.”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