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하경'=맑은 카타르시스" 이종필 감독이 완성한 몰입의 힘[인터뷰]
입력 2023. 06.10. 08:00:00

이종필 감독

[셀럽미디어 허지형 기자] 20분 남짓한 짧은 이야기지만 매회 다른 주제로 잊고 지냈던 감정을 끌어올린다. 여행기에 담긴 다채로운 여정은 속 이종필 감독의 섬세한 연출은 덤덤하게 위로하며 몰입도를 높인다.

웨이브 오리지널 시리즈 '박하경 여행기'(극본 손미, 연출 이종필)는 사라져 버리고 싶을 때 토요일 딱 하루의 여행을 떠나는, 국어 선생님 박하경(이나영)의 예상치 못한 순간과 기적 같은 만남을 그린 명랑 유랑기다.

'박하경 여행기'는 회차별로 해남, 군산, 부산, 속초, 경주, 제주 등 여행 욕구를 자극한 아름다운 여행지로 시각을 자극하는 것은 물론 뜻밖의 인연과의 만남도 잊고 지냈던 감정을 일깨운 섬세한 연출이 돋보였다.

특히 여성 연출자로 오해받을 정도로 여성 서사를 잘 풀어낸 이종필 감독은 '삼진그룹 영어 토익반'에 이어 '박하경 여행기'로 진가를 십분 발휘했다. 이 감독은 "모든 작품은 저 혼자 만드는 것이 아니라 스태프들이 함께한다. 연출을 하고 대본을 쓰는 사람으로서 남성 관련 내용은 잘할 수 있지만, 여성 관련 내용의 감정은 무엇일까 궁금했다. 왜 이렇게 말하고 행동하는지 호기심, 관심이 있었던 거 같다. 하지만 여성이라고 의식하지 않고 한 사람으로서 보게 된 거 같다"고 말했다.


2010년 영화 '아저씨' 등 배우로도 활동한 이 감독은 2013년 '전국노래자랑'을 시작으로, '도리화가', '삼진그룹 영어 토익반' 등에서 연출을 맡았다. '박하경'은 그에게 첫 드라마 연출작이다.

이 감독은 이번 작품을 연출하면서 "너무 재밌고 신났다"고 말했다. 그는 "주변 사람들에게 보여줬을 때 '이런 거 해도 되냐'는 분위기였다. 더 센 내용을 넣어야 하지 않나 했지만, 이런 이야기를 다들 꿈꾸는 거 같다. 소소한 이야기들이 담겨 작업하면서 너무 재밌었다"고 이야기했다.

또 소소하지만, 이야기가 루즈해지지 않게 신경 썼다. 그는 "제가 루즈한 것을 못 견디는 편이다. 거창하게 말하자면 만들어진 이야기처럼 보이지 않았으면 했다. 불특정 다수가 살아가는 삶을 보면 루즈할 거 같고 뻔할 거 같고 뭐가 없을 거 같지만 그 감정이 묻힐 거 같아도 다 담아 보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특히 일상에서의 소소한 일을 바라보는 것도 차별화된 시선으로 표현하며 색다른 재미를 더했다.


이 감독은 "두 번째 이야기에서 꿈에 대해 다른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은 아니다. 꿈을 가진 사람은 누구나 있지 않나. 내 얘기를 대입했을 때 '전국노래자랑'으로 입봉했지만, 나는 과연 잘나가는 감독인가 싶더라. 겉으로는 입봉한 감독이지만, 나의 삶은 과연 행복한가, 계속하는 게 맞나 싶었다"며 "한예리 배우가 출연했는데, 제 졸업 영화의 주인공이기도 해 애틋했다. 한예리 배우를 보면서 자기 방식으로 계속 연기하고 해나가고 있는 거 같았다. 연기하는 것을 보면서 저도 눈물이 나더라"라고 밝혔다.

이 감독은 마지막 8회까지 고민이 많았다. 누구보다 잘 해내고 싶었던 그의 바람이 잘 담겨 완성된 것. 그는 "잘하고 싶었다. 작업하면서 재밌었고, 많은 분이 좋아해 주셨으면 했다. 다만 많은 공식을 따르고 싶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단순한 스킬로서는 어느 정도 사람들이 기대하는 것은 가져가되 어긋나는 부분이 있어서 하지 않았나 싶어서 1화에서는 보는 거 자체로 힐링 되는 모습을 보여주고, 끝에 가서는 쿠키처럼 다른 이야기로 또 변주하고 싶었다"며 "마지막에는 오프닝 노래도 다르다. 힐링물이라고 해서 멍하니 시작했다가 감싸 안고 돌아온다는 맥락으로 완결성을 지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감독은 "8화 대본이 나오지 않아 쥐어짜듯이 만들었다. 하나하나 끝말잇기 하듯 시나리오를 썼다. 찍으면서도 즉흥적으로 한 것도 많아서 의미를 만들어 낼 수밖에 없는 부분들도 많았다"고 덧붙였다.

'박하경 여행기'를 통해 오랜만에 드라마 복귀를 한 이나영. 이 감독은 영화 '영어 완전 정복'을 본 뒤 캐스팅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이 감독은 "사실 이유는 없다. 대본도 나오기 전에 솜미 작가와 막연하게 이나영 배우가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뭔지 모르겠지만 상상하는 데도 좋았다. '영어 완전 정복'을 보면서 이나영 배우의 미묘한 느낌이 들었다. 너무 연기를 잘하더라. 왠지 이나영이라면 힐링물도 똑같이 연기할 거 같지 않았다"고 했다.


또 이나영과 함께 구교환, 길해연, 박세완, 박인환, 서현우, 선우정아, 신현지, 심은경, 조현철, 한예리 등이 특별출연해 극을 더욱 풍성하게 했다. 매회 색다른 케미를 엿볼 수 있다.

이 감독은 "배우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좋다. 보고 있으면 애정이 생긴다. 억지로 무엇을 하려고 하지 않고 하고 싶은 대로 했으면 했다. 다 팬이고 연이 있어서 연락드렸는데 대본이 좋거나 이나영 배우의 팬이어서 하게 된 거 같다"며 "구교환은 이나영의 팬이라면서 '낄 데 없냐' 물어보기도 했다. 구교환 배우에 맞춰서 쓴 건 아닌데 딱 맞았다"고 전했다.

이 감독은 촬영만큼이나 시청자들의 오감을 만족시키기 위해 편집에 오랜 시간을 투자했다. 여행으로부터 오는 시각, 미각과 작품의 진한 감성을 더한 OST로 청각까지 자극, 8편의 앨범·영화 같은 두고두고 꺼내보고 싶은 작품이 탄생했다.

그는 "편집을 오랫동안 섬세하게 했다. 영화할 때랑은 달랐다. 1초라도 쪼개는 순간순간이 있었다. 감정의 결을 자연스럽게 할 수 있게 했다. 음악도 특히 좋았다. 이민휘 음악감독이 막연하게 원하는 느낌을 잘 만들어줬다. 조만간 OST가 나오는데 기대된다"고 했다.

'박하경 여행기'는 연출부터 마지막 작업까지 이종필 감독에게 애정이 깊은 작품으로 남게 됐다. 그의 애정 만큼 벌써부터 시즌2가 만들어졌으면 하는 바람이 나오기도. 그는 "다른 영화 촬영할 때 운다는 것은 서럽거나 억울하다고만 생각했는데 그런 감정이 아니었다. 편집할 때 이나영이 울면 같이 울고는 했는데 정화되는 느낌이었다. 이 작품의 키워드는 '맑은 카타르시스'라고 정의했다. 살아가는 게 어떤 의미에서 비극이라면 여행은 맑은 카타르시스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시즌2 계획에 대해선 "계획하지 않았다. 8화까지 한 것만으로도 좋은 걸 알차게 한 거 같다. 굉장히 만족했다. 제 의지로 할 수 있는 건 아닌 거 같다. 소리 없는 아우성이 감지될 때 시즌2가 나오지 않을까 싶다"고 밝혔다.

[셀럽미디어 허지형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웨이브, 더램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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