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닥터 차정숙' 민우혁 "가족의 의미, 되돌아보게 됐죠"[인터뷰]
- 입력 2023. 06.14. 08:00:00
- [셀럽미디어 김희서 기자] 배우 민우혁이 무대를 넘어 드라마까지 연기 스펙트럼을 넓혔다. 계속해서 다양한 모습으로 대중을 만나고 싶다는 그의 바람이 기대되는 이유다.
민우혁
‘닥터 차정숙’은 20년 차 가정주부에서 1년 차 레지던트가 된 차정숙(엄정화)의 찢어진 인생 봉합기를 그린 드라마. 민우혁은 극 중 레지던트가 된 정숙을 다정하게 챙겨주는 외과의 로이킴 역으로 열연을 펼쳤다.
동시에 로이는 훤칠한 외모에 능력을 갖춘 전문의기도 했다. 이에 민우혁은 프로페셔널하면서도 다정다감함, 냉정한 면모 등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며, 마치 제 옷을 입은 듯 로이를 매끄럽게 소화해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올해 대표 히트작으로 꼽힌 ‘닥터 차정숙’은 지난 4일 자체 최고 시청률 18.5%(유료가구기준/닐슨코리아 제공)를 기록하며 유종의 미를 거둔 바. 기대 이상의 흥행 성과를 이룬 ‘닥터 차정숙’은 배우들에게도 오랫동안 깊은 여운을 남겼다.
데뷔 이래 첫 드라마 주연작을 인기리에 마친 민우혁 역시 남다른 소회를 밝혔다. 그는 “많은 작품에 참여했었지만 이렇게 성공적인 결과를 낸 드라마는 처음이었다. 현장분위기도 너무 좋았던 드라마라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다”라며 “로이를 보내줘야 한다고 생각하니 많이 아쉽다”라고 전했다.
마지막 회는 배우들과 제작진이 함께 시청하며 ‘닥터 차정숙’을 떠나보낸 바. 마지막 방송은 어떻게 봤는지에 대해 민우혁은 “저희도 시청자분들과 똑같다. 저희끼리는 다 아는 내용인데도 서로 울고 웃고 아쉬워하면서 봤다”라고 회상했다.
로이는 그야말로 현실에선 찾아보기 힘든 완벽남이었다. 훈훈한 외적인 모습 외에도 몸에 배인 매너와 선한 인격, 실력있는 외과의, 바이크를 타는 반전 매력까지 로이의 모든 것은 선망의 대상이었다.
민우혁 역시 대본을 통해 처음 만난 로이에 매료되면서도 그를 어떻게 표현할지에 대한 걱정이 앞섰다고. 그는 “로이라는 캐릭터가 남자가 봐도 굉장히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어떻게 이렇게 완벽한 남자가 있을 수 있지?’ , ‘내가 로이를 잘 해낼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라며 “감독님과 대화를 정말 많이 하고 미팅도 자주했다”라고 털어놨다.
특히 로이는 친절함이 배어있는 인물이기에, 때로는 다소 오글거릴 수 있는 말들도 자연스럽게 내뱉어야 했다. 이에 민우혁은 “어떻게 하면 부담스럽지 않게 여심을 저격할 수 있을지 대사톤에 신경을 많이 썼다”라고 말했다. 또한 로이의 외적인 부분을 통해 결혼을 하지 않은 미혼의 풋풋함과 세련된 남성미 등을 표현하고자 했다. 그는 “로이는 미혼에 미남인 캐릭터이다 보니 유부남인 인호와 외적으로 차이를 많이 두려고 했다. 머리도 기르고 염색도 하고 큰 체격도 그대로 유지했다”라고 설명했다.
로이와 실제 민우혁의 싱크로율에 대해 그는 어느 정도 공감대를 언급했다. 극에서도 정숙을 두고 인호와 신경전을 벌이는 장면 외에는 큰 감정기복을 드러내지 않은 로이는 대체로 온화한 모습을 유지해왔다. 이는 평소 만인에게 부드럽고 상냥한 민우혁의 모습과도 닮아있다. 그는 “로이가 성격도 모든 이들에게 굉장히 나이스한데 저도 사실 배우라는 직업을 하면서 모든 순간이 오디션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저의 진심을 모두 내비치는 친구들도 있지만 웬만하면 공연장이나 현장에 가서도 최대한 나이스하려고 노력하는 부분들이 있는데 그런 부분들이 로이랑 많이 닮아있다고 생각한다”라고 자신했다.
로이는 이미 결혼해 두 자녀가 있는 유부녀이지만 정숙에게 인간적인 호감에서 이성적인 호감을 느끼게 되고 결국 자신의 마음을 고백했다. 오롯이 정숙을 바라보는 로이의 지고지순한 순정남 면모는 많은 여성 시청자들을 설레게 했다.
다만 정숙을 향한 로이의 마음은 단순한 사랑이라고 표현하기에는 훨씬 더 복합적이었다. 민우혁 역시 로이가 정숙을 사랑하게 되기까지 쌓아온 여러 배경들을 생각하며 그의 감정선을 이해했다. 그는 “로이가 정숙을 처음부터 사랑했던 건 아니다. 가족이라는 결핍을 가지고 있던 로이가 정숙에게 ‘가족이란 이런 거구나’ 하는 모습을 보게 되면서 동경을 했던 것 같다”라고 짐작했다.
이어 “나도 저런 누나가 있었으면 하는 마음. 사랑의 감정도 여러 가지가 있으니까. 그러다가 정숙이 점점 가족에게 소외당하고 외면당하는 모습을 보면서 내가 저 사람을 챙겨주고 싶다는 마음으로 발전했던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로이와 정숙은 끝내 이루어지지 못했다. 이후 로이는 정숙이 아닌 다른 여성과 연애를 하는 모습이 그려져 일부 시청자들은 아쉬움을 쏟아내기도. 민우혁도 로이의 결말에 대해선 시청자들과 같은 입장을 보였다. 그는 “로이의 가장 큰 결핍은 가족, 가족이 주는 끈끈한 정 이라고 생각해왔는데 마지막에 다른 여자를 만나는 장면이 로이가 왜 그랬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라며 “‘그냥 키워주신 부모님을 정말 내 친부모님이라고 생각한다’는 대사가 있었으니 그냥 미국으로 돌아갔다면 어땠을까 생각을 했었다”라고 전했다.
‘닥터 차정숙’을 통해 민우혁은 엄정화, 김병철, 명세빈 등 선배인 배우들과도 두루 호흡을 맞췄다. 그는 “선배님들이 너무 잘 챙겨주셨다. 아무래도 제 입장에서는 어려워서 잘 다가가지 못했는데 선배님들이 먼저 오셔서 대사도 같이 맞춰주시고 연기적으로 조언을 해주셨다. 세분께 정말 많이 배웠다”라고 고마움을 표했다.
드라마에서는 아직 낯설지만 민우혁은 사실 무대 연기에 노련한 베테랑 뮤지컬 배우다. ‘레미제라블’, ‘지킬 앤 하이드’, ‘사랑의 불시착’, ‘영웅’ 등 다수의 뮤지컬 작품들을 해오며 연기 내공을 다져왔다. 그럼에도 매체 연기에 대한 갈증도 있었다는 민우혁은 무대와는 또 다른 드라마 촬영을 경험하면서 새로운 배움을 얻었다.
민우혁은 “무대에서는 2층 3층에 있는 관객들한테까지 저의 감정이나 표현이 전달돼야 해서 동작 자체를 크게크게 해야 하는데 드라마에서는 눈앞에 카메라가 있다 보니 눈빛만으로도 감정 표현이 되고 시청자들에게 충분히 전달되더라. 배우로서 조금 더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드리지 않았나”라고 밝혔다.
‘닥터 차정숙’은 정숙이 레지던트에 도전하면서 펼쳐지는 특수하면서도 보편적인 가정불화 상황들을 그리며 현실적인 공감을 전했다. 민우혁은 가정 내 큰 균열을 불러일으킨 서인호를 통해 아빠로서, 남편으로서의 역할들을 되새겨보는 계기가 됐다.
그는 “가족의 의미를 되돌아보게 된 것 같다. 저 역시도 가족을 위해 밖에서 열심히 일하고 정작 집에 와서는 애들과 놀아주지도 않고 가만히 있고 싶어 했다. 그런데 서인호를 보면서 가정을 위한다는 건 남편들의 착각이구나 하고 반성하게 됐다”라고 강조했다.
다방면에서 자신만의 영역을 확장해왔던 민우혁은 ‘닥터 차정숙’을 만나 앞으로도 우직하게 나아갈 힘을 얻었다. 그는 “아마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 저에게 맞는 색깔의 옷을 입혀주신 감독님, 작가님도 그렇고 많은 가르침을 주셨던 선후배 동료 배우 분들, 저희와 함께한 모든 스탭분들이 다 저에게는 기회였던 것 같다. 많은 분들 덕분에 또 한번 제가 성장할 수 있었던 작품이라고 생각한다”라고 깊은 애정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보여드렸던 이미지와 달리 저의 다양한 모습들을 보여드리고 싶다. 모든 잘 소화해내는 팔색조 같은 배우라고 생각하실 수 있게 더 노력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라고 소망했다.
[셀럽미디어 김희서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이음컴퍼니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