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리와 이상순의 스위스 결혼 10주년 여행의 씁쓸함
입력 2023. 06.14. 14:08:11

이효리, 이상순

[유진모 칼럼] 가수 이효리와 이상순이 마치 결혼 10주년을 기념해 스위스로 '리마인드 신혼 여행'이라도 떠난 듯한 분위기를 풍겼지만 결국 팩트는 스위스 관광청 초청이었다. 이효리는 지난 9일부터 SNS에 이상순과 함께 스위스 취리히 등을 여행하는 사진을 올렸다.

특별한 코멘트가 없었기에 각 매체들은 '결혼 10주년 기념 여행'이라는 식으로 글을 올렸다. 요즘 이효리는 tvN 예능 '댄스가수 유랑단'의 유랑단의 리더 역할을 톡톡히 해 내며 다시금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오래 중단했던 SNS 활동도 방송 직전 속개하며 대중과 소통하려는 자세를 보였다.

그런데 13일 즈음 반전이 일어났다. 스위스 관광청이 이효리, 이상순 부부를 스위스 북부를 대표하는 문화 예술 도시인 바젤(Basel)에서 매년 열리는 세계적인 아트 페어 '아트 바젤(Art Basel) 2023'에 공식 초청했다는 소식과 함께 그들이 찍은 부부의 사진을 각 매체에 배포한 것.

오는 15일부터 18일까지 열리는 '아트 바젤'은 1970년대 이래 세계 최고의 갤러리들과 후원자들을 연결하는 국제적 예술 세계를 위한 만남의 장으로 전 세계적인 명성을 가지고 있다. 올해에도 세계 정상급 갤러리 284개 이상이 모여 4000여 명의 작가들의 작품을 공개한다고 알렸다.

이효리, 이상순 부부는 '아트 바젤'의 공식 행사 전 13일부터 14일까지 이틀간 열리는 사전 행사에 참가한다. 행사 참석에 앞서 이들은 취리히로 입국해 스위스의 중부 도시 루체른(Luzern)과 리기산(Mt.Rigi) 등에서 여정을 펼쳤다.



자료에 따르면 이들 부부는 기차, 유람선, 버스 등 스위스의 대중교통을 이용하며 여정을 즐겼다. 이는 스위스 관광청에서 적극적으로 소개하고 있는 가장 친환경적인 여행법이라고 친절하게 알리기도 했다. 스위스는 한류 열풍에 편승해 이효리-이상순을 통해 관광 사업의 약진을 노리는 듯했다.

스위스 관광청도, 이효리-이상순 부부도 아무런 잘못은 없다. 서로의 '니즈'에 의해 앞뒤가 딱딱 들어맞는, 각자의 몫을 했을 따름이다. 하지만 왠지 찜찜하다.

처음에 이효리가 SNS에 사진을 올릴 때부터, 아니면 그 전에 스위스로 떠날 때 그녀의 소속사에서 '스위스 관광청의 초청을 받았다.'라고 알렸으면 어땠을까?

SNS에 자발적으로 먼저 사진을 올린 것으로 보아 그들은 절대로 스위스에 가는 것도, 관광청의 초청을 받은 사실도 숨길 의도는 없었다. 그럼에도 왠지 찜찜하다.

한마디로 대중을 갖고 놀았다는 느낌이다. 사전 설명 없이 개인 계정에 해외 여행 중인 사진을 올리면 각 매체는 앞다퉈 받아 업로드할 것인데 스위스 관광청이나 '아트 바젤'은 꿈도 못 꿀 테니 제멋대로 사적인 여행이라고 적을 것이라는 것쯤은 충분히 짐작했을 것이다.

그래서 매체 기자들이나 대중 다수나 '돈 많은 스타이니까 결혼 10주년 여행도 특별하구나.'라고 부러워할 것이라는 예상도 했을 것이다. 그런데 대중이 아주 사적인 여행이 아니라 스위스 관광청의 초청을 받은 스케줄임을 알았을 때는 더욱 낭패감을 느낄 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혹시라도 배신감을 느끼지 않을지에 대한 생각은 안 해 봤을까?

'돈이 많으니까 아무렇지도 않게 훌쩍 떠나 스위스 장기 여행을 즐기는구나.'라고 생각했던 대중은 진실을 알고 나면 '저것마저도 협찬이었구나.'라고 더욱 자괴감을 느끼지 않았을까?

이효리는 거의 모든 분야에서 긍정적인 이미지를 굳힌 연예인 중 한 명이다. 떠돌이 개에 대한 남다른 사랑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었고, 사회적 이슈에 대해 바른말을 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다. 특히 그녀는 잘난 척하지 않고, 오히려 소탈한 면을 보여 친근감을 주었다.

최근 그녀가 '댄스가수 유랑단'에서 활약 중인 것을 놓고 한 영화 평론가가 부정적인 평론을 했다 대중의 뭇매를 맞은 이유야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중에서 이효리의 이미지가 매우 반듯하다는 게 크게 한몫했을 것은 명약관화한 일이다.

그런데 이번 스위스 행사는 뒷맛이 영 개운하지 못하다. 그녀답지 않은 행동이다. 범죄에는 미필적 고의가 있다. 물론 이효리의 여행은 지극히 당당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필적 의도라는 느낌은 지울 수 없다. 관광청 초청이라면 최소한 왕복 항공료와 숙박비 정도는 제공받았을 것이다. 어쩌면 상당히 융숭한 VVIP 대접을 보장받았을 수도 있다. 애초에 초청을 알렸어야 대중에 대한 기초적인 예의라는 이유이다.

[유진모 칼럼 / 사진=셀럽미디어DB, 이효리 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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