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세빈, 가보지 않은 길을 열어준 '닥터 차정숙'[인터뷰]
입력 2023. 06.15. 16:49:33

명세빈

[셀럽미디어 김희서 기자] 배우 명세빈이 오랜 기다림 끝에 새로운 연기 변신을 마쳤다. 치밀하면서도 대담한 내연녀부터 모성애 짙은 미혼모까지 현실과 맞닿아있는 생활 연기로 공감과 위로를 전했다.

지난 4일 마지막회 시청률 18.5%(유료가구기준/닐슨코리아 제공)로 막을 내린 JTBC 토일드라마 ‘닥터 차정숙’(극본 정여랑, 연출 김대진)은 20년 차 가정주부에서 1년 차 레지던트가 된 차정숙(엄정화)의 찢어진 인생 봉합기를 그린 드라마.

명세빈은 극 중 서인호(김병철)의 첫사랑이자 가정의학과 교수 최승희를 연기했다. 인호가 정숙과 갑작스럽게 결혼하면서 헤어졌지만, 미국에서 우연히 다시 만난 인호와 딸 은서를 낳고 내연 관계를 유지해오던 인물이다.

오랜만에 안방극장에 복귀한 명세빈은 색다른 연기변신으로 시청자들의 이목을 사로잡는데 성공했다. 90년대를 풍미한 청순스타로 그동안 청순가련한 역할을 도맡아오던 명세빈이 ‘닥터 차정숙’에서는 40대 후반의 나이에 걸 맞는 싱글맘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자존심이 강하면서도 애처로운 모성애를 품은 승희를 밀도 있게 그려내면서 연기에 대한 만족감이 컸다는 명세빈이다.

“생각지도 못하게 큰 반응을 받아서 너무 신난다. 너무 좋고 예전에 20대 때 많이 좋아해주시던 사랑을 받는 느낌이라 그때 기분이 딱 들더라. 이렇게 또 리액션을 받을 수 있구나 싶고 굉장히 재밌는 하루하루를 기쁘게 보내고 있다. 이 나이에 새로운 역할을 할 수 있는 것도 감사하고 흔쾌히 받아주시고 박수 쳐준 분들에게도 감사하다. 그렇다보니 자신감도 생기고 배우로서 성장할 수 있겠다는 소망이 생겨서 명세빈으로서도 터닝 포인트가 된 작품이 아닐까.”

삼각구도를 형성한 차정숙, 서인호, 최승희 가운데 가장 늦게 합류한 만큼 명세빈은 단시간에 캐릭터를 분석하는데 심혈을 기울였다. 서인호와 최승희가 몰래 만남을 이어가는 시간은 드라마에서 종종 나타났지만 정작 두 사람이 과거에 얼마나 각별한 사이였고, 쉽게 헤어질 수 없었는지 관계의 깊이에 대해선 시청자들에게 맡겼다. 이에 명세빈은 나름대로의 서인호에 대한 최승희의 마음을 이해하고자 했다.

“대본을 받고 승희 캐릭터에 대해 고민했다. 저는 대본을 보고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하는데 마음이 급하더라. 그래서 이미 많이 봐서 숙성이 된 선배들을 찾아가서 물어본 게 많은 도움이 됐다. (김병철과는) 우리가 이런 전사가 있지 않을까 상상해봤다. 역할을 하기 위한 타당성이 있고 그런 게 없는 사람은 없지 않나. 승희가 보여주는 디테일한 게 없어서 누구나 나쁜 결정을 내리던 생각에 있어서 그런 걸 이야기 많이 했다. 대학에서 승희도 첫사랑이고 인호도 첫사랑이고 삶의 선이 비슷해서 공감대 형성이 많이 될 수 있는 공통점이 있다고 봤다. 그렇다보니 승희는 외적으로 화려하지만 가족에 대한 결핍, 내지는 외로웠을 것 같다. 그런 걸 인호한테 이야기하지 않았을까. 연애감정 외에도 소울메이트로 나눌 수 있는 관계였지 않을까.”


일각에서는 재력과 능력, 외모 등 무엇 하나 흠잡을 데 없는 최승희가 유부남인 서인호에게 집착하는 설정에 대한 설득력이 부족하다는 반응도 있었다. 이와 관련해서 명세빈은 최승희와 서인호는 오래 전부터 여러 공감대를 나누고 교감했기에 단번에 끊을 수 없었던 사이라고 표현했다. 그러면서 최승희의 입장에서는 서인호를 붙잡을 명분이 충분하다고 봤다.

“저는 연장선상에서 봤을 때 둘의 관계는 연애 감정만이 아니라 어릴 때 상처를 오픈하고 나눌 수 있고 위로받던 사이가 아닐까. 첫사랑 임팩트가 강하고 그렇다보니 상처도 강하고. 그 상처 안에서 벗어나지 못한 건 승희였을 것 같다. 그래서 미국에 가면서 벗어나려고 했는데 아이가 생기는 바람에 인호를 못 놓은 게 아닐까. 인호의 큰 매력도 있지만 승희에게 있어서는 아이와 상처에 대한 부분을 처음 오픈한 관계였던 게 컸을 것 같다.”

그럼에도 국내 정서상, 이미 차정숙과 가정을 꾸린 서인호를 만나고 몰래 혼외자를 키우고 있는 최승희는 내연녀 역할로 받아들여졌다. 부정적인 반응에 대한 부담감은 없었을까. 명세빈은 시청자들의 비판을 처음에는 덤덤하게 봤지만 나중에는 내심 신경 쓰였던 속내를 고백했다.

“욕먹는 건 그러려니 했는데 쉽지 않더라. 잠이 안 돌더라. 기분이 살짝 나쁘고 조금 두려움도 있고 겁도 났지만 너무 연기 잘한다고 좋아해주니까 재밌더라. 시청자들도 저희 드라마의 매력이 일차원적으로 미화하는 것이 아니라 말도 안 되게 나오는 걸 보면서 재밌게 해석하는 것 같더라. 악평도 있지만 재미적인 걸로 이야기해주셔서 드라마 분위기도 좋게 가고 있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명세빈은 극 중 미혼모로 사춘기 딸과 갈등을 겪는 모녀 관계도 현실감 있게 그려냈다. 최승희는 서인호의 아버지 역할을 두고 딸 은서(소아린)와 갈등을 겪기도 했다. 결국 은서가 자신의 존재 이유에도 분통을 터뜨리자 최승희는 ‘네가 보고 싶어서 낳았어’라고 감정을 터뜨리며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비온 뒤 땅이 굳어진다는 말이 있듯이 명세빈 역시 승희와 은서를 힘든 시기를 겪어내고 더욱 끈끈해지는 딸과 엄마의 관계로 이해했다.

“승희가 상처는 있지만 뒤로하고 미국가서 관계를 정리하려고 했는데 우연찮게 만났고 일은 벌어진 건데 여자로서 임신하면 그렇지 않을까. 단번에 결정내릴 수 없고 이 생명체를 낳느냐. 말아야하나 내 인생은 어떡하나 갈등하면서 시간이 지나고 정이 쌓여서 진짜 그렇다보면 얼굴이 보고 싶을 것 같다. 내지는 가족에 대한 결핍이 있어서 내 가족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나의 아이를 낳자는 결정을 하지 않았을까. 은서가 삐뚤어져 가는 것도 사춘기라 그럴 수 있고 강하게 표현하지만 굉장히 엄마를 생각해서 둘의 끈끈함을 실제로 연기할 때 울컥하더라. 리허설 할 때도 감정을 참고 슛 들어가서 터뜨리기도 하고. 이상하게 둘 밖에 없는 것 같더라. 딸과의 감정은 훅훅 들어오더라. 아마도 사춘기 때 그 시기를 지나가면서 엄마와의 관계가 나쁜 게 아니라 성장하고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고 성인의 삶을 바라보면서 개인적으로 느끼고 해석하고 바로 공감이 돼서 나오지 않았나 싶다.”

김병철을 두고 라이벌 관계였던 엄정화와 명세빈은 서로를 원망하면서도 마냥 미워만 할 수는 없는 사이로 극의 긴장감을 높였다. 처음 만났지만 금방 가까운 사이가 됐다는 명세빈은 엄정화의 인품에도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정숙과 승희가 살벌한 눈빛을 주고받으며 뜨거운 시너지를 만들어갈 수 있었던 것도 진심을 나누었던 엄정화 덕분이라고 표현했다.

“‘대스타’, ‘디바’ 여러 표현이 있는데 드라마에선 소탈하게 엄마 역할을 하는 게 신기하더라. 너무 재밌었고 성격이 좋아서 잘 어울렸고 많은 걸 흡수하는 배우구나를 느꼈다. 언니를 통해서 정말 많은 것들을 허용할 수 있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둘이 대립 관계였는데 둘 다 크리스천이다 보니 드라마 잘되려면 기도해야 한다고 해서 촬영 전에 기도도 같이 했다.(웃음) 나이도 있다 보니 서로 챙겨주고 일으켜주는 관계들이 드라마가 잘 되는데 한 몫 하지 않았나. 미묘한 감정이 있을 수도 있는데 전혀 없었고 마음을 열고 미워하는 거라 오히려 더 좋았던 것 같다.”

‘닥터 차정숙’을 통해 잊고 있었던 기억들을 다시금 떠올리며 벅차오르는 감정을 느꼈다는 명세빈. 그에게 ‘닥터 차정숙’은 언제든지 또 꺼내보고 싶은 선물이 됐다.

“(엄정화)언니가 선물같다고 하더라. 저도 그랬다. 저도 인생의 반을 살았고 앞으로 살아갈 날을 바라볼 때 중요한 시점이었다. 선물에 갇혀있는 게 아니라 새로운 캐릭터로 많은 사람들이 재밌게 봐주고 공감해주셔서 새로운 지경으로 갈 수 있는 문이 아닐까. 예전과 또 다른 명세빈의 모습을 보고 보여줄 수 있지 않았나.”

[셀럽미디어 김희서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코스모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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