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중기 '경력 단절' 겸손인가, 엄살인가
입력 2023. 06.19. 13:13:46

송중기

[유진모 칼럼] 영화 '화란'으로 중국 매체 시나연예와 인터뷰한 송중기의 발언이 논란을 야기하고 있다. 그는 '화란'에 노 개런티로 출연했고, 이 작품은 그만한 가치를 인정받아 제76회 칸국제영화제 비경쟁 부문에 초대되었다. 칸의 레드 카펫을 밟은 송중기는 시나연예와의 인터뷰에서 다소 앞뒤가 맞지 않을 법한 코멘트로 구설에 올랐다.

그는 "이 프로젝트에서 출연료는 내게 아무것도 아니었다. 출연료에 대해 언급하기가 부끄럽다. 내게 중요한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저 이 영화를 완벽하게 만들고 싶었다. 대본을 읽고 '너무나 완벽하지만 내가 투자자라면 투자하지 않을 것 같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상업적인 영화가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영화는 에너지가 좋다.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영화이기 때문에 만들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 참여했다. 내 출연료는 굉장히 높기 때문에 많은 예산이 들어갔을 것이고, 그것은 이 영화와 맞지 않다."라고 말했다.

영국인 배우 출신 케이티 루이스 사운더스와 결혼해 지난 16일 득남한 그는 또 "우리 업계에서 아빠가 되고 남편이 된다는 것은 때론 일자리를 잃는다는 뜻이기도 하다. 아기를 갖고 결혼하는 것이 갈수록 일자리를 잃는 것처럼 보여진다."라고도 말했다.

그러자 대다수는 그의 발언이 경솔했다고도 하고,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도 비난했다. 일각에서는 영어 표현과 번역의 뉘앙스 탓이라며 그만큼 '화란'의 값어치를 강조하려는 의도였다는 변론도 있다. 과연 무엇이 문제일까?

그는 2021년 드라마 ‘빈센조’의 출연료로 회당 2억 원 이상을, 2022년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의 출연료로 회당 3억 원 이상을 각각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또래의 대한민국 남자 배우 중 단연 최절정의 몸값을 자랑한다는 의미이다. 드라마 제작사 입장에서는 해외 판매를 생각한다면 올해에 회당 4억 원을 달라고 해도 줄 수밖에 없을 법하다.

그런 그가 '화란'에 노 개런티를 자처했다는 것은 그만큼 그 작품의 값어치를 인정했다는 것을 증명한다. 그것 하나만큼은 확실하다. 장동건이 TV 드라마에서 정상에 등극한 1999년 돌연 영화 '인정사정 볼 것 없다'에 조조연으로 출연한 이유는 당시의 영화에 대한 상대적 판타지와 연기력에 대한 갈증 때문이었다.

결국 그는 2001년 '친구'로 영화배우로서 성공한다. 그래서 최소한 4~5억 원의 개런티가 보장되었음에도 이듬해 김기덕 감독의 저예산 영화 '해안선'에 '단돈' 5000만 원을 받고 출연한다. 이는 역시 연기력을 더 쌓고 싶은 배우로서의 순수한 욕망과 더불어 해외 유력 영화제에 대한 갈망 때문이었다.

아쉬울 것 없는 송중기이지만 영화로 해외 유수의 영화제 레드 카펫을 밟아 보고 싶은 욕망은 당연히 있을 터. 따라서 '화란' 관련 발언에서는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인다.



문제는 경력 단절 발언이다. 그는 남자이기에 임신으로 인한 경력 단절이 없다. 그는 아내를 도와 육아에 어느 정도 참여할 터이고 아무래도 그 점에서 시간을 빼앗기겠지만 실질적으로 사운더스만큼의 경력 단절은 존재하지 않는다. 오히려 사운더스를 비롯해 아이의 조부모 측에서 육아에 별도의 지출을 하는 한이 있더라도 송중기가 당분간은 더 열심히 벌기를 바랄 것이다.

실제로 사운더스가 임신하고 출산하는 동안 그는 계속 일을 해 왔다. 임신하고 입덧을 했으며 병원에 입원해 출산한 사람은 사운더스이지 송중기가 아니다.

그가 경력 단절을 운운한 것은 크게 네 가지 부분에서 허언이었다. 첫째, 현재 대한민국의 대다수의 여자 배우들은 결혼-임신-출산 등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출산 후 아이가 모유를 떼고 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활발하게 활동한다. 최근 채널A 월화 드라마 '가면의 여왕'에 출연한 오윤아는 더불어 아이를 적극적으로 돌보는 내용까지 SNS에 업로드하고 있다.

송중기는 하물며 남자 배우이다. 임신할 리가 없는 남자가 임신과 결혼을 경력 단절의 근거로 제시하는 어불성설은 과거에도 없었고, 미래에도 없을 것이다. 모든 남자들은 자식이 생기면 한결같이 "더 열심히 벌겠다."라고 말한다. 그게 4만 년 동안 이어져 온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의 본능이니까.

둘째, 송중기는 현재 벌 만큼 벌었다. '화란'을 제외하더라도 20부작의 '빈센조'와 16부작의 '재벌집 막내아들' 개런티만 90억 원 가까이 벌었다. 최근 2~3년 간 광고 출연료도 최소한 그 절반 이상 받았을 것이다. 그 전에는 얼마나 벌었을까? 지금 당장 일을 그만둔다고 하더라도 세 식구가 평생 먹고살아도 한참은 남을 재산을 지닌 그로 알려져 있다.

셋째, 그가 우려하듯 업계에서 아이 아빠라서 값어치가 떨어진다고 보는 이는 없다. 이나영과 김태희도 컴백해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으며 50대의 고소영도 SNS 활동을 활발하게 전개하며 컴백을 예열하고 있다. 팬들은 그녀들이 아이 엄마라고, 한동안 육아로 쉬었다고 잊지 않았다. 오히려 가정과 일 두 가지 모두 잡은 그녀들을 부러워하며 응원해 주고 있다. 개그우먼 홍현희, 댄서 허니제이도 출산하고 곧바로 활동을 속개했다. 하물며 송중기는 아직 30대 후반의 남자이다.

넷째, 그가 결혼과 득남으로 경력 단절을 우려할 정도라면 월급 300만 원을 받는 또래의 샐러리맨들은 도대체 언제 결혼할지 미지수라는 점이다. 결혼할 수나 있을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이게 가장 핵심이다.

앞의 세 가지 문제점은 그저 송중기의 애교 정도로 치부할 수 있다. 혹은 가벼운 조크라고 해석하는 아량을 베풀 수도 있다. 하지만 네 번째 문제에 봉착하면 다수의 젊은이들과 그들의 부모들은 기분이 매우 불쾌해지는 구조가 된다.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라는 잠언이 있다. 겸손의 미덕을 말한 것이다. 그런데 엄살은 절제나 겸손과는 차원이 다르다. 자신을 낮추는 겸양의 자세가 아니라 오히려 많이 가졌음에 대한 자만의 우회적 표현으로 해석될 수 있다.

[유진모 칼럼 / 사진=셀럽미디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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