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쁜엄마' 배세영 작가 "삶이 힘들고 팍팍할 때 다시 꺼내보기를"[인터뷰]
- 입력 2023. 06.20. 15:07:12
- [셀럽미디어 박수정 기자] '나쁜엄마'를 집필한 배세영 작가가 첫 드라마 도전을 성공적으로 마친 소감을 밝혔다.
배세영 작가
JTBC 수목드라마 '나쁜엄마'(극본 배세영, 연출 심나연)는 자식을 위해 악착같이 나쁜 엄마가 될 수 밖에 없었던 ‘영순’(라미란)과 아이가 되어버린 아들 ‘강호’(이도현)가 잃어버린 행복을 찾아가는 감동의 힐링 코미디로, 지난 8일 방송된 14회를 끝으로 막을 내렸다. 최종회 시청률은 자체 최고인 전국 12.0%를 기록, 수도권은 13.6%(닐슨코리아, 유료가구 기준)로 전 채널 1위를 차지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이는 JTBC 역대 수목드라마 1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최근 배세영 작가는 셀럽미디어와의 서면인터뷰를 통해 종영 소감부터 집필 과정, 촬영 에피소드 등 작품과 관련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다음은 배세영 작가의 그 일문일답이다.
Q. 첫 드라마 집필이었다. 성공적으로 마친 소감은
- 3년이라는 집필기간보다, 7주라는 방영기간이 저에게는 더 길고도 의미있는 시간이었습니다. 과연 저의 첫 드라마가 어떤 모습으로 시청자들을 만날 수 있을지... 많은 걱정과 긴장 속에 한 주 한 주를 보냈고 매주 쏟아지는 박수와 질타 속에서 많은 위로를 받고 또 많이 성장했습니다. 저희 '나쁜 엄마'에 보내주신 과분한 사랑과 관심, 그리고 수많은 응원과 가르침의 메세지에 감사드립니다.
Q. 자체 최고 시청률 12%를 기록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국내 뿐아니라 OTT에서 공개되면서 해외에서도 반응이 좋았다. 흥행 비결은 뭐라고 생각하나
- 극 중 영순(라미란)의 생일인 3월 12일 처럼 3%로 시작해 12%로 종영을 하였습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영순이 생일을 3월 31일로 하는건데(웃음). 요즘처럼 신선하고 재미있는 소재의 작품들을 손쉽게 접할 수 있는 시대에 이렇게 익숙하고 소박한 이야기가 과연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지 기획단계부터 많은 분들의 우려가 있었기 때문에 솔직히 지금의 결과를 예측하기가 힘들었습니다. 우리 한국인들만이 이해하고 공감할만한 정서가 가득한 작품이라는 생각에 해외에서까지 좋은 반응을 얻었다는 소식이 너무나도 신기하고 반가웠습니다. 이 모든 것이 앞서 선보인 K-컨텐츠들의 흥행과 그에 대한 믿음에서 이어진 결과라고 생각하기에 그동안 좋은 작품들로 K-컨텐츠의 위상을 높여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따뜻하지만 그 이면에 서늘한 음모와 복수의 서사가 도사리고 있고, 무겁지만 그 뒤에 가볍고도 유쾌한 조우리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가 있었기 때문에 많은 분들이 긴장감과 편안함을 동시에 느끼며 흥미있게 봐 주신 것 같습니다. 또한 오랫동안 눈과 사고를 즐겁게 하는 세련된 장르물들이 인기를 얻다보니 오랜만에 나쁜 엄마처럼 투박하지만 마음을 건드리는 드라마가 반가웠을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유독 50,60대 어른들께 재밌게 보았다는 인사를 많이 받았는데요. 조우리라는 시골마을의 풍경과 친근한 이웃들이 이야기, 그리고 부모와 자식에 대한 이야기가 많은 공감을 불러 일으킨 것 같습니다.
Q. 드라마의 인기를 실감한 순간이 있다면. 특별히 기억에 남는 시청자 반응은
- 한동안 연락이 되지 않았던 많은 분들이 드라마를 보시고 연락을 해 주셨을 때 나쁜 엄마가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실감했습니다. 또 병원이나 미용실, 식당 등에서 전혀 모르는 분들이 나쁜엄마에 대해 얘기하시는 것을 들을 때 마다 ' 그거 제가 썼어요' 하고 말걸고 싶은 생각도 들곤 했습니다.(웃음) '나쁜 엄마'를 보고나서 자신이 아이에게 그동안 잘못했다는 후회가 들었다거나 부모님께 전화를 걸고 싶어졌다는 반응을 많이 보았습니다. 부모와 자식 간의 사랑과 화해가 중요했던 드라마였던 만큼 시청자들의 그런 반응들이 반갑고 감사했습니다. 또한 제가 이 드라마에 주안점을 둔 것은 강호의 복수가 아니라 강호에게 선물처럼 다시 주어진 삶, 다시 한번의 유년기였기에 강호가 빨리 기억을 찾아 복수를 하기 바라는 시청자들의 원성과 바람을 볼 때마다 제가 제 의도를 제대로 표현하지 못한 것 같아 아쉬웠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속에서 정확히 제 의도를 파악해주시고 영순과 강호, 강호와 미주의 화해와 성장과정을 응원해 주신 피드백들에 많은 위로와 힘을 얻었습니다.
Q. 15년 전 영화 시나리오로 먼저 작업한 걸로 알고 있다. 왜 드라마로 변경했나
- 처음 나쁜엄마는 영화 시나리오로 기획 됐습니다. 당시 제가 검강검진에서 암 의심소견을 받고 3개월 후 있을 재진을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에 남겨질 아이에 대한 걱정과 두려움으로 가득했습니다. 마침 남편이 동물약품 회사에 재직하고 있었을 때라 돼지농장을 함께 여러차례 방문했던 적이 있었는데 '어미돼지는 28일동안만 새끼돼지와 함께 할 수 있어서 그 기간동안 돼지의 모든 습성을 가르치고 떠나야 한다'는 말을 듣고 마치 어미돼지의 삶이 그 당시에 제가 처한 상황 같다고 느꼈습니다.
길고 짧은 시간의 차이만 있을 뿐 어찌보면 사람은 모두가 시한부 인생이고, 대부분의 부모는 자식을 남겨두고 먼저 세상을 떠나야 합니다. 즉, 부모라면 누구나 '영순'과 같은 처지인 것입니다. 그렇다면 나는.. 아니 세상의 모든 부모는 자식에게 무엇을 가르치고 떠나야 할까요. 만약 그 자식이 몸도 정신도 성치 않다면요, 도움을 청할 가족 하나 없다면요... 바로 이러한 질문에서 '나쁜엄마'가 시작되었습니다.
Q. 드라마화되면서 달라진 점은
- 처음 영화로 작품을 구상했을 때에는 복수의 플롯과 강호, 미주의 로맨스 서사가 없었습니다. 자신의 욕망으로 아들에게 권력에 대한 잘못된 가치관을 심어버린 시한부 암환자 엄마가 교통사고로 전신마비가 되어 돌아 온 아들을 보며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자신에게 남은 생애동안 아들을 다시 일으켜 세우고자 노력한다는 이야기였습니다. 결국 아들은 일어서게 되고 엄마가 없는 삶을 씩씩하게 살아가게 되지만 떨어졌던 지능이 돌아오지는 않는 결말이었습니다.
복수의 플롯과 강호, 미주의 로맨스 서사는 영화 시나리오에서 드라마 대본으로 바뀌면서 여러 다양한 서브플롯이 필요해졌고 그것을 구성하는 가운데 새롭게 등장하게 된 서사입니다. 제가 말하고 싶은 주제를 지키면서 강호의 복수와 로맨스, 조우리 마을 사람들의 여러 군상을 효율적으로 보여줄 수 있으려면 드라마가 더 적합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장 신경을 쓴 부분은 강호의 서사가 늘어난다고 해서 영순의 이야기가 부(副)가 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이었습니다. 어려웠던 지점은 기존에 플로팅한 영순 중심 이야기에 강호의 복수와 미주와의 로맨스 서사를 자연스럽게 넣는 작업이었습니다.
Q. '나쁜엄마'에서 '돼지'는 이 작품의 상징적인 동물이다. 중요한 신마다 등장하고 빗대어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나쁜엄마' 속 '돼지'의 의미는?
- 28일동안만 새끼와 있을 수 있는 어미 돼지의 상황과 주인공 영순이 너무도 닮아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닮았지만 다른 시한부 상황을 은유적으로 작품과 연결하려고 하였고, 하늘을 볼 수 없는 돼지가 하늘을 보기 위해서는 넘어져야 한다는 시련이 있지만 그것을 견디고 이겨내어 기적을 만든다. 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습니다. 엄마를 상징하는 동물이 있다면 항상 새끼들에게 젖을 물리고 있는 돼지의 모습이 가장 먼저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Q. '나쁜엄마'를 대표하는 삽입곡은 '나는 행복합니다'와 '두 사람'이다. 두 노래를 선정하게 된 이유와 관련 에피소드가 있다면?
- '나는 행복합니다' 는 집필과정에서 선택한 노래였습니다. 1986년이라는 시대상황에 맞는 노래였고, 영순의 불행 속에서도 마치 자기 주문처럼 '나는 행복하다'고 읊조리는 게 아주 잘 어울린다는 확신이 있었습니다. 강호가 부르는 성시경의 '두 사람'은 각각 영순과 미주에게 한 번씩 불러주는 설정인데 영순에게 하는 말로도, 미주에게 하는 말로도 너무 잘 어울리는 가사라고 생각 해 선택했습니다. 제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노래이기도 하구요.
Q. 라미란 배우가 9화 대본을 보면서 '작가님 정말 대단하다'라고 감탄했다고 하더라. 한 회가 대부분 강호 일기장 내용으로 전개된다. 파격적인 회였다. 그렇게 구성한 이유가 있는지?
- 강호가 한 모든 행동이 무엇으로 인해 시작됐고 어떻게 진행 된 것인지 보여주어야 했습니다. 2부와 같은 형식으로 진행했고 같은 장면임에도 강호의 다른 표정의 변화를 보여 줌으로써 강호의 진심을 정확히 전달하고 싶었습니다. 이 방대한 스토리가 영순에게 전달 되기 위해서는 짧고 굵게 효율적으로 전달되는 방법을 선택하여야 했습니다. 자신에게 어떤 일이 일어 날지 모르는 위기 속에서 살아왔던 강호는 혹시 모를 일에 대비하여 일기라는 방법으로 기록을 남긴 것입니다.
Q. 집필하시면서 가장 기대됐던 장면은?
- 12화에서 정신이 돌아온 강호를 알아본 영순이 “어서와” 라고 말하자 강호가 '다녀왔습니다 어머니' 하는 장면이었습니다. 기대 만큼 감동적으로 아주 만족스럽게 만들어진 장면이었습니다.
Q. 기대 이상의 연출로 꼽아주고 싶은 장면은
- 모든 것이 기대 이상이어서 어떤 장면을 뽑아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그 중 정말 놀랐던 장면은 1화에 봉우 농장 화재장면입니다. 실제로 농장에 불을 놓고 폭파 시키는 구현을 보고 탄성을 질렀습니다. 어느 장면 하나 소홀히 하거나 대충 넘어가지 않고 정성스럽게 찍어주셨던 것 같습니다. 또한 4화 말미에 강호가 통통볼을 찾아 다니던 장면이 서정적이고 아름다웠습니다. 특히 마지막에 하늘을 보고 누웠을때 통통볼을 찾게 되는 장면에서 '돼지는 넘어져야 하늘을 볼수 있다'는 프롤로그에 담긴 저의 의도가 역설적으로 뒤에 찾아올 기적을 암시하는 것 같아서 감동스러웠습니다.
Q. 다양한 캐릭터들이 살아 숨쉰다고 느꼈다. 작가님의 최애 캐릭터나 혹은 작가님의 감정이 가장 많이 투영된 캐릭터가 있다면
- 캐릭터들 마다 애착을 가지고 작업을 해서인지 그 경중을 따지기가 매우 어려운데요. 다만, 영순의 곁에서 각각 또 다른 형태의 모성을 보여줘야했던 박씨와 정씨에게 많은 정성을 쏟았던 것 같습니다. 감정이 제일 많이 투영된 캐릭터는 당연히 영순이었습니다. 너무나도 착하고 순수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고 부모님에 대한 상처로 힘들고 외로웠던 마음에 사랑을 찾았던 영순입니다. 남편을 또 다시 잃게 되자 아이를 힘있는 사람으로 잘 키워보려다가 또 다시 여러 아픔을 겪게 되는데요. 그래서 영순의 장면들은 모두 다 울면서 썼었던 기억이 납니다.
Q. 타이틀롤을 맡은 라미란을 비롯해 이도현, 안은진 등 주조연 배우들에 대한 칭찬을 한다면
- 저희 '나쁜 엄마'가 많은 분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가 바로 배우님들의 연기력이었습니다. 저는 제가 작품을 쓰면서 머릿속에 그려 본 캐릭터가 원래 어떤 캐릭터였는지를 잊어버릴 정도로 영순, 강호, 미주에게 빠져있었습니다. 눈빛, 표정, 말투... 무심하게 흘러내린 머리카락 한 올까지도 완벽하게 영순, 강호, 미주였으니까요.
조우리 마을 사람들은 정말 대본에 저런 인물들을 썼었나 싶을 정도로 세상 둘도 없을 개성있는 연기들을 보여주셨어요. 게다가 서진, 예진, 안드리아의 어색한 발음은 그조차 연기가 아니었나 싶을 정도로 귀엽고 정감이 갔구요. 조우리는 그야말로 총성없는 전쟁! 연기 배틀의 장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악의 축 라인인 송회장과 오태수는 이들을 법정에서 단죄하는 것이 맞나.. 조우리 야산 어딘가에 조용히 묻어야 하는 것 아닌가 하고 후회를 할 정도로 완벽하게 미운 연기를 보여주셨습니다. 강호의 복수를 빨리 보여달라고 원성이 높았던 것도 결국 이 두 빌런의 소름끼치는 연기력때문 아닌가 싶습니다(웃음).
Q. 라미란, 이도현, 안은진, 유인수 배우의 연기 중 가장 마음에 들었던 장면이 있다면
- 라미란 배우님의 연기는 정말 단 한 장면도 그냥 지나칠 수 없을 정도로 좋은 장면들이 많았는데요. 그 중 정씨에게 안겨 무섭다고 살려달라고 말하며 오열하는 장면(11화)이 너무나도 좋았습니다. 너무나도 강인하고 당당하게 웃으며 죽음에 대해 아무렇지 않게 말하던 영순이 정씨 앞에서 한없이 여린 한 인간으로서 무너지는 장면이어서 더 애틋하고 슬펐던 것 같습니다.
이도현 배우님의 배역은 정말 어려운 연기였습니다. 냉철함과 천진난만함을 오가야 했고 어린아이의 모습에서도 한 상태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 기억이 돌아오며 성장해 나가는 연기를 보여줘야 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3화의 강호와 11화의 강호가 다르다는 것을 느끼셨을텐데요. 12화에 정신이 돌아왔을 때 갑작스럽거나 이질적으로 보이지 않기 위해 계산 된 빌드업이었습니다. 너무나도 자연스럽고 완벽하게 구현해 내주신 그 모든 과정이 베스트 연기였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저도 모르게 심쿵해서 소리를 지른 부분은 미주와의 계단 키스씬(13화)이었지만요. ^^
안은진 배우님은 이번 나쁜 엄마를 통해 그 진가를 알게 된 보석같은 배우입니다. '리틀라미란'이란 별명에 걸맞게 감정 연기도 코믹하고 재치있는 연기도 너무나도 좋았는데요. 특히 한밤중에 깨어난 예진이와 이야기를 주고받는 부분(11화)에서 그 미묘하고 복잡한 감정을 드러내는 눈빛과 표정들이 너무나도 가슴 저미게 와 닿았던 것 같습니다.
삼식이는 미워할 수 없는 매력의 배역으로 작품을 쓰는 동안 저희 작가들 사이에서도 가장 인기가 많았던 캐릭터인데요. 엉뚱하고 코믹한 연기들은 말할 것도 없이 귀엽고 좋았지만 미주를 찾아가 결혼하자고 고백하는 장면(8화)에서 처음으로 보여준 진지함과 진심이 또 다른 매력으로 느껴져 좋았습니다.
Q. '나쁜엄마'를 통해 '재발견'한 배우가 있다면?
- 재발견한 배우는 청년회장 역할을 맡아주신 장원영 배우입니다. 이장님과 함께 조우리 마을을 듬직하게 이끌어주시면서도 재치있는 입담과 출중한 연기력, 정감있고도 코믹한 모습으로 조우리 마을 분위기를 살려주셨습니다.
Q. 심나연 감독과 함께한 소감도 궁금하다
- 정말 영리하고 능력있는 성실한 감독이라고 생각합니다. 드라마 집필이 처음이어서 방향성을 잡지 못하고 있었을 때, 감독님이 합류하시면서 방향을 잘 이끌어 주셨습니다. 나이도 젊은데다가 아직 아이가 없는데도 엄마의 감성을 너무 잘 이해하고 있어서 오히려 제가 감독님에게 엄마의 감성을 배울 때가 많았습니다. 자칫 올드해 질 수 있는 이야기를 너무도 감각적으로 잘 연출해 주셔서 나쁜 엄마가 많은 분들의 사랑을 받게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현장에서 들려오는 배우님들의 목소리는 늘 감독님의 연출과 현장진행 능력, 성품에 대한 칭찬일색이었습니다. 작품의 작가로서 너무나도 감사한 부분이었습니다. 감독님과의 작업의 과정과 결과가 너무나도 만족스러워서 언제고 다시 함께 작업을 하고 싶습니다.
Q. 결말에 대한 고민도 깊었을 것 같다. 어떻게 지금의 결말이 만들어졌나. 만족스러운지
- 처음 영화로 작품을 구상했을 때에는 자신의 욕망으로 아들에게 권력에 대한 잘못된 가치관을 심어버린 시한부 암환자 엄마가 교통사고로 전신마비가 되어 돌아 온 아들을 보며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자신에게 남은 생애동안 아들을 다시 일으켜 세우고자 노력한다는 이야기였습니다. 결국 아들은 일어서게 되고 엄마가 없는 삶을 씩씩하게 살아가게 되지만 떨어졌던 지능이 돌아오지는 않는 결말이었습니다.
영순의 죽음은 작품 초기부터 염두에 두었습니다. 영순이 강호에게 혹독해야만 하는 타임리미트가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영순에게 시한부 설정을 두지 않는다면 영순이 강호를 위해 이렇게 많은 일들을 할 필요가 없습니다. 시간이 많으니까요. 영순의 다급함이 사건을 전개시키고 여러 증거들을 찾아내며 인물간의 오해를 풀리게 만듭니다.
결말에 대한 만족도는 매우 좋습니다. 보통의 시한부 이야기 처럼 마지막이 우울하거나 침울하지 않고 작은 축제처럼 표현한 것은 죽지않는게 행복한 게 아니라 의미있는 죽음, 많은 사람들에게 기억에 남는 죽음, 행복하게 눈 감을 수 있는 죽음이 더 중요하다는 의미를 담았습니다.
Q. '나쁜엄마'를 통해 시청자들에게 전하고자 했던 메시지가 있다면. 어떤 작품으로 기억되기를 바라.
- 희망을 얘기하고 싶었습니다. 넘어져야만 하늘을 볼 수 있는 돼지처럼.. 부모님이 죽어 남편의 소중함을 알았고, 남편이 죽어서 자식의 소중함을 알았고, 자식이 아파서 자신의 소중함을 알았고, 자신의 죽음으로 이웃의 소중함을 알게 된 영순이처럼, 한가지를 뺏어가면 그 자리에 채워지는 희망이 있다는 것. 시련과 고난 속에서야 찾게 되고 찾아지는 그 희망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언젠가 삶이 힘들고 팍팍할 때, 다시 꺼내 보고 싶은 드라마였으면 정말 행복할 것 같습니다.
Q. 배 작가님의 차기작도 궁금하다.
- 차기 작품은 영화입니다. 제목은 '아마존 활명수' 인데 아마존 원주민들이 한국의 양궁 대회에 참가하는 이야기입니다. 이미 탈고는 끝난 상태이고, 7월 크랭크인 예정입니다. 시트콤 각색작업에 크리에이터를 맡은 '약한자는 살아남을 수 없다' 라는 작품이 준비중이고 제 원작 시나리오를 시리즈로 전환한 '야수' 라는 작품을 각색 할 예정입니다. 장르는 '크리처 판타지 로맨스' 입니다. 새로운 도전도 지켜봐주세요.
[셀럽미디어 박수정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드라마하우스스튜디오∙SLL∙필름몬스터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