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현진, '구미호뎐1938'로 만난 연기 원동력[인터뷰]
- 입력 2023. 06.21. 23:50:38
- [셀럽미디어 정원희 기자] "평소 제 모습과 여희는 많은 부분이 닮아 있어요. 감독님께서도 그런 이미지를 보고 저를 여희로 바라봐 주신 게 아닌가 싶어요. 여희는 햇살같이 정말 밝은 아이면서도 속으로는 단단한 아이에요, 그게 큰 매력이고요. 저도 주위에서 종종 '외유내강'이라는 말을 듣곤 하거든요."
우현진
tvN 드라마 '구미호뎐1938'은 1938년 혼돈의 시대에 불시착한 구미호 이연이 현대로 돌아가기 위해 펼치는 K-판타지 액션 활극이다. 지난 2020년 방영됐던 '구미호뎐'의 두 번째 시즌이다.
'구미호뎐1938'은 지난 시즌 자체 최고 시청률인 5.8%를 넘어 8.0%를 기록했다. 작품의 인기를 체감하냐는 질문에 우현진은 "일부러 방송이 공개되기 전까지는 주변에 알리지 않았다. 심지어 부모님께서도 오디션에 합격한 사실만 알고 어떤 역할을 맡은 건지는 모르실 정도였다. 주변 분들이 방송을 보고 난 후에 많이 연락을 주셨다"고 밝혔다.
우현진은 극 중 낮에는 양품점 직원, 밤에는 클럽 파라다이스의 이름 없는 가수로 일하는 반쪽짜리 인어 장여희 역을 연기했다.
처음부터 장여희 역할을 두고 우현진은 '구미호뎐1938'에 합류했다. 그는 "여희 역할을 두고 감독님과 3차까지 오디션을 봤다. 1차로 본 뒤 한동안 연락이 없어 '내게는 아무래도 어렵나보다'하고 생각했다. 하지만 낙담하지 않고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기회가 되면 보여드릴 만한 것들을 준비했다. 인어 역할이라 수영 영상을 찍어놓기도 하고, 노래를 부르는 장면에 맞춰 경성 음악을 듣고 녹음해놓기도 했다. 열심히 준비하는 그 에너지가 감독님께 잘 전달됐는지 한 번 더 보자고 연락이 왔다"며 비하인드를 전했다.
우현진은 '구미호뎐'의 애청자 중 하나였기에 더욱 시즌2의 합류가 신기했다고 말했다.
"'구미호뎐'을 재미있게 봤다. 절절한 로맨스 내용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당시에만 해도 이렇게 다음 시즌 작품에 제가 참여할 거라곤 생각지도 못했다. 재미있게 본 작품에 출연하게 돼서 더욱 신기했다."
'구미호뎐1938'은 우현진의 데뷔작이다. 화면 속 모습을 마주했을 때 어땠냐는 질문에 우현진은 "TV 속에 제 자신을 봤을 땐 부족한 것들이 잘 보여서 안절부절 못하겠더라. 물론 신이 나고 기쁘기도 했지만 아쉬운 마음이 더 컸다. '이렇게 했으면 더 좋았을 텐데' 싶은 마음이 계속 들더라. 물론 제가 나오지 않는 장면에서는 시청자로서 몰입하며 정말 재미있게 즐기면서 봤다"고 답했다.
'인어', '경성시대', 쉽지 않은 두 조건이 들어있는 작품임에도 불구 우현진은 신인답지 않은 연기를 펼치며 시청자들에게 호평을 받았다. 그는 "꼬리가 있다고 해서 무조건 인어스러운 것은 아니라 생각했다. 다른 작품들에서 표현됐던 인어를 찾아보기도 하고, 인어를 묘사한 글들을 읽기도 하면서 자연스럽게 표현하려 했다"며 "또 경성시대의 라이브 바는 어떤 느낌일지, 그 시대의 스타일링은 어땠을지도 계속 상상하면서 그려봤다"고 설명했다.
더욱 자연스러운 연출을 위해 인어 꼬리는 CG로 표현됐다고. 우현진은 "인어의 리얼함을 살리기 위해 CG 작업을 했다. 실제 촬영장에서는 녹색으로 된 타이즈를 입고 테이핑을 해서 다리를 묶었다. DI 감독님과 꼬리가 어떤 식으로 그려질 것인지 사전에 많이 이야기를 나눴다. 촬영하면서도 어떻게 방송에는 꼬리가 등장할지 궁금했는데 정말 기대 이상으로 잘 나와있었다"고 전했다.
장여희를 연기하기 위해선 승마, 수중촬영, 액션, 노래 등 여러 분야에서의 노력이 필요했다. 우현진은 "현장에서는 연기에 집중할 수 있도록 사전에 연습을 많이 했다"며 "심지어 수중 신은 인어 역할이라 일반 자유형과 달리 거의 다이빙에 가까운 기술을 요했다. 그래서 스쿠버 다이빙을 사전에 배웠고, 한동안 수영을 다니기도 했다"고 말했다.
우현진은 인간과 구미호 사이에서 태어난 반인반호 이랑 역할의 김범과 러브라인을 그렸다. 둘의 첫 만남 장면에 대해 그는 "여희가 랑이에게 첫눈에 반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양복집에서의 첫 만남은 그저 사람에 대한 경계심이 없는 여희가 넥타이에 서툰 이랑에게 친절하게 다가간 것 같았다"며 "본격적으로 랑이에 대한 호감이 시작된 것은 3화 중 파라다이스에서의 장면이라고 생각한다. 무심한 듯 조언을 해주는 모습이 고마워서 여희가 비늘을 전해주러 간 것 같다"고 답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신으로도 마지막 화에서 이랑이 각성하는 장면을 꼽았다. 그는 "여희가 위험에 처하자 랑이 구미호로서 누구보다 강한 모습을 처음으로 선보인다. 누군가에게 큰 도움이 될만한 존재가 돼서 여희 캐릭터로서 뿌듯함도 있었고 정말 영광이었다"고 설명했다.
'구미호뎐1938'은 현대로 온 이연(이동욱)과 남지아(조보아)가 만나면서 닫힌 헤피엔딩으로 극을 마무리했다. 하지만 이랑과 여희는 1938년에 남아 결혼을 암시하는 듯한 장면을 보여주며 마무리됐다. 둘의 미래가 어땠을 것 같냐는 질문에 우현진은 "상견례를 하면서 둘이 마무리됐다. 지금도 이연의 인정을 받기 위해 신부수업을 받고 군기가 바짝 들어있을 여희의 모습이 상상된다. 어디서나 행복하게 잘 살고 있을 것 같아서 결말이 마음에 들었다"고 웃으며 답했다.
'구미호뎐1938'은 우현진에게 어떤 작품으로 기억될까.
"첫 작품을 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영광이지만 이런 작품을 만나고, 심지어 처음부터 이런 팀에 합류할 수 있었다는 게 너무 좋다. 앞으로도 이보다 더 좋은 팀을 만날 수 있을까 싶은 생각도 든다. 많은 가르침과 응원을 받기도 했다. 앞으로 제 배우 생활에서도 어려움이 생기면 그때마다 두고두고 꺼내볼 수 있는 감사한 작품이다."
우현진은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거나 웃게 만드는 게 행복했다. 그래서 사람과 관련된 일을 하고 싶다고 생각했다"며 연기를 시작한 계기를 전했다. 이어 "연기가 항상 즐겁지만은 않았다. 정말 고민이 많기도 했고, 내 안의 알을 깨야할 때도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일에 애정이 강할 수 있었던 건 사람으로부터 오는 감사함인 것 같다"고 전했다.
또 이번 작품을 계기로 새롭게 생겨난 '팬'이라는 존재가 또 하나의 원동력이 됐다고. 그는 "처음에는 정말 신기했다. 여희 캐릭터가 아닌 배우 우현진을 찾아서 사랑해준다는 게 쉽지 않은데도 어떤 마음으로 이런 큰 사랑을 주시는걸까 생각했다"며 "앞으로 연기의 길이 쉽지만은 않겠지만 누군가가 나를 이렇게 응원하고 좋아해준다면, 그 마음을 초라하게 만들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에 맞는 연기로 보답하고, 그만한 사랑이 어울리는 배우가 되고 싶다"며 팬들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향후 계획에 대해서는 아직 정해진 것은 없다고 밝혔다. 그는 "하고 싶은 것을 정해두진 않았지만, 지금의 제가 가장 잘 맡아낼 수 있는 캐릭터를 만나고 싶다"며 "작품을 통해 일상에 지친 사람들을 안아드리고 싶다"고 전했다.
"저의 강점은 배우로서의 지구력이 강하다는 거예요. 제가 연기를 통해서 얻는 힘이 크기 때문에 그 애정으로 배우를 쭉 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거든요."
[셀럽미디어 정원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킹콩 by 스타쉽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