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쁜엄마' 이도현, 연기라는 산을 등반하는 마음[인터뷰]
- 입력 2023. 06.23. 08:00:00
- [셀럽미디어 김희서 기자] 배우 이도현이 쌓아 올린 6년의 연기내공이 강호를 만나 더욱 빛을 발했다.
이도현
‘나쁜엄마’는 자식을 위해 악착같이 나쁜 엄마가 될 수밖에 없었던 ‘영순’(라미란)과 아이가 되어버린 아들 ‘강호’(이도현)가 잃어버린 행복을 찾아가는 감동의 힐링 코미디.
두 달간의 여정을 무사히 마친 이도현은 “행복하다. 잘 끝난 거 같아서 더 행복하다”라고 운을 뗐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더 글로리’에 이어 ‘나쁜엄마’로 또 한 번 뜨거운 관심을 받은 이도현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그는 “이렇게 까지 좋은 반응은 OTT 드라마 말고 처음 겪어봐서 신기하기도 하고 뿌듯하다. 사실 시청률이 잘 안 나왔어도 뿌듯했을 것 같다. 감독님, 선배님이나 동료들. 스탭들과 행복하게 촬영해서 기분 좋게 마무리했다”라고 말했다.
냉혈 검사와 7살 지능의 어린 아이를 곧잘 소화하며 폭넓은 연기를 보여준 이도현에게 강호는 도전 그 자체였다. 그는 검사라는 직업의 전문적인 특징과 아이 특유의 천진난만함 등 강호 의 두 모습에 확실한 차이를 두는데 초점을 맞추고자 했다.
이도현은 “제 나이에 7살 지능으로 돌아간 연기를 하는게 큰 도전이었고 37살의 검사와 7살 어린 시절의 간극을 두는 것도 같은 인물로 표현해야 하다 보니 괴리감을 없애는 게 숙제였다. 검사라는 역할도 처음해보다보니 뒤에 사 자가 들어가는 역할이면 공부를 많이 해야 한다는데 저는 그렇게 공부를 잘하는 타입은 아니라 잘 해낼 수 있을까에 대해 고민했던 것 같다”라고 털어놨다.
이미 여러 작품들을 통해 연기력을 입증해온 이도현이었지만, ‘나쁜엄마’에서는 깊이 있는 연기는 물론, 높은 집중도와 책임감을 요했다. 무엇보다 이도현은 강호를 통해 보여주고 싶은 모습이 확고했다. 그는 “‘이 역할은 이도현 아니면 안돼’ 이런 말을 듣고 싶었다. 정말 좋은 칭찬이고 감사한 말 같아서 목표를 크게 잡았고. 그 정도의 사명감을 갖고 있어야 더 열심히 임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라고 전했다.
엄마와 아들로, 애틋한 모자연기를 펼친 라미란과 눈을 마주볼 때, 이도현은 툭하면 눈물이 나왔다고. 많은 것을 준비해가지 않아도 현장에서 라미란과 함께 나눈 호흡, 눈빛만으로도 금방 강호에 몰입할 수 있었다는 이도현이다.
그는 라미란에 대해 “눈만 봐도 이상하게 몽글한 게 생겼다. 뭉클하기도 하고 제가 무얼 준비해가지 않아도 된다는 걸 깨닫게 해주신 분이시다. 현장을 놀이터처럼 놀 수 있게 해주셨다. 제가 원래 준비를 많이 해가는 성격인데 준비를 많이 해가면 그날은 잘 안 된다. 그전 작품 때도 그래서 후회하고 편한 마음으로 가자고 마음먹으면서도 잘 해내야한다는 부담 때문에 준비를 안 할 수 없어서 늘 그런 식으로 했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하지만 오히려 편한 상태에서 캐릭터에 젖어든 라미란을 지켜보면서 이도현은 연기 태도를 바꾸기 시작했다. 그는 “(라미란 선배님은)현장에서 밝으시다. 진짜 나쁘게 말하면 생각이 없으신가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준비를 안 하시는 것 같은데 카메라 슛 들어가면 돌변하셔서 ‘어떻게 그렇게 연기하시냐’고 물어봤다”라며 “그러니까 선배님이 ‘놀이터처럼 현장이 편해야 네가 다른 작품할 때도 오랫동안 촬영하고 연기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말씀하셨다. 그때부터 저도 조금씩 놀려하고 녹아들려고 했던 것 같다. 그러면서 새로운 연기의 길이 열린 느낌이다”라고 말하며 라미란에게 감사함을 표했다.
‘나쁜엄마’를 통해 이도현은 모든 엄마들의 마음을 조금은 이해하게 됐다고. 오로지 아들 강호를 법관으로 키우기 위해 혹독하게 공부시킨 영순도, 결국은 강호를 험한 세상으로부터 지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기 때문이다. 이도현은 “(드라마를 보면서) 힐링이 됐으면 좋겠다. 모든 어머니가 똑같다고 생각한다. 모질게 대한다 해도 자식을 사랑해서 하는 행동과 말인 거지. 영순도 강호가 잘 살길 바라서 사랑하기 때문에 그런 것이고”라고 설명했다.
종종 시청자들의 반응도 보게 됐다는 이도현은 기억에 남는 댓글로 “좋은 댓글은 주변에서 보내주는데 영순과 같은 처지에 계신 부모님이 쓰신 것 같았다. 저는 촬영하면서 영순에게 미안했다기보다 너무하다 싶었다. ‘계곡에 빠뜨릴 일인가? 밥까지 안주고 혹독하게 할 일인가’ 생각했는데 ‘자식을 걷게 해줄 수 있으면 저건 당연한 거야’라는 글을 보면서 생각이 깨졌다. 현실에 닥친 부모님들은 자식을 위해서라면 정말 모든 하실 분들이구나. 부모는 대단하구나 라는 생각을 깨우쳤다”라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이도현은 모친에 대한 이야기도 꺼냈다. 그동안 이도현은 방송 등을 통해 부모님에 대한 애정을 스스럼없이 드러내며 효자 면모를 보였다. 그는 “저희 어머니도 위안을 받으셨으면 좋겠다. 예전에 저를 잘못 키운 것 같다면서 후회되고 미안하다고 말씀하신 적 있는데 그 미안함이 없으시면 좋겠다. 모든 어머니들은 자식을 사랑하기 때문에 그럴 수밖에 없겠다”라고 동감했다.
끝내 강호가 아버지의 억울한 죽음을 밝히며 복수에 성공하지만, 영순이 사망하며 끝을 맺은 엔딩은 다소 아쉬움을 남기기도 했다. 이도현은 “강호 입장에서 어머니가 돌아가시면 안 되는데 극 전체를 봤을 땐 좋았다. 어떻게 보면 어머니도 아버지 곁으로 가셨고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 같다. 어머니께서 저를 잘 키워주셨으니까 강호로서 받아들이는 느낌이다. 시청자 입장에선 강호도 이제 정신이 돌아왔고 행복하게 살 일만 남아서 아쉬울 수도 있지만 극 전체로 봤을 땐 좋은 결말이라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2017년 ‘슬기로운 감빵생활’으로 데뷔한 이도현은 이후 ‘서른이지만 열일곱입니다’, ‘호텔 델루나’, ‘18어게인’, ‘스위트홈’, ‘오월의 청춘’, ‘멜랑꼴리아’, ‘더 글로리’ 등 다작으로 필모그래피를 빼곡히 채워왔다. 쉼 없이 활동하며 연기 내공을 쌓아온 이도현은 두드러지는 성장세를 등산에 비유했다. 그는 “쉬지 않고 일함? 쉴 새 없이 일하다보니 노출이 된 것 같기도 하고. 운도 좋았던 것 같고 물론 그 운을 잡기 위해서 스스로 혹독하게 채찍질하고 야박하게 살다보니 꼭 등산하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 산을 오르기 위해 쉬지 않고 걷다 보면 어느 순간 정상에 오르고. 물론 이 일에 정상은 없다고 생각하지만 정상을 찍으면 하산하고 또 다른 산을 올라가지 않나. 그 과정의 연속이라고 생각한다”라며 “만약에 정상이라면 하산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하산을 잘 하자고 이야기한다. 실제로 하산하다가 많이 다치니까 잘 내려와서 다음 등반을 잘 해보자는 생각을 해서 지금이 그 과정인 것 같다”라고 겸손함을 표했다.
이도현에게 ‘나쁜엄마’는 어떤 의미로 남을까. 그는 “새로운 엄마가 생긴 작품? 또 다른 엄마가 생긴 것 같고 저에게 있어서 새로운 길을 열어준 작품이다. 제가 이런 울타리 안에 있었던 나무라면 새로운 가지가 생겨난 느낌. 가지를 만들어주셨으니까 저도 잘 자양분을 줘서 꽃을 또 피워야지. 그런 작품인 것 같다. 너무 좋은 분들을 만났고 좋은 작업 과정이었고 결과물도 좋아서 다행이다”라고 애정을 드러냈다.
올해 군 입대를 앞둔 이도현은 소풍가는 아이처럼 들뜬 마음을 감추지 않았다. 입대를 기다리고 있는 배우라면 보통 잠시라도 깊어진 고민이 엿보이기도 하는데, 오히려 이도현은 제대 후의 스스로를 기대하면서 패기 넘치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저는 기대된다. 옛날부터 빨리 서른이 되고 싶었다. 남자는 서른이 넘어야 중후한 멋이 나온다고 생각한다. 열심히 노력해서 돌아올 테니까 많이 기대해 달라. 남자다워져서 돌아오겠다”라고 다짐했다.
[셀럽미디어 김희서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위에화엔터테인먼트코리아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