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선호 “더 귀 기울여 들으려했던 ‘귀공자’” [인터뷰]
- 입력 2023. 06.26. 15:41:56
-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지금껏 본 적 없는 파격 변신이다. 인물 외적인 표현부터 강렬한 액션까지. 여기에 여유와 위트를 잃지 않는 모습으로 ‘귀공자’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해냈다. 배우 김선호의 이야기다.
'귀공자' 김선호 인터뷰
영화 ‘귀공자’(감독 박훈정)는 필리핀 불법 경기장을 전전하는 복싱 선수 마르코 앞에 정체불명의 남자 귀공자를 비롯한 각기 다른 목적을 지닌 세력들이 나타나 광기의 추격을 펼치는 이야기다.
‘거미여인의 키스’ ‘메모리 인 드림’ ‘터칭 더 보이드’ 등 연극으로 연기력을 다진 김선호는 드라마 ‘유령을 잡아라’ ‘스타트업’ ‘갯마을 차차차’ 등을 통해 많은 사랑을 받았다. 그에게 ‘귀공자’는 스크린 데뷔를 알린 첫 작품이다.
“언론시사회 때 처음 봤는데 처음에는 제 얼굴이 너무 크게 나와서 놀랐어요. 그날 무대인사도 진행했는데 긴장을 많이 해서 그런지 뚝딱 거렸죠. 영화가 오픈 된 후 보시는 분들이 어떤 평가를 내려주실지 걱정도 되고, 기대도 돼요. 좋게 봐주셨으면 하는 바람이 커요.”
김선호는 극중 하루아침에 모두의 타겟이 된 복싱 선수 마르코 주변을 쑥대밭으로 만드는 정체불명의 추격자 귀공자로 분했다. ‘깔끔한 미친놈’ 키워드로 인물을 구축해간 김선호는 포마드 헤어스타일과 말끔한 슈트 차림으로 귀공자를 표현해냈다.
“대본을 처음 받고, 인물을 구축해갈 때 감독님께서 레퍼런스를 주신 건 영화 ‘시계태엽 오렌지’였어요. 선악 구분 없이 악행인지 모르고 하죠. 소름 돋는 웃음, 본인을 더럽히지 않는 모습들을 감독님께서 원하신 것 같아요. 깔끔한 귀공자로 삼은 이유를 감독님에게 물어보니 부모에게 보살핌 받지 못했던 결핍, 숨기고 싶은 것들로 인해 외형에 집중한 거라 하셨어요. 처음 대본을 봤을 땐 이해가 안 됐지만 원초적인 질문을 시작으로 구축해갔죠.”
귀공자가 콜라를 마시는 설정도 ‘시계태엽 오렌지’ 속 우유를 마시는 것과 비슷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대본에 ‘콜라를 참 맛있게도 쪽쪽 먹는다’라고 적혀있었어요. ‘어떻게 맛있게 먹지?’ 원초적인 질문으로 시작했죠. 감독님을 관찰했는데 뭘 마시든 빨대로 마시는 모습이 맛있게 보이더라고요. 그걸 따라 해볼까 싶었어요. 또 귀공자 레퍼런스가 ‘시계태엽 오렌지’에서 나온 거잖아요. 어린 아이 같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하셨어요. 그 순간을 즐기는 모습이 악행인지, 선행인지 모르고 재미로 즐기는 모습을 관객들에게 보여주자 싶었어요. 그래서 저도 더 어린애처럼 연기했고요.”
‘귀공자’는 ‘신세계’ ‘마녀’ 시리즈로 자신만의 독창적인 세계관을 만든 박훈정 감독의 신작이다. 초반, ‘슬픈 열대’로 출발한 이 영화는 ‘더 차일드’를 거쳐 ‘귀공자’로 최종 선택됐다. 특히 귀공자 캐릭터는 ‘마녀’ 시리즈에도 등장한 바.
“배우는 철저하게 연출자의 말이라고 생각해요. 어떻게 표현하고 싶으신지 정확하게 파악하고, 수행해야했죠. 제목이 바뀌게 된 정확한 내막은 모르겠지만 ‘귀공자’가 의문의 사나이처럼 등장하는 게 재밌는 부분이 많았어요. 극 중반부터 감독님이 위트 있게 가자고 제안하셨고, 더 많이 들어가게 됐어요. 회의 끝에 조율하게 됐죠. ‘귀공자’의 미친 면모들을 고민했어요. 좀 더 극대화시키고자 노력했고요. 감독님께서도 ‘대본은 이런데 웃기지 않아도 돼, 귀공자로서 할 수 있는 것들 다 해봐’라고 하셨어요.”
김선호는 2021년 전 여자친구의 폭로로 사생활 논란에 휩싸였다. 박훈정 감독의 작품으로 스크린 데뷔를 앞둔 시점 불거진 이슈로 위기를 맞기도.
“저 때문에 작품이 미뤄져서 누가 됐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감독님과 제작사 대표님께선 별 말씀을 안 하시더라고요. 저 말고 대안이 없었다는 것도 이번에 처음 들었어요. 그 당시 저를 앉혀놓고 ‘어때? 괜찮아? 할 수 있겠니?’를 먼저 물어봐주셨어요. 제 입장에서는 죄송한 마음이 컸죠. 그러나 감독님께서는 쿨하게 ‘하자’라고 하셨어요. 배우로서 할 수 있는 게 연기밖에 없잖아요. 그걸 최대한 열심히 하려고 했어요. 더 귀 기울여 들으려 했고요. 배우와 연출자는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해요. 인생이 다르고, 언어가 다르기 때문에 로딩 하는 시간이 걸렸지만 감독님의 말씀을 잘 들으려고 했죠.”
김선호에게 ‘귀공자’는 스크린 데뷔작을 넘어 남다른 의미로 다가올 터.
“좋은 결과물이라기보다 감사한 결과물이에요. 무대 인사를 진행하면서 너무 신기하더라고요. 그 영광들은 잊지 못할 것 같아요.”
비 온 뒤 땅이 굳는다고 했다. 김선호는 박훈정 감독의 차기작 ‘폭군’ 촬영을 마쳤고, 김지운 감독의 드라마 ‘망내인’ 출연까지 활발한 활동을 이어갈 예정이다.
“‘폭군’에서 제 분량의 촬영은 끝났어요. ‘귀공자’가 동적이라면 ‘폭군’은 정적인 느낌이죠. 높은 위치에 있는 캐릭터라 (‘귀공자’와) 다른 모습을 보는 재미가 있으실 거예요. 스토리 속에 판타지 요소가 있는데 느와르적인 면도 강하거든요. 이번에 또 다른 모습이라 기대해 주셨으면 해요. 드라마 ‘망내인’은 구축 과정에 있어요. 기대와 관심 부탁드립니다.”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스튜디오앤뉴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