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막힌 캐스팅"…9년 만에 연극 복귀 손석구X최희서, '나무 위의 군대'로 전할 울림[종합]
입력 2023. 06.27. 17:11:01

'나무 위의 군대'

[셀럽미디어 허지형 기자] 배우 손석구와 최희서가 9년 만에 연극 무대에 복귀했다. '나무 위의 군대'를 통해 전쟁의 무익함과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깊은 울림을 전할 예정이다.

27일 오후 서울 강서구 LG아트센터 서울에서는 연극 '나무 위의 군대' 기자간담회가 진행됐다. 이날 행사에는 민새롬 연출, 배우 김용준, 이도엽, 손석구, 최희서 등이 참석했다.

지난 20일 막이 오른 '나무 위의 군대'는 1945년 4월 태평양 전쟁의 막바지 오키나와에서 일본의 패전도 모른 채 1947년 3월까지 약 2년 동안 가쥬마루 나무 위에 숨어서 살아남은 두 병사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연극이다.

일본 문학의 거장 작가 故이노우에 히사시의 원안을 극작가 호라이류타와 연출가 쿠리야마 타미야가 합작해 완성했다. 지난 2013년 4월 도쿄 분카무라 시어터 코쿤에서 초연돼 호평을 받은 바 있다.

민새롬 연출은 캐스팅 포인트에 대해 "기가 막힌 캐스팅이었다"고 극찬했다. 이어 "무너져 가는 과정을 여리고 섬세하게 마치 유리잔이 균열가 깨지는 것처럼 연기한 이도엽의 연기는 인상적이었다. 또 이와 달리 김용준은 커다란 뚝배기 같았다. 톤앤 매너와 관객들에게 전해지는 결이 달라 흥미로웠다"고 말했다.

또 주로 매체 연기를 해온 최희서와 손석구에 대해선 "매체 연기와 무대 연기의 차이에 대해 느끼는 바 있겠지만, 같은 이야기를 다루는 이야기고 사람을 찾아가는 점에서 닮았다고 생각했다. 손석구나 최희서를 만나면서 조금 더 세세한 시각들을 느낄 수 있었다. 굉장히 새롭고 촘촘한 감각으로 다가왔다"며 "손석구는 배신감과 감정의 추락을 연기해야 하는데 그런 통증을 섬세하게 표현했다. 최희서는 이 이야기를 왜 봐야 하고 이 고통스러운 풍경을 말해야 하는 주제를 탑재하고 있는 인물이다. 주제 해석이 뛰어나고 작품에 대한 혜안이 뛰어난 배우"라고 이야기했다.


'나무 위의 군대'는 인류의 역사에서 끊임없이 벌어지고 있는 전쟁을 나무 위의 맞물리지 않는 두 병사에게 투영해 감각적이고 솔직하게 그려냈다.

특히 실제 병사들이 2년간 숨어 지낼 만큼 거대했던 나무가 무대 위에 그대로 구현돼 눈길을 끈다. 나무 기둥 뒤로 보이는 거대한 달은 낮에 숨어 지내느라 밤이 돼서야 비로소 자유로워지는 두 병사를 비추고 극의 몽환적인 배경을 강조하며 몰입감을 더해준다.

또한 전쟁의 배경이 된 본토와 오키나와의 관계를 비롯해 갈등과 분열, 신념과 생존, 대의와 수치 등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선에 공감하고 전쟁의 무익함을 깨닫게 된다.

전쟁 경험이 많은 본토 출신의 상관 역에는 이도엽과 김용준이 맡았다. 이도엽은 "극을 유쾌하게 봐주시는 부분도 있는데, 조심스럽게 다가가려고 했다. 전쟁의 이야기도 있지만, 우리 안에 들어있는 이야기가 충분히 있을 거 같다"고 말했다.

김용준은 "상관 역을 연기하게 되면서 4개월을 고민했다. 관객을 만나서 그 의미가 발견되는 부분이 계속 생기는 것 같다. 관객을 만나서 배우 연기가 더 심화되고 달라지는 거 같다. 그게 바로 연기의 매력이지 않을까 싶다"며 "신병과 상관 알고리즘을 넓혀서 사회와 구성원의 믿음으로 넓혀가는, 신병에 대한 나의 믿음을 압박감을 느끼기 위해서 손석구 배우에 대한 미움, 답답함을 키우기 위해서 생각을 해보기도 했다. 연극을 하다 보면 지켜야 할 예의는 솔직함인데, 배우들과 그게 있었던 거 같다"고 말했다.


손석구는 태어나고 자란 소중한 삶의 터전인 섬을 지키기 위해 군에 입대한 신병 역으로 분한다. 9년 만에 연극 무대 복귀로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는 "제가 맡고 있는 신병이라는 역할은 군인의 옷을 입고 입지만 군인의 정신이 탑재되지 않는 순수한 청년에 가깝다. 계속해서 연극을 하고 싶었다. 2인극도 많이 보고 다른 배우들의 작품을 보러 가면서 '꼭 저런 작품을 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나무 위의 군대'가 관객들이 보기에도 땅에 붙는 작품이지 않을까 싶어서 하게 됐다"고 밝혔다.

손석구는 "여태 해왔던 역과는 다르다. 정서적으로 맑고 연령적으로도 너무 순수한 사람이다 보니까 그게 괴리가 컸다. 나처럼 때 묻은 사람이 순수한 사람을 연기할 수 있을까 고민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관객분들이 봤을 때 이건 내 얘기다 싶은 부분이 있을 것"이라며 "전쟁, 군대를 다 빼고 봤을 때 관계에서 뭐가 남을까 생각해 보면, 아빠와 나의 관계가 그런 거 같다. 이해가 안 되지만 맞다고 생각하고 믿고 따르지 않나. 나무에 갇혀서, 억지로 믿어야 하는 게 아니라 '왜 저래야 하는지' 마음이 싹트지 않겠나. 가족과 직장, 학교 등에서 다 있을 거 같다. 계급이 있고 서로의 능력이 다르고 하다 보면 충돌이 오는데 불협화음이 아니라 믿음으로 썩어 들어가는, 신념과 믿음에 대한 거라 병들어 가는 것들이 있는 거 같다. 여태 봤던 드라마에서 다루지 않은 주제였던 거 같다. 그러나 어디에 있는 거 같고, 제가 가지고 있는 상관의 답답함은 믿는데 이해는 가지 않는 부분에서 느낀 거 같다"고 설명했다.


상관과 신병 곁에서 아무도 들을 수 없던 이야기를 해주는 신비로운 존재 여자 역은 최희서가 맡아 열연을 펼친다. 손석구와 재회에 "우리의 만남은 우연은 아니다. 예전에 소극장에서 함께 작품을 했었는데 연극을 하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100만원을 꺼내서 공연했었다. 그때 열심히 재밌게 했었는데, 이후 각자 바쁘게 시간을 보내면서도 연극을 계속하고 싶다고 생각했었다"고 밝혔다.

그는 "재밌고 의미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해서 함께 하게 됐다. 불과 50석이었던 소극장에서 LG아트센터라는 공연장에서 하게 돼서 감사한 마음이다"라고 덧붙였다.

역할에 대해선 "쉽게 보면 해설자인데, 나무의 혼령과도 같은 역할을 하고 있어서 내레이션도 그렇고 어떻게 무대에 서 있느냐가 걱정됐다. 몸짓이나 표정으로 뭘 전달하기보다 나무의 혼령이다 보니까 초인간적인 형태로 이야기를 어떻게 끌어가게 될지 연구했던 거 같다"며 "유쾌하게 쓰여 있는 부분은 꽤 유쾌하다. 너무 웃음이 많아서 조금 놀라기도 했다. 묵직한 엔딩으로 가야 하는데 유쾌하게 봐주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어 "말하고 싶은 이야기는 훨씬 뿌리가 깊은 이야기다. 어떻게 더 묵직하게 가져갈 수 있을지는 더 이야기를 해봐야겠다. 원작자가 '진지한 것을 유쾌하게 유쾌한 것은 더 유쾌하게'라고 말하는데, 그 부분이 가장 어렵지 않을까 싶다"고 전했다.

한편, '나무 위의 군대'는 8월 5일 막을 내릴 예정이었지만, 관객들의 뜨거운 성원에 힘입어 8월 8일부터 일주일간 추가 공연을 열 계획이다. 민 연출은 "생명체처럼 성장해 갈 공연 기대해달라"고 당부했다.

[셀럽미디어 허지형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티브이데일리, 달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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