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디션만 100번”…‘귀공자’ 강태주, 그럼에도 포기 하지 않은 이유 [인터뷰]
- 입력 2023. 07.01. 07:00:00
-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이 역할은 강태주가 했으면 좋겠다’라는 믿고 보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저만의 영역을 만들어 나가고 싶죠. 개성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책임감 있게 잘하고 싶습니다.”
'귀공자' 강태주 인터뷰
혜성처럼 등장했다. 1980대 1의 높은 경쟁률을 뚫고 영화 ‘귀공자’(감독 박훈정)의 주연 자리를 꿰찬 주인공은 신예 강태주다.
“영어 대사할 때 못 보겠고, 부끄럽더라고요. 처음 영화를 볼 땐 선배님들의 연기를 봤고, 두 번째는 어떤 연기가 부족했는지 제 연기를 비로소 보게 됐어요. 제 것은 안 보이고, 선호, 강우 선배님의 연기 격돌을 보면서 팬으로서, 시청자로서 재밌더라고요. 유쾌하게 웃으면서 봤어요.”
1995년생인 강태주는 2020년 드라마 ‘미씽: 그들이 있었다’로 본격 연예계에 발을 내딛었다. 수많은 오디션을 보며 경험을 쌓았던 그는 박훈정 감독의 눈에 띄어 ‘귀공자’로 강렬한 데뷔를 하게 됐다.
“23살 때부터 계속 해오고 있었어요. 진지하게 임했던 건 4년 전부터죠. 배우의 꿈은 어렸을 때 연예인이 되고 싶다는 막연함이 있었어요. 배우의 꿈은 23살 때부터 가졌죠. 패션 회사 마케팅도 하고, 대외 활동을 하던 중 만난 관계자가 ‘해볼래?’라고 해서 시작하게 됐어요. 제가 표현하는 것도 좋아하고, 가치가 있는 사람이 돼서 일하는 게 좋더라고요. 군대 가서 고민을 해보니까 그게 연기였던 것 같아요.”
‘귀공자’는 ‘마녀’ 시리즈의 김다미, 신시아를 발굴한 박훈정 감독의 신작이란 점에서 많은 신인 배우들의 관심을 받았다. 강태주는 3차에 걸친 오디션 끝에 합격할 수 있었다고.
“오디션 자체가 저에게 너무 어려웠어요. 박훈정 감독님이 첫 번째 영상으로 보내야 했던 게 남자답고, 누아르 느낌이 있어 제가 표현하기엔 내공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런데 계속 불러주시더라고요. 3차 때부터 (연기) 결이 바뀌었어요. 감정 연기가 컸죠. 대본을 보고 거칠지만 불우한 환경 때문에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던 캐릭터를 뽑으시나보다 싶었죠. 그래서 비주얼적으로 약하고, 어려보이는 저를 계속 불러주시구나 싶었어요. 마지막에는 자유 오디션을 했는데 저를 어필할 수 있었던 건 감정적인 것이었어요. 그런 결의 대본으로 준비했죠. 마지막에 감독님이 ‘영어 잘하냐’라고 물어보셔서 ‘잘한다’고 처음으로 어필했어요. ‘영어 욕도 할 수 있냐’라고 하셔서 알고 있는 영어 욕과 거친 표현들을 하며 어필했죠.”
1980대 1의 높은 경쟁률을 뚫고 ‘귀공자’에 합격 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땐 어땠을까.
“아르바이트를 가려고 준비하던 때였어요. 그때도 한창 오디션을 보러 다닐 때였죠. 최종에서 고사된 작품들도 많았어요. 오디션만 해도 100번은 넘게 본 것 같아요. 그 당시 ‘나는 최종에서 선택받지 못하는 배우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때 당시 27살 때였죠. 슬슬 다른 걸 준비해야하나 고민이 많았던 때였어요. 감독님께 전화가 왔고, 저에게 위로를 15분 간 해주시더라고요. 그러다가 마지막에 ‘다음 달부터 촬영 하려고, ’귀공자‘ 찍자’라고 하셨어요. 그 얘기를 듣고 (기쁜 마음에) 소리를 지르기도 했죠.”
마르코는 ‘코피노(한국인과 필리핀인의 혼혈을 뜻하는 합성어)’ 설정이다. 강태주는 필리핀에서 한국으로 건너온 복싱 선수 역할을 위해 영어 대사를 모국어처럼 구사할 때까지 연습을 거듭했고, 복싱 선수의 몸을 만들기 위해 한 달 반 동안 트레이닝을 받기도 했다.
“66kg에서 61kg로 감량해 작품에 들어갔어요. 복싱 선수 역할이라 몸을 만들어야 했죠. 복싱 선수의 특징이 가볍고, 날렵하고, 잔근육이 많잖아요. 복싱으로 다져진 몸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죠. 코피노 설정은 다큐를 많이 찾아봤어요. 마르코를 연기하면서 현장에서 쌓아간 전사들도 많은 도움이 됐죠. 첫 촬영이 마르코의 집이었어요. 엄마를 걱정하고, 생각하는 마음을 쌓아갔죠. 그걸 베이스로 영문도 모른 채 귀공자에게 쫓기고, 본능적으로 위험함을 느끼는 한이사 등 연기를 받아 리액션 했죠.”
마르코는 영문도 모른 채 귀공자에게 쫓기는 인물이다. 그렇기에 귀공자 역을 맡은 김선호와 가장 많은 호흡을 맞췄다.
“선배님이 주시는 약올림을 100% 받았어요. 수술실에서 저를 도와주다가 팔아넘기는 장면에서 선배님의 눈을 보면서 연기하는데 정말 화가 나더라고요. 달리기하면서 쫓아오는데 지치지 않는 선배님의 모습을 보며 쫓기는 입장에서 더 몰입됐죠. 달리는 장면들이 힘들었을 수 있는데 선배님이 액션을 너무 잘 주셨어요. 저 혼자 달리는 신은 없었어요. 항상 뒤에 선배님이 계셔서 그 연기를 받으며 달렸죠.”
한이사 역의 김강우와의 호흡에 대해서도 전했다.
“김강우 선배님은 본능적인 무서움이 느껴졌어요. 한이사에게 포획되는 장면에서 김강우 선배님이 차문을 열고 나왔을 땐 정말 세상이 무너지는 느낌을 받았죠. 첫 테이크에서 눈물이 나더라고요. 한이사 역으로 주신 연기의 힘이 대단했어요. 무서웠던 경험이 아직 생각나요. 그 장면에서 대본에 ‘무릎을 털썩 꿇는다’라고 되어 있었는데 정말 모든 걸 포기하고, ‘털썩’이 자연스럽게 된 기적이 있었죠.”
박훈정 감독의 디렉팅도 마르코를 연기하는데 도움이 됐다고.
“감독님께서 그리시는 스타일이 명확하게 있으셨어요. 표현하는데 어떻게 풀어 가는지에 대해선 배우들에게 맡겨주셨어요. 기억에 남는 건 후반에 감정적으로 찍는 장면이 있었어요. 그때 대본을 보면서 너무 중요한 장면이니 감정을 쏟아내야겠다 싶었죠. 준비해간 걸 얘기하니 감독님께서는 ‘사람이 너무 화가 나면 이성적으로 보일 수 있어’라고 하시더라고요. 그게 큰 전환점이 됐어요. 지나가며 해주신 말들이 저에게 큰 도움이 됐죠.”
강태주는 ‘귀공자’를 통해 충무로 블루칩다운 면모를 보여줄 전망이다. 앞으로 무궁무진하게 펼칠 그의 활약에 기대감이 모아지고 있는 상황.
“‘강태주가 누군지 몰랐는데 궁금해서 찾아보니 해외파도 아니고, 신인이더라’라는 반응이 기억에 남아요. 작품을 보면서 새로운 얼굴이 나와 궁금하면 찾아보잖아요. ‘귀공자’를 보고 궁금해서 찾아봐주셨다는 것만으로도 너무 감사하죠. 제가 사실 유리 멘탈인데 항상 저를 믿으려고 해요. 믿음의 근본이 되는 건 성취했던 경험들이 밑거름이 된 것 같죠. 지금은 ‘귀공자’ 촬영 때 경험들, 감독님과 선배님들에게 칭찬 받았던 것들이 배우 생활의 자양분이 된 것 같아요. 그렇지만 앞으로 연기 활동에 부담은 분명 있을 것 같아요. 이제는 더 이상 신인 배우 타이틀로 누군가에게 기대기보다 한 사람의 몫을 잘 해내고 싶어요. 돈값을 하는 배우, 한 사람의 몫을 해내는 배우가 되고 싶죠. 새로운 고민이 생기겠지만 잘 이겨내고, 해내고 싶어요. 경험들이 있으니까 자신감을 가지고 계속 나아가려 해요.”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NEW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