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대환, '악마들'로 보여준 연기적 자부심[인터뷰]
- 입력 2023. 07.05. 08:00:00
- [셀럽미디어 김희서 기자] 배우 오대환이 데뷔 20년 만에 주인공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그동안 크고 작은 역할들을 맡으며, 보이든 보이지 않는 곳에서 열연을 펼치며 쌓아온 탄탄한 연기내공을 폭발시킨 오대환이다.
오대환
오늘(5일) 개봉하는 ‘악마들’(감독 김재훈)은 검거의 순간 서로의 몸이 바뀐 희대의 살인마 ‘진혁’(장동윤)과 형사 ‘재환’(오대환)의 대결을 그린 바디체인지 액션 스릴러.
‘악마들’은 그동안 국내 드라마, 영화에서도 심심찮게 시도됐던 바디체인지 소재에 스릴러 장르를 더해 색다른 시너지를 발휘했다. 특히 현실적으로 믿기 어려운 바디체인지를, 어느 정도 납득할 수 있는 논리로 풀어내 몰입도를 높였다. 오대환 또한 비현실적이면서도 현실적인 이야기에 매력을 느꼈다.
“처음 보면서 범인이랑 경찰을 바꾸는 게 ‘완전 ‘페이스오프’ 아닌가?’했다. 오래된 영화인데도 재밌게 본 기억이 있다. 그러다가 약물 가스라이팅이 나오면서 판타지로 봤다가 현실로 돌아오는 게 재밌더라. 실제로 CSI 수사에 사용되고 존재하는 약물들이기도 하고. 이 작품을 선택했던 결정적인 이유가 현실적이어서였다.”
두 달 내외의 촬영기간과 단 28회 차에 모든 촬영을 마친 ‘악마들’은 저예산 작품이었다. 여유롭지 않은 환경이었던 만큼 오대환은 매 순간 장면 하나하나에 집중을 쏟아내야 했다. 아쉬움이 남는 장면들을 다시 찍을 수 없을 정도로 긴박하게 진행된 촬영이라서 오대환은 불안과 긴장 속에 연기를 펼쳤다.
“감정신을 한 테이크로 찍어야 했다. 촬영을 미룰 수가 없어서 오만가지 생각을 했다. 그때 아버지가 돌아가신 지 얼마 안돼서 아버지 사진보면서 감정을 잡고 했는데도 너무 아쉽더라. 한번만 다시 찍고 싶었는데 그러질 못해서 집을 가는데 찝찝하더라. 이런 것들이 쌓이고 쌓이니까 의심이 들더라. ‘이렇게 찍는 게 맞나. 괜히 창피한 거 아닌가.’ 그런데 감독님이 너무 확신이 있으셨다. 저 믿고 하면 되고 잘 하고 있다고 말씀하셔서 그렇게 치열하게 찍었다.”
그럼에도 오대환은 열악한 환경 속에서 얻은 긍정적인 면을 언급했다. 울분에 찬 모습이라든가 불의를 향한 분노, 원망 등 격정적인 감정을 끊임없이 표출하는 재환의 감정을 오대환은 큰 어려움 없이 소화해냈다고. 실제로 그는 현장에서 느꼈던 감정들을 재환에 가감 없이 투영한 덕분에 수월하게 연기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촬영 기간이 마침 동윤이랑 저랑 작품 여러 개를 동시에 하고 있었다. 육체적으로 한계가 왔고 힘들고 화도 나고 짜증이 있었다. 현장에 도착하면 서로 컨디션 괜찮은지 물어보는 게 일상이었다. 그래서 그 날 그 날 분노가 쉽게 나왔다. 탁 건드려도 굳이 뭐라고 하지 않아도 눈빛이 돌변하고. 저에게 부족한 걸 오히려 내부적인 환경 덕분에 도움을 받는다고 생각해서 감사하고 은혜 같았다.”
오대환은 재환과 진혁이 대치하던 숨 막히는 순간을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으로 꼽았다. 그는 재환이 자신도 종적을 감추고 무리하면서까지 진혁을 혼자서 제압한 행동도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고 이해했다. 하지만 선뜻 진혁을 처단하지 못하는 재환은 결국 분노 섞인 눈물을 흘려 안타까움을 배가시켰다.
“그 장면이 재환을 잘 표현한 것 같다. 왜 굳이 진혁을 산으로 끌고 가서 그러냐고 물으신 다면 사적 복수심이 커서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전사까지 보면 정의롭고 경찰 정신이 투철한 사람인데 범인을 잡다가 매제가 죽임을 당해서 분노하고 잡고 싶은 목적이 뚜렷한 거다. 그래서 재환이는 이런 놈은 법이 없는 곳에서 인간 대 인간으로. 나는 내 방식대로 범인을 잡을 거라고 생각했고. 진혁을 잡으면 살인이 더는 안 생길 거라 생각했는데 또 일어나니까 마음 같아선 (진혁을) 죽였을 거다. 하지만 재환이 입장에선 진혁의 입을 벌리지 않으면 나머지 세 명을 못 잡으니 그 상황에 눈물이 났고 진심으로 이입을 했던 것 같다. 그 장면은 저도 만족했고 감독님도 한 번에 오케이했다.”
장동윤과 몸이 뒤바뀐 설정으로 오대환은 살인마 진혁으로도 연기하며, 흡입력을 높였다. 동시에 겉모습은 재환이지만 진혁이 된 모습으로 관객들을 완벽히 속이기 위해 세심한 부분에도 노력을 기울였다. 다만 오대환은 지나치게 상대처럼 보이려다 어색해보일 수 있는 부분을 경계하고자 했다.
“따라해도 한계가 있고 똑같이 할 순 없고 그런데 신경 쓰다 보면 연기를 놓칠 수 있겠더라. 내말로 편하게 해야 자연스러운데 남의 말투를 따라하면 연기에 지장을 받을 수 있으니 각자의 목소리로 내는 대신에 이 상황에 ‘내가 차진혁이라면? 최재환이었으면 어땠을까?’이런 것만 기억하자고 했다. 제가 연기를 조금 더 해본 사람으로 목소리를 변조하면 연기가 불편할 수 있으니 약간의 장치들. 습관들을 하나씩 바꿔보자고 했다. 그런 부분을 동윤이가 잘했다.”
연극 무대를 거쳐 매체연기까지 섭렵한 오대환은 어느덧 데뷔 20년 차 배우가 됐다. 그 사이 4남매 다둥이 아빠가 되기도 한 오대환은 배우와 한 집안의 가장으로서의 고민도 잠시 털어놨다. 연기와 가장의 역할 사이 중간에서 늘 균형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 중이라는 오대환. 그는 쉼 없이 활동하는 원동력이 가족이라고 밝히면서도, 연기에도 깊은 애정을 드러냈다.
“못 쉬는 이유도 있다. 연기가 직업화되면 그렇지 않나. 고민을 많이 했다. 연극했을 때 생각하면 돈은 못 벌었어도 연기에 대한 열정은 굉장했다. 오디션 봐서 한 신 나오는 단역에 뽑혔을 때도 기뻐 날 뛰던 때가 있었다. 지금은 작품이 들어오는데 기능적으로 연기하는 부분도 있고 그때처럼 연기에 대한 치열함이 어느 순간 덜하게 됐다. 그러면서 몇 년 전에 ‘이게 맞나’ 고민을 했다. 경험해온 선배님들에게 여쭈어 봐도 비슷한 경험들을 하셨더라. 어떤 분은 배우는 가족들에게 이기적일 필요가 있다고 하셨다. 가족을 챙기면 잃을게 생기고 배우로서 열정을 주면 잃을 수 있으니 슬기롭게 나가라고 해서 지금 저에게는 일도 소중하고 가족도 소중해서 그 중간을 찾아가는 과정 같다. 연기도 진심으로 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
오대환은 ‘악마들’을 통해 주연으로서의 가능성을 입증했다. 그동안 다양한 작품으로 이미 폭넓은 연기력을 인정받아왔지만, 극의 중심을 이끌어간 주연으로 성장한 것은 오대환 스스로에게도 큰 자부심을 갖게 해주었다. 이에 오대환은 ‘악마들’을 발판 삼아 한 단계 더 도약하고자 했다.
“주인공 타이틀. 현장에서 집중하게 되고 더 책임감이 생기더라. 잘 해내고 싶은 욕심도 있고 이 모든 게 맞아 떨어졌다. 주인공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고 존경심이 더 생기더라. 저는 운이 진짜 좋다. 이 작품은 특히 매 신마다 집중하고 치열하게 연기를 했다 보니 결과가 어떻게 되든 스스로 만족스럽다. 동윤이나 감독님도 그랬고 이 상황을 아는 모든 분들은 다들 너무 서로에게 고생했다고 했다. 어렵게 찍어서 그런지 극장에 개봉하는 행복감을 크게 느꼈다. 코로나가 너무 힘든 시기였고 영화 시장도 힘들어지면서 이제는 큰 작품 아니면 작은 작품이고 중간이 없어졌다. 큰 작품도 해보고 작은 작품도 해봤지만 운이 좋게 주인공을 할 수 있어서 그 기회를 잘 살리고 싶고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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