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셀럽취재기획] "자컨 보고 입덕"…비팬덤 흡수하는 'K-자컨'의 저력
- 입력 2023. 07.10. 15:45:02
- [셀럽미디어 정원희 기자] 한 아이돌 그룹의 유튜브 채널, 무려 1500만 뷰를 돌파한 영상이 있다. 뮤직비디오 조회수가 아니다 그룹이 공포 체험을 하는 30분 가량의 영상 콘텐츠다. '자체 제작 콘텐츠', 이른바 '자컨'이 K팝 주요 콘텐츠로 주목 받고 있다.
'달려라 방탄'-'고잉 세븐틴'
이제 K팝 시장에서 자컨은 선택이 아닌 필수 사항으로 여겨진다. 이전의 자컨이 팬들만을 대상으로 했다면, 최근 제작되는 자컨은 팬덤을 넘어 대중을 향하고 있다. 팬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대중적 요소가 가미된 콘텐츠들이 늘어나고 시작했다.
팬이라서 자컨을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자컨을 소비하며 팬이되는 역행 현상도 왕왕 발견된다. 과거 아이돌 자컨은 주로 이들의 일상을 담는데 주력했지만, 요즘은 소재가 다양하다. 여행, 요리, 게임 등 멤버들의 캐릭터가 폭넓게 나타나고 있다. 특히 웹 예능 형식의 장르가 많다.
아이돌 자컨이 예능을 표방하기 시작하면서 자컨 소비자는 자연스럽게 팬덤에서 비팬덤, 대중으로 확대됐다. 성공 사례는 단연 방탄소년단의 '달려라 방탄'이다. '달려라 방탄'은 2015년부터 최근까지 총 155회가 공개되며 꾸준히 사랑을 받고 있다. 해외에서 먼저 인기를 얻은 방탄소년단의 진면목을 자컨을 통해 알게 됐다는 국내 아미들이 꽤 많다. '입덕'의 계기가 자컨이 된 경우다.
잘 만들어진 자컨은 팬덤을 초월하는 기능을 갖는다. '예능으로 재밌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비팬덤은 물론 타팬덤까지 확보하는 현상이 빚어지기도 한다.
세븐틴의 '고잉 세븐틴' 역시 아이돌 자컨의 성공 사례로 꼽히는데, 이들의 자컨은 예능 코드로 화제 몰이를 했다. 신선한 기획과 유쾌한 편집, 자막이 웃음 포인트로 자리해 많은 이들에게 사랑 받았다. '자컨계 무한도전'으로 불리는'고잉 세븐틴'의 자체 최고 조회수는 1591만 회로, 비팬덤도 시청했기에 가능한 조회수다.
◆ 팬덤 확대+화제성 유도…자컨의 순기능
자컨이 힘을 발휘하게 된 배경에는 유튜브의 공이 크다. K팝 팬덤은 세계적으로 세력을 형성 중이고, 유튜브는 나이·성별·국적과 관계 없이 다양한 사람들의 접근이 가능한 자컨의 주요한 홍보 도구다.
방탄소년단의 글로벌 성공기을 논할 때 유튜브와 자컨의 관계는 빼놓을 수 없는 핵심 키워드다. '고잉 세븐틴'도 마찬가지다. 한국어 외에도 힌디어, 태국어, 영어, 스페인어, 일어, 인도네시아어, 중국어, 스페인어 등의 자막 번역 서비스 기능이 가능한 덕에 글로벌 팬덤이 이탈되지 않고 유지 중이다.
한 케이팝 채널에서 메인 편집자로 활동 중인 PD A씨는 "자컨에는 국경의 한계가 적용되지 않는다. 인종, 연령을 초월한 접근이 가능한 시대가 오면서 자컨이 성장한 것"이라며 "이젠엔 하나의 콘텐츠가 수출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자컨은 동시간대에 공간을 초월해 소비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자컨은 아이돌의 공백기를 채우는 데에도 큰 역할을 한다. 아이돌은 한 해 동안 평균 1~4회 정도 음반을 발매하고 활동을 이어간다. 이를 제외한 기간을 주로 '공백기', '비활동기'라고 지칭한다. 특히 남자 아이돌의 경우 대부분 군 복무에 따른 공백기가 불가피하다.
특히 보이 그룹에게 입대로 인한 공백기는 그 자체로 타격감이 있다. 이때 자컨이 큰 도움이 된다. 한 연예기획사 홍보팀 직원 B씨는 "비활동기에 팬덤 만족도 증진, 팬덤 이탈 방지를 위해 자체 콘텐츠 트렌드가 생겼다"고 이야기했다.
B씨는 "자컨은 기존 팬덤의 이탈 방지와 더불어 아티스트에 대한 화제를 일으키고 인기를 유지하는데 도움을 준다"리며 "트위터 등 SNS 상에서 화제성 높은 포인트의 클립이 빠르게 확산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공백기와 무관하게 화제가 되는 경우도 많다"고 전했다.
◆ "이제는 대중성까지"…자컨 편집자들의 새로운 고민
제작자들에게 확대된 자컨 시장은 새로운 기회지만 고충도 많다. 자컨은 팬들을 우선 순위로 한다. 팬덤이 주 시청자인 만큼 그들의 니즈에 적합한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매니악한 성향을 가진 팬덤과 대중의 기호를 함께 섞는 것이 숙제다.
영상 PD A씨는 "아이돌 자컨을 기획, 편집을 할 때에 각 멤버들의 캐릭터를 우선적으로 분석하는게 중요하다"라며 "팬들이 시청했을 때에 공감과 재미를 느낄 수 있게 하려고 한다. 그게 기본적인 편집 고려 사항 "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자컨의 대중화되면서 고려해야 할 요소가 많아졌다. 한 기획사 영상팀 소속 PD인 C씨는 "요즘에는 시청자의 범위가 이전보다 더 넓어졌다. 다른 그룹의 팬, 심지어 아이돌을 잘 모르는 사람들도 시청하는 경우가 늘었다"라며 "이들도 품을 수 있는 자컨을 만들어야 하는데 기존 팬덤까지 고려해야 하니 숙제가 늘었다"고 전했다.
C씨는 "1차적으로는 팬들을 위한 영상이지만, 이제는 대중성도 함께 감안해야 한다. 비팬층이 봐도 쉽고 재미있게 볼 수 있도록 구성하는 게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피원하모니의 '전설의 필살기'는 팬덤 유지는 물론 비팬덤을 흡수할 목적으로 만들어진 자컨이다. 딱밤으로 MCU(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히어로가 되겠다는 주제의 페이크 다큐 형식이라 팬이 아니어도 시청이 가능하다. 베리베리의 '벨망진창 벨벨랜드'는 멤버들이 우주로 날아가거나 그림으로 튀어나오는 등 화려한 편집 기술로 인기를 모았다. 팬과 대중을 함께 잡기 위해 자컨도 TV예능처럼 다채로운 소재가 쓰이고 있다.
자컨은 팬덤 확대에 긍정적 역할을 하면서 기획사도 자컨 제작에 힘을 쏟고 있다. 아이돌 입장에서는 무대에서 보여 줄 실력 뿐 아니라 자컨에서의 캐릭터 개발도 중요해졌다. 가창력, 퍼포먼스는 물론 자콘 캐릭터까지 갖춰야 시장 경쟁이 가능하다.
C씨는 "다양한 재능을 가진 K팝 아이돌에게 자컨은 또 다른 성장 포인트가 될 것"이라며 "더욱 다양한 소재, 형식으로 자컨이 제작될 것으로 보인다. 자컨을 매개로 그룹이 뜨는 사례도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셀럽미디어 정원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각 영상 썸네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