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행복배틀' 박효주, 스스로 타협하지 않는 배우[인터뷰]
- 입력 2023. 07.26. 07:00:00
- [셀럽미디어 정원희 기자] '행복배틀' 속 오유진은 2회 만에 사망하는 전개를 맞이했지만, 박효주에게는 묵직한 한 방이 있었다. '양보다 질'이라는 말이 딱 맞았던 '행복배틀'의 박효주다.
박효주
박효주는 최근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ENA 수목드라마 '행복배틀'(극본 주영하, 연출 김연출) 종영 기념 인터뷰를 진행했다.
1회에 0.7%로 시작했던 '행복배틀'의 시청률은 점점 입소문을 타며 14회에서는 2.8%를 기록했다. 박효주는 "살면서 이렇게 많은 연락을 받은 적이 없었던 것 같다. 드라마가 끝남과 동시에 '도대체 누가 죽였냐'라고 묻는 사람이 그렇게 많았다. 이런게 입소문인가, 화제성인가 싶었다"며 "한 친구는 드라마를 한 페이지 정도로 추리한 걸 보내줘서 너무 재미있었다. 사진 속 방석 밑에 살짝 보이는 대본을 캡처해서 '저건 뭘까'라고 보내는 친구도 있었다"고 전했다.
'행복배틀'에서는 SNS 속에 행복을 전시하는 엄마들의 모습이 나온다. 박효주는 "실제로 SNS를 하면서 늘 많이 느꼈던 지점들이 있어서 공감이 잘 됐다. SNS에는 좋은 정보도 많지만 그 안에 명암이 존재하는 만큼 조심해야 한다고 생각된다"며 "아무래도 행복한 모습만 보여지지 않나. 드라마 속에서 '사람들이 행복한 것을 보고 싶어한다'는 대사가 공감된다"고 얘기했다.
박효주가 연기한 오유진은 '행복배틀' 속 중심이 되는 인물이다. 오유진이 사망하면서 해당 사건의 범인을 찾는 내용으로 드라마가 전개된다. 그렇다면 박효주는 오유진에 어떻게 접근했을까.
"캐릭터가 가지고 있는 과거가 워낙 많아서 어느 지점부터 인지하고 연기할지 많이 어려웠다. 다행히 감독님이 확실하게 말해주시는 스타일이라 큰 도움이 됐다. 감독님께서도 내가 그 부분을 혼란스러워 하는 것을 잘 알고 말해주신 것 같다."
또한 박효주는 오유진 캐릭터와 자신의 공통점을 찾았다. 단순히 캐릭터의 선악을 따지지 않고 '공감'을 우선적으로 생각했다.
"오유진은 파란만장한 캐릭터다. 이야기가 진행되는 데에 있어 사람들이 오유진에 공감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먼저 나와 캐릭터 간의 공감이 제일 중요했다. 거기에 해당되는 키워드가 '모성애', '욕망', '애정 결핍'이었다. 크고 작은 차이일 뿐 나에게도 그런 부분이 이해되고 공감됐기 때문에 캐릭터에 접근할 수 있었다."
극 후반으로 갈수록 오유진의 모성애가 더욱 잘 드러난다. 박효주는 "'모성'은 시동을 거는 키워드였다. 오유진의 행동을 정당화하기 위한 키워드인 거 같다. 아이들을 위해서 이런 행동을 해야 한다는 공감을 위한 부분이었다. 어린 시절의 애정 결핍, 그리고 이로 인한 욕망 등이 다 모성으로 이어진 거 같다"고 설명했다.
특히 눈을 뜨고 죽는 2화 사망 장면이 화제가 됐다. 박효주는 "그 순간 오유진이 감추고 싶었던 판도라의 상자가 완전히 오픈됐기 때문에 어쩌면 끝내고 싶은 마음도 있었을 것 같다. 모든 게 부질없고 허망하다는 생각이 아니었을까"라며 "하지만 마지막까지도 오유진은 모든 걸 숨기고 싶었던 것 같다. 촬영이 끝나고 오유진을 생각했을 때 마음이 아프더라"고 전했다.
드라마 속에서 오유진의 임팩트는 강렬했지만, 2회 만에 사망을 맞이해 다른 캐릭터에 비해 분량이 아쉬웠다. 이에 대해 박효주는 "물론 아쉬운 부분도 있었다. 가끔 다음 역할은 어떤 걸 맡고 싶냐는 질문을 받으면 항상 안 죽고 장수하는 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할 정도다. 하지만 대본을 받았을 때 너무 도전해 보고 싶었다. 양보다 질이라는 느낌이었다. 연기적으로도 큰 도전이라 쉽지만은 않았다"고 밝혔다.
장미호(이엘)와 오유진은 극 중 이복자매로 등장한다. 박효주는 미호와 유진의 18년 만의 재회와 마지막 화의 편지 장면을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으로 꼽았다.
"미호와 18년 만에 만나는 장면을 실제 드라마 첫 촬영으로 찍었다. 그래서인지 미호를 만났을 때에 묘하게 짜릿한 지점들이 있었다. 또 마지막 화에서 미호에게 썼던 편지가 등장한다. 그 장면을 촬영할 땐 감독님께서 내게 무슨 원한이 있었냐고 물었을 정도로 감정이 주체가 안 됐다. 그 부분에서 유진이 미호에게 나는 사실 네가 필요했다고 말하면서 자신의 진심을 표현한다. 작품을 찍으면서 몇 달 동안 체기가 있었는데, 그 장면을 찍고 나니까 속이 너무 시원했다."
박효주에게 '행복배틀'은 어떤 작품으로 기억될까. 그는 "많이 고민하고 배웠던 작품이다. 연기한다는 것 자체, 원초적인 것을 많이 생각했다"며 "사실 전작들은 형사나 편안한 모습을 많이 보여주는 역할이 많아서 메이크업이 10분 만에 끝나는 캐릭터였다. 그런데 '행복배틀'에서는 새로운 제 얼굴을 볼 수 있었다. 어렸을 때와는 다른 지금의 모습을 볼 수 있어서 반가웠다"고 이야기했다.
데뷔 20년 차가 넘은 박효주에게 '행복배틀'은 연기자로서도 좋은 터닝포인트가 됐다.
"한 직업을 오래 하면서 그 패턴에 익숙해지는 것은 소리 소문 없이 찾아오는 것 같다. 그런 것들이 발가벗겨지는 지점이 한 순간 찾아온다. 이번 현장에서는 그런 것들이 꽤 있었던 것 같다. 지금까지 해왔던 방식으로 해서는 안 되는 역할이었다. '행복배틀'이 좋은 터닝 포인트가 됐고 많이 배울 수 있었다. 나는 정말 대충 타협하고 싶지 않은 사람이라는 걸 다시 한 번 깨닫게 됐다."
[셀럽미디어 정원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와이원엔터테인먼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