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밀수’, 129분 동안 물속을 유영하듯 [씨네리뷰]
- 입력 2023. 07.26. 07:00:00
-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캐릭터들이 살아 숨 쉰다. 모든 등장인물들이 물 만난 물고기처럼 퍼덕인다. 속도감 있는 스토리, 바다 속에서 펼쳐지는 통쾌한 액션까지. 올 여름 무더위를 한 방에 날릴 영화 ‘밀수’(감독 류승완)다.
'밀수'
1970년대 바닷가 도시 군천. 어린 시절부터 선장인 아버지 따라 바다를 놀이터 삼아 커온 엄진숙(염정아)은 조춘자(김혜수)를 비롯한 동네 해녀들의 리더다.
바다에서 물질하며 생계를 이어 나가던 해녀들은 화학 공장이 들어서면서 일자리를 잃게 된다. 그러던 중 바세린, 양담배 등이 든 상자를 바다 속에서 건져 올리기만 하면 돈을 벌 수 있는 밀수의 세계를 알게 된다.
열네 살에 식모살이부터 시작해 돈이 되고, 사진의 몸을 지킬 수 있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해온 춘자는 밀수판을 접수한 전국구 밀수왕 권 상사(조인성)와 만나고, 그와 함께 서울에서 군천으로 내려온다.
춘자와 권 상사는 진숙에게 큰돈이 되는 밀수를 제안한다. 진숙은 결국 살기 위해 밀수판에 가담하게 되는데.
‘밀수’는 바다에 던져진 생필품을 건지며 생계를 이어가던 사람들 앞에 일생일대의 큰 판이 벌어지면서 휘말리는 해양범죄활극이다. ‘부당거래’ ‘베를린’ ‘베테랑’ ‘모가디슈’ 등 다양한 장르와 스타일의 영화를 선보인 류승완 감독의 신작이다.
‘밀수’를 소재로 한 이 영화는 김혜수, 염정아의 워맨스를 내세운 케이퍼 무비다. 대중적인 장르이자 전형적인 케이퍼 무비 특성에 ‘바다’와 ‘해녀’를 녹여내 신선함을 더한다.
영화는 개성 강한 캐릭터들이 고도의 심리전을 펼친다. 예상치 못한 사건에 휘말린 인물들의 변화하는 모습은 다양한 인간군상을 그려낸다. 밀수를 둘러싸고 속고, 속이는 두뇌싸움이 극 몰입을 높인다.
색깔이 뚜렷한 캐릭터들의 향연도 관전 포인트다. 춘자 역의 김혜수는 날것 그대로의 연기를 보여준다. 진숙 역의 염정아는 진중한 톤을 유지하면서 중심을 잡는다. 조인성은 상대적으로 짧은 분량임에도 큰 임팩트를 남긴다. 긴 팔, 긴 다리를 활용한 유려한 액션을 보고 있으면 감탄이 절로 나올 정도다.
무엇보다 ‘밀수’에서 가장 큰 수확은 장도리(박정민)와 고옥분(고민시)이다. 박정민은 순수한 막내에서 점차 밀수판 속 야망을 품게 되는 다변적인 모습을 연기한다. 분노를 유발하는 캐릭터지만 미워할 수 없게 만든다. 다방 마담 고옥분 그 자체로 분한 고민시는 당당함을 내세운 능청스러운 연기로 유쾌한 매력을 발산한다. 두 사람의 활약은 영화의 큰 웃음 포인트가 될 터. 세관 계장 이장춘 역의 김종수는 ‘밀수’에 노련한 바람을 불어넣는다.
배우들의 연기뿐만 아니라 경쾌한 액션 시퀀스도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극 후반, 수심에서 이루어지는 수중 액션신은 실제 바다 속에 있는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류승완 감독의 전매특허인 박진감 넘치는 지상 액션은 차별화된 카타르시스를 선사할 것이다.
오늘(25일) 개봉. 15세이상관람가. 러닝타임은 129분.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NEW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