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행복배틀' 진서연, 연기에 대한 욕심과 애정[인터뷰]
- 입력 2023. 07.28. 15:25:00
- [셀럽미디어 정원희 기자] '독전'의 보령, '원 더 우먼'의 한성혜, '행복배틀'의 송정아까지 배우 진서연은 '쎈캐' 이미지로 많이 알려져 있다. 카리스마 있는 모습으로 매 작품마다 존재감을 드러냈던 진서연. 사실 그에게는 다양한 장르에 대한 갈망이 있었다.
진서연
진서연은 최근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소속사 앤드마크 사옥에서 ENA 드라마 '행복배틀' 종영 기념 인터뷰를 진행했다.
작품 선택 계기에 대해 진서연은 "스릴러를 정말 해보고 싶었는데 이렇게 엄마들이 나오는 스릴러는 상상도 못했다. 엄마 인플루언서들이 등장한다고 해서 마냥 센 드라마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막상 대본을 보니 복선도 많고 재미있었다. 정말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닌 신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행복배틀'은 특히 입소문을 타며 높은 화제성으로 시청률 상승곡선을 그렸다. 진서연은 "제주도 타운하우스로 이사 간지 얼마 안 됐다. 처음엔 이웃분들이 날 불편해 하는게 보였는데 점점 호의적으로 아는 척 하면서 범인이 누구냐고 물어보시더라. 타운하우스 분들이 열광하는 것을 보니 인기가 실감이 난다"고 전했다.
진서연은 앞선 작품들에서 주로 악역을 맡아 강렬한 존재감을 보여줬다. '행복배틀'은 서스펜스 스릴러 장르로, 대부분의 캐릭터들이 선보다는 악에 가까웠다. 하지만 송정아는 '행복배틀' 속에서 유일하게 악역이 아니었다.
"작품을 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캐릭터들에게 문제가 하나씩 있다. 그런데 송정아는 캐릭터 자체만으로는 잘못을 한 게 하나도 없다. 가족을 지키기 위한 투쟁을 하고, 열심히 사는 워킹맘에 가깝지 않았나 생각된다"
송정아는 회사, 아파트 학부모 모임의 대표까지 맡고 있지만 사실은 의지할 사람이 없는 인물이었다. 연하의 남편과 아들, 그리고 철없는 남동생들까지 책임지며 전형적인 K-장녀의 모습을 보여줬다. 진서연 역시 가장 기억에 남는 신으로 동생들 앞에서 와인병을 깨부수며 울분을 토해내던 장면을 꼽았다.
"동생을 때리는 장면을 촬영할 때는 감독님께서 '이렇게까지 때려도 될까'하고 말할 정도였다. 어렸을 때부터 부모를 대신해서 키워 놓은 동생이 그러면 강한 배신감, 화 등이 몰려오면서 죽기 직전까지 때릴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거의 액션 영화를 찍듯 그 신을 촬영했다. 와인병만 7개를 깨서 그 장면을 촬영하고 3일 동안 앓아 누웠다."
진서연은 다른 배우와 함께 연기하는 신에서는 자신이 안 보여도 늘 카메라 뒤에서 함께 호흡을 맞춰줬다고 전했다.
"상대 배우가 함께 잘해야 제가 잘 살지 않겠나. 상대 배우가 감정이 안 올라오면 제가 10%만 해도 될 것을 50%까지 올려서 해준다. 신인 시절에 상대 배우가 자리를 뜬 적이 있었다. 불렀는데도 끝까지 오기 싫다고 해서 결국 현장에 계시던 다른 선생님 배우가 대사를 읽어주셨다. 그때 나는 절대 저런 배우가 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상대 배우가 연기를 더 잘할 수 있게 도움이 되는 동료나 선배가 돼야 겠다고 생각했다. 아이들이나 신인 배우들이 연기할 땐 특히 더 에너지를 써주는 편이다."
사실 진서연은 '행복배틀' 속 송정아와 정반대의 사람이었다. 드라마 속 높은 교육열과 달리 진서연은 6살 아들이 흙을 밟으며 뛰어 놀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최근 제주도로의 이사를 택했다. 그는 "제주도에 2년 정도 살 것을 생각하고 갔는데, 앞으로도 외국 나가서 살지 않는 이상 쭉 살아도 좋지 않을까 싶다"며 "서울에서 엄마들과 '행복배틀'할 자신이 없다"고 전했다.
이어 "정말 인성이 좋고 행복한 아이로만 살았으면 좋겠다"며 "집에서 아이가 '엄마, 이 한글 뭐야'라고 물어보면 '왜 알려고 해, 그냥 그림이야. 너 이름만 알면 돼'라고 말한다"고 전해 웃음을 자아냈다.
진서연의 교육관에 큰 영향을 미쳤던 것은 바로 책이었다. 스무 살 때부터 열심히 읽어왔던 책은 그의 인생에 변화를 가져다 주었다.
"책이 노하우가 가득 담긴 서류 같았고, 그 노하우를 하나씩 빼서 취할 수 있다는 게 정말 보물 같았다. 책의 내용들이 머리에 남아서 언어로 자연스럽게 구사가 되고, 삶 속에 묻어났다. 공부가 중요한 게 아니고 책을 읽고 이것들을 내 삶에 적용하면서 사는 게 더 중요하겠다고 생각했다. 그때부터 자존감도 높아지고, 낯선 사람을 만나서 얘기를 해도 거리낌이 없어진 것 같다."
어느새 20년이 넘는 배우 경력을 쌓은 진서연에게도 작은 아쉬움이 있었다. 그는 "사실 대학교 4년 내내 코미디만 했었다. 즉흥극을 하면 주로 코미디 장르를 했는데, 당시에 웃긴 애드리브들도 정말 많이 했다. 그런데 첫 단추를 코미디가 아닌 작품으로 끼워서인지 센 역할들만 들어오는 것 같다"고 말하며 코미디 장르에 대한 강한 열의를 계속해서 내비쳤다.
하고 싶은 역할이 많은 진서연의 욕심은 연기에 대한 큰 애정과 비례했다.
"저는 연기가 정말 재미있다. 배우들은 어딜 가나 사람들이 좋아해주고, 예쁜 옷도 입고, 극 중에서는 계속 직업이 바뀐다. 한 인생을 살면서 이렇게 계속 다른 직업을 경험해 볼 수 있겠나. 연기가 너무 좋다"
[셀럽미디어 정원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앤드마크, ENA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