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밀수’ 고민시, 사랑스러움의 결정체 [인터뷰]
- 입력 2023. 08.03. 11:30:57
-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이렇게 사랑스럽고, 맛깔스러운 연기라니. 배우 고민시가 고옥분 그 자체로 분했다. 찰떡같은 소화력으로 인생 캐릭터를 경신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밀수' 고민시 인터뷰
지난달 26일 개봉된 ‘밀수’(감독 류승완)는 바다에 던져진 생필품을 건지며 생계를 이어가던 사람들 앞에 일생일대의 큰 판이 벌어지면서 휘말리는 해양범죄활극이다. 신작 개봉에도 박스오피스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킨 이 영화는 241만 명의 관객을 돌파하며 흥행 순항 중이다.
고민시는 밀수판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는 군천의 정보통 고옥분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캐릭터의 당당함과 유쾌한 매력을 그려내며 다채로운 매력을 발산, ‘밀수’의 감초 역할로 활약했다.
“대본을 처음 분석할 땐 강약 조절이 어려웠어요. 너무 하면 ‘과해보이지 않을까?’ 싶었죠. 선배님들을 뒷받침 하면서 같이 케미가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옥분을) 연구했어요. 세 명의 다방 신에서는 옥분의 대사가 더 있었어요. 춘자(김혜수), 진숙(염정아)이 서로의 감정, 속내를 이야기하는 장면에서 감독님, 선배님과 상의 후 옥분의 대사를 없앴죠. 그래서 춘자와 진숙의 이야기에 더 집중할 수 있었어요. 감독님과 선배님의 의견을 이야기하다 보니 더 좋은 신이 나올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셋이서 붙는 신에선 분명하게 전달해야하는 목적이 있는 분을 더 살려주고, 제가 잘 해야 할 땐 당차게 해버렸죠. 완급 조절을 하려고 했던 것 같아요.”
첫 등장부터 모두의 시선을 사로잡은 고민시. 짙은 화장에 하얀 한복 차림으로 등장하는 그는 익살스러운 연기까지 더해 독보적인 캐릭터로 완성했다.
“고마담이 됐을 때 치맛자락을 흩날리며 걸어와 자리에 앉은 후 거울을 보며 치아를 보는 장면이 있어요. 감독님께서 고마담이 거울을 볼 때 고춧가루가 꼈는지, 안 꼈는지 추접스럽게 해보자 하셨죠. 직접 시범도 보여주셨어요. 열심히 했더니 감독님이 너무 좋아하시더라고요. 껌을 쫙쫙 씹는 장면도 껌을 씹는 게 아니었어요. 감독님이 풍선껌을 가지고 오라고 하셨거든요. 장도리가 윙크하면 풍선을 불고, 터트려라 하셨죠. 그런데 풍선이 안 불어져서 그 신이 아쉽긴 한데 그렇게 했다면 좀 더 재밌었을 것 같아요. 껌이라도 야무지게 씹어보자 해서 쫙쫙 씹었죠. 외적으로는 좀 더 추접스럽고, 상스러움을 강조하셨어요. 그 표현 자체가 100%, 150% 와닿았죠. 그래서 빨리 이해하고, 연기할 수 있었어요.”
‘밀수’에서 막내로 합류한 고민시는 저돌적이면서도 신선한 매력을 십분 발휘했다. 배우 데뷔 전 잔뼈 굵은 사회생활 경험 있는 20대의 건강한 밸런스가 ‘밀수’의 막내로서 제격이었다고 한다.
“감독님에게 캐스팅 이유를 물어보니 ‘마녀’ 때 찐계란을 먹는 게 최고라고 하시더라고요. 언젠간 같이 하고 싶다고. 그래서 옥분의 성도 ‘고’씨라 하셨죠. 저를 첫 번째로 생각하고 있었다고 하시더라고요. 마담이라고 했을 대 ‘조금 더 성숙해야하지 않냐’라고 말씀 드렸더니 70년대에는 어린 나이부터 일을 했다고, 20대 초반에 마담을 했던 사례들이 많다고 말씀해주셔서 확실한 포지션을 잡고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갈매기 모양 눈썹, 강렬한 색상의 레드립까지. 고옥분의 티저 포스터 공개 당시, 폭발적인 반응을 일으킨 바. 추접스럽고, 상스러움까지 연기한 고민시는 망가짐에 대한 두려움은 없었을까.
“원래 망가지면 망가질수록 좋아하는 스타일이에요. 최대한 저의 얼굴이 다양하게 나왔으면 했죠. ‘봉오동 전투’ ‘헤어질 결심’ 때 잠깐 나오는 역할이라도 여러 이미지를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처음엔 옥분이의 비주얼에 놀라긴 했지만 이런 얼굴로 또 다시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어 너무 좋았죠. 웃기면 더 오히려 좋다고 생각했기에 망가지는 캐릭터가 더 편했어요. 풀메이크업을 해서 예쁘게 나오면 좋지만 조금만 지워져도 연기에 집중을 못하는 경우가 있거든요. 망가지면 오히려 연기에 더 신경 쓸 수 있어서 좋았어요.”
2017년 SBS 드라마 ‘엽기적인 그녀’로 데뷔한 고민시는 영화 ‘마녀’로 얼굴을 알렸다. 이후 넷플릭스 시리즈 ‘스위트홈’, KBS2 드라마 ‘오월의 청춘’ 등 작품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데뷔 6년차에 접어든 그는 걸어온 시간을 되돌아보며 조금 더 단단해짐을 느꼈다.
“데뷔 초 때는 그때그때 감정을 고스란히 느꼈어요. 좋은 일이 있으면 좋아하고, 슬픈 일이 있으면 바닥이 될 때까지 슬퍼했죠. 지금은 평정심을 찾으려고 하는 것 같아요. 너무 좋아도 좋은 정도까지. 그걸 유지할 수 있는 내면의 힘이 생긴 것 같아요. 작품은 계속해서 도전하고 싶은 것들이 많아요. 데뷔 초에 작은 역할이라도 작품에 참여할 만한 어떤 무언가가 명확하게 있으면 무조건 하겠다고 생각했어요. 이 영화가 잘 되어도 앞으로 주연 활동만 하겠다는 아니에요. 주연, 조연, 단역 상관없이 저의 연기가 필요할 땐 힘을 합치고 싶죠.”
고민시는 ‘밀수’를 통해 많은 것을 얻었다고 한다. 선배 배우들뿐만 아니라 제작진, 스태프를 향해 남다른 애정을 드러낸 그는 “‘밀수’가 잘 되어서 2편도 찍고 싶다”라고 바랐다.
“이정도 친해질 수 있을 거라 상상도 못했어요. 현장에서 ‘민폐 끼치지 말고, 내가 해야 할 것만 잘하자. 블랙홀만 되지 말자’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현장에서 너무 사랑해주시고, 예뻐해 주시고, 칭찬해주셨어요. 그 한 마디가 후배들에겐 큰 영향이거든요. 큰 사랑을 주시는데 어떤 후배가 더 애교를 안 부릴 수 있겠어요. 그런 마음들이 하나 둘 씩 생기니까 너무 끈끈해졌죠. 저, 정민 오빠, 경혜 언니가 막내라인인데 유독 더 챙겨주셨어요. 외유내강, 류 감독님의 현장 자체가 패밀리십이 강하거든요. 감독님은 막내 스태프 이름까지 다 아세요. 항상 뭉쳐 다녔죠. 선배님들은 촬영이 끝났는데도 집에 안 가시더라고요. 늘 그런 분위기라 제가 원했던 관계 그 이상이었어요. 인성 오빠가 ‘놓쳐지고 싶지 않다’라고 인터뷰 하셨더라고요. 저도 그래요. 팀 자체를 너무 사랑하죠. ‘밀수’가 잘 되어서 2편을 찍고 싶어요. 하하.”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NEW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