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인의 밥상' 망중한 여름 밥상, 곤드레나물·돼지수육·오징어회
- 입력 2023. 08.03. 19:40:00
- [셀럽미디어 정원희 기자] 바쁜 가운데 한가함이라는 뜻의 망중한. 파종을 마친 농부, 금어기를 맞이한 어부, 색다른 쉼을 찾아 나선 연극인들까지. 번다함에서 벗어나 여유를 누리는 사람들과 쉼을 달콤하게 만들어 주는 밥상을 만나본다.
'한국인의 밥상'
3일 방송되는 KBS2 '한국인의 밥상' 617회에서는 무더운 여름, 휴식을 알리는 밥상...곤드레나물·돼지수육·오징어회를 만나본다.
◆파종의 기쁨, 흥으로 나누는 날!– 경상북도 봉화군
봉화군 산골 마을 토일리에 온 동네의 아낙들이 나와 허리 굽혀 호미질하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그루갈이가 끝난 밭에 팥을 심는 것이 올해 농번기의 마지막 파종이라는데. 뙤약볕 아래에서도 밝은 웃음 일색인 이유는 오늘이 마을의 잔칫날이기 때문이다. 논매기가 끝날 무렵 온 마을 사람들이 모여 먹고 노는 잔치, ‘풋굿’은 토일리의 유서 깊은 전통! 문헌에서는 세서연(洗鋤宴), 즉 호미를 씻는 연회라는 이름으로 기록되어 있다. 농번기 동안 사용한 호미를 잘 씻어 걸어 놓는 날이라는 의미다. 팥 심기를 마친 아낙들이 개울가에 내려가 흙 묻은 호미를 정성스레 씻겨주고 나면 이제는 잔칫상을 준비할 차례다.
풋굿날에는 뭐든 푸짐하게 차리는 것이 인지상정! 통 크게 돼지 한 마리를 잡았다. 기술 좋은 마을 장정들이 돼지를 해체하고 나면 본격적인 음식 장만이 시작되는데. 사과 농사를 많이 짓는 토일리에서는 돼지 수육에도 아낌없이 사과를 넣어 잡내를 잡고 달큼한 맛을 더한다. 푹 익은 고기를 너 한입, 나 한입 입에 넣어주며 인심을 나누는 마을 사람들. 토일리 잔칫상에는 빠질 수 없는 음식이 있다. 강낭콩 소를 밀전병 위에 얹어 가마니 모양으로 포갠 가마니떡! 풍년을 기원하는 의미를 담고 있어 풋굿 때는 물론 농신제를 지낼 때도 쓰이는 떡이란다. 먹고 노는 자리에도 농사 생각을 잊을 수 없는 것이 농부의 마음! 토일리 사람들이 울리는 풍악이 산 넘어 하늘 높이 퍼지는 풋굿의 현장으로 떠난다.
◆바다로 떠나는 어부의 휴가! – 강원도 속초시
자정에 가까운 시간, 밤바다를 헤치고 속초항으로 들어오는 배 한 척이 있다. 울릉도 앞바다에서 조업을 마치고 5박 6일 만에 뭍으로 돌아오는 홍게 어선이다. 배를 맞이하는 것은 기관장 김시봉 씨의 아내 이희순 씨. 엿새 만에 보는 아내의 얼굴에 배에서 내리는 시봉 씨도 웃음꽃이 피었다. 19살에 배를 타기 시작해 50여 년의 세월을 배 위에서 보내며 좀처럼 쉬어 본 적이 없다는 시봉 씨. 시봉 씨가 숨돌릴 수 있는 유일한 틈은 바로 금어기라는데. 어획량이 적은 7, 8월은 어부들이 자체적으로 정한 홍게 금어기. 쉴 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낸 시봉씨도 이번 금어기에는 가족들과 함께 여름휴가를 떠나기로 했다.
피서지는 속초 바닷가! 지척에 있어도 올 틈이 없어 놀러 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는데. 한바탕 물놀이를 즐긴 후에는 허기진 배를 달래주어야 할 시간. 피서지의 단골, 삼겹살 구이 옆에 특별한 녀석이 올라간다. 바로 홍게와 함께 잡히는 참골뱅이다. 구워 먹어도 맛있는 참골뱅이는 된장밥 위에 홍게살과 함께 올려도 맛이 그만이다. 오래간만의 여유에 신이 난 가족들을 보며 가족들과 보내는 시간의 소중함을 깨달은 시봉 씨가 그 마음 담아 칼을 잡았다! 능수능란한 솜씨로 오징어회를 썰어 매콤 새콤한 물회를 뚝딱 만들어 낸 시봉 씨. 작지만 소중한 순간들을 만들어 가는 시봉 씨네의 여름휴가를 들여다본다.
◆한 여름밤의 산골 극장! – 충청북도 단양군
단양의 별방리에는 특별한 우체국이 있다. 바로 예술을 배달하는 우체국, 만종리대학로 극장이다. 마을의 오래된 폐우체국을 개조해 극장으로 만든 이들은 10년 전 서울에서 내려온 연극인들이다. 자연을 무대로 문턱 낮은 마을 극장을 꾸리고 싶었던 허성수 감독이 고향 만종리에 자리를 잡고 선후배 연극인들을 불러 모은 것! 산비탈, 논두렁, 방앗간 등 친숙한 공간에서 수백 편의 연극을 해온 이들에게는 또 다른 직업이 있다는데. 바로 예술과는 거리가 먼 농사일이다. 농사의 니은도 몰랐던 연극인들이라 온갖 실패를 겪었지만, 그런데도 포기하지 않은 이유는 농사가 단원들에게 특별한 쉼을 가르쳐줬기 때문이라는데.
땀 흘려 일하면서 복잡한 마음을 비우고, 그 자리를 다시 연극으로 채울 수 있었다는 단원들. 이제는 어엿한 감자 농부로 자리 잡았다. 이들의 농사 스승은 마을 주민들! 감자 수확도 다 같이 한다는데. 이런 날에는 식사도 다 함께해야 제맛! 몸에 양념을 지니고 있다는 쏘가리는 쪄먹어야 그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단다. 단양의 특산물 곤드레나물과 마늘을 넣고 지은 곤드레나물마늘밥까지 맛보고 나니 어느새 해가 질 시간. 극장 밖 무대에 하나둘 조명이 켜지고, 막이 올랐다. 온종일 감자 수확을 돕느라 고생한 동네 사람들에게도 쉼을 제공하려 무대에 오른 단원들! 대사와 몸짓으로, 또 농사일로 관객들과 교감하는 특별한 연극인들을 만나본다.
'한국인의 밥상'은 매주 목요일 오후 7시 40분에 방송된다.
[셀럽미디어 정원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KBS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