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감·매너리즘…주연 배우 하정우의 고민 [‘비공식작전’ 인터뷰]
입력 2023. 08.04. 07:00:00

'비공식작전' 하정우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만약 내년에 작품 스케줄링만 해놨다면 똑같은 시기에 감독님이 자신과 (작품을) 찍자 하면 찍을 것 같아요.”

김성훈 감독을 향한 깊은 신뢰감이다. 영화 ‘터널’ 이후 ‘비공식작전’으로 다시 만난 하정우. 그가 김성훈 감독의 손을 잡고 여름 텐트폴 시장에 발을 디뎠다.

‘비공식작전’은 실종된 동료를 구하기 위해 레바논으로 떠난 외교관 민준과 현지 택시기사 판수의 버디 액션 영화다. 하정우와 김성훈 감독은 2016년, 712만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했던 ‘터널’ 이후 다시 재회했다.

“코드가 잘 맞는 것 같아요. 영화를 좋아하는 취향도 비슷하죠. 또 어떤 상황에서 삶의 태도가 비슷한 것 같아요. 예를 들어 ‘터널’의 경우, 주인공이 고립됐을 때 저라면 여유를 찾으려고 할 것 같아요. 그게 저만의 생존 방식인 거죠. 감독님도 그런 것 같아요. 마냥 우울해 하지 않고, 슬퍼하지 않고. 어떻게든 그 안에서 적응해 살아남으려고 할 것 같아요. 저는 전날 술을 많이 마시고 숙취가 엄청나도 누워있지 않아요. 운동을 하거나 숙취를 빨리 끝내려고 하죠. 김성훈 감독 또한 저와 비슷한 부분이 있어요. 영화와 캐릭터를 바라보는데 있어 비슷한 부분이 있어 한 번 더 저에게 기회를 주신 게 아닌가 싶죠.”



함께 출연하는 주지훈과는 ‘신과함께’ 시리즈로 호흡을 맞춘 바. ‘비공식작전’에서 두 사람은 각각 공무 수행 중인 외교관과 사기꾼 기질 다분한 택시기사로 분해 사투와 티격태격 케미를 그린다.

“‘신과함께’ 1편과 2편을 많은 분들이 보셨기에 잔상도 많이 남았을 거예요. 기시감도 엄청 드셨을 거라 생각하죠. 그러나 이건 김성훈 감독님의 작품이에요. 시나리오 안에서 어떻게 보면 상대적으로 지훈이와 저의 이미지, 기시감을 감독님이 정해놓은 세계, 스토리 안에선 의식이 없는 것 같아요. 주연배우로서 작품 수가 쌓이다 보면 필연적으로 따라다니는 평생의 숙제 같은 거예요. 그것에 부담 가지거나, 갇힌다면 자유롭게 플레이해야 하는 것에 방해가 되거든요. 이건 평생 풀어가야 할 부분이에요. 작품에서는 그것 때문에 발목이 잡히면 안 돼요. 본질적인 것에 집중을 하다보면 그 본질에 초점이 맞춰지기에 관객들이 그 점을 봐주시지 않을까 생각해요.”

하정우가 맡은 이민준은 출세와는 거리가 먼 흙수저로, 중동과에서 5년째 근무 중인 외교관이다. 어느 날, 20개월 전 실종된 동료의 생존 신호가 담긴 전화를 받고, 그를 구출하는 작전에 성공하면 미국으로 발령받을 수 있다는 부푼 꿈을 안고 홀로 레바논으로 향한다. 하정우는 캐릭터 특유의 유쾌함과 진지함을 녹여내 생동감 있게 그려냈다.

“잠재력이 있었던 캐릭터에요. 희극과 비극이 표현 가능한 캐릭터라 좋았죠. 감독님이 처음에 만들 땐 꽉 채워 넣지 않으셨어요. 배우 하정우가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을 주신 상태였죠. 하정우가 해석한 게 재밌고, 정답이란 건 아니에요. 그 캐릭터 안에 들어갔을 때 찾아보고, 고민할 구석이 있는 것이죠. 감독님과 캐릭터에 대해 이야기할 때 끝까지 만들 수 있는 여지가 있어 좋았어요.”



2003년 영화 ‘마들렌’으로 데뷔한 하정우는 매 작품마다 넓은 연기 스펙트럼으로 독보적인 캐릭터 소화력을 보여준 바. 그런 그에게도 연기 매너리즘은 매번 찾아온다고.

“매번 매너리즘이 있어요. 그럴 땐 어렸을 때 좋아한 영화들을 찾아보는 편이죠. 흘러간, 잊혀진 영화들을 보면 기억이 소환되잖아요. 영화를 보면서 기다리는 것 같아요. 비슷한 표정, 말투, 눈빛, 화술, 호흡이 바뀌려면 큰 깨달음이 있거나 사건이 있어야 해요. 우리는 늘 사건을 겪고 있죠. 늙어간다는 것, 새로운 사람을 만난다는 것. 매너리즘에 빠졌을 땐 당장 솔루션을 찾기보다 지금 살아가는 인간으로서 초점을 맞추는 것 같아요. 그러기 위해선 처음 꿈꾼 작품을 보죠. 그게 효과적인지, 새로운 솔루션을 찾아낼지는 모르겠지만요. 다만 제가 할 수 있는 건 생각나는 걸 하는 거예요. 제가 좋아하는 영화를 보면서 추억을 소환한다는 것. 저는 영화 ‘대부’를 굉장히 좋아해요. 제작기를 담은 ‘디 오퍼’를 보고 많이 울었죠. ‘대부’의 카메라 뒷모습을 목격한 게 저에게는 사실적으로 다가오더라고요. 굉장한 울림이 있었어요. 들었던 이야기를 제 눈앞에서 목격하니 감동이 세게 온 거죠.”

‘비공식작전’은 1986년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한국 대사관 소속 외교관이 현지 무장 세력에 의해 납치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최초의 한국 외교관 납치 사건에서 모티브를 얻은 영화는 ‘피랍’과 ‘21개월 뒤 생환’이라는 시작과 끝만 실제 사건에서 따온 후 다른 방향으로 전개를 튼다.

“이 영화의 본질은 ‘재미’에요. 다른 것에 포커싱을 맞췄다면 상업영화 형태로 기획되지 않았을 거예요. 엄청난 비즈니스 산업이기 때문에 그 안에서 잘 배치해 탄생시킨 작품이죠. 이 작품이 가야할 길은 삶에 지친 관객들에게 한여름 밤의 재미, 웃음, 감동을 주는 것이 가장 중요한 목표에요.”



지난 2일 개봉된 ‘비공식작전’은 12만 2000명의 오프닝 스코어를 기록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여름 텐트폴 시장과 비교하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치다. ‘신과함께’ 이후 5년 만에 텐트폴 시장에 나온 하정우는 달라진 영화관 환경에 어떤 고민을 가지고 있을까.

“‘스즈메의 문단속’ ‘더 퍼스트 슬램덩크’ ‘탑건: 매버릭’ ‘공조2’도 유의미한 숫자에요. ‘미니언즈’도 1편과 2편의 관객 수는 별반 차이가 없죠. ‘가오갤3’는 시리즈 중 최고 관객 수를 기록했어요. 저는 관객이 기다리고 있다고 생각해요. 어쩌면 영화를 투자하는 회사나 제작사들이 걱정이 많지 않나 생각하죠. 코로나19를 통과하면서 비즈니스를 하는데 많은 어려움이 있었을 거예요. 왜냐하면 멈췄기 때문이죠. 지금은 적극적으로 나서야하는 게 아닌가. 그것부터 시작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볼 작품이 없는데 투자사, 제작사 등이 적극성을 가져야 하죠. 마냥 기다려선 안 될 것 같아요. 안고 가져가야할 상황인 거죠.”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쇼박스 제공]

더셀럽 주요뉴스

인기기사

더셀럽 패션

더셀럽 뷰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