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귀' 오정세, 청춘들에게 전하고 싶은 마음[인터뷰]
입력 2023. 08.09. 08:00:00

오정세

[셀럽미디어 김희서 기자] 끝날 것 같지 않던 긴 터널을 함께 헤쳐나가면서 새로운 삶의 의지를 만난 구산영(김태리) 그리고 염해상(오정세). 음산한 분위기 속에서도 희망의 단초가 된 염해상을 연기하면서 배우 오정세는 삶에 대한 고찰과 더불어 연기 스펙트럼을 한층 더 확장시켰다.

지난달 29일 인기리에 막을 내린 SBS 금토드라마 ‘악귀’(극본 김은희, 연출 이정림·김재홍)는 악귀에 씐 여자와 그 악귀를 볼 수 있는 남자가 의문의 죽음을 파헤치는 한국형 오컬트 미스터리. 오정세는 극 중 악귀를 보는 민속학 교수 염해상 역으로 분했다.

오정세는 염해상을 통해 지금껏 보여준 적 없는 새로운 연기 변신을 선보이며 또 한 번 인생 캐릭터를 경신한 바. 장르적 특성상, 오컬트가 더해진 만큼 오정세는 대본을 처음 접했던 당시를 자욱한 안개에 빗대었다.

“해상이랑 비슷한 느낌. 해상도 분명히 악귀를 잡고 없애야한다는 목표는 있지만 어디서부터 가야될 방법은 모르고 안개 속에 있는 거였다면 저 또한 해상이를 만나기까지 악귀를 잘 없애면 좋겠다는 마음이면서도 이 인물을 어디서부터 만나야할 지 걱정과 불안이 해상처럼 있었다. 주변의 도움으로 해상을 조금조금 만날 수 있었던 것 같다.”

‘악귀’는 오정세에게 ‘엉클’ 이후 1년 만의 드라마 복귀작이자 ‘지리산’ 이후 2년 만에 김은희 작가와의 재회한 작품이기도 했다. 다시 한 번 김은희 작가와 장르물로 호흡을 맞춘 소회에 오정세는 깊은 만족감을 드러냈다.

“세 번째는 더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웃음) 기본적으로 작가님이 믿어주신다.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해.’ 그게 기본에 있었고 큰 서사를 건드리지 않는 선에서 제가 하고 싶은 대사나 정서를 할 수 있게 맡겨주시고 아이디어나 상황들을 이야기하면 그게 극과 인물에 도움이 된다면 잘 받아주셨다.”

해상은 드라마를 시청하는 입장에서도 쉽게 다가가기도, 이해하기도 어려운 감정선을 지닌 인물이었다. 그는 악귀에 트라우마를 안고 있어 마음 한 구석에는 처절한 복수심이 내재돼있고 두터운 인간관계를 두지 않으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무심결에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본다면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었다. 오정세는 해상의 입체적인 면모에 집중하며 그의 정서를 따라가고자 했다.

“해상은 악귀를 쫓아가는 정서가 큰 친구였는데 초반에는 해상이가 다른 가지의 사건들로 가는 정서라 물음표였다. ‘난 악귀로 가야지’가 저에게는 답이자 중심이 됐다. 그런데 여러 가지 안타까운 사건 사고가 나면서 자기 목숨이 위험함에도 불구하고 본능적으로 누굴 도와주러 가는 발걸음이 가치가 있더라. 그런 선한 마음, 생각, 선한 행동들이 세상을 조금 더 아름답게 만든다고 생각하는데 그 안에 해상이가 있었으면 기본적으로 악귀를 잡으러 가지만 주변에 어려움이 보인다면 도와주러 가는 거다. 그래서 도와주기도 하고 손을 못 잡아준 누군가를 보면 아파하는 인물로 중심을 잡을 수 있었다. 더 나아가서 누군가가 억울하게 죽을 때 기억하고 추모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라는 것을 해상이를 통해 공감할 수 있었다. 그런 마음이 진해질 수 있어서 캐릭터를 잡을 때 해상의 정서가 드라마 안의 큰 서사에 좌지우지 되지 않지만 저에게는 큰 뿌리가 된 정서였다.”

더 나아가 오정세는 해상이 이상향 속의 인물로 표현되길 바랐다. 일상에서 보이든 보이지 않는 곳에서 선한 영향력을 행하는 이들처럼, 오정세는 해상 또한 악귀 사냥을 목표로 살지만 주변에 대한 관심의 끈을 놓지 않는 인물로 다가가고 싶었다. 이는 비단 떠난 사람들에 대한 기억뿐만 아니라 남겨진 사람들에 대한 마음이기도 했다.

“누군가를 도와주는 발걸음. 사건, 사고가 터질 때 자기랑 연이 없어도 멀리서나마 같이 아파하고 기억해주는 마음, 혹은 눈이 온 거리에 누군가 새벽에 골목길을 치워놓는 작은 선행을 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세상이 아름다워진다고 생각한다. 그 안에 해상이가 있었으면 했고 이 작품을 만나고 해상을 만나면서 그런 마음을 조금 더 가까이서 드리고 오게 됐다. 작은 행동, 작은 생각, 마음이지만 남아 계신 분들에게도 큰 위로, 버팀목이 될 수 있지 않을까하는 마음을 더 짙게 깊게 느꼈다.”

다만 오정세는 해상을 초월적인 능력을 통해 사건을 해결하는 능력자라기보다는 인간미가 묻어나는 평범한 사람임을 강조했다. 그는 보통 사람이 위기를 대처할 때 발휘되는 용기를 더 보여주고 싶었다고.

“다른 작품에서는 주인공이 누군가를 구하는 인물이라서 누구를 구하는 발걸음이 나오는데 반해 ‘악귀’는 구하지 못하는 아픔으로 시작해서 (해상은) 초자연적인 능력을 가지고 있지만 그냥 사람이구나로 나온다. 그래서 더 아등바등하고 힘든 인물로 표현하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아동학대하는 친구를 제압하고 나서 얼음주머니로 주먹을 마사지하는 장면이 나온다. 멋있는 느낌보다 ‘얘도 사람’이라는 느낌이라는 정서를 조금조금 쌓아갔다.”

주조연을 가리지 않고 역할의 크기를 떠나 매 작품마다 진심을 다한 오정세의 연기는 어느 순간 대중들에게 서서히, 슬며시 닿아 깊이 자리 잡았다. 드라마와 영화를 넘나들며 쉴 새 없이 다작 행보를 펼치고 있는 오정세에게 작품의 의미는 무엇일까. 그는 연기를 하는 원초적인 이유에서부터 답을 이어갔다.

“예전이랑 크게 다르지 않다. 기본적으로 연기라는 것은 작품을 만드는 게 좋아서 선택했고 선택 안에 해상을 만나서 스트레스 받는 건 그 안에서 긍정적인 스트레스다. 이런 작품을 만들어가면서 조금씩 성장해나가고 있다고 생각해서 그런 점에 어떤 작품은 작품이 너무 좋아서 선택하고 어떤 작품은 인물이 너무 하고 싶어서 선택하기도 하고. 어떤 건 배우들과 놀아보고 싶어서 일 때도 있다. 매 작품마다 저를 당기는 에너지는 조금씩 다른데 그런 것들을 반복하는 게 원동력이 되는 것 같다.”


‘연기 잘하는 배우’ 외에도 오정세를 떠올리면, 좋은 사람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촬영장과 현장 밖에서도 쏟아지는 오정세의 미담은, 때로는 우리 사회에 잘 닿지 않던 곳에도 따스함이 전파되는 느낌이다. 이는 오정세가 연기를 하는 이유에서부터 비롯됐다고 볼 수 있다.

“거창한 것보다 제가 좋아하는 일을 건강하게 만드는 일이 가치 있다고 생각한다. 백 명 중 백 명은 아니더라도 한두 명이라도 제 작품으로 인해 또 다른 가치 있는 생각을 할 수 있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누군가를 도와준다는 게 쓰레기를 줍는 작은 손. 이 작은 손이 큰 가치는 아니지만 이런 게 모여서 큰 가치를 만들 수 있듯이.”

해상으로 살았던 지난 시간을 돌아보며 오정세는 ‘악귀’가 시청자들에게 전하려던 궁극적인 메시지를 되새겼다. 그는 삶이 아무리 고되고 힘들어도 나를 가장 아껴주고 사랑해줄 수 있는 존재는 오직 나 자신이라는 것을, 요즘을 살아가고 있는 청춘들이 느끼길 간절히 소망했다.

“장르의 외피를 가지고 재미를 추구한 드라마이긴 하나 그 안에서 사건과 서사, 인물을 쫓아가다 보면 청춘이라는 단어를 곱씹어봤으면 하는 작품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시작했다. 해상을 만남으로서 한층 성장한 느낌이라 해상에게 감사한 느낌이다. 작품마다 듣는 노래들이 있는 악귀는 위로라는 어떤 지점에서 허회경의 ‘그렇게 살아가는 것’을 들었다. 해상 개인으로는 김일두의 ‘나는 나를’라는 노랜데 ‘나를 더 아끼고 사랑해야 돼’라는 가사를 들으면서 묵직함이 왔고 해상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기도 했다. 과거에 우리 집안에 뭐가 됐든 힘들지만 나는 나를 사랑하고 아끼고 시청자들에게 청춘을 곱씹으면서 각자에게 자신을 조금 더 사랑하는 지금이 됐으면 좋겠다는 작은 정서를 전하고 싶었다.”

[셀럽미디어 김희서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프레인글로벌(프레인TPC)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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