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유’ 박서준 “저도 몰랐던 동공 연기, 칭찬에 자존감 올라갔죠” [인터뷰]
입력 2023. 08.15. 07:00:00

'콘크리트 유토피아' 박서준 인터뷰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배우 박서준의 새로운 얼굴이 아닐까. 재난 속 ‘생존’을 위해 갈등하고, 변화해가는 캐릭터를 섬세하게 표현해낸 것. 고민과 갈등을 겪는 인물의 내면을 설득력 있게 그려낸 그다.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대지진으로 폐허가 되어 버린 서울, 유일하게 남은 황궁 아파트로 생존자들이 모여들며 시작되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박서준은 극중 어떠한 일이 있어도 가족을 지키려는 강한 책임감을 지닌 민성 역을 맡았다.

“표현의 ‘정도’에 대해 가장 고민이 많았어요. 처음 시작했을 때부터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건 가족이었죠. 가족을 지키기 위한 상황에 직면하면서 감정의 변화를 어느 정도 표현할 것인가 고민했어요. 목소리 톤과 눈빛, 그 중간 어딘가를 찾는 게 가장 중요했던 역할이었죠.”

역할을 표현하기 위해 체중감량까지 감행했다고 한다.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드림’이 끝나자마자 찍은 영화에요. 몸무게를 많이 빼야겠다는 생각을 했죠. ‘드림’ 때는 운동을 많이 하고, 몸을 최대한 축구선수에 맞춰가려고 노력했다면 이번에는 공무원이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잖아요. 여가시간이 생긴다면 운동 보다 아내와 시간을 보내는 게 많을 것 같더라고요. 외형적으로 근육질 보다는 마른 체형이 어울리지 않을까 생각해 7kg 정도 뺐죠.”



영화는 재난 이후 폐허가 된 서울에서 유일하게 무너지지 않은 아파트를 배경으로 서로 다른 가치관을 지닌 다채로운 캐릭터들을 현실적으로 그려낸다. 민성은 아파트 안팎에서 마주한 냉혹한 현실 앞에서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되는 캐릭터로 감정 이입을 이끌어낸다.

“민성에게는 ‘가족’이 중요했어요. 게다가 명화(박보영)가 유산을 했다는 정보가 있잖아요. 이 둘에게는 마냥 또 행복하지만은 않은 서사가 있을 것 같았죠. 정말 인생의 목표가 가정의 행복과 화목이 가장 중요했던 인물이 아닐까 싶었어요. 그런 상황에 직면했을 때 가장 먼저 생각한 것은 가족을 지켜야하는 게 중요했던 것 같아요. 저희 아버지가 그런 성향이신데 어릴 때 아버지를 보면서 그런 책임감에 대해 많이 느꼈어요. 그래서 그런 부분에 대해 이해하는 것은 전혀 어렵지 않았죠. (민성이) 어떤 마음이었을지 간접적으로나마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어요.”

자신과 아내의 생존을 위해 영탁(이병헌)과 연대를 맺으며 변화해 가는 민성의 모습은 관객들에게 드라마틱한 감정을 전한다. 생존을 위해 서로 다른 선택을 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클라이맥스로 치닫을수록 예측할 수 없는 전개로 관객들의 몰입을 이끈다.

“가족을 지켜야한다는 신념이 가장 중요한 인물인데 그로 인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해가면서 어느 정도 가치관이 계속 바뀌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모든 게 무너져 멘탈도 나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니 아무것도 할 수 없음을 표현해야 했죠. 그런데 갑자기 외부인들이 들이닥치고, 계속해서 상황이 전개되니까 아무것도 할 수 없고, 흔들림을 표현하는 게 중요했어요. 민성이로 생각하면 벅찰 것 같은 느낌이 들었죠. 모든 걸 다 포기하고 싶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어요. 하지만 명화는 지켜야하는 상황에 놓인 인물이었던 것 같아요.”



특히 박서준은 폭넓은 캐릭터의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 자신도 모르게 ‘동공’을 연기한 일화를 전해 놀라움을 안겼다.

“민성이가 영탁에게 잘하겠다고 한 이후의 장면부터 중요하게 생각했어요. 처음에는 동공이 작아 보이는 렌즈를 끼자는 의견도 있었는데 제 눈에 맞는 걸 찾기가 어려웠거든요. 제작진들이 ‘박서준의 연기를 믿어보자’고 했는데 제가 그날 동공이 작아보이게 등장했다고 하더라고요. 그 이야기를 제작보고회 때 들었는데 칭찬해주신 것 같아 기뻤어요. 민성의 어떤 흔들림 이후 상황을 명확하게 표현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그렇게 말씀해주셔서 감사했죠. 배우로서 자존감이 더 올라간 순간이었어요.”

지난 9일 개봉된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개봉 4일 만에 100만 관객을 넘어서며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재난 이후의 이야기를 극강의 리얼함으로 녹여냈을 뿐만 아니라 탄탄한 서사와 묵직한 메시지로 호평 받고 있는 것. 특히 다양한 인간 군상을 담아낸 만큼 여러 의견을 나눌 수 있는 토론의 장이 마련된다는 점이 의미 깊게 다가온다.

“마지막에 명화가 하는 말처럼 어떤 집단에 있느냐에 따라 생각이 바뀔 수 있구나를 느꼈어요. 감독님께서도 주제에 매몰되지 않으려고 노력하셨죠. 즉, 여러 방면으로 생각해보셨으면 해요. ‘내가 영탁이라면? 민성이라면? 명화라면?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 다양하게 생각해볼 수 있는 영화죠. 이 사람의 입장에서 다양한 해석이 나올 수 있는 영화에요. 그런 지점이 재미로 다가오고, 잔상이 남는 영화죠.”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어썸이엔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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