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복절 기획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우리에게 무궁화란 어떤 의미인가
- 입력 2023. 08.15. 10:34:00
- [셀럽미디어 박수정 기자] “꽃으로 독립운동을 펼친 나라는 우리가 유일할 겁니다”
15일 오전 11시 KBS1에서 방영되는 광복절 기획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에서는 일제강점기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무궁화를 지키고 사랑해온 많은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에게 무궁화란 어떤 의미인지를 되새겨본다
꽃말은 ‘일편단심’. 여름부터 가을까지 무려 3개월 동안 매일 새롭게 피고 지는 꽃. 늘 우리 곁에 있지만 관심 두는 사람은 많지 않은 바로 그 꽃, 무궁화. 무궁화는 그 어떤 무기보다 강력한 애국 운동의 상징이 되어 위기의 순간마다 우리 민족과 운명을 함께 해왔다. 하지만 지금의 무궁화는 어떠한가? 아이들은 보고도 이름을 알아채지 못하고 어른들은 나라꽃이라는 부담감에 꽃으로서의 아름다움은 미처 느끼지 못하기도 한다. 우리 마음속의 무궁화는 다시 피어날 수 있을까?
■ 오래 볼수록 이쁘고, 가까이 볼수록 아름다운 꽃, 무궁화
작은 꽃집의 사장 김다희 씨. 그녀는 직접 그린 무궁화 그림을 활용해 원피스, 에코백 등을 만드는 무궁화 전문 디자이너이기도 하다. ‘나라꽃이니까 무조건 좋아해야 해’라는 부담감보다 그저 예뻐서 갖고 싶은 꽃이 무궁화였으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무궁화꽃이 그려진 소품을 디자인하기 시작했다는 김다희 씨. 그녀의 디자인은 ‘무궁화는 이쁘다!’라는 생각에서부터 출발한다.
■ 이처럼 아름다운 꽃을 본 적이 없어요!
영국 런던에서도 2시간 넘게 차를 타고 달려야 도착하는 시골 마을. 그곳에도 무궁화에 푹 빠진 할아버지가 산다. 40여 년을 무궁화 육종에 매달려온 로드릭 우즈 박사. 40여 년 전 프랑스 휴가지에서 본 무궁화에 반해서 무궁화를 기르기 시작했다가 ‘왜 더 이쁜 무궁화가 없을까’라는 생각으로 직접 무궁화 육종에 나섰다는 우즈 박사. 그는 지금까지 무려 21,000여 종의 무궁화 품종을 개발했다. 새로운 무궁화가 필 때마다 행복하다는 로드릭 우즈 씨는 지치지 않는 열정으로 푸른색 계열의 무궁화 개발에 매달리고 있다. ‘무궁화는 내 인생이다’라는 영국 할아버지의 못 말리는 무궁화 사랑을 만나 본다.
■ 매일 새롭게 피고 지는 무궁화(無窮花)는 불굴(不屈)의 상징
서울 한복판의 오래된 교회. 백 년 역사를 자랑하는 석교감리교회 앞마당에는 70살 넘은 무궁화나무가 있다. 이 나무를 지키고 돌보는 이는 80대의 노(老) 신도들. 초등학교 때부터 나무를 지켜봤다는 이들에게 무궁화는 인생의 고락을 함께한 가족이다. 하지만 이들이 나무를 더욱 아끼고 사랑하게 된 데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이 나무가 바로 독립운동가 남궁억 선생의 손길에서 전해지고 길러진 ‘독립의 나무’라는 감격스러운 추정이다.
한서 남궁억 선생은 일제강점기 황성신문 사장, 배화학당 교사 등을 역임한 독립운동가이자 교육자로 말년에는 무궁화로 독립운동을 펼쳤다. 무궁화를 길러 보급했다는 이유로 모진 옥고를 치렀고, 출감 후 그 후유증으로 숨졌다. 당시 모진 고문을 당하면서도 남궁억 선생은 “무궁화를 기르고 보급하여 조선 민족의 정신을 고취할 것이다‘라는 뜻을 꺾지 않았다. 매일 새롭게 피고 지고 또다시 피는 ‘무궁(無窮)’의 특징을 민족의식과 연결 지어 독립의 의지를 일깨우고자 했던 것이다.
■ 꽃으로 독립운동을 한 유일한 나라, 우리의 무궁화는 안녕한가요?
일명 ‘무궁화 변호사’로 불리는 조민제 변호사. 그는 “꽃나무니까 무궁화도 꽃으로 돌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언제부턴가 무궁화는 아무렇게나 방치해도 잘 자라는 나무로 오해받게 된 것이 안타까웠던 그는 살고 있는 아파트 공터에 사비를 들여 무궁화 100그루를 심었다. 그가 정성으로 가꾼 무궁화꽃의 아름다움은 주민들을 매료시켰고 자그마했던 무궁화꽃밭은 이제 아파트 주민들이 함께 돌보는 무궁화 꽃동산이 됐다. 주민들은 “애국심으로 무궁화를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무궁화를 좋아하다 보니 애국심도 커졌다”고 입을 모은다.
■ 그런데 우리는 왜, 무궁화를 예쁘다고 생각하지 않는가?
사람들이 흔히들 좋아하는 종류의 꽃들과 무궁화를 같이 놓고 사람들에 물었다. 어느 꽃이 예쁜가요? 대부분은 눈에 익숙한 장미, 튤립 등이 예쁘다고 했고, 무궁화가 예쁘다고 답한 이들은 현저히 적은 수였다. 연령이 낮아질수록 무궁화에 대한 선호도는 현저히 떨어진다. 심지어 유치원을 다니는 어린아이들은 무궁화라는 꽃을 아예 모르기도 한다. 그렇다면, 무궁화는 미학적인 매력이 떨어지는 꽃인가? 우리의 전통 무궁화를 연구하고 지켜내는 국립산림과학원의 무궁화 연구소는 자체 개발한 신품종 무궁화를 비롯해 약 250종의 국산 무궁화들을 키우고 있다. 여름이면 드넓은 무궁화 정원으로 변신하는 무궁화 연구소. 어디 내놔도 손색이 없는 자태를 뽐내는 다양한 무궁화가 세상에 나왔음에도 ‘나라꽃’이라는 무게감으로부터는 자유롭지 못하다. 지금 우리에겐 무엇이 필요할까?
■ 군자처럼 키우면 군자가 되고 천하게 키우면 천하게 된다
2023년 대한민국에도 무궁화 사랑에 앞장서는 사람들이 있다. ‘무궁화 사랑 봉사단’이라는 이름으로 뭉친 시민 정원사들. 누가 시킨 것도 아니고, 돈이 생기는 것도 아니지만 이들은 전국의 방치된 무궁화들을 찾아다니며 정성껏 가꾸고 돌본다. 죽은 무궁화도 살려낸다는 이들이 이번에 찾아간 나무는 일명 ‘전만배 무궁화’. 평범한 농부였던 故 전만배 씨가 사방으로 아름답게 뻗어가는 독특한 수형으로 가꿔 무궁화 사진 대회에서 수상을 하는 등 이름을 날렸던 나무다. 하지만 전만배 씨 타계 후 후손들이 돌보는 데에 애를 먹고 있다는 얘길 듣고 봉사단이 도움을 주러 나선 것. “군자처럼 키우면 군자처럼 자라고, 천하게 키우면 천해지고 만다”는 이들의 철학에서 무궁화를 사랑하는 법을 배운다.
이 밖에도 세계에서 유일한 자연 난쟁이 무궁화인 안동 애기무궁화를 대대로 지켜온 김준한 어르신, 무궁화로 꽃차를 만드는 꽃차 소믈리에 권은옥 씨, 무궁화 꽃다발에 푹 빠진 플로리스트 한수정 씨까지. 저마다의 방식으로 무궁화를 사랑하고 지켜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나라꽃 무궁화의 미래를 다시 생각해본다.
[셀럽미디어 박수정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KBS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