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크리트 유토피아’ 박보영 “안 해 본 것에 문 두드리고 싶어요” [인터뷰]
입력 2023. 08.18. 07:00:00

'콘크리트 유토피아' 박보영 인터뷰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본 인터뷰는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행복해요. ‘콘크리트 유토피아’가 제 필모로 이어진다는 게 기쁜 일이 될 것 같아요. ‘콘크리트 유토피아’ 촬영을 2년 전에 했는데 시간이 그렇게 빨리 흘렀나 싶어요. ‘복귀’라는 단어가 그렇지만 오랜만에 인사드리는 작품이 ‘콘크리트 유토피아’라 만족스러워요.”

사랑스러운 미소와 연기로 남녀노소 불문, 사랑받아온 배우 박보영이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감독 엄태화)로 돌아왔다. 무려 5년 만에 스크린 복귀다. 처음으로 재난 드라마 장르에 도전한 그는 기존에 보여준 연기가 아닌, 새로운 얼굴로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입증했다.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대지진으로 폐허가 되어 버린 서울, 유일하게 남은 황궁 아파트로 생존자들이 모여들며 시작되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박보영이 맡은 명화는 생존을 위해 외부인들을 배척하는 영탁(이병헌)과 그를 따르는 주민들 사이, 모두 함께 살아남아야 한다는 또 다른 선택지를 제시하는 인물이다. 이리저리 흔들리는 사람들 사이에서 꿋꿋하게 중심을 지키기에 자칫하면 평평하게 보일 우려가 뒤따르기도.

“재난 상황이 발생하고, 많은 사람들이 변화를 겪잖아요. 명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신념을 가지고 가서 평평하게 보일 수 있지만 잘 그리면 괜찮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누군가는 ‘갑갑하다’라고 하는데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어요. 저희 영화의 매력 포인트라 생각했죠.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느냐에 따라 캐릭터가 달라요. 절망적으로 판단하는 분도 계시더라고요. 그려가는 과정 안에서 누군가는 이해할 수 있고, 누군가는 하지 못한 게 큰 매력이라 생각해요. 명화의 입장에서 생각하면 사랑하는 사람이 가족을 지키기 위해 변해가는 게 맞다는 생각에서 멈춘 것 같아요. 마지막 대사도 ‘저 여기서 살아도 돼요?’라고 했을 때 상대방이 ‘그걸 왜 저에게 물어요. 살면 사는 거지’라고 하잖아요. 영화에서 하고자하는 메시지가 대사로 보여진다고 생각했어요. 결국 저희 영화에는 나쁜 사람, 좋은 사람을 판단할 수 없다고 생각했죠.”



명화는 따스한 마음과 배려, 그리고 쉽게 흔들리지 않는 단단한 심지를 지닌 캐릭터다. 위기의 순간에도 자신만의 기준을 잃지 않는 명화의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표현하기 위해 연기 습관부터 고쳤다고 한다.

“저는 명화보다 더 밝은 사람이에요. 그래서 일을 할 때 톤이 올라가는 경향도 있죠. 평소에 톤 자체가 높기도 해요. 제 습관 중 콧소리가 있어요. 모니터할 때 ‘내가 이렇게 말을 하나?’ 그런 게 있죠. 저도 모르게 애교 섞인 말투가 조금씩 나올 때가 있거든요. 예를 들어 화장실에 숨을 때 민성(박서준)이에게 ‘빨리 들어와’라고 해야 하는데 제가 듣기엔 ‘들어왕’으로 들리더라고요. 후시 녹음할 때 감독님에게 ‘들어왕’이 너무 크게 들린다고 해서 ‘ㅇ’없이 ‘들어와’라고 다시 녹음하기도 했어요. 그런 식으로 캐릭터를 자아갔죠. 연기할 때 그런 게 튀어나와 스스로 인지하려고 노력했어요. 감독님도 잡아주셔서 잘 할 수 있었죠.”

‘모두’가 아닌 ‘나만’ 살아남기 위한 사람들 사이에서 명화는 인간의 또 다른 단면을 담아내며 이야기를 더욱 풍성하게 만든다. 특히 클래이맥스에서 영탁과 대척점에 선 그는 팽팽한 긴장감을 선사하며 관객들을 영화 속으로 더욱 몰입하게 만든다.

“선배님이 연기를 너무 잘하시잖아요. 막상 같이하는데 무력감이 느껴졌어요. 너무 잘 하시니까. 왜 나는 정답을 찾기 힘들까 싶었죠. 선배님은 정답을 잘 찾고, 연기에 정답도 많은 것 같았어요. ‘어떻게 하면 저렇게 할까? 나는 왜 잘 못할까? 왜 이렇게 부족할까’ 생각이 많이 들었죠. 그때 당시 연기에 대한 고민이 많았거든요. 병헌 선배님뿐만 아니라 선영 선배님 등 같이 연기했던 배우들이 다 연기를 잘하니까 상대적으로 오는 게 있었어요. 결과적으로 나는 이병헌이 아니고, 아직 병아리니까 열심히 하면 극복할 수 있지 않을까 싶더라고요. 선배님도 여전히 작품을 마주했을 때 긴장하고, 걱정한다는 얘길 들으니 조금 위안이 됐어요.”

영화 ‘과속스캔들’ ‘너의 결혼식’, 드라마 ‘오 나의 귀신님’ ‘힘쎈여자 도봉순’ 등 작품을 통해 밝고, 통통 튀는 모습을 연기한 박보영. 이번 ‘콘크리트 유토피아’에서는 이때까지 보여주지 않은 연기와 분위기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많은 분들이 저에게 기대하는 얼굴이 뭔지 알아요. 그걸 깨고 싶은 건 배우로서 욕심이죠. 그전에도 알게 모르게 많은 도전을 했어요. 개인적으로 180도 다른 모습을 보여드린다고 해서 ‘거부감 없이 받아드릴까?’ 싶었죠. 그러나 그건 아니기에 제가 가진 얼굴에서 보여주고자 했어요. 조금씩 이런 모습을 만들어보자고 생각했죠. 명화도 낯선 얼굴이 있긴 하지만 처음부터 안 봤던 얼굴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엄태화 감독의 디렉션도 명화를 만들어 가는데 큰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감독님께서는 명화 캐릭터에 대해 선명한 그림을 가지고 있으셨어요. 촬영할 때 다른 분들에게 디테일한 디렉션을 안 주셨다는데 저에겐 주셨거든요. 하하. 저에게는 섬세하고, 디테일한 디렉션을 주셨어요. 감독님은 진짜 섬세하신 분이에요. ‘이렇게 했으면 좋겠어요’가 아닌, ‘명화라면 이렇게 할 것 같은데 어때요?’라고 하셨죠. 리허설 하고, 한 번 찍고, 다른 부분이 있으면 권유하신 편이셨어요.”

2006년 EBS 드라마 ‘비밀의 교정’으로 데뷔한 박보영. 영화와 드라마를 통해 특유의 밝은 에너지와 탄탄한 캐릭터 소화력으로 사랑받아온 그는 앞으로도 다양한 도전에 나서며 다채로운 캐릭터와 연기를 보여줄 예정이다.

“옛날에는 시도를 더 과하게 하려고 했어요. 욕심이 있었죠. 저도 이제 서른 중반을 지나면서 조금씩 성숙해져가는 과정이 보여요. 시간이 지날수록 제가 표현할 수 있는 것도 많아지고, 얼굴에서 세월이 묻어나기 시작하면 할 수 있는 선택지가 많아진다고 생각하죠.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할 수 있는 게 많아질 것 같아 기대돼요. 안 해본 건 도전해보고 싶죠. 문을 두드려보고 싶어요. 위축이 될 때도 있지만 깨지고 박살나서 슬퍼도 해봐야 하지 않을까요? 박살난 경험이 많은데 그게 발걸음이 되고, 성장하는 과정이었다고 생각해요. 어떤 게 강점이고, 약점인지도 알게 됐고요. 그래서 아직도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BH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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