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디서 본 것 같은데…낯설지 않은 사람들 '마스크걸'[OTT리뷰]
- 입력 2023. 08.18. 13:09:08
- [셀럽미디어 김희서 기자] 외모가 스펙이 된 세상. 김모미가 바라보는 세상은 그렇다. 오로지 예뻐지고 싶다는 욕망으로 시작된 비극은 김모미의 인생을 송두리째 흔들어놓는다. 외모지상주의 사회와 너무나 맞닿아있는 김모미의 삶, ‘마스크걸’은 어쩌면 우리에게 멀지 않은 현실적인 이야기를 한다.
'마스크걸'
어릴 적부터 무대에 나서는 걸 좋아하고 춤에 소질도 있었던 김모미의 꿈은 관심과 사랑을 한 몸에 받는 가수였다. 그러나 예쁜 외모의 기준에 벗어난 외모로 누구에게도 인정받지 못한 김모미는 꿈에서는 점점 멀어지고 외모에 대한 집착은 커져만 갔다.
그저 그런 평범한 직장 생활을 하는 회사원이 된 후에도 꿈에 대한 갈증은 해소되지 않았던 김모미. 억눌려있던 그의 욕망을 실현시켜주는 유일한 공간은 인터넷 방송이었다. 낮에는 소심하고 존재감 없는 직장인이지만, 밤에는 얼굴을 드러내지 않고도 환호를 받는 인기 BJ ‘마스크걸’로 김모미는 비밀스러운 이중생활을 펼친다.
낮과 밤이 다른 삶으로 지쳐가던 찰나에, 어느 날 김모미는 회사에서 충격적인 장면을 목격하게 된다. 여전히 자신이 그리던 환상과 동떨어진 현실에 개탄한 김모미는 홧김에 돌이킬 수 없는 일탈을 저지른다. 이후 김모미는 예기치 않은 사고에 휘말린 가운데 느닷없이 등장한 주오남(안재홍)에 상황은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마스크걸’(감독·각본 김용훈)은 외모 콤플렉스를 가진 평범한 직장인 김모미가 밤마다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인터넷 방송 BJ로 활동하면서 의도치 않은 사건에 휘말리며 벌어지는 이야기로, 김모미의 파란만장한 일대기를 그린 넷플릭스 시리즈.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다.
3인 1역이라는 파격적인 캐스팅으로 화제를 모은 배우 고현정과 나나, 신예 배우 이한별은 각각의 ‘김모미’로 완벽하게 녹아들었다. 분명히 서로 다른 얼굴인데도 세 명이 나눠가진 김모미라는 이름 하나만으로도 몰입감을 이끌어냈다.
지난 16일 제작발표회를 통해 첫 번째 김모미 역을 연기한 배우 이한별은 처음으로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내 시선을 끈 바. 특히 그동안 베일에 가려져 있어 궁금증을 자극했던 이한별은 웹툰을 찢고 나온 듯 높은 싱크로율을 자랑해 뜨거운 반응을 자아냈다.
연기력 또한 믿고 볼만하다. 정체가 발각될까봐 불안해하는 내면 연기부터 마스크를 쓰면 180도 달라지는 태도, 목소리 등 신인답지 않은 연기 내공을 보여주며 극의 전반부를 가득 채운다.
싱크로율과 연기력으로 또 시청자들을 놀라게 할 캐릭터는 안재홍이 연기한 주오남이다. 원작에서 추남을 길게 발음해서 유래된 이름으로 알려진 주오남은 마스크걸의 광팬으로 그의 정체가 직장동료인 김모미임을 눈치채고, 삐뚤어진 욕망을 키워가는 인물이다.
안재홍은 2대 8 가르마로 한껏 넘긴 숱 없는 머리부터 뿔테안경과 불그스름한 피부, 속내를 알 수 없는 음침한 표정, 일본 애니메이션을 즐겨보며 일본어를 구사하는 소위 오덕(오타쿠) 같은 모습까지 완벽하게 구현해내며 원작 캐릭터를 집어삼킨 듯 메소드 연기를 선보인다. 김모미를 향해 묘한 동질감을 느끼면서 드러나는 광기어린 집착은 보는 이들에게 불쾌함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시간대에 따라 또 다른 김모미를 연기한 나나와 고현정의 열연은 휘몰아치는 전개에 속도감을 더한다. 애프터스쿨 출신인 나나는 쇼걸 아름이로, 빼어난 외모와 수준급의 춤 실력을 뽐내며 가장 화려한 김모미로 활약한다. 어떠한 사건으로 인해 교도소에 수감된 이후에는 누구도 자신을 건들지 못하도록 미친 듯이 날뛰는 기세로 극을 휘어잡는다.
고현정은 화장기 없는 얼굴에 덥수룩한 숏컷, 죄수복까지 외적으로도 이전에 본 적 없던 모습으로 외적인 변신을 이뤘다. 6화가 돼서야 등장하는 고현정은 대사가 많지 않아도 눈빛만으로도 압도적인 힘을 발휘한다. 말수가 적고 과묵하던 그가 김경자(염혜란)와 재회하자 돌변하는 감정 등 섬세한 완급 조절 연기 역시 짧지만 굵은 깊이와 내공을 자아낸다.
여기에 김모미를 향한 복수에 사활을 내건 김경자 역의 염혜란은 세월을 넘나드는 폭 넓은 연기를 선보인다. 김경자는 주오남의 엄마로, 실종된 아들을 찾아 나서는 미친 듯한 모성애를 드러낸다. 이에 염혜란은 원래의 나이보다 더 노모의 모습으로 완벽 변신하는 것은 물론 사투리 말투와 억척스러운 생활 연기로 처절한 모성애를 보여준다.
매 회 차마다 부제로 덧붙여진 캐릭터 이름도 이목을 집중시킨다. 보기 전부터 해당 회 차의 주인공인 캐릭터를 인지시켜줄 뿐만 아니라, 김모미를 둘러싼 많은 캐릭터들의 서사와 이야기들을 줏대 있게 풀어가 오히려 관람하는데 산만하지가 않다. 그러면서도 모든 회 차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돼있어 이해하는데도 큰 어려움이 느껴지지 않는다.
다만 장르가 장르인지라 호불호는 나뉠 수 있다. 포스터에 새겨진 ‘세 번의 살인’이라는 문구가 괜히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인 만큼, 김모미가 휘말린 사건들을 다소 엽기적이고 잔혹하게 보여주는 장면이 있다.
그럼에도 ‘마스크걸’은 무거운 소재를 마냥 무겁게만 끌고 가지는 않는다. 사회에 만연하게 찌들어있는 외모지상주의 현실을 위트 있게 꼬집어내는가 하면 주조연 캐릭터들의 이야기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해 시간적 흐름에 맞춘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또 김모미가 무대를 좋아하는 만큼, 한 시대를 풍미했던 추억의 명곡인 ‘리듬 속에 그 춤을’과 ‘토요일 밤’에가 자주 등장해 의미 있는 장면으로 쓰인다. 듣고 있는 노래와 보고 있는 무대는 신나지만 어딘가 애잔한 김모미의 정서가 녹아있어 오묘한 분위기를 풍긴다.
‘마스크걸’은 총 7부작이며 오늘(18일) 오후 전편이 공개된다.
[셀럽미디어 김희서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넷플릭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