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피2' 김성균, 오래도록 같이 있고 싶은 사람[인터뷰]
입력 2023. 08.21. 11:12:55

김성균

[셀럽미디어 김희서 기자] 배우 김성균이 또 하나의 인생 캐릭터인 박범구로 유의미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어디선가 정의 구현을 위해 용기를 내고, 실행에 옮기는 이들처럼, 김성균은 박범구 그 자체로 살아 숨 쉬었다.

‘D.P.’(디피) 시즌2는 군무 이탈 체포조(D.P.) 준호와 호열이 여전히 변한 게 없는 현실과 부조리에 끊임없이 부딪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넷플릭스 시리즈. 김성균은 일에 지쳐있지만 누구보다 병사를 위하며 휘몰아치는 상황에도 중심을 잡고 결단을 내리는 중사 박범구 역으로 분했다.

조석봉(조현철) 일병 사건 이후로 전개되는 시즌2에서 박범구는 시즌1과 별반 다르지 않은 모습으로 등장한다. 하지만 조사를 받으면서도 덜어지지 않는 박범구의 죄책감과 괴로움은 김성균의 얼굴, 눈빛에서 고스란히 드러났다.

외형적인 모습뿐만 아니라 정서적으로도 피폐해진 상태를 보여주고자 했던 김성균은 “일에 찌들어있는 사람이지 않나. 단순히 군 조직에서만 국한되는 게 아니라 우리 사회에서 조직 생활하는 사람들 중에서도 굉장히 업무량과 스트레스에 찌들어 있는 모습을 유지하려고 했다”라고 말을 열었다.

시즌2의 첫 장면에 대해선 “감독님이 더 괴롭힘을 많이 당한 상태였으면 좋겠다고 주문해주셨다. 몇날 며칠 잠도 못자고 괴롭힘을 당했다고 하셔서 그런 모습이 더 자연스럽게 연결되지 않았나”라고 부연했다.

시즌1 이후 시즌2가 공개되기까지 2년의 시간이 걸렸지만, 시청자의 입장에서는 이야기가 곧바로 이어지는 시점이었다. 이에 김성균은 시즌1의 톤을 그대로 가져오되 박범구의 시선에서 달라진 미묘한 시선들을 현장에서 적응을 하려고 했다.

그는 “내가 어떻게 연기하고 어떤 호흡이었는지 기억이 안 나서 시즌1을 다시 돌려봤다”라며 “조석봉 사건으로 트라우마를 안고 있는 사람이고 임지섭 대위(손석구)나 안준호(정해인) 모두가 후유증이 있는 사람이었다. 호열(구교환)이도 마냥 밝게는 못 있고. 원래 임지섭은 담배를 끊었는데 그 사건 이후로 다시 담배를 태우게 되고 감독님이 큰 사건을 겪은 사람으로서 같이 고민을 하고 스트레스를 안고 있는 게 전환점이 돼서 그렇게 현장을 따라 갔다”라고 회상했다.


박범구의 캐릭터적인 변화가 있다면, 보다 능동적인 인물로 그려진 점이었다. 시즌1에서는 한 발자국 뒤로 물러서서 바라보고 내지는 마지못해 움직였다면, 시즌2의 박범구는 말보다 행동으로 보여주었다. 김성균은 “이 사람의 고뇌가 그래프로 자연스럽게 그려지는 지점이 있더라. 시즌1에서 벌써 군대에 대한 회의감을 느꼈고 그게 조석봉 사건으로 이어지면서 ‘뭐라도 해야지. 누군가는 책임져야하고 책임지는 김에 그만두지 뭐’라는 입장으로 바뀌고 지금 일어나고 있는 현상들에 대해서도 고민을 깊이 하다가 결단을 내린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균이 아닌 박범구는 상상이 되지 않을 정도로, 김성균은 그 자체로 녹아들었다. 이는 김성균의 몸에 배어서 자연스럽게 나온 모습들이 박범구라서 할법한 행동들과 몸짓, 말투 모든 것들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한준희 감독 또한 그런 김성균의 노련함을 포착하고자 했다.

김성균은 “감독님이 생각지도 못한 부분들로 캐릭터를 잘 잡아주셨다. 박범구가 수사과에 오면 대화하면서 안마봉을 걸치고 전화기를 뺏어서 걸치고 담배를 짚어서 라이터로 불붙이면서 대화하는 이런 연결된 동작들을 한 테이크로 가는 것에 대해 감독님이 집착이 있으시다. 한꺼번에 많은 행동과 대사를 유연하게 한 테이크에 담아내기를 특히나 수사과에서 박범구한테”라며 “이 사람이 이 자리에서 붙어서 살아 숨 쉬는 인물로 보여지는가에 대한 주문이었다. 어려운데 잘 해냈을 때 성취감이 있다. 그런 장면은 내가 봐도 좋으니까”라고 만족감을 표했다.

박범구는 시즌2에서 관계의 변화를 겪기도 했다. 묘한 신경전을 벌이던 임지섭과는 조력 관계로 서로를 의지하게 됐다. 시즌1에 이어 다시 한 번 호흡을 맞춘 손석구에 대해 박범구는 “시즌1에서는 임지섭 대위와 처해있는 입장도 다르고 계급도 다르고 대립하는 거라서 사실은 손석구 배우와 착 붙어있던 시간도 없었는데 이번에 많아져서 좀 더 디테일하게 주고받을 수 있었다”라고 전했다.

사소한 이야기들도 나누며 두 사람은 인간적으로도 가까워졌다고. 특히 연기에 대한 손석구의 남다른 열정도 언급했다. 김성균은 “일상도 들여다보고 어떤 친구인지 알게 되고 굉장히 준비를 많이 해오는 배우다. 종이에 다양한 가능성을 다 써온다”라며 “비 오는 날 커피를 마시는 장면을 할 때 석봉이 이후 임지섭이 어떻게 지내왔는지 엄청 고민해왔더라. 박범구와도 석봉이 사건 이후 처음 만나는 건데 그 사이에도 주고받았던 수많은 대사들이 있었는데 고민을 많이 했던 것 같다”라고 회상했다.

책임을 회피하는 국가, 군대조직을 통해 군의 부조리가 드러난 가운데 박범구는 내부고발자를 자처하며, 강렬한 마지막을 장식했다. 이에 국군교도소에 수감되고 군복을 벗게 되었지만 박범구는 그 어느 때보다 홀가분한 모습이었다. 지금까지 쌓아올린 모든 것을 포기하고 용기를 낸 근원은 무엇일까.


김성균은 “내 주변을 지켜야 할 무언가 때문이지 않을까. 그렇지 않다면 선뜻 행동하기가 쉽지 않을 거 같다. 박범구가 지켜야 될 사람은 호열, 준호로 대변되어지는 자식 같은 존재들 같다. 다른 경우는 지켜야 할 가족도 있고 그런 게 동기가 되지 않나. 박범구한테는 호열, 준호와 같은 아이들이었던 것 같다”라고 이해했다.

그러면서 “그런 생각들을 많이 했다. 과연 내가 같이 일하는 동료들을 위해서 혹은 몸담고 있는 조직이 좀 더 나은 방향으로 가기 위해 나의 밥그릇을 버릴 수 있을까. 고민과 실천하는 사람에 대한 존경심이 생겼고 과연 나는 그럴 수 있을까?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니라고 믿고 있지만 막상 닥치면 어떨지, 닥쳐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다“라고 고민의 여지를 남겼다.

‘디피’ 시즌2에 이어 디즈니 + ‘무빙’과 영화 ‘타겟’, tvN ‘형따라 마야로 : 아홉 개의 열쇠’ 등을 통해 김성균은 또 다른 모습들로 쉼 없이 대중들을 만나게 됐다. 그동안 다양한 캐릭터와 작품들로 바쁘게 활약해왔듯 그는 앞으로도 변함없이 활동 스펙트럼을 넓혀갈 계획이다.

“많이 비치고 저만 스스로 다 잡으면 될 것 같다. 매일 봐서 어느새 10년 지나있는데도 같이 지내니까 늙은 지 잘 모르는 사람이 있지 않나. 그렇게 대중들이랑 계속 같이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 과정에서 나도 모르게 경솔해지지 않게 자제하려고 한다,”

[셀럽미디어 김희서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넷플릭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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