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빙' 김도훈, 여유로 찾아낸 지구력[인터뷰]
- 입력 2023. 08.22. 23:52:22
- [셀럽미디어 정원희 기자] "진짜 재밌네요. 이렇게 여러 명이 하는 인터뷰는 처음이었는데, 다 같이 만담을 나누는 것 같아서 정말 좋네요."
김도훈
데뷔 이후 첫 라운드 인터뷰를 마친 김도훈이 전한 소감이었다.
김도훈은 '무빙' 속 덤덤했던 반장 강훈과 전혀 달랐다. 초반부터 농담을 던지는 등 김도훈은 정말 유쾌하고 솔직했다. 인터뷰 내내 드러났던 김도훈의 열정은 자연스레 앞으로의 필모그래피까지 기대하게 만들었다.
'무빙'은 지난 9일 첫 공개와 동시에 폭발적인 호평이 쏟아지며 화제가 됐다. 키노라이츠 통합 콘텐츠 1위를 시작으로 플릭스 패트롤 기준 디즈니+ TV쇼 부문에서 한국을 포함한 5개국에서 1위에 올랐다. 더불어 디즈니+ 월드 와이드 TV쇼 부문 TOP 21위에 올랐다.
뜨거운 반응을 체감하냐는 질문에 그는 "사실 반응을 찾아보는 편이 아니라서 커뮤니티, SNS를 통해서 확인하지 않았다. 어떻게 하는지 잘 모르다 보니 지인들을 통해서 반응을 많이 들었다"며 "화제성이 있어서 사람들도 많이 봐주시는 것 같고, 다들 재미있다고 해주셔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김도훈은 '무빙' 공개 후 최근에서야 개인 SNS를 개설했다. 활발히 SNS 활동을 하는 다른 배우들과는 조금 다른 모습이었다. 그는 "SNS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됐다. 그런데 댓글에 영어가 많다 보니 그냥 좋아해주신다는 걸 아는 정도다.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이 좋고 그런 건 잘 모르겠다"며 SNS에 올린 사진에 대해 "디지털 세계에 정확한 저를 드러내기에는 아직 조금 쑥스럽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무빙'은 지난 9일 1화부터 7화까지 공개됐다. 7화까지는 봉석(이정하 분), 희수(고윤정 분), 강훈(김도훈 분)의 이야기가 주로 그려졌다. 김도훈은 "당연히 부담됐다. '무빙'은 뒤로 갈수록 더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많아진다. 선배님들은 뒤에서 너무 잘하실게 당연하고, 초반에 우리가 잘해야만 시청자들의 기대감을 끌어낼 거라 생각했다. 항상 셋이서 우리가 잘하자고 얘기를 많이 나눴다"고 전했다.
7화까지의 스토리를 이끄는 김도훈, 이정하, 고윤정은 극 중 캐릭터의 이름에서 딴 '봉희강' 조합으로 불리며 많은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그는 "지방 촬영이 많다 보니 숙박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촬영이 다 끝나고 저녁을 먹고 나면 다음날 촬영 대본을 맞춰봤다"며 "사실 저는 둘이 대사를 맞추고 있으면 거의 할 게 없지만 옆에서 듣고 있었다. '여기서 이렇게 하면 더 재미있지 않을까' 얘기하면서 머리를 맞대고 고민했다"고 말했다.
극 중 봉석과 희수는 친밀한 관계로 발전하지만 강훈은 겉도는 모습을 보인다. 김도훈은 실제로 촬영을 하면서도 비슷한 감정을 느꼈다고.
"사실 셋이 정말 친해서 소외감을 느낀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 연기를 하다 보면 가끔 느껴지기도 했다. 처음에는 강훈이 질투심을 느끼거나 토라지는 모습을 어떻게 해야할까 고민했다. 그런데 두 친구가 연기하는 걸 보면은 자연스럽게 그런 마음이 생기더라. 메이킹에도 나왔는데, 둘이서 꽁냥대고 있는 것을 제가 쳐다보는 신을 찍고 나면 '꼭 그렇게까지 해야 되겠냐. 좀 서운하다'고 말했던 기억이 있다."
그렇다면 희수를 향한 강훈의 감정은 무엇이었을까. 시청자들도 강훈의 감정을 호감, 호기심 등으로 추측하며 이에 대해 많은 의문을 가졌다.
"저도 사실 처음에는 딱 하나로 감정을 정하려고 했다. 그런데 감독님, 작가님과 얘기를 해볼수록 이게 하나로만 정의가 되는 게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말 그대로 어떤 호기심일 수도 있고, 또 이성으로서의 뭔가 호감일 수도 있다. 근데 무엇보다도 가장 컸던 거는 그냥 친해지고 싶은 마음인 것 같다. 강훈이한테는 친구가 너무 필요했다. 친구 사이에는 비밀도 공유할 수 있어야 되는데 강훈은 다른 친구들한테는 숨겨야 될 비밀이 있다. 근데 희수도 저처럼 능력을 가지면서 비밀을 숨기고 살아가는 친구이기 때문에 뭔가 조금 가까워질 수 있지 않을까라는 기대감을 가졌던 것 같다. 정말 여러 가지 마음이 복잡하게 있다."
하지만 7화 말미에서 위기에 빠진 희수를 구하기 위해 강훈은 찰나의 순간에 초능력을 드러낸다. 그는 "거기에선 희수에 대한 호감이 순간 조금 앞서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그 친구를 지키고 싶다는 마음일 것 같다"며 "원래 이성적인 강훈이의 판단이라면 거기서 절대 드러내지 않는다. 강훈이도 그 0.1초의 순간에 몸이 먼저 나갔던 것 같다"고 말했다.
강훈은 봉석, 희수와 같은 고3이지만 흔한 10대와는 조금 다르다. 겉으로 감정을 크게 드러내지 않고, 다른 친구들과도 쉽게 어울리지 못한다. 어렵게 다가오는 강훈 캐릭터를 자연스럽게 표현하기 위해 김도훈은 먼저 강훈을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정확하게 표현이 되지 않아서 제가 상상을 할 수 있는 범위가 많아진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자칫하면 제가 오해할 수도 있다. 대본의 의도와 다르게 제가 조금 더 생각이 많이 갈 수 있다. 강훈이가 희수가 서전트 점프 훈련을 마치고 나가면 제가 그걸 올려다보다가 벽을 치는 장면이 있다. 어떤 생각으로 표현을 해야 될지 정말 많이 고민을 했는데도 처음에는 잘 모르겠더라. 그런데 촬영 전날, 그 순간 강훈의 감정은 분노라기보다는 '나도 잘 도와줄 수 있는데' 싶은 마음이었던 것 같다고 번뜩 생각이 들었다. 벽이 부서질 정도로 치니까 처음에는 화가 많이 난건가 생각도 했는데, 그냥 조금 더 순수하게 생각을 열어봐야 되겠다고 생각하게 되더라. 강훈이 이해가 되고서부터는 뭔가 안쓰럽기도 했고, 도와주고 싶었다."
극 중 강훈과 비슷하게 김도훈도 학창시절 당시 반장, 전교회장까지 맡았었다. 그는 "하지만 강훈과는 달랐다. 저는 약간 오지랖이 넓었다. 홍반장 같은 스타일이었다"며 "제가 모든 것을 다 알아야 했다. 누군가 문제가 있으면 꼭 해결해야 했다. '어떻게 하면 학교가 조금 더 재밌어질까', '더 참신한 체육대회는 없을까'와 같은 고민을 항상 했다. 그래서 학교에서 할 일이 많아서 늘 바빴던 것 같다"고 회상했다.
김도훈은 '무빙'의 강훈 캐릭터에 끌렸던 이유에 대해 "처음 대본을 읽었을 때, 하고 싶기도 했지만 가장 잘할 수 있겠다고 느낀 캐릭터였다. 유난히 강훈에 대한 연기 아이디어들이 많이 떠올랐다"며 "또한 아버지와의 관계가 많이 와닿았다. 뭉클하면서도 자꾸 궁금하게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재만(김성균 분)과 강훈 사이의 이야기를 흔한 부자지간의 관계로 이해했다.
"재만과 강훈의 이야기가 심오해 보이지만 사실 많은 부자지간에서 느껴볼 법한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어머니와는 살갑게 대하지만 아버지와는 은근히 어색한 순간이 있다. 지금은 물론 아버지가 친구처럼 느껴지지만, 저도 어릴 때 조금 그랬던 것 같다. 강훈이가 아버지를 대하는 걸 보고 처음에는 아버지를 안 좋아하는 것으로 오해했다. 그런데 연기를 할수록 그저 강훈은 아버지를 어떻게 대할지를 모르는 애였던 것 같다. 나도 한때 사춘기일 때 그런 적이 있었지 하고 생각하게 되더라. 아버지와 깊은 유대감이 생기는 순간에서 오는 뭉클함, 성인이 되고 나서 아버지의 마음을 깨달을 때의 뭉클함이 있었다. 재만과 강훈도 그런 순간들이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김도훈은 아버지 역할로 등장한 김성균 배우와의 호흡에 대해서 "소문으로 들었던 것처럼 선배님이 정말 친절하시고 따뜻했다. 말씀도 정말 예쁘게 해주셨다"며 "서먹함을 연기해야 했지만, 그 외의 시간에는 편하게 얘기를 나눌 수 있었다. 마지막 촬영이 끝나고 선배님께서 '너와 같이 연기할 수 있어서 영광이다'라고 말해주셔서 조금 울컥하기도 했다. 정말 큰 힘이 됐다"며 훈훈한 일화를 전했다.
김도훈은 현 소속사인 샘컴퍼니와 지난 2020년 5월에 계약했다. 소속되어 있던 강하늘, 한솥밥을 먹고 있는 박정민 등 다수의 배우가 연기력으로 인정받았다. 두 배우의 뒤를 이을 기대감에 김도훈은 "그렇게 되면 저야 너무 영광"이라며 "사실 저도 처음에 지금 회사와 미팅할 때 그냥 미팅이라도 한번 해보자는 마음이었다. 연기를 잘하시는 선배님들도 많이 계시고, 신인 배우도 없는 회사였다. 제가 잘해서라기보다는 열심히 성실히 할 것 같아서 불러주신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배우로서의 매력으로 "책임감"을 꼽았다. 그는 "뭐든 시작하면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한다. 어떻게든 힘든 내색을 드러내지 않고, 잘 하려고 한다"고 다짐했다.
2016년 데뷔한 김도훈은 벌써 8년 차 배우가 됐다. 오랜 시간 배우 생활을 쉼 없이 이어온 만큼 고민도 많았을 터. 그는 "저는 열정이 많고 파이팅이 넘치는 편이다. 그래서 조금 더 어렸을 땐 일희일비했던 것 같다. 빨리 이것도 저것도 해보고 싶고, 잘 되고 싶었다. 친구들 중 잘 된 친구들도 있다 보니 조급한 마음이 컸다"고 털어놨다.
김도훈은 2년 전 배우로서의 여유를 찾을 수 있었다. 그는 조급했던 예전과 달리 이제는 조금 더 가벼운 마음으로 연기에 임하게 됐다. '무빙'으로 대중에게 제대로 눈도장을 찍은 그는 앞으로 더욱 활동 스펙트럼을 넓혀가면서 다양한 모습을 선보일 계획이다.
"옛날에는 정말 자책도 많이 하고 실수를 하면 용납이 안됐다. 근데 정말 바보 같은 생각이었다. 어리니까, 아직 시작한 지 얼마 안 됐으니까 실수하는 게 당연한 거다. 처음부터 다 잘하려고 하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는 걸 많이 느꼈다. 2년 전 쯤부터 '그럼 잘 되는 건 뭘까'하는 생각을 먼저 하게 됐다. 요즘에는 어차피 이 일을 오래 할 거니까 스트레스 받으면서 흥미를 잃지 말자는 생각이 첫 번째가 됐다. 내가 하고 싶은 것들, 잘할 수 있는 것들을 하나하나 해나가자는 마음으로 바뀌었다. 요즘은 되게 마음이 편해졌다. "
[셀럽미디어 정원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