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디피2’ 손석구가 말하는 책임감과 용기[인터뷰]
- 입력 2023. 08.23. 09:00:00
- [셀럽미디어 김희서 기자] 배우 손석구가 변하지 않을 것만 같던 임지섭의 변화를 묵묵하게 그려냈다. 이어 임지섭을 통해 용기내 말하고 책임질 줄 아는 법을 배웠다는 손석구다.
손석구
‘D.P.’(디피) 시즌2는 군무 이탈 체포조(D.P.) 준호와 호열이 여전히 변한 게 없는 현실과 부조리에 끊임없이 부딪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넷플릭스 시리즈. 손석구는 극 중 여러 사건을 겪고 각성한 임지섭 대위 역으로 열연했다. 임지섭은 사건을 은폐하려는 군대에 맞서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대항하고 목소리를 내는 인물이다.
“저는 캐릭터를 준비할 때 하나의 정서를 잡아두고 내가 그 정서일 때 ‘나는 어떻지’ 질문에서 시작을 하는데 임지섭은 유독 그런 걸 안 정해두고 시작했다. 다만 보고 나서 ‘이런 생각이 들게 하면 좋겠다’는 게 하나의 키워드였다. 보통은 이 캐릭터를 연기하기 위해 내가 갖는 키워드가 있다면 이번엔 내가 어떤 키워드일지 모르지만 풀이하고 나서 관객들이 갖는 키워드는 책임감이라는 거였다. 단순히 영웅적인 책임감을 지켜야한다는 게 아니라 책임감이라는 어떤 테마를 놓고 어떤 태도를 가져야하는지. 책임이나 질문을 생각할 수 있게 한다면 좋겠다 싶었다. ‘디피’ 시즌2가 던지는 화두이기도 했고.”
자신이 믿고 있던 진실이 진실이 아님을 마주한 순간, 모두를 대표해서 군 부조리를 고발하는 순간 등 임지섭은 아슬아슬한 경계에서 크고 작은 변화를 겪었다. 시즌1에 비하면 분명히 정의감이 생긴 캐릭터였지만 여전히 임지섭은 어떤 사람이라고 명쾌하게 설명하기에는 모호함이 있었다. 그가 변모해가는 계기나 과정 역시 시즌2에서는 다소 부족하게 그려졌다는 평도 있었다.
“아예 딱 잡고 가려고 했으면 더 어려웠을 것 같다. 중심을 잡는 순간 이 사람을 설명하기 위해 추가해야하는 장면도 더 있어야하는데 이건 12개 에피소드를 따라가는 시점이 준호와 호열이었고 그들이 따라가는 시점에서 이들로 인해 변화가 생겼을 때 변화의 결과값 정도를 보여주는 것이지 모든 서사를 보여주는 게 아니라 생각했다. 그걸 다 표현하려고 하면 그건 좀 어렵고 효과적이지 않은 것 같아서 그 상황에 맞춘 한 인물만 연기하려고 하지 않았다. 그 상황에 적절한 인물을 제안에서 끄집어내고 이 인물이 복잡한 사람이고, 여러 면이 있으니까. 어떤 임지섭이 나오느냐는 이미 제 손을 떠난 것 같다. 연기로 저는 어느 정도 소스를 던지고 그걸 취합해서 어떤 캐릭터를 만들어내느냐는 그 후에 이루어지는 게 많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시즌2에서는 임지섭을 둘러싼 이야기가 하나의 에피소드 통째로 그려지며 캐릭터성에 입체감을 불어넣었다. 4화 ‘불고기 괴담’ 촬영과 관련해 손석구는 특유의 스산한 분위기가 깃든 GP 공간을 리얼하게 꾸민 세트장과 그 안에서 격정적인 감정신을 함께한 최현욱과의 연기 호흡에 만족감을 표했다.
“부담감은 없었다. 사실은 한 에피소드에 중추적인 역할을 한다고 해도 그 날 촬영가서 한 두신 찍는 건 매한가지라서 매일 하던 걸 했다. 신아휘 역의 현욱이와는 그때 가서 4, 5일 정도 찍었는데 감독님이 일부러 감정적으로 큰 게 있어서 촬영 중후반으로 뽑으셨다. 충분히 저도 임지섭 캐릭터로 워밍업을 하고 찍었는데 재밌었다. 현욱이는 굉장히 경력이 많은 것도 아닌데도 굉장히 담대하게 자기 할 것을 너무 많이 생각하지 않고 본능적으로 하더라. 같이 해서 재밌었고 많이 친해졌다.”
시즌2가 말하고 싶었던 메시지를 가장 함축적으로 잘 담아낸 장면은 아마도 임지섭의 소신을 뱉어낸 법정신이 아닐까. 눈물이 맺힐 정도로 열연을 펼쳤다는 손석구의 모습에서는 불안정함과 떨림, 결연함 모든 의지가 내비쳐졌다.
“그때 최대한 용기를 쥐어짰다. 그 말을 하는 순간에도 ‘내가 이게 맞나?’ 했다. 완벽하게 도인의 경지에 올라서 뱉어내는 게 아니라 불안한 상태에서 말을 해보면 어떨까 그런 생각을 한 것 같아서 지금 메인으로 쓴 컷도 리허설 때였는데 감독님이 그 컷을 쓰신 이유가 있는 것 같다. 그때는 불안함을 표현해보자 했지만 찍고 나니까 내가 불안하더라. 한번만 이렇게 해도 된다고? 어제도 감독님에게 따로 전화 드려서 그 부분을 잘 만들어주셨다고 고마움을 표시했다. 주변에서 그 장면을 보면서 연기가 늘었다는 코멘트도 받았다.(웃움)”
시즌2에서는 시즌1보다 비교적 분위기도 무거워지고 담아내는 이야기도 깊어졌다. 이에 시청자들의 반응도 호불호가 나뉘지만 손석구는 오히려 시즌2에 더 애정이 커졌다고 밝혔다. 시즌1은 1대로, 시즌2는 2대로 각각의 매력이 있기 때문이다.
“보자마자 감독님에게 나는 시즌2가 개인적으로 더 재밌다고 했다. 재미있을 수밖에 없는 게 이야기를 처음부터 하는 게 아니라 이미 올라온 데서 더 올라가는데 그 계단이 훨씬 가파르지만 정말 잘 표현이 된 것 같다. 조금 더 일상, 병사들의 이야기에서 거대한 조직의 이야기로 넘어가다보니까 그게 디피 1에 대한 향수를 갖고 계신 팬이라면 보통 어떤 시리즈가 나오면 이럴 거야 기대가 있다 보니 그게 아닐 때는 호불호가 생길 수 있지만 더 많은 관객층, 전체적으로 봤을 때는 시간이 가면서 시즌2만의 고유의 색을 있는 그대로 봐주시는 것 같다. 시즌1과 비교해서보면 어떤 시리즈던 만족시킬 수 없지 않나. 비교하면 그렇지만 있는 그대로 시즌2를 봤을 땐 만족도가 높다.”
2021년 ‘D.P.’를 시작으로 손석구는 쉼 없이 달리고 있다. ‘나의 해방일지’에 이어 ‘카지노 시즌 1, 2’, 영화 ‘연애 빠진 로맨스’, ‘범죄도시2’, 공연 ‘나무 위의 군대’ 그리고 ‘디피’ 시즌2까지 매 작품마다 굵직한 존재감을 뽐내며 대세배우로 등극했다. 다작을 해오는 그만의 이유가 또 있을까. 손석구는 반복의 미학을 빗대어 연기 열정을 드러냈다.
“확실히 저는 연기는 계속 반복해서 행위를 함으로 인해서 어렵게 생각하지 않아도 몸에 익숙해서 나오는 경험이라 생각한다. 뭔가를 손에 익혀서 자연스럽게 나오는. 제게는 지난 2년이 그 시기였던 것 같다. 제가 이렇게 반복적으로 다른 캐릭터, 다른 작품이지만 무대, 카메라 앞에서 연기라는 행위를 지속적으로 자주 했던 적이 지난 2년 같은 시기가 없었다. 숨 쉬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자유롭게 하는 건 아직도 먼 길이지만 제가 좋아하는 일을 계속 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다.”
어릴 적 농구선수를 꿈꿨다던 손석구는 연기 철학에도 운동선수들의 삶과 연관 지어 말해 시선을 모았다. 자세히 보면 배우와 운동선수의 길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손석구다. 더 자유로움을 느끼게 하는 반복의 훈련 역시 그가 다작을 하는 이유다.
“이걸 반복적으로 계속 하는 장점이. 예를 들어 운동선수를 보면서 많이 배우는 게 있다. 농구경기에서 마지막 1분을 남기고 점수 차가 얼마 안 나는 상황에서 차분하게 경기를 이어 가는 건 반복되는 훈련에서 나올 수 있는 것 같다. 상황이 달라진다 해도 제가하는 건 똑같아서 부담으로 다가오는 게 아니다. 생각이 많아지면 이만한 성공을 또 거두기 위해서 이런 퍼포먼스를 보여야하지 않나. 모든 반복으로 익혔을 때 좋은 건 그런 부담에서 자유로운 거라 생각한다. 저도 그 과정에 있는 것 같다. 자기 분야에서 통달 해나가는 사람 보면 다 초연함이 있지 않나. 그런 걸 바라보고 도전하고 어떤 매체, 어떤 장르를 하냐가 아니라 매 작품 할 때마다 반복 안에서 이런 도전 과제가 있고 내가 하던 거를 그 방식 그대로 녹여서 한 번 더 완수할 수 있으면 그만큼 더 자유로워질 수 있지 않나 싶다.”
손석구는 계속해서 스포츠 경기를 통해 깨달았던 연기관을 털어놨다. 연기를 대하는 자세는 운동선수와 꽤 많이 닮아있었다. 특히 연기가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많은 에너지를 소요하는 만큼 그는 늘 실전을 위해 연습하고 노력하는 운동선수들의 마인드에 공감과 존경심을 드러냈다.
“스포츠 보면서 연기에 대해서도 많이 배운다. 물리적으로 육체적으로 하는 게 제 몸에도 있다고는 생각한다. 어떤 것을 계속 하다보면 취향이 생기는데 스포츠를 좋아하고 운동선수들 존경하는 이유가 멘탈적인 부분 때문이다. 보통 연예계와 운동계가 친분이 두터운 게 공감대가 많아서 라고 생각한다. 대중 앞에서 퍼포먼스를 하는 것이 공감대가 많이 형성되지 않나. 우리나라에서도 너무 대단한 분들 많지 않나. 개인적으로 코비 브라이언트 팬인데 안타깝게 돌아가셨지만 저는 정말 그분을 보면서 ‘나도 내 분야에서 저렇게 해봐야지’라는 마인드가 있었다. 돌아가셨을 때 너무 슬퍼서 그날 추모한다고 아침에 운동하기도 했다. 운동에 보였던 그 진심을 많이 배웠다.”
‘나라는 아무런 책임도 없다, 증거가 없다, 직접적인 원인이 아니다? 아니, 그러면 그런 나라를 위해서, 그들은 무엇을 지키기 위해서 군인이 되었습니까?’ 법정에서 임지섭이 증언을 하던 중 열변을 토하던 마지막 대사다. 결국 책임에 대해 이야기하던 ‘디피2’가 국가에게 묻는 질문이기도 하다. ‘책임감’의 무게를 배우게 됐다는 손석구는 임지섭이 증언으로 용기를 냈던 것처럼, 누군가는 계속해서 용기를 내고 책임을 질 수 있어야 이 사회가 좀 더 나은 사회로 나아갈 수 있다고 봤다.
“저는 책임감은 용기라 생각한다. 우리가 용기를 낸다고 하는데 그건 없으니까 내는 거고 내야 책임감을 행할 수 있는 건데 책임을 진다는 자체가 어려운 걸 인정해야 도전을 시작할 수 있는 거 아닌가. 그런 생각을 해서 마지막에 12부가 돼서 어렵게 그 한마디를 뱉어본 것 같다.”
[셀럽미디어 김희서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넷플릭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