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피2' 구교환, 위트 속에 잃지 않는 진지함[인터뷰]
입력 2023. 08.24. 08:00:00

구교환

[셀럽미디어 김희서 기자] 오롯이 한호열로 존재했던 배우 구교환이 한호열을 쿨하게 떠나보냈다. 함께 있을 때 나누었던 기억은 추억으로 가져가되, 다음을 기약하며 작별하는 한호열의 마지막은 여유와 위트가 넘치는 구교환가 닮아있었다.

‘D.P.’(디피) 시즌2는 군무 이탈 체포조(D.P.) 준호와 호열이 여전히 변한 게 없는 현실과 부조리에 끊임없이 부딪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넷플릭스 시리즈. 구교환은 극 중 탈영병들을 안전하게 데려오는 것만 생각하는 군탈체포조의 조장 한호열로 분했다.

2년 만에 한호열로 돌아온 구교환은 시즌2를 기다렸던 ‘디피’ 팬들 못지않게 반가움과 설렘을 드러냈다. 시즌2 대본을 처음 받았을 당시 기분에 대해 그는 “안준호(정해인)가 탈영하게 된다는 이야기는 들었고 그를 잡으려고 한다고 해서 ‘그 중에 나도 있겠구나’라고 생각했다. 시나리오를 처음 받았을 때는 다른 걸 떠나 좋았다. 배우가 시나리오를 받게 되는 건 감사하고 새로운 시즌을 연달아 해본 게 처음이라서 낯설지만 기분이 좋았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준호를 다시 데려오기 위해 제대를 미루기도 했던 호열은 어쨌든 제대하게 됐다. 만일에 시즌3가 제작될 경우에도 한호열 병장을 볼 수 없음에 시청자들의 아쉬운 반응이 쏟아진 바. 이에 구교환은 “저도 아쉽지만 호열이 제대해서 아쉽다는 건 그만큼 캐릭터랑 시청자들이 친밀해졌다고 생각한다. 배우로서 캐릭터를 그리워하게 된다는 건 가장 큰 칭찬이라 생각한다. 기본이 좋으면서 저도 아쉽기도 했다”라고 뿌듯해 하면서도 공감했다.

무겁고 깊은 소재를 관통하고 있는 ‘디피’에서 한호열은 시청자들에게 숨통을 내어주는 존재였다. 다만 시즌2에서는 시즌1에 비해 호열의 재기발랄한 모습은 줄어들고, 그가 겪었던 트라우마와 말하지 못하는 일 등 다소 가볍지만은 않은 모습들이 이어졌다. 이러한 반응에 구교환은 드라마의 관점과 호열의 존재성에 대해 명확하게 짚었다.

그는 “호열이라는 인물은 아쉬움을 느낄 수 없는 인물 같다. 실체가 없는데 있는 사람 같고 이 이야기는 한호열이 안준호를 만난 게 아니라 안준호가 한호열을 만난 이야기라 충분히 전달이 된 것 같다”라며 “그래서 재밌는 지점도 있고 시즌1에서는 한호열의 위트있고 판타지스러운 모습들, 어떤 나사 빠진 영웅처럼 보이는데 시즌2에서 보통 청년이 어색하게 연결되는 지점이 아닌 이유는 한호열이 가진 특수성이 있어서다. ‘한호열은 그런 사람이었구나’ 현상으로서 존재하는 것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한호열은 여전히 해맑고 심각한 상황에서도 함께 있으면 웃음 나게 만드는 긍정의 아이콘이었다. 실제로 만난 구교환 역시 툭툭 내뱉는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가벼운 웃음을 자아내며 위트가 몸에 배어있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구교환은 한호열과 성격도 비슷할 것 같다는 오해도 종종 받는다고. 하지만 그는 한호열과 달라서 오히려 연기하고 희열을 느꼈다고 밝혔다.

구교환은 “사실 지금(인터뷰 자리)도 많이 용기내고 있는데. 오히려 호열과는 반대의 성격이기 때문에 호열을 연기하면서 쾌감을 느낀다. 물론 저에게도 그런 성향이 있지만 사람들이 많이 있는 자리 보다 저는 약간 2~3인용 인간이라 이런 자리가 쑥스럽고 부끄럽다. 호열이는 그런 부분에서 저의 욕망을 건드리지 않았나”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탈영병들을 둘러싼 군 부조리와 국가 시스템에 대한 문제를 고발하는 이야기가 주를 이루었지만 그 가운데서 호열 역시 군생활에 대한 상처가 있는 인물로 비춰졌다. 그의 트라우마를 건드리기도 하고 이로 인해 잠시 말을 하지 않는 등 한호열의 감정선에도 크고 작은 변화를 표현해야 했다. 이러한 신들을 소화하는데 어려움은 없었을까. 구교환은 “시즌2에서는 사건 속에 끌려 다니는데 새로운 마음가짐도 있었겠지만 시즌1, 2를 설정할 때 한호열을 하나의 톤으로 봤다. 조석봉을 바라보는 모습으로 출발했다면 지금 한호열의 모습들에 힘이 되겠다고 생각했다”라고 시즌2에서의 한호열 캐릭터를 구축해갔던 지점부터 말을 꺼냈다.

그러면서 “부담은 없었다. 당연히 한호열을 맡은 배우로서 가져야하는 감정인 것이고 사실 제가 감정적으로 힘들거나 밤에 잠을 못 자거나 그러진 않았다. 배우는 시나리오를 표현해야하는 악기 같은 요소라 생각해서 대본에 쓰인 대로 소리를 잘 내야겠단 마음이 있다. 작품을 하면서 오히려 행복한 마음이지 이 역할 때문에 삶이 피폐해지거나 그 정도로 몰입하지는 않았다”라고 딱 잘라 말했다.

특히 구교환이 한호열을 통해 강조하고 싶었던 모습은 ‘평범함’이었다. 그는 탈영병들을 쫓을 때 겁 없어 보이고 대범해 보였지만 한호열 또한 20대 초의 어린 장병이라는 점을 보여주고자 했다. 구교환은 “시즌1과 마음은 비슷했다. 시나리오를 읽고 가장 먼저 들었던 것은 한호열도 보통 청년이구나. 준호가 위기에 처해있을 때 동해 번쩍 서해 번쩍 나타나는데 시즌2에서 그런 극적인 순간이 줄어들고 오히려 대범함을 지우고 보통의 청년을 보여주고자 했다”라고 답했다.

시즌2에서 한호열은 전역과 동시에 안준호와도 작별했다. 이후 “또 봐”라고 인사하며 드라마에서 퇴장하는 한호열의 모습은 괜시리 뭉클함을 자아내기도 했다. 이는 한호열을 연기했던 구교환에게도 기억에 남는 순간이었다고. 해당 장면에 대해 구교환은 “시청자와 ‘디피’ 팬들에게 인사를 나눈 것 같다. 그 장면을 연기할 때 한호열로서도 다가간 것도 있지만 ‘디피’를 바라봐주시고 사랑해주신 분들, 함께한 스탭들에게 인사하는 마음이었다”라며 “보통 연기할 때 사적인 감정을 끌어들이는데 이 부분은 그 함량이 많이 들어가 있는 신이 아닐까”라고 강조했다.


그의 필모그래피에 올린 첫 시즌제 드라마였던 ‘디피’를 떠나보내게 됐다. 시즌2까지 무사히 마친 소회에 구교환은 “개인적으로 준호를 응원하게 되는 마음이다. 준호가 잘되었으면 하는 마음. 제작진들과 배우들이 준호가 잘 지냈으면 좋겠다는 그런 마음이 시청자들에게도 잘 전달되었으면 한다”라고 소망했다.

누구보다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구교환. 언뜻 보면 갑자기 떠오른 대세 배우인 듯하지만, 그는 누가 보던, 보지 않던 순수하게 연기 열정을 키워왔다. 그렇게 물 흐르듯이 연기 활동을 이어오다 보니 어느새 대중의 곁에도 잔잔히 스며들었다. 이에 예전이나 지금이나 연기를 향한 마음은 변함이 없다는 그는 기대와 주목에도 크게 의식하지 않으려고 했다.

구교환은 “매번 새롭다. 낯설고 슬로우 스타터 같다. 처음에는 너무 힘들었고 낯설게 보는 것도 있었는데 익숙해지지 말아야겠더라. 제가 100살까지 살 건데 최대한 장수하고 싶다.(웃음) 20대를 돌아봤을 때 어땠는지 정의를 내릴 수가 없다. 모든 시간들이 합쳐져서 지금의 제가 됐고 이 시간이 있어서 내가 되어가는 과정 같은데 한호열이랑 비슷한 게 어떤 일이 있어도 실망하지 않는다. 저 구교환이라는 사람의 플롯들인 것 같다”라고 담담하게 말을 이어나갔다.

곧 또 다른 모습으로 대중들을 만나는 구교환. 영화 ‘왕을 찾아서’, ‘부활남’, ‘탈주’, 드라마 ‘기생수: 더 그레이’ 등 다수의 차기작들이 예고됐다. 계속해서 다양한 작품에서 연기 변주를 보여주고 싶다던 구교환의 바람이 실현되고 있는 상황. 그는 어떤 이유든지 간에 자신을 찾는 러브콜에 작품으로 화답하고 있다.

구교환은 “저를 캐스팅한 이유? 진짜 모르겠다. 그 이유를 알 수가 없다. 그래서 물어본다. ‘저를 왜 캐스팅 하셨나요?’. 그럼 감독님께서 이야기를 해주시더라. 어떤 분은 ‘당신의 미관이 마음에 들어서요’, ‘위트가 좋아서요’. 어떤 분들은 ‘당신의 가만히 있는 무표정이 좋아서요’라고 한다. 감독님마다 저를 바라보는 시선이 다르고 캐스팅하는 포인트들이 다른데 저는 그게 좋다. 한 가지 이미지에 함몰돼서 움직이기보다 다르게 보이고 싶다”라고 밝혔다.

[셀럽미디어 김희서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넷플릭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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