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빙' 이정하, 걸음마 뗀 다음이 기다려지는 이유[인터뷰]
- 입력 2023. 08.25. 15:58:30
- [셀럽미디어 김희서 기자] 배우 이정하가 내로라하는 배우들 사이에서 뚜렷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국내를 너머 글로벌 시장에 발걸음을 내딘 그의 다음 행보가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이정하
디즈니+ 오리지널 ‘무빙’은 초능력을 숨긴 채 현재를 살아가는 아이들과 아픈 비밀을 감춘 채 과거를 살아온 부모들의 이야기를 그린 휴먼 액션 시리즈. 이정하는 극 중 아버지 두식(조인성)의 비행 능력, 어머니 미현(한효주)의 초인적인 오감 능력을 물려받은 초능력자로, 누구보다 따듯하고 순수한 마음씨를 지닌 고등학생 김봉석 역으로 분했다.
인터뷰 자리에서 만난 이정하는 실제로도 봉석과 꽤나 닮아보였다. 촬영을 끝낸 지 시간이 지나 완벽하게 체중을 감량한 날렵해진 모습이었으나 소년미가 묻어나는 앳된 얼굴과 풋풋한 매력은 숨길 수 없었다. 요즘 인기를 체감하는지에 대한 질문에도 이정하는 쑥스러워하면서도 들뜬 기분을 감추지 못했다.
“반응을 따로 살피는 스타일은 아닌데 주변에서 귀엽게 봤다는 말씀들을 해주셔서 부끄럽다. 시즌2 언제 나오냐는 말을 들었을 때 진짜 재미있게 봐주는 구나를 느꼈고 친누나는 하루에 한 번씩 전화해서 나중에 어떻게 되냐고 물어봐서 다들 이렇게 빠져서 봐서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댓글 보는 걸 좋아해서 제 SNS에 달린 댓글을 자주 보는데 주접 댓글이 진짜 많다.”
디즈니+ 국내 서비스작 중 한국과 글로벌 콘텐츠를 통틀어 공개 첫 주 최다 시청 시간 1위라는 신기록을 세우며 압도적인 흥행을 이어가고 있는 ‘무빙’은 이미 원작 웹툰으로도 많은 팬을 보유한 바. 이정하 역시 ‘무빙’의 팬 중 한 명이었다. 강풀 작가의 최애 작품에 최애 캐릭터를 연기하게 된 것은 이정하에게 운명적인 만남이었다.
“강풀 작가님 웹툰을 좋아해서 전부 다 봤다. 거짓말처럼 들릴 수 있는데 그 중에서 ‘무빙’을 가장 좋아했고 봉석이를 좋아했다. 웹툰 자체에 좋은 캐릭터들이 많이 나오는데 다 읽고 났을 때 기억에 남는 게 봉석이었다. 봉석이 자체가 겉으로 봤을 때 다정하고 순수해도 내면이 강한 친구지 않나. 누군가는 꼭 해야 하니까 욕심이 났고 웹툰을 재밌게 읽고 잘 안다고 생각해서 누군가 한다면 내가 해야겠다는 식으로 도전해서 열심히 준비했다. 오디션에서도 내면이 강하고 살도 찌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런 면모가 비슷해보여서 저를 선택해주시지 않았을까.”
캐스팅 이후 이정하가 바로 준비한 것은 살 찌우기였다. 봉석의 특징상, 살집 있는 캐릭터인 만큼 외적인 변신이 필요했던 이정하는 식단과 운동을 병행하며 체중을 키웠다. 하지만 체중 증량을 해도 좀처럼 얼굴에 볼살이 붙지 않아, 살찌우는 것도 쉽지만은 않았다고. 고생 끝에 변신에 성공한 이정하는 봉석이 된 자신의 모습은 더 큰 기쁨으로 다가왔다.
“생각보다 얼굴살이 많이 안 올라와서 더 찌우려고 노력했다. 체지방량을 늘리려고 노력했고 봉석이의 모습대로 슬금슬금 나왔을 때 기뻤다. 사람들이 봉석로 봐주지 않으시면 어떡하지 라는 괜한 걱정을 했는데 나오고 나서 너무 감사하게도 예뻐해 주시고 다시 살 찌워도 된다는 반응을 볼 때 성취감이 있었다. 헤어스타일도 봉석이는 덥수룩하고 꾸미지 않음이 더 보였으면 해서 구렛나루도 정리 안 하고 온전히 꾸밈없는 무의 상태로 현장에 갔다.”
봉석의 엄마가 식당을 운영하고 있고, 봉석이 돈까스를 즐겨먹는 등 먹방 장면은 시청자들의 식욕을 자극해 화제를 모았다. 이에 일각에서는 ‘무빙’을 ‘남산돈까스 바이럴 드라마’라는 애정 어린 수식어가 붙기도. 먹방 장면을 촬영하는데 부담은 없었을까. 이정하는 오히려 ‘무빙’ 덕분에 돈까스의 매력에 빠졌다.
“배고파서 오히려 촬영 안 하고 있을 때도 먹고 그러다 걸리기도 했다. 한식을 좋아하는데 돈가스는 싫어하지도 좋아하는 편도 아니었는데 촬영하면서 돈까스가 좋아져서 오늘도 먹고 왔다. 스프도 정말 맛있었고 신경을 많이 써주셨다.”
이정하는 엄마의 말을 곧이곧대로 잘 듣는 착한 아들이자, 짝사랑하는 희수를 지켜주고 싶은 든든한 친구의 모습부터 특별한 능력이 있음에도 맘껏 펼치지 못해 좌절하는 등 10대에 겪을 수 있는 다양한 성장통을 보여줘야 했다. 봉석의 감정선을 이해하면서부터 이정하는 온전히 그에게 녹아들기 위해 노력했다.
“제 자신을 믿었다. 봉석이를 정말 어려운 캐릭터라 생각했다. 이걸 어떻게 쉽게 접근할까 봤을 때 작가님, 감독님께서 ‘너 안에 봉석이가 있어서 너 매력을 봤다’라고 말씀해주셔서 온전히 저를 믿고 출발하면서 표현했던 것 같다. 봉석이 톤에 맞추려고 했고 제 나이에 비해 10대 고3을 연기해야하니까 가볍게 연기하려고 했다.”
이정하는 엄마와 아들로 연기 호흡을 맞춘 한효주에게도 많은 힘을 받았다고. 현장에서도 이정하에게는 한효주는 선배 보다는 엄마 같았다. 이에 두 사람의 시너지는 카메라 안에서도 고스란히 느껴졌다. 특히 7화에서 진심을 나눈 봉석과 엄마의 모습은 벅찬 울림을 안기기도.
“효주 선배님은 늘 해주시는 말씀이 촬영에 들어가서도 ‘봉석이 너 자체로 돼 있으니까 네 마음에 먹는 대로 해’라고 하셨다. 그 장면을 생각해보면 고민했던 감정들이 항상 많았다. 정말 봉석이가 느꼈던 내면에 숨긴 건 엄마 탓이라고 떼쓰는 것처럼 말하는 것과 정말 그게 엄마가 했던 말이 상처가 돼서 굳이 이렇게 소리 안 지르고 따지지 않아도 내가 느낀 감정을 조용히 말해도 충분히 표현할 수 있는 것을 고민했는데 결국에 선택한건 제 감정에 맞게 했다. 그렇게 보여진 감정이었고 지금은 이미 나왔지만 ‘또 이렇게 해봤으면 어땠을까’라는 여러 감정을 표현하고 싶은 장면이었다.”
‘무빙’을 통해 첫 와이어 액션에도 도전했다. 예상 외로 와이어 작업이 잘 맞았다는 이정하는 이후 몸짓으로도 더 다양한 시도를 하기 위해 갖은 노력을 동원했다.
“와이어를 처음 도전하기 전에는 힘들고 아플 거라고 다들 걱정해주셨는데 막상하고 나니까 그런 건 없고 체질에 맞았던 것 같다. 주변에 선배나 동료들, 감독님들이 워낙 안전에 신경써주셔서 안전이 보장돼있고 제 역량 안에서 나오면 되는 거라 타면 탈수록 실력이 늘었고 코어힘과 몸의 표현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현대무용이랑 필라테스도 배웠다.”
각각 서로 다른 초능력을 지니고 있는 정원고 3인방 장희수(고윤정), 이강훈(김도훈)과의 호흡도 빼놓을 수 없다. 실제로도 비슷한 나이대의 또래 배우들로 이정하는 실제 고등학생 때로 돌아간 것처럼 즐겁게 촬영했다고 밝혔다.
“호흡 너무 좋았다. 저희가 다 또래기도 하고 학교에서 오래 촬영하고 교복 입고 있으니까 학생이 된 것 같았고 서로가 정말 힘들고 지친 순간이 있었는데 한명이 지치면 응원해주고 이끌어줘서 좋은 추억으로 남았고 좋은 동료로 남았다.”
이정하는 가장 애정하는 장면으로 봉석이 희수를 배려하는 모습이 담긴 장면을 꼽으며 기억에 남는 대사도 ‘응원할게’라고 답했다. 개인적으로도 봉석으로서도 이정하에게는 남다른 의미가 있는 순간이었다.
“운동장에서 희수가 뛰는데 진흙탕 물이 많아서 젖으니까 그 부분을 발견해서 봉석이가 학교 불 전체를 켜준다. 그런 상황에서 학교불을 다 키면 전기세가 걱정되지만 응원하는 마음이 커서 그런 신경 안 쓰고 누군가에게 응원하는 마음 자체가 와 닿았고 그 연기를 했을 때 저도 이정하로 돌아갔다. 저도 누군가의 응원을 받고 자란 입장이라서 응원받는 것 말고 주고 싶다고 해서 ‘응원할게’가 있었는데 그 대사가 좋더라. 대사하는 저도 좋았고 대사 받는 희수도 좋았다. 그런 걸 볼 때 뭐랄까. 이 장면을 토대로 일상생활 속에서 따뜻한 마음을 전달받는 게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거대한 제작비가 투입되고 연기파 배우들이 대거 포진돼있는 만큼 ‘무빙’은 이정하에게 매 현장이 도전이고 긴장이었다. 이에 늘 준비해간 모습만큼 다 보여주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이 있었다고.
“부담감 있는 현장이었다. 워낙 대작이라 들었고 선배님들이 많이 나오시니까 누가 안 되게 잘 소화하고 싶었다. 1에서 10까지 준비해간다면 현장에서 보여줄 수 있는 건 5밖에 없다고 생각해서 나머지 5를 항상 느껴왔고 아직 시청자로서 몰입해보진 못했다. 더 욕심나는 게 보였는데 8화부터는 몰입해서 봤던 것 같다.”
봉석이를 만나 배우로서 성장한 부분도 분명했다. 매 순간 도전에 부딪히면서 더 단단해졌다는 이정하다.
“강해졌다. 항상 도전을 마다하지 않고 열심히 즐겨왔는데 ‘무빙’에서 새롭게 도전한 게 참 많았다. 와이어도 처음 도전했고 워낙 좋아한 캐릭터를 연기하는 것도 처음이고 살찌운 것도 처음이고. 지금은 이 도전을 다 해내서 즐겁게 말하기도 하는 건데 처음에는 도전을 마주한 자체가 두렵고 어려운 숙제였다면 다 해냈을 때 성취감을 얻었고 배운 순간이 많았다. 무언가 있을 때 두렵지 않고 강하게 제 자신을 가꿔 나가면서 살아나지 않을까.”
‘무빙’을 향한 이정하의 마음도 비슷하다. 필모그래피에 또 하나의 작품이 채워졌지만, 이정하에게 ‘무빙’은 작품 그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더 나아가 이정하는 시청자들에게도 ‘무빙’이 따뜻한 작품으로 남길 소망했다.
“저의 원동력. 행복한 일들만 가득하면 좋겠지만 인생이 다사다난한 게 매력이니 그런 힘든 순간에 돌이켜봤을 때 내가 도전한 순간을 떠올리고 거기서 원동력이 돼서 다시 또 살아가는 작품이 될 것 같아 많은 기억이 나는 작품이다. 제가 어릴 때 그런 영향을 많이 받고 자란 것처럼 ‘무빙’ 자체도 누군가에게 그런 영향을 줘서 살아가는데 힘이 되고 따뜻한 마음을 전달하는 사람이 받는 게 똑같은 것처럼 힐링이 되고 행복한 드라마가 되면 좋겠다.”
2017년 웹드라마 ‘심쿵주의’로 데뷔한 이정하는 지난 6년 간 ‘신입사관 구해령’, ‘런 온’, ‘알고있지만,’ 등 다양한 작품과 캐릭터로 묵묵히 대중들을 만나왔다. 하지만 늘 새로운 작품이 나올 때마다 설레고 기분 좋다는 이정하에게 ‘무빙’은 또 다른 발걸음이 돼주었다. 이제 막 배우로서 걸음을 뗀 이정하의 발걸음이 어디까지 뻗어갈지 기대된다.
“제 연기를 통해 대한민국의 꿈나무, 많은 사람들이 영향 받을 수 있는 직업이라고 생각해서 매순간 솔직하고 진실된 모습을 보여주면서 여유로움을 갖고 싶다. 배우로서 목표도 있겠지만 배우라는 직업 자체가 인생을 살아가면서 하나의 선택지가 된 거지 않나. 욕심이 많은데 나는 이제 걷기 시작했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인생을 살아가면서 처음 꿈꿔서 도전했고 직업을 이뤄내서 제가 나오는 작품을 봐주시고 알아봐주시는 자체가 감회가 새롭고 감개무량하다. 이 소중함을 경험 삼아서 걷기 시작했으니까 여러 매력으로 많이 찾아오고 싶다. 또 다른 이정하의 매력을 알아봐주시면 좋겠다. 곧 뛰어갈 테니까. 제 걸음마에 함께 동행해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셀럽미디어 김희서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