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잠’ 정유미 “아직 보여드릴 광기 많아요” [인터뷰]
- 입력 2023. 08.25. 17:30:00
-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원조 ‘맑눈광’이 돌아왔다. 붉게 충혈 된 눈이 클로즈업 된 장면은 소름을 유발한다. 두려움에 휩싸이는 과정부터 공포의 비밀에 정면으로 맞서는 모습까지 또 다른 얼굴을 보여준 배우 정유미다.
'타겟' 정유미 인터뷰
기자는 최근 서울 종로구 안국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정유미를 만나 영화 ‘잠’(감독 유재선)과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시나리오가 간결해서 좋았어요. 간결한 시나리오가 너무 재밌게 느껴져서 감독님이 궁금했죠. 감독님을 뵀는데 매력 있으시더라고요. 표현해주시는 부분에 와닿는 게 많았어요. 설명도 컴팩트하게 해주셨죠. 그래서 현장에서 어떻게 작업해 나갈지 궁금했어요.”
유재선 감독은 봉준호 감독의 ‘옥자’ 연출부 출신으로 알려졌다. 유재선 감독의 입봉작 ‘잠’을 본 봉준호 감독은 “최근 10년간 본 영화 중 가장 유니크한 공포”라고 인상 깊은 감상평을 남겨 화제를 모으기도.
“인터뷰 진행 전, 봉준호 감독님에게 ‘감독님 얘기해도 돼요?’라는 허락을 받았어요. 하하. 어느 날 봉준호 감독님에게 전화가 왔는데 ‘헉! 드디어 나에게도 시나리오를 주시나’ 싶었죠. 그런데 ‘이 친구가 있다, 시나리오를 썼는데 한 번 읽어봐 주세요’라고 하셨어요. 처음엔 유재선 감독님에게 봉준호 감독님의 영향이 있었어요. 아무래도 봉 감독님의 영화를 좋아하고, 그런 이야기를 들었으니까요. 시나리오는 처음에 후루룩 읽혔어요. 그러나 이게 정말 내 생각인지, 감독님의 생각이 더해진 건지 싶었죠. 그 후 유재선 감독님을 뵀어요. 저는 유재선 감독님만의 스타일이 있다고 생각해요. 봉준호 감독님의 영향이 있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감독님의 영화는 다르게 보였죠.”
‘잠’은 장르에 한계를 두지 않는다. 비밀을 파헤치는 미스터리 장르 본연의 재미와 함께 기존의 문법을 비틀어 신선함을 더한다. 공포, 스릴러, 미스터리, 드라마 등 장르를 넘나들지만 결말까지 긴장감을 놓치지 않는다.
“저도 다양한 반응에 신기해하고 있어요. 여러 장르가 나오고 있는데 다행이다 싶기도 하죠. 보시는 분들마다 다르게 해석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저는 스릴러 외피를 두른 러브스토리라고 생각해요. 한 부부가 고난과 역경을 극복해나가기 때문이죠. 꽁냥꽁냥 하는 것만이 러브스토리가 아니라는 편견을 깨줬어요.”
수진은 현수의 기행이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되자 무속인을 부른다. 심지어 온 집안을 부적으로 도배하기도. 해당 장면은 예측불가한 전개로 이끌며 팽팽한 긴장감과 서스펜스를 자아낸다.
“부적을 처음 봤을 때 놀랐어요. ‘이렇게까지 하는 게 맞나?’ 생각했는데 감독님께선 ‘이게 맞다’라고 하셨어요. ‘(수진이가) 제대로 미쳤네’ 싶었죠. 인터뷰를 하면서 제대로 미쳤다고 하지만 연기하면서는 그런 생각이 안 들었어요. 칸에 갔다 와서 그렇게 느꼈죠. ‘제대로 미쳤어야 했나?’라는 아쉬움이 들기도 해요. 그 정도는 광기가 아니거든요. 그렇게 치면 많이 부족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앞서 정유미는 넷플릭스 시리즈 ‘보건교사 안은영’을 통해 담담하고, 맑은 눈빛의 광기 어린 연기로 ‘원조 맑눈광(맑은 눈의 광인)’으로 자리 잡은 바. ‘잠’을 통해 또 다른 ‘맑눈광’을 연기하게 된 그는 새로운 얼굴을 보여줄 예정이다.
“제가 보여줄 광기가 많아요. 이건 광기가 아니에요. 가족을 지키기 위한 사투의 한 부분이죠. 저는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생각해요. 어떤 배우로 남고 싶은 생각은 없지만 제가 이 직업을 선택했고, 저를 찾아주시는 분들이 계셔서 감사한 마음이에요. 그 마음으로 나아가고 있죠. 그래서 잘 하고 싶고, 잘 했어야 하는 게 아닌가 싶어요.”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