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스크걸' 안재홍 "주오남, 내게는 영광…연기 잘 하고 싶은 마음 선명해져"[인터뷰]
- 입력 2023. 08.31. 23:52:14
- [셀럽미디어 정원희 기자] "저 모미 씨를 사랑합니다! 아이시떼루!"
안재홍
'마스크걸'을 보고 나면 주오남의 대사가 뇌리에 박힌다.
안재홍은 '마스크걸'에서 인생 캐릭터를 경신했다. 안재홍이 연기한 주오남은 원작을 초월한 캐릭터였다. 오랜 시간 '응답하라 1988'의 '정봉이'로 불려왔던 안재홍은 '마스크걸'로 새로운 커리어 하이를 달성했다.
작품 공개 이후 안재홍, 염혜란, 고현정 등 주연 배우들의 연기에 대한 호평이 이어졌다. 특히 안재홍은 충격적인 비주얼과 연기로 파격적인 모습을 선보여 시청자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안재홍은 '마스크걸'로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었다.
"변신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기 보다는 새로운 캐릭터를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더 컸다. 뭔가에 도전해 보고 싶다는 마음이 컸다. 캐릭터 자체가 아주 새롭고 파격적으로 다가왔고, 이 인물을 제대로 한 번 표현하고 싶다는 마음이 컸다."
안재홍은 퇴근 후 인터넷 방송을 시청하는 게 유일한 낙인 회사원 주오남을 연기했다. BJ 마스크걸의 광팬이었던 주오남은 그녀의 정체가 직장동료 김모미임을 알아채고 그녀에 대한 집착과 망상을 키워간다.
안재홍은 주오남을 "마음이 깊지만 방향이 삐뚤어져 있는 인물"으로 해석했다. 그는 "이야기가 비극처럼 느껴져도 주오남을 모미의 시선처럼 단순히 안타고니스트로 바라보면 안될 것 같았다. 주오남을 단순하게 생각하면 안되겠다는 마음으로 연기했다"고 설명했다.
원작 웹툰을 찢고 나왔다는 평이 가득할 정도로 안재홍의 변신은 매우 파격적이었다. 탈모 머리, 거친 피부와 같은 외형부터 갑작스레 등장하는 일본어 대사까지 완벽하게 소화해냈다. 하지만 안재홍이 해석한 주오남은 웹툰이 아닌 대본 속의 캐릭터였다.
"사실 웹툰을 이전에 본 적은 없었고, 감독님을 뵙고 난 후에 참고를 하고 싶은 마음에 보게 됐다. 원작 속의 주오남을 그대로 구현해야겠다는 생각은 없었다. 단순히 참고용이었고, 드라마는 '마스크걸' 웹툰을 김용훈 감독님께서 재창조했다고 생각했다. 웹툰은 굉장히 과장되고, 극단적으로 묘사가 되어있다면 드라마 속 주오남은 뭔가 어디엔가는 있을 법한 인물로 현실성을 부여하고 싶었다. 대본 속에 있는 인물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하고, 원작의 어떤 모습을 꼭 가져와야겠다는 부담감은 없었다"
안재홍의 연기력에 충격과 생생함을 더해준 것은 비주얼이었다. 안재홍은 자신의 본 얼굴을 숨기고 주오남 자체로 탄생하기 위해 분장 감독님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주오남을 연기할 때, 시청자분들이 한눈에 어떤 캐릭터인지 느낄 수 있길 바랐다. 저의 맨 얼굴이 잘 안 느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송종희 분장 감독님께 많이 의견을 구했다. 지금의 주오남이 나오기까지 정말 여러 번 테스트를 했다. 이런 특수분장은 처음 해봤는데, 2시간 정도 소요되더라. 분장실을 나설 때 걸음걸이도 바뀌고 내가 하나의 캐릭터로 느껴지는 것을 스스로 인지하게 됐다. 이 인물을 형상화하는 데 꼭 필요한 작업이면서 몰입감을 만들어내는 역할도 해줬다고 생각한다."
안재홍은 스스로도 망가지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다. 자신의 의견을 더해 완벽한 주오남의 외형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시청자분들이 주오남을 바라봤을 때 눈빛에 왜곡이 있으면 어떨까 생각했다. 그래서 도수가 높은 안경을 쓰고 싶다고 제안했는데, 감독님께서 그건 말리시더라. 평소 제 눈에 맞춰진 도수가 아니라서 연기하는 데에 오히려 집중이 안 될 수 있다고 말해주셨다. 그래서 뭘 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핸드크림 로션을 발라서 안경에 지문을 계속 만들었다. 안경 아래의 눈이 조금 탁하게 보일 수 있게 만들었다."
'마스크걸'의 송종희 분장감독은 '올드보이', '친절한 금자씨', '괴물', '아가씨', '콘크리트 유토피아' 등 수많은 작품의 분장을 맡았다. 안재홍은 제작발표회에서 송종희 분장감독을 언급해 감사 인사를 전하기도 했다.
"분장 감독님 이야기를 빼놓을 수가 없다. 제가 어렸을 때부터 정말 좋아했던 작품과 캐릭터의 인물들을 만들어내신 감독님이셨다. 그분의 분장을 받는다는 사실이 영광스러웠다. 주오남의 분장도 그분의 작품이라고 생각됐다. 분장실에서 캐릭터를 만들어나가는 경험은 처음 해봤는데, 너무 뜻깊고 잊을 수 없는 순간이 된 것 같다."
주오남의 캐릭터를 더 돋보이게 만든 것은 일본어 대사였다. 대본 속의 일본어 대사는 모두 안재홍의 아이디어였다.
"원래는 대본에 일본어 대사가 없었는데, 웹툰을 보니 주오남이 일본어를 혼자 중얼거리는 장면이 있더라. 그 장면을 보면서 '이게 뭐지?' 싶으면서 서늘함도 느껴져서 이상했다. 그래서 감독님과 미팅을 할 때 웹툰처럼 우리 작품에서도 사적인 순간에 갑작스레 일본어가 튀어나오면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일본어가 갑자기 나오면 주오남이 더욱 낯설고 생경한 인물로 그려질 것 같았다. 감독님께서도 좋은 생각인 것 같다면서 생일파티 장면 초반에 일본어를 넣게 됐다. 레미짱과의 오붓한 생일 파티 장면은 원래 모두 한국어로 돼있었다. 그리고 모미가 인터넷 방송에서 갑자기 옷을 벗을 때 나오던 일본어도 설정이 바뀐 거였다."
그중에서도 공개 후 가장 화제가 됐던 "아이시떼루" 고백공격 장면. 해당 장면은 현장에서 안재홍의 애드리브로 등장한 대사였다.
"기존 대본은 '저 모미 씨를 사랑합니다! (눈을 질끈 감고)'정도로 나와있었다. 모미에 대한 주오남의 집착, 망상이 이렇게까지 극대화가 됐다면 어떤 고백을 할지 생각하다가 떠올린게 '아이시떼루'였다. 스태프 분들도 재미있어 하시고, 상대 역인 한별씨도 정말 당황스러워하셨다. 처음엔 감독님께서는 그 대사로 인해 시퀀스가 주오남의 상상, 망상이라는 사실이 빨리 알려지지 않을까 조금 고민하셨다. 다행히 주오남이 실재와 망상이 혼재되어 있는 인물이라고 생각했고, 오히려 '아이시떼루' 대사가 인물의 성향이 더 잘 드러낼 것 같다고 하셔서 그대로 촬영하게 됐다."
안재홍의 일본어는 유창하기보다 어색했기에 더욱 주오남스러웠다. 안재홍은 일본 애니메이션에서 배운 듯한 일본어를 구사하기 위해 직접 일본인 선생님을 통해 연습했다.
"주오남스러운 일본어를 구사하고 싶어서 일본인 선생님께 말을 배웠다. 그 분께서 디테일을 많이 잡아주셨다. '아리가또', '레미짱' 등을 말할 때 특유의 은율을 만들어 주시고, '해피 버스데이'도 '하피 버쓰데이'라고 잡아주셨다. 녹음해주신 것을 계속 들으면서 주오남이 구사할 만한 일본어를 담아내려고 했다."
안재홍이 연기한 주오남은 '혐오를 연기한다'는 말을 만들어낼 정도로 불쾌한 인물이다. 하지만 안재홍에게 주오남은 "영광스러운 캐릭터"로 자리잡았다.
"주오남은 불쾌한 인물이다. 하지만 내가 이 인물을 연기하기 위해 쏟았던 노력이 이렇게 뜨거운 반응으로 다가왔을 때 큰 감사함을 느낀다. 거기서 오는 자부심을 통해서 오히려 영광스러운 캐릭터로 남을 것 같다. 또 시청자나 지인분들이 주오남에 대해 뜨겁게 반응해주실 때 들뜬다기 보다는 오히려 분명하게 태도가 서는 느낌이다. 좀 더 연기를 잘 하고 싶다는 마음이 더 선명해졌다."
[셀럽미디어 정원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넷플릭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