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피부로 느껴지는 공포 [씨네리뷰]
입력 2023. 09.06. 07:00:00

'잠'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독특하고 신선하다. 간결한 리듬의 연출 속 팽팽한 긴장감이 극을 이끈다. 어디서도 본 적 없는, 호러‧스릴러 장르에 새로운 공식을 내놓을 영화 ‘잠’(감독 유재선)이다.

만삭의 직장인 수진(정유미)은 남편 현수(이선균), 반려견 후추와 함께 풍족하진 않아도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 단역 배우로 활동 중인 현수에게 아내 수진의 신뢰와 응원은 큰 힘이다.

그러던 어느 날, 두 사람에게 악몽의 그림자가 드리운다. “누가 들어왔어”라는 현수의 불길한 말과 함께 부부의 일상은 180도 변한다. 자다 말고 알 수 없는 행동을 하지만 정작 현수는 하나도 기억을 하지 못한다.

잠드는 순간, 다른 사람처럼 변해가는 현수가 걱정된 수진은 수면 클리닉의 도움을 받기로 한다. 여러 방법을 동원하며 치료에 집중하지만 현수의 기행은 점점 더 심해진다. 현수의 이상행동이 집안을 공포로 몰아넣기 시작하자 수진은 가족을 지키기 위해 도망이 아닌, 정면으로 맞서는 것을 택한다.



‘잠’은 행복한 신혼부부 현수와 수진을 악몽처럼 덮친 남편 현수의 수면 중 이상행동, 잠드는 순간 시작되는 끔찍한 공포의 비밀을 풀기 위해 애쓰는 두 사람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지난 5월 프랑스 칸에서 열린 203년 칸 국제영화제 비평가주간에 초청돼 화제를 모았다.

그간 보아온 미스터리 장르 영화의 문법과 다른 신선한 접근이다. ‘몽유병’, ‘수면 중 이상행동’이란 소재에 ‘무속신앙’을 덧대어 잠재된 공포심을 이끌어내면서 무한한 호기심을 자극한다. 모두가 자는 ‘잠’이라는 일상성을 비틀어 우리 모두에게 일어날 수 있는 일로 섬뜩함을 자아낸다.

특히 영화는 ‘만약 나에게 저런 일이 일어난다면?’ ‘내 옆에 잠든 사람이 내가 알던 그 사람이 맞을까?’라는 불길한 상상과 의심을 품게 만든다. 전반부와 후반부, 공포의 주체와 객체가 달라지는데 두 인물의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피부로 느껴질 공포의 순간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비현실적인 공포에 맞서 서서히 변해가는 수진과 현수의 모습은 정유미, 이선균의 열연으로 완성됐다. 앞서 홍상수 감독의 ‘첩첩산중’ ‘옥희의 영화’ ‘우리 선희’에서 함께 호흡을 맞췄던 두 사람은 신혼부부 역할을 어색하지 않게 소화해낸다.

정유미는 잠들기 두려운 공포에 휩싸이지만 가족을 지키려는 적극적 의지로 변해가는 수진을 섬세하게 표현한다. 충혈된 눈을 클로즈업한 신은 정유미의 새로운 얼굴을 발견하게 될 터. 이선균은 공포와 미스터리를 드리우는 당사자이자 동시에 이해할 수 없는 사태에 직면해 스스로가 두려워지는 이중의 변신을 선보인다.

결말은 해석의 여지를 남겨둔다. 마지막 장면을 두고 여러 의견을 주고받는 재미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오늘(6일) 개봉. 러닝타임은 94분. 15세이상관람가.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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