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걸' 이한별 "연기, 하고 싶었고 해야 할 일이었죠"[인터뷰]
입력 2023. 09.07. 14:50:04

이한별

[셀럽미디어 김희서 기자] 배우 이한별이 꾸밈 없는 날 것의 연기로 극의 한 축을 묵직하게 이끌었다. 살아 숨 쉬는 캐릭터 그 자체로 대중 앞에 서며, 화려하게 데뷔 신고식을 치른 이한별의 연기 스펙트럼에 기대가 모아진다.

‘마스크걸’은 외모 콤플렉스를 가진 평범한 직장인 김모미가 밤마다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인터넷 방송 BJ로 활동하면서 의도치 않은 사건에 휘말리며 벌어지는 이야기로, 김모미의 파란만장한 일대기를 그린 작품. 이한별은 극 중 평범한 직장인과 인기 인터넷 방송 BJ 사이에서 이중생활을 하는 첫 번째 김모미로 분했다.

처음으로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낸 이한별은 그야말로 신선한 충격을 안겼다. 원작 웹툰을 속 김모미와 높은 싱크로율을 자랑할 뿐만 아니라 신인답지 않은 연기력으로 차분하게 극 초반을 이끌며 단숨에 시청자들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화제성과 작품성을 고루 갖춘 ‘마스크걸’도 넷플릭스 글로벌 TOP 10 시리즈(비영어) 부문 1위를 달성하는 등 식지 않는 인기를 이어갔다. 이 사이에 화제의 중심에 선 이한별에게도 여러 변화가 생겼다. 포털 사이트에 프로필이 게재되는가하면 새로운 소속사를 만나게 됐다. 예상 밖의 관심을 받기도 하지만 이한별은 여전히 전과 다를 바 없는 일상을 보내고 있다며 근황을 전했다.

“주변에서 소식을 전해주셔서 많이 보시는 것 같다는 느낌은 드는데 집에 잘 안 나가서 크게 체감이 드는 건 많이 없다. 크게 스스로는 달라졌다고 느끼는 부분도 없는 것 같다. 저는 작품을 보셨어도 실제로 보면 저를 못 알아 볼 거라 생각했는데 보신 분들이 알아봐 주시는 게 신기하기도 했고 오랜 만에 연락주신 분들도 많아서 감사했다.”

오디션이 진행됐던 시기가 코로나 시국이었던 만큼 이한별은 직접 촬영한 비대면 영상으로 참여를 시작했다고. 당시에는 김용훈 감독의 차기작이라는 것 외에는 작품이나 캐릭터에 대한 어떤 정보도 없었기 때문에 이한별은 그저 운명처럼 찾아온 기회였던 오디션에 임하는 것 자체에 의미를 두고 열심히 준비했다. 그럼에도 캐스팅이 확정되기 전까지는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었기에 그는 최대한 평점심을 유지하고자 했다.

“물론 감사하고 기회를 만났다는 생각이 컸는데 그렇다고 마냥 기쁘지만은 않았다. 먼저 준비를 시작해서 되면 좋겠지만 되지 않았을 수도 있다는 마음에 양쪽에 모든 결과가 어떻게 될지 생각해볼 수밖에 없었고 어떻게 결과가 나오든 그 이후에 삶을 잘 이어나가는데 집중하기 위해 다잡고 있었던 것 같다. 같이 하자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그때가 처음 리딩을 하러 가기 전이었는데 ‘이 리딩을 잘 해야 하는 구나’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역할을 해야 하면 준비해야할 것들이 많다는 걸 알고 있어서 이걸 잘 해내야겠다는 마음이 컸다.”

3인 1역이라는 파격 캐스팅 가운데 신인 배우인 이한별 입장에서는 이미 연기 경력이 있는 선배 배우인 나나, 고현정과 같은 역할을 소화한다는 것은 큰 부담이었을 것이라는 시선도 더러 있었다. 하지만 오히려 이한별은 작품에 대한 부담감을 책임감으로 환기시키며 오로지 자신의 몫에 집중하고자 했다. 그가 그들에 뒤지지 않는 강렬한 존재감을 발산할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시청자로서 선배님의 캐스팅 소식을 본 것처럼 같은 작품을 한다는 게 실감나진 않았다. 그땐 제가 할 것들을 준비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큰 신경을 쏟고 있어서 그분들이 있어서 부담스러웠다기보다는 어쨌든 누가 되지 않고,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같은 캐릭터라 제 할 일들을 잘 해나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나만 잘 해내면 이 캐릭터를 이어가주시고 마무리를 잘 지어줄 거라는 믿음이 있어서 내 것에 집중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드라마화된 ‘마스크걸’은 원작 웹툰을 각색하면서 원작과는 또 다른 재미를 더한 바. 주인공 캐릭터인 김모미의 거침없는 행보 역시 웹툰보다는 다소 다듬어진 모습이었다. 대신에 조금 더 인간적인 매력이 돋보인 김모미에 이한별은 오히려 매력을 느꼈다고. 이에 그는 드라마 속 김모미는 많은 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캐릭터라고 기대하며 준비했다고.

“처음 시나리오를 보기 전에 웹툰 속 모미의 인상이 박혀있었는데 모미를 보면서 마음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 원작에서는 시나리오에서보다 굉장히 더 기행을 일삼는 인물이고 좀 더 자기 표현을 강하게 해서 그런 모미의 결이 달라졌다는 생각이 들었고 좀 더 이해해보고 싶었다. 그러면서 뒤에 이어지는 모미들의 시작점에 대한 서사를 잘 쌓아둔 캐릭터로 받았고 감독님도 모미가 너무 이상한 사람처럼 보이지 않고. 인간적인 모습도 보여지면 좋겠다는 말씀을 하셔서 비제이, 회사원의 모습도 있지만 그 안에 가지고 있는 모미의 감정선에 집중하려고 했다. 계속해서 극적인 사건들에 휘말리기도 하지만 뭔가 인간적인 모습. 어딘가 그래도 신경 쓰이고 옹호를 해주고 싶은 그런 캐릭터로 인간적인 잔상들을 얻을 수 있는 모습으로 만들려고 했다.”

캐릭터를 구축해가는 과정에서도 이한별은 모미의 긍정적인 부분을 찾는데 힘을 쏟았다. 그러면서 그는 어쩌면 연기를 하고 싶었던 마음도 꿈에 대한 애정을 가진 모미의 감정과 비슷할 수도 있겠다고 이해했다.

“처음이자 마지막일수도 있고 저를 많이 써먹어볼 수 있는 캐릭터라 생각했다. 감독님께서도 모미가 가지고 있는 열망이 저와 비슷하다고 느꼈던 점도 그렇고 모미가 계속해서 어찌할 수 없는 이유들로 사건에 휘말리고 나락으로 빠지는 것 같지만 희망을 잃지 않는 캐릭터라 생각을 했다. 마스크를 쓰고서 방송을 하면서도 회사에 다니면서 나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인정받고 싶은 모습이 있지 않을까. 그래서 핸섬스님과 만남도 이루어질 수 있었고. 그런 마음 때문에 기대하고 비참함을 느끼고 이런 인생을 살게 된 사람이 되었다고 생각하는데. 저도 가수가 되고 싶었던 모미처럼 연기에 대한 그런 마음이 있어서 작은 사건들도 크게 다가오고 의미부여를 하기도 했다.”

신인 배우에게만 물어볼 수 있는 질문이다. 오랜 오디션 기간을 거쳐 무사히 촬영을 마치고, 드디어 데뷔 첫 작품이 세상에 공개됐을 때 기분은 어땠을까. 즐겁게 촬영했을지라도 작품으로 완성되었을 때는 어떻게 나올지도 모르는 기대감과 불안감이 공존하기 때문. 이한별 역시 노심초사하는 마음으로 그가 나오던 회 차는 먼저 건너뛰고 봤다고.

“현장에서 모니터하면서도 봤지만 완성된 걸 보니까 그때 봤던 거랑 다른 것 같더라. 걱정돼서 미리보기로 받았을 때 1~2부를 건너뛰고 3부부터 봤는데 아무래도 제 모습을 봐야 하다보니까 봤는데 뒷부분처럼 편안한 마음으로 보진 못했다. 공개를 앞둔 상황이었으니까 나가면 어떤 평가를 받을지, 어떻게 보실지 걱정도 들었다. 촬영 때는 연기 자체에 부담을 느끼지 않았다. 굉장히 즐겁게 찍고 현장에 가는 게 재밌었는데 보니까 객관적으로 보게 되지 못하는 부분도 있고 부족한 부분도 보이고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봤다.”


이한별은 다채롭게 변신한 김모미의 모습들 가운데 마스크를 쓴 채 화려한 의상을 입은 비제이 때보다 평범한 회사원의 김모미를 더 좋아했다고. 돌이킬 수 없는 사건들이 펼쳐지기 전 순수하고 때로는 친근했던 모미에 이한별은 진심을 드러냈다.

“회사에서 모미의 모습을 개인적으로 애정한다. 그때 정말 아무것도 모르고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고. 너무 순수하게 박팀장을 좋아하고 또 착각하고 신나서 방송도 했던 이런 것들이 저는 뒷내용을 아는 사람으로 그 때 모미를 보면 귀엽기도 하고 짠하기도 하다. 아무것도 모르고 일상을 보내는 모습이 마음에 남아서 회사에서 있었던 장면들, 회의실에서 박팀장을 쳐다보는 표정들이 기억에 남는다.”

데뷔작인 ‘마스크걸’에서 보여준 강렬한 임팩트를 통해 이한별은 단숨에 그의 이름 석 자와 얼굴을 대중에 확실하게 각인시켰다. 다만 깊이 박혀진 이미지와 캐릭터로 인해 새로운 작품에서는 배우로서 이를 뛰어넘는 연기력을 증명해야한다는 부담감도 따를 만도 한다. 하지만 이한별은 이 같은 고민에 주저하기 보다는 오히려 어차피 헤쳐 나가야할 숙제라고 덤덤하게 받아들이며 뚜렷한 연기관을 내비쳤다.

“웹툰 원작이고 그림체에 대한 인식이나 캐릭터 설정 자체도 이미지적으로 강하게 남을 수 있다는 생각이 아주 없는 건 아니다. 그렇지만 오히려 빨리 이런 것들을 겪고 있다는 생각도 든다. 누구나 배우라면 앞서는 캐릭터에 대한 이미지 변신을 고민하게 되지 않나. 다음 작품 고를 때도 그런 부분을 염두해서 고르기도 할 건데 마음대로 할 순 없지만 저는 굉장히 많은 걸 배우고 재밌게 찍은 작품이라 그 때 그 때 고민한 게 아니다. 어쨌든 결국에는 저는 ‘마스크걸’로 알려지게 된 상황에서 다시 잘 차근차근 다음을 선택하는 수밖에 없지 않나 싶다. 어쩔 수 없는 느낌은 아니지만 그렇게 나아가는 게 맞고 아직 해 놓은 게 많이 없어서 오히려 다른 모습을 했을 때 색다르게 받아들여 주시지 않을까. 어떤 작품을 만나도 저는 계속해서 연기를 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고 계속 해 나가야 할 일이라 생각한다. 여기서 더 좋은 배우로 더 나은 선택을 해나가면서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충분하지 않을까.”

연기를 전공하지 않았고, 연기와도 거리가 먼 환경이었음에도 이한별은 연기의 매력에 푹 빠져들었다. 이에 20대 초에는 제작 수업이나 단편영화에도 참여하고, 촬영장 스태프로도 참여하는 등 적극적으로 연기에 대한 욕심을 키워갔다. 오로지 순수하게 연기가 좋아서 내딛었던 발걸음이 이한별을 지금까지 오게 했다.

“사람들에 대한 관심이 있다. 사람에 어떤 면이 보이는 작품들, 창작물 보는 것에 흥미가 있었다. 소설을 보거나 영화를 보면 ‘이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를 궁금해 했다. 그런데 어릴 때는 배우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은 못 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생각을 해서 다른 전공을 하게 됐다가 이 일을 평생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게 되면서 영화나 드라마도 보고 연극을 보러 갔는데 제대로 연기하는 사람을 그때 눈앞에서 가까이서 처음 봤다. 1인 극이었고 혼자서 작은 공연장에서 보는데 그 배우, 연기하는 사람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이후 이 일을 해보고 싶다, 배워보고 싶다, 해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 학원을 다니면서 시작했던 것 같다.”


앞으로 이한별을 어떤 작품들에서 만날 수 있을까. 이한별은 개인적인 취향을 담아 앞으로 연기하고 싶은 장르를 언급했다.

“해보지 않은 게 많아서 정말 많은데 다양한 도전을 해보고 싶다. 평소에는 독립 영화나 잔잔한 영화도 좋아하고 이번에 모미는 워낙 다채로운 면을 보여주긴 하지만 진폭이 상대적으로 큰 캐릭터라 감정선이 잔잔하고 호흡이 느리게 쌓아볼 수 있는 캐릭터나 일상적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작품도 좋겠다. 안재홍 선배님의 ‘소공녀’ 같은 류의 영화도 좋아해서 그런 편안한 느낌의 작품을 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다.”

대중에게는 어떤 배우로 다가가고 싶은가에 대한 물음에 이한별은 자신의 경험에 빗대어 말했다. 삶을 살아가는데 크고 작은 영향력을 주는 작품들처럼 힘이 되고 위로를 줄 수 있는 이야기와 캐릭터로 대중을 만나고 싶다는 이한별이다.

“지금 당장은 어떤 배우로 각인되고 싶다거나 이런 걸 구체적으로 그려보기에도 아직 시작 단계이다. 원래 내가 하고 싶고 사랑하는 일이었고 시청자였을 때도 작품들로 위로를 받고 도움을 받은 부분이 있었다. 일상에 힘이 되는 작품을 기다리면서 또 힘을 많이 얻었던 것 같아서 그런 일을 할 수 있게 된 것에 감사하다. 그래서 저의 활동이 작품을 사랑해주신 분들에게 힘이 되고 기대가 되는 배우로 다양한 작품을 많이 하고 싶고 친근한 사람으로 같이 살고 늙어가는 배우로 기억되면 좋겠다. 부담 없이 보러가고 싶은 배우로 봐주셨으면 한다,”

[셀럽미디어 김희서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넷플릭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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