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종환 "가수 생활, 시작했을 때 모습 그대로 가야죠"[인터뷰]
- 입력 2023. 09.12. 16:49:37
- [셀럽미디어 김희서 기자] 가수 김종환은 지난 38년간 음악으로 대중을 만나고, 음악으로 세상과 소통해왔다. ‘존재의 이유’, ‘사랑을 위하여’, ‘바램’, ‘아모르’ 등 발매곡 마다 세대를 대변하는 울림과 위로를 준 김종환의 음악은 오늘날까지도 많은 이들에게 통하고 있다. 이에 시간이 지나도 변함없이 사랑받고 있는 김종환의 음악 여정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김환
최근 TV조선 ‘미스터트롯’, MBN ‘불타는 트롯맨’, KBS2 ‘불후의 명곡’ 등 음악 경연 프로그램에서는 유난히 김종환의 곡들을 자주 들을 수 있었다. 정동원이 ‘여백’을, 임영웅이 ‘바램’을 부르면서 곡들이 재조명받기도. 김종환은 “편곡을 하려면 원곡자의 승인을 받아야하는데 많이 온다. 하나같이 하는 이야기가 ‘김종환 선생님의 노래를 출연진들이 서로 불으려고 한다. 부르면 대박이 난다’더라”라고 인기 실감을 언급했다.
직접 곡을 만들 때 사소한 점 하나도 허투루 넘기지 않는다는 김종환은 곡 작업에 대해 남다른 열정을 보였다. 그는 “보통 한 곡에 맞춰서 작업하긴 하는데 잘 안 될 때는 다른 걸 하고. 그러다보면 해결 안 됐던 부분이 떠오르기도 하고 한 가지만 붙잡고 있으면 막혀버린다. 하다 안 되면 손 놓고 다른 걸 하다 들어보고 그런다”라며 “싱어송라이터 중에 작사, 작곡, 편곡을 혼자 다해서 음반을 수백만 장 판 사람은 나밖에 없을 거다. 내가 모든 연주를 하고 녹음도 하고 엔지니어가 돼서 믹싱도 하고 마스터링까지 한다”라고 자신했다.
특히 집 안에 작업실 공간을 따로 마련해둔 것에도 김종환만의 남다른 음악 철학이 있었다. 그는 “집에서 제가 혼자 다하니까 주변에서 왜 힘들게 혼자 다 하냐고 하더라. 그렇게 만드는 과정이 쉽진 않지만 그렇게 혼자해서 만드는 게 취미로 된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김종환은 20대 초 아무것도 모르는 시절에 오로지 음악을 좋아한다는 순수한 마음으로 가수의 꿈을 갖게 됐다. 음악 공부를 위해 그는 DJ 활동에도 진심을 다했다. 그는 “많은 음악을 듣기 위해 DJ일을 십여 년 하면서 음악공부를 많이 했다. 그런데 두 시간동안 신청곡만 틀어주다 보니까 ‘나는 이러려고 여기 온 건 아닌데’ 싶었다. 거기 있던 LP판을 다 들어보고 싶은데 신청 들어오는 곡만 하니까”라고 말을 이어갔다.
음악실에 있던 곡을 모두 섭렵하겠다는 그의 진심은 통했다. 1년간 장르를 가리지 않고 약 3만장의 곡들을 모두 들었다는 그는 “그렇다 보니 자연적으로 음악이 붙더라. 그래서 지금도 어떤 일을 할 때 이걸 정말 해야 된다고 할 때 내 모든 걸 걸고 투자해야한다고 생각한다”라고 확고한 견해를 밝혔다.
김종환은 무엇보다 음악에 대한 진정성을 강조했다. 그는 “멋으로 하는 음악은 결코 성공할 수 없다. 내가 빛나려고 폼 잡으려고 음악하지 말아야 한다. 누군가는 내가 만든 곡이 눈물이 되고 희망이 되는데 돈 많이 벌려고 음악하는 것은 시작부터 잘못된 거다. 노래를 부름으로서 나도 위로가 되고 뭔가 좋은 음악을 부르는 마음으로 접근해야한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의 오랜 음악 인생에는 잊지 못할 굵직한 경험담들도 더러 있었다. 뉴욕에서 콘서트를 열었을 당시, 공연을 마치고 가족들과 시내 관광을 하던 중에도 신기한 일을 겪었다고. 김종환은 “뉴욕에서 지하철을 타고 내리면 중간에 플랫폼이 있고 하나 더 올라오면 바깥인데 어떤 흑인이 노래를 부르고 있더라. 우리 가족들이랑 가고 있었는데 노래를 너무 잘 불러서 발길이 자동으로 멈춰지더라. 계속 듣고 있었더니 말을 걸어서 한국에서 왔다고 했다. 그랬더니 본인이 아는 한국 노래가 있다며 한 소절 불렀는데 그게 ‘사랑을 위하여’였다. 딸들이랑 와이프랑 놀랐던 기억이 있다”라고 회상했다.
‘사랑을 위하여’은 북한 사람들에게도 사랑받는 곡임을 직접 체감했다고. 김종환은 “1999년도 12월에 평양에서 공연했는데 ‘사랑을 위하여’를 불렀다. 근데 그 해에 가장 북한에서 히트된 노래가 ‘사랑을 위해여’와 ‘존재의 이유’라더라. 북한에서는 한국 노래들은 조용히 불러야한다는데 ‘사랑을 위하여’는 대놓고 불러서 놀랐다. 나중에 이유를 물어봤더니 정서가 많이 차이나지 않고 자기들도 사랑을 느끼고 살고 있어서 그런 선율이 공감이 된다더라”라고 설명했다.
김종환은 자신의 뒤를 이어 같은 가수의 길을 걷고 있는 가요계 후배이자 딸 리아킴에 대한 애정도 아낌없이 쏟아냈다. 최근 ‘잘해보고 싶어요’를 발표하며 음악 활동을 이어오고 있는 리아킴에 대해 그는 “워낙 자기 일에 애정이 많고 이 일을 하면서 행복한 것을 가장 으뜸으로 생각한다. 수입이 생기고 이런 것을 계산하지 않는 아이다. 무대 위에서 노래하고 누군가에게 미약하게나마 선한 영향력을 줄 수 있는 노래를 부를 수 있으면 행복하다고 한다”라고 전했다.
이어 “그 영혼이 너무 착하다고 생각한다. ‘잘해보고 싶어요’도 직접 만든 가산데 자신의 이야기이긴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노래지 않나. 그렇게 이야기해서 엄마아빠에게 잘해주고 싶고 자기 자신에게도 잘해보고 싶다는 내용인데 잘 썼더라”라고 칭찬했다.
선배이자 아버지로서 리아킴을 바라보는 김종환은 “자랑스럽다. 가수로서 살아가는 방식이 마음에 든다. 노래를 부르는 그 순간이 좋고 행복해하는 게. 한 사람 앞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만족하고 사는 애라 접근 방식이 좋다. 그건 자랑스럽고 너무 좋고 발전이 필요하다고 느끼는 마음도 있는데 그건 부모라 어쩔 수 없다”라고 웃어보였다.
쉼 없이 묵묵히 음악 활동을 펼쳐온 김종환의 향후 계획을 들어봤다. 당초 올해 연말에 열릴 예정이었던 콘서트는 완성도 높은 공연을 위해 내년으로 연기됐다. 이후 그는 국내 공연을 시작으로 미국에서 코로나로 미뤄졌던 콘서트를 개최하는 등 투어를 이어간다. 김종환은 “코로나 때문에 밀렸는데 내년에 뉴욕 카네기 홀의 아이작 스턴 오디토리엄에서 미국 콘서트를 열어서 준비하고 있고 한국에서는 올해 12월 세종문화회관에서 콘서트가 잡혔는데 준비 과정에서 내년으로 미뤘다. 음반 작업은 계속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더불어 김종환은 가수로서 앞으로 나아가고 싶은 지향점과 소박한 소망을 드러냈다. 그는 “보컬리스트가 자기의 색깔이나 방향을 바꾸는 경우는 없더라. 장르는 바꿀 수 있지만 자기 색을 잘 지키는 게 가장 중요하고 팬들은 그걸 원한다. 다양성 있게 음악을 하되 색깔은 변하지 않는 건 끝까지 지킬 것”이라며 “기본적인 마음은 항상 유지하고 있다. 김종환이 가수생활을 그만두는 그날이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그 전까지는 시작했을 때 그 모습 그대로 간다. 변하지 않는다”라고 각오했다.
그러면서 “한 가지 바람이 있다면 내 노래를 리메이크해서 불러주는 후배들이 그 노래를 가지고 잘 되는 것. 그런 모습을 볼 때도 감사하다. 내 노래를 선택해서 부른 다는 건 그런 마음이기 때문에 선택해줬다고 생각한다. 좋은 마음으로 노래를 하기 때문에 잘 되는 그 마음에 감사하다”라고 후배들에게도 응원의 말을 건넸다.
[셀럽미디어 김희서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JH킴스뮤직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