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거미집’, 대혼돈 걸작 분투기 [씨네리뷰]
- 입력 2023. 09.16. 07:00:00
-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티켓 하나로 두 편의 영화를 볼 수 있는 ‘거미집’”
'거미집'
새롭다. 독특하다. 그리고 흥미롭다. 현실과 이상이 충돌하는 현장의 민낯을 그대로 보여준다. 여기에 치정, 멜로, 호러, 재난물, 괴기물이 오가는 영화 속 영화까지. 새로운 형식의 영화 ‘거미집’(감독 김지운)이다.
1970년대 꿈도, 예술도 검열 당하던 시대. 언론과 평단의 호평을 받았던 데뷔작 이후 악평과 조롱에 시달리던 김감독(송강호)은 촬영이 끝난 영화 ‘거미집’의 새로운 결말에 대한 영감을 주는 꿈을 며칠 째 꾸고 있다.
이틀만 다시 찍으면 ‘걸작’이 탄생할 것이라는 집착에 사로잡힌 김감독은 신성필림 대표 백회장(장영남)을 찾아간다. 백회장은 멀쩡하게 다 찍은 영화의 결말을 다시 찍겠다는 김감독의 고집이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그러나 백회장이 일본 출장 간 사이, 김감독의 수정 대본을 읽은 신미도(전여빈)는 걸작을 예감하고 무조건 지지를 보낸다. 김감독은 바뀐 대본을 이해하지 못하는 배우들과 검열 당국의 방해, 제작자의 반대 등 악조건을 딛고 ‘거미집’ 재촬영을 감행한다.
‘거미집’은 1970년대 다 찍은 영화 ‘거미집’의 결말만 바꾸면 걸작이 될 거라 믿는 김감독이 검열, 바뀐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는 배우와 제작자 등 미치기 일보 직전의 현장에서 촬영을 밀어붙이는 이야기를 유쾌하게 그리는 영화다. 영화 속 영화가 등장하는 액자식 구성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김지운 감독은 1970년대로 시선을 옮겼다. 검열이 창작을 방해하던 50년 전, 그럼에도 걸작을 만들어냈던 1970년대로 눈을 돌린 김지운 감독은 감독의 ‘비전’과 ‘현실’의 낙차를 ‘거미집’을 통해 보여준다. 영화란 무엇인가, 영화를 만든다는 것은 무엇인가, 창작은 무엇이며 오리지널리티는 무엇인가. 이 같은 질문을 수많은 몰이해, 방해와 의심 속 고군분투하는 김감독에 투영해 묻는다.
배우들의 쫀쫀한 연기와 앙상블도 몰입을 이끈다. 김감독 역의 송강호는 회의와 자학, 열정과 재능, 자본과 논리, 그 사이 부딪히는 욕망들을 자신의 얼굴에 담아낸다. 배테랑 배우 이민자 역의 임수정은 이중의 상황 속 중심축 역할을 톡톡히 해내며 균형을 잡는다. ‘거미집’의 남자주인공이자 바람둥이 톱스타 강호세 역의 오정세는 톱스타의 허세와 사랑 때문에 번민하는 순수함을 오가는 연기로 예측불가 웃음을 안긴다. 그가 던지는 말 한 마디, 행동 하나에 절로 웃음이 날 것이다.
전여빈, 정수정의 연기 변신도 보는 재미를 더한다. 신미도 역의 전여빈은 직진하는 에너지를 발산, 영화의 전체적인 텐션을 끌어올린다. 떠오르는 스타 한유림으로 분한 정수정은 당당한 매력을 스크린 위에 거침없이 펼친다. 오여사 역의 박정수, 백회장 역의 장영남 역시 빈틈없는 연기로 영화를 촘촘하게 완성시킨다.
‘거미집’과 영화 속 영화 ‘거미집’은 132분의 러닝타임 동안 어떤 결말을 향해 달려가는지 궁금증을 유발한다. 두 가지 엔딩 후 보여지는 김감독의 얼굴은 관객들로 하여금 여러 해석을 이끌어낼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형식의 영화를 ‘찍먹’하고 싶다면 ‘거미집’ 츄라이! 츄라이! 27일 개봉. 러닝타임은 132분. 15세이상관람가.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바른손이앤에이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