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재이, '마스크걸'로 얻은 새로운 마스크 [인터뷰]
- 입력 2023. 09.16. 08:00:00
- [셀럽미디어 정원희 기자] "'마스크걸'을 많은 분들이 보신 만큼 제 얼굴을 알릴 수 있었죠. 아마 제 마스크가 될 작품인 것 같아요."
한재이
배우 한재이는 '마스크걸'로 새로운 마스크를 얻었다. '마스크걸'의 김춘애는 대중에게 한재이를 알린 첫 마스크가 됐다.
'마스크걸'은 외모 콤플렉스를 가진 평범한 직장인 김모미가 밤마다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인터넷 방송 BJ로 활동하면서 의도치 않은 사건에 휘말리며 벌어지는 이야기로, 김모미의 파란만장한 일대기를 그린 작품. 극 중 한재이는 김모미의 단짝 친구 김춘애 역을 연기했다.
이어 "주변 친구들은 모두 저 같지 않다고 말했다. 그만큼 저와 달라 보였다는 뜻이었던 것 같다. 저를 춘애 그 자체로 봐줘서 기분이 좋았다"고 덧붙였다.
한재이는 오디션을 통해 '마스크걸'에 캐스팅됐다. 당시 소속사가 따로 없었던 그에게 '마스크걸'은 오디션만으로도 정말 소중한 기회였다.
"당시 오디션이 좋은 분위기로 잘 끝났다. 조금 시간이 지나고서 다른 작품을 촬영하고 있는데 조 감독님 번호로 부재중 전화가 떠있었다. 떨어졌다는 소식을 들을까 봐 다시 연락하기까지 너무 떨렸었다. 촬영 중에 다른 장소로 이동을 해야했던 때라서 직접 운전을 하면서 다시 연락을 드렸다. 같이 하자고 답을 주셔서 정말 감사하다, 너무 좋다고 답을 하며 이동했던 기억이 난다. 너무 기뻐서 아무 생각도 안 들었다."
한재이가 맡은 김춘애의 서사는 원작 웹툰과 가장 많이 바뀐 부분이다. 원작과 달리 드라마 속 모미와 춘애는 여성 연대의 의미가 더욱 강해졌다.
"원작을 보신 분들은 드라마를 보고 많이 놀랐을 것 같다. 저는 시나리오를 읽은 후에 원작을 봤는데, 둘의 관계가 마지막에 엇갈리는 게 너무 안타까웠다. 감독님께서 그 부분을 잘 채워주시고, 아쉬웠던 점을 드라마에서 해소시켜준 느낌이다. 춘애가 모미한테 있어서 진정한 친구로 남을 수 있어 다행이었다."
한재이가 본 춘애는 "헌신적인 사람"이었다. 그는 "춘애는 자기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모든 것을 신뢰하고 이해하려 한다. 그래서 춘애는 그 상황에서의 모미의 살인도 이해한 것 같다"며 "어렸을 때부터 받지 못했던 사랑 때문에 약간의 애정 결핍도 있지 않았나 생각된다"고 설명했다.
특히 춘애와 모미가 함께 '토요일 밤에'를 부르는 장면은 '마스크걸'의 명장면으로 꼽힌다. 하지만 아이돌 출신인 나나와 달리 한재이는 춤을 춰 본 경험이 없어 어려움을 느꼈다.
"'마스크걸' 공개 이후에 춤추는 장면이 가장 아쉬웠다. 제 주변인들이나 제가 봤을 땐 아쉬운 부분이 많았던 것 같다. 특히 춤추는 장면에서 표정이 정말 중요하더라. 처음으로 높은 힐을 신고 춤을 췄더니 표정관리가 잘 안돼서 어려웠던 기억이 난다."
'마스크걸'의 춘애는 폭력적인 남자친구인 최부용(이준영)을 벗어나지 못한다. 춘애는 부용에게 이용당했음을 알고 그의 과거를 폭로해 몰락하게 만들지만, 이후 다시 만나 동거하는 모순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춘애와 부용은 애증의 관계이다. 정말 사랑하면서도 싫어하는 마음이 공존한다. 아마 부용이 몰락한 뒤 재회를 했을 땐, 단순히 바뀐 모습을 보여주려는 마음이었을 거다. 그런데 막상 만나고 보니 부용이 불쌍해 보여서 춘애도 마음이 약해진 것 같다."
춘애는 모미와 함께 힘을 합쳐 부용의 목을 조르고 함께 그곳을 벗어난다. 계속해서 폭력을 가하던 남자친구에게서 벗어나지만, 막상 한재이는 그 장면을 촬영할 때에 통쾌함보다 힘든 감정이 더욱 앞섰다고 전했다.
"많은 분들이 그 장면을 통쾌하셨지만, 저에겐 정말 슬픈 부분이었다. 촬영할 때도 힘들었다. 대본으로 봤을 땐 저도 크게 와닿지 않았는데, 막상 현장에 갔더니 감정이 복잡했다. 어떻게든 여기서 나가야겠다는 생각도 들면서, 한편으로는 내가 정말 좋아했던 사람을 죽이는 거라서 마음이 안 좋았던 것 같다."
그렇다면 부용 역을 맡은 이준영과의 호흡은 어땠을까. 한재이는 "현실과 정말 다르다. 연기를 할 땐 부용이 그 자체였다. 너무 연기를 잘 해서 자연스레 제가 무서워하는 모습이 잘 그려진 것 같다"고 전했다.
한재이는 롤모델로 '마스크걸'에서 함께 호흡을 맞췄던 염혜란을 꼽았다. 한재이는 "염혜란 선배님의 연기를 보니 정말 한계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만큼 폭이 넓은 배우가 되고 싶다"고 전했다.
앞으로 도전하고 싶은 역할이 있냐는 질문에 "'마스크걸'에서도 부용이를 짝사랑했고, 지금까지 대부분 작품에서 짝사랑하는 역할을 맡았다. 이제는 짝사랑을 그만 하고 사랑받는 캐릭터를 하고 싶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2012년 영화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으로 데뷔한 한재이는 어느덧 데뷔 11년 차에 접어들었다. '마스크걸'로 많은 관심을 받고 있지만, 그는 스스로에게 "아직 갈 길이 많다"고 말했다.
"아직까지도 스스로 정말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제가 많은 분들에게 조명 받는 사실도 정말 귀하고 소중하게 느껴진다. 데뷔한지 좀 돼서 그런지 이 순간이 더 감사하다. 옛날부터 기다려왔던 순간이다."
[셀럽미디어 정원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앤드마크, 넷플릭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