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잔혹한 인턴' 라미란, 경력단절 여성 '고해라'에게 더 과몰입한 이유[인터뷰]
- 입력 2023. 09.17. 09:00:00
- [셀럽미디어 박수정 기자] "실제로 임신, 출산 시기를 겪으면서 저도 '경력단절'을 경험한 사람이니깐요. 2년 정도 공백기가 생겼었어요. '다시 못 돌아가는 거 아닐까?'라는 불안감이 있었죠. 그러다 영화 '친절한 금자씨'로 다시 일을 시작하게 됐어요. 일을 계속할 수 있다는 자체가 복이라고 생각했죠. 그 이후에는 할 수 있는 역할은 다 했던 것 같아요. '경력 단절'이라는 게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이잖아요. 특히나 연기자라는 직업을 갖고 있기 때문에 수시로 '경력단절'이 생기기도 해요. 작품이 없으면 사실상 백수니까. '누가 날 불러줄까?', '일이 없어지는 건 아닐까?'. 지금도 늘 불안감을 가지고 있어요. 제 상황만 생각해도 '잔혹한 인턴'의 고해라에게 공감이 많이 됐죠."
라미란
지난달 첫 공개된 '잔혹한 인턴'은 7년 공백을 깨고 인턴으로 컴백한 고해라(라미란)가 성공한 동기 최지원(엄지원)에게 은밀하고 잔혹한 제안을 받으면서 겪는 내면의 갈등을 사회생활 만렙 경력의 경험치로 불태우게 되는 이야기다.
'잔혹한 인턴'에서 라미란은 7년 공백을 깨고 인턴으로 재취업에 성공한 고해라 역할을 안성맞춤으로 소화했다. 우리 주위에 있을 법한 현실적인 인물을 생생하게 그려내며 시청자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고해라를 연기하면서 정말 재밌었다. 그동안 했던 결의 캐릭터와 달랐다. 어울리지 않을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해보니까 재밌더라. 다른 걸 하는 것도 배우의 재미이지 않나. 오랜만에 재밌었다. 특히 제 나이대에 맞는 이야기였다. 무엇보다 같이 하는 배우들과 정말 재밌게 촬영했다. 현장에 빨리 가고 싶을 만큼 즐거웠다. 그런 분위기가 화면 안에 다 담긴 것 같다."
'잔혹한 인턴'은 '막돼먹은 영애씨' 시리즈에서 인연을 맺었던 한상재 PD와 라미란이 재회한 작품이기도 하다. 라미란은 "'막돼먹은 영애씨' 다른 버전 같은 느낌이 들기도 했다. 계속 작품을 만들어가면서 '막돼먹은 영애씨' 같은 느낌은 전혀 안 났으면 좋겠다고 둘 다 생각했었다"라고 털어놨다.
"'막돼먹은 영애씨'라는 작품이 그렇지 않다는 건 아니지만 '잔혹한 인턴'은 조금 더 진지하고 무거운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조금 더 암담하고 안타까운 현실이 담겨있다. 고해라 뿐만 아니라 사회생활을 해나가는 등장인물들 모두가 과장되지 않고 조금 더 현실적으로 표현되어 있다. 그래서 '막돼먹은 영애씨'와는 결이 다르게 느껴지지 않았나 싶다."
라미란은 이번 작품을 통해 엄지원과 지난 2013년 영화 '소원' 이후 10년 만에 재회했다. 그는 "(엄지원은) 항상 에너지가 넘치게 현장에 왔다. 저와는 반대다. '뭐 좋은 거 먹니?'라고 항상 물어보곤 했다(웃음). 나이 차이도 별로 안나는 데 어디서 저렇게 힘이 나오나 싶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소원'할 때는 지금처럼 (텐션이) 높지는 않았다. 역할 자체가 달랐기 때문에 무드를 조절했던 것 같더라. 이번 현장에서는 분위기 메이커였다"라고 덧붙였다.
실제 대학교 동기인 이종혁과는 부부로 만나게 됐다. 그는 "되게 재밌었다. 껄끄러운 신이 없기도 했고. 동료애 같은 느낌으로 연기했다. 처음 호흡을 맞춰보는데,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그냥 '허허' 웃으면서 연기했던 기억이 난다. 친구 같이 편했다"라고 이야기했다.
'잔혹한 인턴'을 포함해 근 몇 년간 '여성 서사', '여성 캐릭터'가 중심인 작품들이 쏟아지고 있다. 그간 라미란도 영화 '걸캅스' '정직한 후보' 시리즈, 드라마 '부암동 복수자들', '나쁜 엄마' 등 다수의 작품을 통해 다양한 여성 캐릭터를 연기해 왔다. 라미란의 차기작인 '정년이' 역시 여성 캐릭터들이 중심이 되는 이야기. 1950년대 한국전쟁 직후, 소리 하나만큼은 타고난 소녀 ‘정년’의 여성국극단 입성과 성장기를 그린다. 라미란은 극 중 서늘한 카리스마와 대쪽 같은 성격을 소유한 매란국극단 단장 '강소복' 역을 맡아 기대를 모으고 있다.
라미란은 "대본이 들어오는 걸 봐도 불과 몇 년 전과 다르다. 다양한 캐릭터들이 많이 들어온다. 아예 판이 바뀐 느낌의 작품이 들어오기도 하고, 그동안 잘 안 했던 이야기들을 하기도 한다. 남녀노소 가릴 거 없이 이야깃거리 자체가 정말 다양해졌다"라고 말했다.
이어 "예전에는 '청춘물' 밖에 없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정말 다양해졌다고 느낀다. 좋은 시기에 이만큼의 롤을 할 수 있다는 게 정말 감사하다고 생각한다. 내가 이 정도의 역할을 하고 이런 이야기를 할 거라고는 (연기를) 시작했을 때는 전혀 생각을 못했다. 근데 지금은 염혜란 배우, 김선연 배우, 이정은 언니도 마찬가지고. (여성 배우들의 스펙트럼이) 폭이 더 넓어지고 다양해질 수 있다는 건 정말 좋은 일인 것 같다"라고 말했다.
'잔혹한 인턴' 마지막 이야기 11-12화는 지난 15일 공개됐다.
[셀럽미디어 박수정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티빙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