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7 보스톤’ 임시완 “국뽕? 신파? 감독님 선택에 존경” [인터뷰]
입력 2023. 10.02. 07:00:00

'1947 보스톤'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작품을 찍으면 ‘언젠간 나오겠지’라고 생각하는 편이에요. 그런데 1년이 지나도 기약이 없어지면서 작품을 찍는 것에 끝나지 않고, 좋은 평가든 나쁜 평가든 관객들을 만나야 진정한 의미가 생긴다는 걸 절실하게 느끼게 됐죠. 드디어 개봉하게 됐고, 개봉하는 것만으로도 목적을 달성했다고 볼 수 있어요. 배우로서 생명력을 부여받은 느낌도 들죠.”

마라토너 그 자체로 분해 108분의 러닝타임을 완주했다. 캐릭터와 혼연일체 된 모습으로 또 한 번의 도전을 끝마쳤다. 배우 임시완의 이야기다.

‘1947 보스톤’(감독 강제규)은 1947년 광복 후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달고 국제 대회에 출전하기 위한 마라토너들의 도전과 가슴 벅찬 여정을 그린 이야기다. 1947년 혼란한 정세 속 보스톤 마라톤 대회를 통해 우리의 이름을 걸고 처음으로 도전에 나선 손기정 감독과 서윤복, 남승룡 선수의 실화를 바탕으로 극화한 작품이다. 임시완은 극중 제2의 손기정을 꿈꾸는 서윤복 역에 도전했다.



“신기한 게 마라톤을 뛰면서 체력이 증진됐어요. 제가 운동을 막 즐겨했던 사람이 아니거든요. 서윤복 선수의 몸이 다부져요. 이번 작품을 위해, 외적인 모습을 따라가기 위해 운동을 시작했죠. 마라토너니까 마라톤을 연습하고, 그러다 보니 체력적으로 증진되는 게 있었어요. 작품을 선택하는데 있어 서윤복 선생님, 실제 태극마크를 달고 뛰는 선수들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적어도 기간 동안만이라도 세미 국가대표라는 책임의식을 가지고 임해야겠다는 마음가짐이 들었어요. 그래서 ‘못하겠다’는 마음이 들지 않았죠. 당연히 해야만 하는, 의무, 소명이라고 생각했어요.”

임시완은 실제 선수들의 훈련량 60~70%를 소화하며 체지방을 6%까지 낮추고, 꾸준히 마라톤 대회에 참가하는 등 강도 높은 준비 과정을 거친 바.

“몸을 만드는 게 기본적인 목표는 아니었어요. 캐릭터를 닮아 가야지가 저의 목표였죠. 서윤복 선생님이 몸이 워낙 좋으셔서 따라 운동을 해야 했어요. 그 몸을 만들기 위해 작품을 선택하고 작품이 들어가 끝날 때까지 세미 선수의 생활을 했죠. 아침에 일어나 마라톤 훈련을 받고, 점심에는 운동을 가고, 저녁에는 보강훈련을 하고. 중간에는 삼시세끼 닭가슴살로 지방을 덜어냈어요. 돌이켜보면 선수들은 그것보다 더 힘들게 하겠지만 연기자 생활 보다 선수 생활에 더 가깝게 지낸 것 같아요.”



뿐만 아니라 극한의 상황을 이겨내는 마라토너의 단단한 정신력과 뜨거운 투지까지 섬세한 연기로 표현한 임시완. 대회에 임할 때 심경과 스타트, 피니시 라인에 섰을 때 감정, 달리는 동안 시간의 흐름에 따른 자세의 변화까지 체화하며 한 치의 의심 없는 마라톤 선수로 완성해낸 그다.

“작품을 선택하기 전, 이 작품을 하게 된다면 나는 적어도 ‘태극마크를 달고, 국가를 대표하는 사람이다’라는 마인드 세팅을 하고 작품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런 마음가짐을 스스로 가질 수 있을 것인가 질문했죠. 쉽진 않겠지만 도전해보자는 생각이 들어 이 작품을 하게 됐어요. 영화를 촬영할 때도 세트장에 계신 분들 모두가 저를 마라토너로 지켜봐주시더라고요. 괜히 힘이 더 났어요. 선수들에게 응원의 힘을 받아서 더 힘이 났죠. 그때 당시 든 생각도 ‘진짜 1등을 하고 싶다’였어요. 1등을 하는 게 연출된 상황이긴 하지만 수많은 사람들이 응원해주고, 우승을 염원해주니까 많이 힘이 났죠. 이뤄냈을 때 뭉클함이 있었어요. 덕분에 도움을 많이 받았고요.”

앞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강제규 감독은 임시완을 향해 “임시완을 처음 본 건 ‘미생’, 이후 ‘불한당’이었다. 영화와 드라마를 보면서 엄청난 내공을 느꼈다. ‘물건이 하나 나왔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라며 “‘기회가 닿으면 함께 작업을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정우, 임시완은 제일 먼저 이미지 속에 떠올렸던 인물”이라고 전했다. 서윤복 선수 그 자체로 봤다는 감독의 극찬을 언급하자 임시완은 쑥스러운 듯 미소로 답했다.

“감독님이 저를 좋아해주셨어요. 매번 감독님이 좋아해주시는 게 느껴졌죠. 인자한 웃음으로 바라봐주시더라고요. 저도 현장에서 어떠한 긴장된 마음 없이 편하게 할 수 있었어요. 감독님께서는 ‘마라토너 같이 보인다’는 말씀을 많이 해주셨어요. 심적으로 친밀감, 유대감도 많았죠. 존경하는 감독님이긴 하지만 그런 감정들도 커서 감독님의 집에 자주 놀러가기도 했어요.”



‘1947 보스톤’은 스포츠 영화의 문법을 그대로 따른다. 개봉 전 우려스러웠던 지점인 ‘국뽕’과 ‘신파’ 코드도 최소화 됐다. 그러나 국뽕, 신파에 대한 비판 여론을 의식한 듯 후반편집에서 지나치게 힘을 뺀 연출로 담백함을 넘어 밋밋하다는 인상을 남기기도. 이에 대해 아쉬움이 없냐는 질문에 임시완은 강제규 감독의 선택에 믿음을 드러냈다.

“1년 전에 봤을 때와 시사회 때 봤을 때 (영화가) 더 잘 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고, 가다듬으신 것 같았어요. 그래서 감독님에게 감사드린다는 말씀을 드렸죠. 주관적이긴 하지만 요즘 시대 저의 가치관으로 보고 싶은 영화인 것 같아요. 그런 저의 갈증을 충족시켜주는 영화라 감독님에게 감사드린다는 말씀을 드렸죠. 요즘은 비교적 자극적인 작품이 많은 것 같아요. MSG가 쳐진 맛, 잘 아는 맛 속에서 간간히 슴슴하거나 심심한 맛의 음식이 끌릴 때가 있잖아요. 그럴 찰나에 ‘1947 보스톤’을 보면서 좋은 작품을 만들어주신 것에 감사한 마음이 들었죠. 제가 좋다는 마음이 든 건 신파적인 것들에 있어 과하지도 않고, 적절하다는 생각이에요. 만야 신파가 더 들어갔다면 과하지 않았을까? 싶었죠. 그리고 신파가 없다면 실존인물들에 대한 묘사가 충분히 안 되지 않았을까 싶고요. 적절한 정도를 감독님이 포기하지 않고, 계속 조율해나가신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그런 고민의 흔적이 느껴지니까 감독님에 대한 존경심이 더 생겼죠. 감독님의 선택, 정도들에 대한 선택에 대해 많이 존경하고 있습니다.”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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