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란' 송중기, 새로움 향한 갈증과 만족감[인터뷰]
- 입력 2023. 10.03. 14:00:00
- [셀럽미디어 정원희 기자] 배우 송중기의 새로운 변신이다. '군함도' 이후 6년 만에 스크린에 돌아온 그는 '화란'을 통해 지금껏 보지 못했던 서늘한 모습으로 돌아왔다. 인터뷰 내내 '화란'에 대한 애정과 만족감을 드러낸 그다.
송중기
'화란'은 지옥 같은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은 소년 연규(홍사빈)가 조직의 중간 보스 치건(송중기)을 만나 위태로운 세계에 함께 하게 되며 펼쳐지는 이야기를 그린 느와르 드라마다.
"사실 한국에서는 어떻게 반응을 주실지 감을 못 잡겠다. 물론 어떤 작품이든 공개되기 전마다 감이 안 오는 건 똑같다. 그런데 '화란'은 친절한 영화가 아니라서 그런지 국내 관객분들이 어떤 피드백을 써주실지 더 모르겠다. 한편으로는 욕 먹을 각오도 하고 있다."
'화란' 공개 소식과 함께 가장 화제가 된 것은 송중기의 노개런티 출연이었다. 앞서 '화란' 기자간담회에서 그는 대본을 먼저 접하고 역으로 출연을 제안했다고 전한 바 있다.
"원래 다른 대본을 거절하는 자리였는데, 자연스럽게 어떤 영화를 하고 싶은지 이야기가 나왔었다. 크게 새로운 작품에 매력을 못 느끼던 차에 '화란' 대본을 접하게 됐다. 예전에 양익준 감독님의 영화 '똥파리'를 극장에서 보고 나왔을 때의 느낌이었다. 그리고 때마침 제가 좋아하는 영화 '무뢰한'을 만든 제작진의 회사여서 그것도 한 몫을 했다."
'화란'의 제작사인 사나이픽처스는 '신세계', '아수라' 등 다수의 느와르 영화를 만들었다. 하지만 송중기가 '화란'에 도전한 이유는 느와르 장르에 대한 단순한 갈증만은 아니었다.
"물론 해보지 않았던 장르를 도전하고 싶었던 것도 있었다. 하지만 저는 이 영화가 흔히 말하는 '건달 영화'라고 생각해 본 적은 없다. 큰 플롯이나 큰 사건이 일어나지 않고, 서로의 관계성과 감정으로만 끌고 가는 영화라서 오히려 남자들의 멜로 같은 느낌도 있었다. 그래서 사나이픽처스에서 만들었던 건달 영화들을 하고 싶다는 생각은 전혀 아니었다. 오히려 기존 문법과 다른 신선함이 매력적이었다."
송중기가 연기한 치건은 묵묵히 시키는 일을 하는 조직의 중간 보스로, 별 다른 대사 없이 무미건조한 모습과 함께 묵직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빈센조', '재벌집 막내아들' 등에서 봐왔던 모습과는 전혀 다른 모습의 송중기를 마주할 수 있다. 송중기는 이러한 치건을 어떻게 해석했을까.
"시나리오에 낚싯대에 걸린 물고기가 파닥거리는 그림을 그렸다. 전체적으로 그런 이미지가 계속해서 깔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영화에서 큰 형님인 김종수 선배님이 낚시하다가 치건의 귀를 낚아서 건져낸다. 저는 치건이 큰 형님에 계속 꿰어있다고 생각했다. 치건은 큰 형님 밑에서 일하면서 계속 가스라이팅을 당한다."
큰 형님 역할로 등장했던 김종수는 '화란'에 특별 출연했다. 송중기는 실제 현장에서도 가장 많이 의지하고 도움을 받았다며 감사함을 표했다.
"이 영화를 찍으면서 가장 의지하고 기댔던 건 김종수 선배님이시다. 영화 제작비가 적으니 조금만 받고 도와주실 수 있겠냐고 부탁드렸었는데, 흔쾌히 특별 출연을 해주셔서 정말 감사했다. 전작인 '보고타'에서는 부자 관계로 나왔었는데, '화란'에서 전혀 다른 모습으로 등장하셔서 소름이 돋았던 기억이 난다. 선배님이 극 중에서 제 찢어진 귀를 잡고 흔드는 부분에서는 옥죄는 느낌도 들고, 어깨동무를 하면서 칭찬해주시는 장면에서는 무섭기도 했다."
송중기는 '화란' 특유의 끈적한 느낌을 유지하고 싶어 노개런티 출연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상업적인 색깔이 묻지 않길 바랐던 그는 직접 의견을 내면서 '화란'에 어둡고 스산한 분위기를 극대화했다.
"치건이 저수지에서 본인이 살아왔던 환경을 읊조리는 장면이 있다. 그 장면이 상업 영화와 달리 연극적인 느낌을 보여주는 신이라고 생각했다. 원래는 오토바이 대리점 안에서 그 장면을 찍는 것이었는데, 제가 저수지에서 찍어보자고 제안했다. 그 장면에서 치건은 본인이 아닌 남의 얘기를 하듯 말한다. 그래서 본인이 건져올려진 실제 장소에서 그 이야기를 풀어가면 더 극적으로 그려질 것 같았다. 감독님께서 의견을 잘 받아주셔서 정말 감사했다."
송중기는 신인 배우 홍사빈, 김형서(비비)와 호흡을 맞췄다. 그는 두 배우의 연기에 대해 칭찬하며 오히려 도움을 받았다고 이야기했다.
"형서 씨는 워낙 가수로도 유명해서 '화란'을 한다는 소식을 듣고 정말 놀랐다. 형서 씨는 하얀이라는 캐릭터에 본인의 색깔을 덧입혔다. 형서 씨만의 센 색깔을 더해서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만들어냈다. 사빈 씨도 첫 주연이라 정말 부담이 됐을 것이다. 저도 그럴 때가 있었기에 더 도와주려 했다. 오히려 사빈 씨가 전혀 티도 안 내고 의젓하게 잘해내더라."
송중기는 '화란'이 치건이 아닌 연규의 영화로 비치길 바랐다. 상대적으로 높은 자신의 인지도로 인해 의도와 달리 주객이 전도될까 하는 염려도 있었다.
"연규 중심으로 플롯이 흘러가야 하는데 사빈 씨보다 제가 상대적으로 많이 알려졌다보니 걱정이 조금 있었다. 그래서 최대한 사빈 씨가 준비한 것에 맞춰서 따라가고, 액션에 맞추어 리액션만 하려고 했다. 노개런티로 출연한 것도 영화 의도와 맞지 않는 지점들이 생길까봐 그런 거였기 때문이지 않나. 그래서 이 부분에서도 신경을 많이 썼다."
송중기는 '화란' 속 치건의 마지막 선택을 "비겁하다"고 표현했다. 그는 "치건이 비겁하고 책임감이 없다고 생각했다"며 "그래서 책임질 줄 아는 사람이 좋은 어른이라고 생각된다. 사회적으로 높은 위치에 있는 리더가 비겁하면 구성원들 모두가 힘들어진다고 생각된다"고 얘기했다.
'화란'의 제목은 네덜란드를 의미함과 동시에 '재앙과 난리'를 뜻하기도 한다. 영화 속에서 연규(홍사빈)는 전자인 네덜란드로의 도피를 꿈꾸지만, 이를 위해 선택한 치건의 곁은 후자에 가깝다. 송중기는 "'화란'이 어느 국가라는 의미는 중요하지 않고, 무언가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게 크다고 생각했다. 영어 제목이 'Hopeless'인 것도 어느 정도 이해 간다. 감독님께서도 그렇고, 희망이 없다고 생각한 지점이 있는 것 같다"고 해석했다.
송중기의 첫 느와르 도전, 무엇보다도 그는 자신이 하고 싶었던 작품을 했다는 사실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그는 "후배들을 서포트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첫 번째로 제가 좋아서 한 게 제일 크다. 제가 해보고 싶었던 정서의 장르를 해냈다는 것에 만족한다"며 "많은 분들이 보셨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고 덧붙였다.
'화란'은 오는 10월 11일 개봉한다.
[셀럽미디어 정원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하이지음스튜디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