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빙'·'한강' 김희원, '사람'으로 시작하는 연기[인터뷰]
- 입력 2023. 10.05. 07:00:00
- [셀럽미디어 정원희 기자] '무빙', '힙하게', '한강' 등 최근 흥행작에는 항상 김희원이 있었다. 고등학교 교사, 한강경찰, 강력반 반장까지 모두 소화하며 매 작품마다 캐릭터 그 자체로 숨 쉬는 그다.
김희원
김희원은 최근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한강' 공개를 기념해 인터뷰를 진행했다. '무빙'을 시작으로 연이어 다양한 작품에서 얼굴을 비춘 김희원은 "늘 꾸준히 작품을 찍는데, 이번에 동시에 공개되니까 유독 작품을 많이 한 느낌이더라. 늘 1년에 2~3개씩은 찍고 있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희원은 '한강'을 아름다운 배경을 중심으로, 거기에서 일어날 법한 사건을 표현한 작품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수중 액션신과 한강의 화목한 모습이 작품에 함께 들어갔으면 했던 아쉬움도 덧붙였다.
"촬영을 할 때도 '우리 말고 한강을 찍어라'라고 말할 정도였다. 한강이 정말 아름다운데, 드라마에서 나오듯 도심에서 한강 다리 위를 쭉 따라가면서 찍은 샷이 많지 않다. 그래서 저는 한강에 일어날 법한 일을 표현한 게 이 작품의 서브라고 생각한다. 한강공원에서 많은 사람이 치맥을 먹지 않나. 수중에서 서로 싸우고 있을 때, 위에서 편하게 치맥 먹는 사람들의 모습이 함께 등장했어도 재미있는 그림이 나왔을 것 같다."
앞서 권상우는 김희원의 캐스팅이 '한강'의 출연 계기에도 큰 부분이었다고 전한 바 있다. 이에 대해 김희원은 "의지라기보다 뒷담화를 많이 했던 것 같다. 서로 뒷담화라도 하면서 스트레스를 푼 거다. '감독님한테 가서 이거 못하겠다고 네가 말해라'하면서 뒷담화를 나눴다"고 말하며 웃었다.
'한강'은 코믹 액션극인 만큼 재미있는 포인트와 함께 무거운 범죄 이야기가 함께 했다. 코믹이라기에는 무겁고 액션이라기에는 가벼운 장르로, 시청자들에게 적당한 재미와 긴장감을 선사해 몰입도를 높였다. 김희원은 '한강'을 "얼떨결"로 정의하며 코믹 액션이 줄 수 있는 매력에 대해 설명했다.
"시종일관 액션을 하거나 코믹을 하는 것들이 오히려 보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한강'은 강력계가 아닌 한강 구조대가 얼떨결에 그 사건에 휘말려서 해결을 하는 내용이다. 저는 여기서 제일 중요한 게 얼떨결에 해결한다는 것 같다. 만약에 강력계 형사가 나왔으면 정말 치밀하게 수사했겠지만, 그것과는 조금 다르다. 얼떨결에 사건을 해결하면서 우리 일도 아닌데 왜 우리가 이걸 해야 되나 싶은 그림이 계속 나와야 재밌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얼떨결'이 저는 좋았다."
김희원은 '무빙'에서는 정원고등학교 체육 교사 최일환으로, '한강'에서는 한강경찰 춘석으로, '힙하게'에서는 강력반 반장 원종묵으로 등장했다. 모두 다른 캐릭터지만 항상 그의 연기에는 "우리와 같은 사람이어야 한다"는 생각이 공통적으로 들어 있었다. '한강'에서 그는 춘석 캐릭터에 일반 직장인들이 바라는 모습들을 투영했다.
"어떤 작품이든 항상 '우리와 같은 사람이어야 한다', '그래야 공감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을 기준으로 연기한다. '한강'에서는 직장인들이 가장 원하는 게 무엇일지 생각했다. 퇴근, 쉬는 날, 월급 인상 등이 있다. 그런데 결국 월급이 오르지 않아 짜증을 낸다. 그래서 '그냥 빨리 대충 마무리하자'는 기조를 조금 더 과장되게 표현하려고 했다. 많은 직장인분들이 웃기게 보면서도 공감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한강경찰분들과 인터뷰를 많이 진행했는데, 그분들도 항상 교대시간이 얼마나 남았냐고 얘기하시더라. 그게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무빙'의 최일환은 어땠을까. '무빙' 속 최일환은 초능력자들 사이에 있지만, 유일하게 초능력이 없는 캐릭터다. 그래서 김희원은 최일환을 더욱 인간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노력했다.
"사실 아무 능력도 없는 일반인이 초능력자에게 감히 어떻게 대들겠나. 아무리 학생을 사랑한다 한들 과연 목숨을 걸 수 있을까 생각했다. 그래서 최대한 아이들을 사랑하는 과정을 살리고, 존재감을 찾으려 했다. 그래야 사람들이 공감할 것 같았다. 초능력자들은 대부분 우리의 로망이다. 사람들도 '무빙'을 볼 때 나에게 저런 능력이 있었으면 싶었을 것이다. 그래서 반대로 선생님은 더 인간적으로 보여야 캐릭터가 살 것 같았다."
'무빙'에서 등장한 정원고 3인방 봉석(이정하 분), 희수(고윤정), 강훈(김도훈)은 모두 김희원이 실제 선생님 같았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에 대해 김희원은 "셋 다 성격이 정말 밝다. 내가 선생님 역할을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던 것도 있지만, 세 배우가 평상시에도 나를 '선생님'이라고 불러줬다. 밥 먹으러 갈 때도 '선생님, 식사하세요!'라고 말하더라. 그게 연기에 많은 도움이 됐다. 학생 역할의 배우들이 나를 선생님으로 믿어주니까 자연스럽게 대사가 나갔던 것 같다"고 전했다.
'힙하게'에서는 멜로 연기로 화제를 모았다. 박성연과 함께 드라마 '스물다섯 스물하나'를 패러디한 '쉰다섯 쉰하나'를 선보여 시청자들에게 큰 웃음을 선사했다.
"촬영하면서도 너무 웃겼다. 보면 '너는 나를 미치게 한다'는 등 정말 닭살 대사가 많다. 아무래도 평상시에 잘 안 쓰는 말이다. 그래서 한편으로는 안 웃기면 어떡하지 하는 고민도 많았는데, 감독님이 이건 무조건 웃길 수 있다고 말하시더라. 그래서 감독님만 믿고 가겠다고 말했던 기억이 난다."
김희원은 2010년 영화 '아저씨'에서 "이거 방탄유리야"라는 명대사와 함께 대중에게 눈도장을 찍기 시작했다. 이후에도 '미생',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 등에서 악역을 연기했지만, 최근에는 악역보단 편안한 이미지의 캐릭터로 자주 등장하고 있다.
"물론 이미지 변화를 제가 의도한 것은 아니다. 연기할 때 악역이든, 착한 것이든 사람이어야 된다고 생각한다. 악역을 맡을 때에도 '연쇄살인범이 우리 앞집이라면?'이라고 생각한다. 그 사람도 똑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했을 때가 오히려 더 무섭고 섬뜩하다고 생각한다. 늘 사람에서 출발하다 보니 연기가 늘 똑같다. 공감을 느끼고 재미를 주기 위해서 인간으로 시작한다."
김희원은 쉼 없이 배우 활동을 이어가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앞으로의 연기에 대한 걱정도 많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사람들이 자신을 필요로 할 때까지는 끊임 없이 연기를 하고 싶다는 바람을 밝혔다.
"제가 배우를 몇 살까지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사실 많이 한다. 한 5년 뒤에는 나를 아무도 안 쓸까 생각하기도 한다. '저 사람 이제는 식상해', '이제 별로 보고 싶지 않다' 하는 그런 날이 올 수도 있다. 그래서 그날이 올 때까지 열심히 할 생각이다. 역할이 크건 작건 써주시면 욕심 내지 말고, 열심히 오래 하고 싶은 마음이다."
[셀럽미디어 정원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