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힙하게' 수호, 동력이 되어줄 자기 확신감[인터뷰]
- 입력 2023. 10.07. 09:00:00
- [셀럽미디어 김희서 기자] 배우 수호가 그동안 보여준 적 없던 연기 변신을 보여주며, 배우로서 폭 넓은 가능성을 입증했다.
수호
지난 1일 유종의 미를 거둔 JTBC 토일드라마 ‘힙하게’에서 수호는 극 중 무진 마을에 갑자기 나타난 꽃미남 아르바이트생 김선우 역으로 존재감을 펼쳤다. 봉예분(한지민)과의 설레는 로맨스부터 섬세한 완급 조절로 시청자들에게 의심을 유발하는 등 냉온을 오간 수호의 반전매력은 높은 몰입도를 견인하기에 충분했다. 그동안의 연기 공백이 무색할 정도로 안정적인 연기력으로 호평을 이끌어낸 수호는 ‘힙하게’를 통해 연기자로서의 면모도 가감 없이 발휘한 바.
그는 드라마를 앞두고 느꼈던 말못할 부담감에 대해서도 솔직하게 털어놨다. 처음으로 따뜻함과 동시에 서늘함이 공존하는 극과 극의 캐릭터를 맡아, 남다른 준비와 고민으로 한 신 한 신을 만들어갔다고.
수호는 “의뭉스럽고 훈남 역이라고 해서 재밌겠다고만 생각했는데 진짜 연기하고 분석을 하다보니까 작품 자체에서도 중요한 역할인 건 알았지만 초반에 코믹스러움 안에서 집중도 있게 사연도 있고 사건의 중심이 있는 인물이었기 때문에 제 역할 자체가 사람들이 보는데 방해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처음에 대본 받았을 때 범인인지 아닌지도 몰라서 잘하면 집중 받을 수 있지만 독이 될 수도 있겠다는 부담이 들어서 무서웠다”라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선우의 모습을 입체적으로 담아내기 위해 수호는 같은 장면도 여러 번 촬영하며 다양하게 시도를 했다. 그는 “확신을 갖고 해도 어떻게 나올지 모르겠어서 여러 신을 여러 버전으로도 찍었다. 범인스럽게 보여야 되지만 또 너무 범인처럼은 아닌 느낌으로 해서 이런 적도 많고 해서 방송되기 전까지도 걱정이 되긴 했다”라고 답했다.
갖은 노력이 깃든 선우를 마침내 완성된 드라마에서 본 심경은 어땠을까. 수호는 “감독님이 잘 담아주시고 드라마를 짜임새 있게 만들어주셔서 다행이었다. 제 걱정이 기우였다는 정도. 첫 촬영 전에도 걱정했고 방송을 막상 시작한다니까 다시 걱정을 했는데 저도 열심히 분석하고 연기했지만 감독님께서 연출가로서 잘 이야기해주셔서 선우가 많은 분들한테 기억에 남는 캐릭터가 되지 않았나”라고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모든 사람에게 친절해보이지만, 상황에 따라 싸한 눈빛으로 돌변하는 선우의 의뭉스러운 지점들로 수호는 ‘범인찾기’에 혼란을 빚어내기도 했다. 선우의 다른 두 얼굴을 적재적소하게 그려내기 위해 수호는 무엇보다 마음 속 깊은 내면을 들여다보고자 했다. 그는 누구에게나 있을 법한 선한 모습 뒤에 악한 면모, 욕망에 가려진 인간의 본성 등을 상상하며 선우에 몰입했다.
수호는 “감독님의 연출력과 음악감독님의 음악이 큰 역할을 했다고 분명히 생각한다. 기본적으로 김선우라는 인물에 대해서 범인처럼 보일 수는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았다. 사람들은 모르는 선우가 하는 모든 행동에 목적과 이유를 찾으려고 했다. 어렸을 때 어머니를 잃고 차주만 의원에 대한 복수심이 기본적으로 있어서 범죄를 저지르지는 않았지만 김선우 자체의 역할로서는 어떻게 이 어두운 모습을 가질 수 있는지를 생각했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아무리 봐도 사근사근한 사람 같은데 어쨌든 간에 선과 악이 공존하는 내면에 악도 충분히 가질 수 있는 인물로 봤다. 선한 사람으로 남게 됐지만 배역으로서 마냥 선량한 시민으로만 생각하지 않고 언제든 충분히 악인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선악이 공존한 인물임에 틀림없다 생각하고 연기해서 실제로 죽이지 못했어도 그 마음까지 갔던 사람이라고 생각한다”라고 강조했다.
각기 다른 케미스트리로 열연했던 한지민, 이민기와의 연기 호흡에 수호는 깊은 애정을 표했다. 수호는 “최고의 선배님, 이민기 형은 제가 10대 때 왕성히 활동하셨고 한지민 선배님은 저한테는 엄청 스타였는데 데뷔하고 한 번도 못 뵀다가 작품으로 만나서 너무 좋았다. 먼저 다가와주시고 잘해주셔서 놀라기도 했고 감사했다. 가까운 사이가 됐다. 많이 가까워지고 스탭들 뿐만 아니라 배우들끼리 자체 회식도 많이 했다. 선배님들이 선뜻 보자고 해서 모든 무진 사람들이랑 친해져서 다 같이 편하게 촬영했다”라고 기분 좋은 추억들을 언급했다.
일각에서는 예분이와 선우의 로맨스에 아쉬운 반응을 내비추기도. 제대로 된 감정 표현을 나누지도 못한 채 끝난 두 사람의 관계성에 대한 아쉬움은 없느냐는 물음에 수호는 “이룰 수 없는 사랑이 더 기억에 남는 것 같다. 14부에 잠깐 손 스치는 장면에도 끝나고 촬영하면서 ‘손 한번은 잡을 수 있지 않나’ 했다”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어 “그는 사실은 예분이 입장에선 선우한테 신체적인 접촉은 없지만 정신적으로 의지하는, 동병상련도 있고 유대감도 확실히 있었기 때문에 오히려 더 갔으면 이 감정이 사랑인지 서로에 대한 동정인지, 애매해지지 않았을까”라며 “그럼에도 선우는 비밀번호를 예분이 생일로 했고 혐의도 풀렸겠다. 새로운 삶을 시작하면서 유일하게 마음을 연 사람이라서 잘 해보고 싶은 마음은 있었을 것 같다”라고 상상했다.
그러면서 수호는 결말에 대해서도 넌지시 입을 열었다. 그는 “제가 죽어서 아쉬움이 없진 않았지만 권선징악으로 범인을 잡고 좋아했던 예분이랑 장열이랑 잘 되는 것 같지만 저는 해피엔딩을 좋아한다. 너무 행복해보여서 선우로서 서운할 수 있겠지만 그래도 행복해보여서 너무 좋았다”라고 전했다.
‘힙하게’를 통해 수호는 인간적으로도 배우로서 한층 더 넓은 시야를 갖게 됐다. 지난 시간동안 묵묵히 걸어왔던 경험들은 쌓이고 쌓여 지금의 수호를 있게 해준 자양분이 되었다. 이를 발판 삼아 더욱 앞으로 나아갈 준비를 마친 수호는 자신에 대한 믿음이 더욱 확고해졌다. 수호는 “눈에 띄게 성장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군복무 기간동안 준비해온 것도 있고 작년에 솔로 앨범 활동하면서 항상 이야기했던 게 20대에 데뷔해서 10년 활동하니까 내가 뭘 잘하고 못하고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인정하는 법을 배웠다. 나에 대해 세상은 모르지만 저 스스로에 대해서는 이제 알 것 같아서 자기 확신이 많이 생겼다”라고 운을 뗐다.
그는 “공연과 별개로 카메라 앞에서 연기하는 건 오랜만이니까 스스로 확신은 있었지만 배우로서 확신이 맞는가에 대한 의문이 있었다. 방송 전까지 무서웠던 걸 보면. 작품이 끝나고 보니까 이제는 배우로서 자기 확신이 조금 더 커진 것 같다”라며 “자신감이 생겨서 그런 면에서 어쨌든 사람들을 설득하기 전에 제가 스스로에 대한 설득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에 대한 평가도 중요하지만 자기 확신이 생긴 것 같아서 배우로서 그 점이 가장 성장한 점이지 않을까”라고 덧붙였다.
드라마와 영화에 이어 뮤지컬 공연까지, 연기를 할 수 있는 공간이라면 어디든 가리지 않고 무대를 섭렵 중인 수호는 앞으로도 다방면에서 활동하고 싶은 진심을 드러냈다. 수호는 “계속해서 연기를 해왔고 공연도 하고 있어서 욕심도 똑같이 있었다. 일 욕심이 원체 많다. 너무 재밌어 해서 음악이나 연기적으로 제게 주어진 게 흥미롭고 좋은 거라면 너무하고 싶다. 몸이 힘들더라도. 작품이 많이 들어온다면 계속해서 좋은 연기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이다. 지금까지 해 왔듯이 욕심이 많은 것 같다”라고 전했다.
따뜻한 사람이자 따뜻한 배우가 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라고 밝힌 수호는 곧, 또 다른 따뜻한 작품으로 대중들과 만나기를 기대했다. 수호는 “저도 너무 자극적인 도파민을 좋아하지만 옛날부터 따뜻한 사람이 되고 싶어서 그런 작품을 많이 골랐다. ‘힙하게’도 마지막에는 잔인한 부분이 있었지만 초반에 소박하고 순박한 무진시, 시골의 그런 소소한 일상을 보면서 마음이 따뜻했다. 그런 연기만은 할 수 없겠지만 배우로서 따뜻한. 위로와 위안을 주는 배우가 되고 싶다”라고 소망했다.
[셀럽미디어 김희서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SM엔터테인먼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