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37년 허준호의 도전·욕심, ‘천박사’ [인터뷰]
입력 2023. 10.12. 13:48:43

'천박사 퇴마 연구소: 설경의 비밀' 허준호 인터뷰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필요한 배우가 되고 싶어요. 저는 최선을 다해서 해요. 그런데 사람들의 취향이 다 틀리잖아요. 결과물에 대해서는 현실적으로 가야하지만 좋아하시는 분들이 많아지게끔 노력하고 싶어요.”

데뷔 37년차. 여전히 최선을 다하기 위해 노력하는 배우 허준호. 그의 꾸준함의 비결은 무엇일까.

“제가 할 수 있는 건 최선을 다하는 게 목적이에요. 아파서 못하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한까지 최선을 다해야 평가를 받을 수 있잖아요. 그래서 최선을 다해 안 게을러지려고 노력하죠. 대본을 보다가 덮는 시간도 많아지고, 집중력도 떨어지는데 책임감이 있는 가장이니까 노력해요.”

영화 ‘천박사 퇴마 연구소: 설경의 비밀’(감독 김성식, 이하 ‘천박사’)은 귀신을 믿지 않지만 귀신같은 통찰력을 지닌 가짜 퇴마사 천박사(강동원)가 지금껏 경험해본 적 없는 강력한 사건을 의뢰받으며 시작되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허준호는 극중 범접할 수 없는 아우라를 지닌 강력한 악귀 범천 역을 맡아 또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

“시나리오를 처음 봤을 땐 ‘우와~’ 했어요. 속도감이 있더라고요. 대본을 여러 번 보면서 시간적인 게 인상적이었어요. 읽으면서도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가더라고요. 처음에 굉장히 매력적으로 느껴졌어요.”



범천 역은 허준호에게 도전이었다. 오랜만에 액션 연기를 선보이게 된 것. “액션 때문에 도망가고 싶었다”던 허준호는 왜 이 캐릭터를 택하게 됐을까.

“주변에서 다 추천해주셨어요. ‘왜 안하려 해?’라고. 제 몸은 제가 잘 알잖아요. ‘과연 이 액션을 해낼 수 있을까?’하는 트라우마가 있었어요. 옛날에는 전체적으로 내용적인 걸 다 했어요. 큰 화면으로 찍어서 점점 화면이 디테일하게 들어오거든요. 드라마를 찍을 때는 이겨낼 수 있는 체력이었어요. 몸을 움직이고, 날아가야 하니까 최소한 10번 이상 찍어야 했죠. 지금의 촬영 기법은 액션을 더 할 수 있었어요. 체력관리를 해서 더 좋은 액션을 하고 싶은 욕심이 생기게 됐어요.”

날카로운 눈빛과 표정으로 완성한 범천은 영화에 예측할 수 없는 긴장감을 더하기도.

“저는 대본 중심이에요. 촬영이 끝날 때까지 보죠. 머릿속에 그림이 펼쳐져요. 제가 상상으로 찍어보기도 하고요. 그런 걸 교집합 하는 거죠. 3~4번 정도 읽으면 그림이 그려져요. 그렇게 하기 위해선 말줄임표에도 느낌을 찾아요. 모를 때는 물어보고요. 될 수 있으면 쉼표, 말줄임표 등을 그대로 해요. 제 말투로 하는 건 없죠. (시나리오에) 써진 대로 해요. 왜냐면 제 말투로 하면 바뀌니까요.”



인간의 몸을 옮겨 다니며 영력을 사냥하는 악귀 범천은 천박사에게 위협적인 존재다. 헤어스타일과 의상 등 외적 변신은 물론, 욕망에 사로잡힌 캐릭터를 소화해낸 허준호는 보는 순간 압도되는 힘으로 극을 장악한다.

“성취감은 ‘해냈다’는 거예요. 체력적으로 제일 걱정했거든요. 현역에서 뛰는 50대 후반 배우가 별로 없으니까요. 20대부터 60대까지 살아보니 나이만 먹는 것이지 욕심은 똑같은 것 같아요. 나이가 들어도 욕심이 나죠. (강)동원이가 찍는 걸 보면 저도 막 찍고 싶은 욕심이 생겨요.”

1986년 영화 ‘청 블루 스케치’로 데뷔한 허준호는 최근까지 드라마와 영화를 오가며 쉼 없는 작품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37년간 배우로서 묵묵히 길을 걸어온 허준호는 이 시간이 어떻게 다가올까.

“툭 떨어져 나와 보는 여유가 생겼어요. 한 발 뒤로 물러날 수 있는 마음이 생기더라고요. 제가 해야 하고, 주도하는 게 아닌. 도움만 주는 마음도 생겼어요. 여유는 나이가 들면서 생겼죠. 그래서 저는 현장에서 군림하지 않는 사람, 그림자가 되고 싶어요. 필요한 사람이 되고 싶죠.”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CJ ENM 제공]

더셀럽 주요뉴스

인기기사

더셀럽 패션

더셀럽 뷰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