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란' 홍사빈이 간직할 낭만 [인터뷰]
입력 2023. 10.13. 11:40:00

홍사빈

[셀럽미디어 정원희 기자] 영화 '화란'을 보면서 이 배우가 궁금해졌다. 그는 러닝 타임 내내 송중기에 밀리지 않는 에너지로 존재감을 발휘했다. 풋풋하면서도 단단했던 신예배우 홍사빈이다.

'화란'은 지옥 같은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은 소년 연규(홍사빈)가 조직의 중간 보스 치건(송중기)을 만나 위태로운 세계에 함께 하게 되며 펼쳐지는 이야기를 그린 느와르 드라마다.

홍사빈은 의붓아버지에게 가정 폭력을 당하는 18세 소년 연규를 연기했다. '화란'은 그의 첫 주연작이다. 신예배우인 그에게 '화란'의 기회는 오디션으로 찾아왔다.

"'화란'이라는 작품이 있다는 얘기를 듣게 됐다. 알 수 없는 믿음과 관심으로 이 작품에 참여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여타 배우들이 치르는 오디션 과정처럼 똑같이 오디션 과정을 겪었다. 여러 번에 걸쳐 미팅을 가졌는데, 운이 좋게 마지막 미팅에서 같이 하자는 이야기를 듣게 됐다."

'화란'으로 첫 주연 데뷔를 마친 홍사빈의 상대 역은 송중기였다. 작품에는 송중기가 먼저 합류하고, 이후에 홍사빈이 오디션을 통해 캐스팅됐다. 홍사빈은 "송중기 선배님과 함께 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땐, 감히 내가 같이 해도 될까 싶었다. 정말 영광이었다"면서 "오히려 내가 앞에서 부담 갖는 모습을 보이는 게 더 실례가 될 수 있겠더라. 그래서 제가 먼저 다가가거나 선배님과 유대관계를 쌓아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화란' 속 연규와 치건은 직접적으로 표현하지 않는 인물이다. 이들은 복잡한 내면을 가졌지만, 이를 숨기고 살아 마음을 알기 어렵다. 그래서 영화를 보며 배우가 캐릭터에 몰입하는 과정이 문득 궁금해졌다. 많은 배우들은 캐릭터에 공감한 후에 몰입하지만 홍사빈은 연규에 대한 '이유'를 찾지 않았다.

"항상 캐릭터에 대한 이유를 따로 찾지 않는다. 대본을 보고서 이 인물이 왜 이렇게 행동할지를 생각하지 않고, 이유, 목적 등을 따로 찾지 않는다. 오히려 그냥 연기했을 때 그런 부분들이 이해가는 경우가 더 많더라. 제가 캐릭터를 개인적으로 만들어버리면 대본 속 텍스트의 본질에서 벗어날 때가 많다. 그렇게 하면 여지가 더 좁아질 수도 있다. 그래서 항상 이유를 찾지 않고 연기에 임한다."

함께 호흡을 맞췄던 송중기는 앞서 진행한 인터뷰를 통해 "오랜만에 상대 배우와 적나라하게 의견을 교환하면서 촬영한 것 같다"며 홍사빈에 대해 칭찬했다. 데뷔 5년 차인 홍사빈과 데뷔 15년 차인 송중기는 어떤 의견을 공유했던 것일까.

"선배님께서 항상 편하게 하라고 제게 배려를 해주셨다. 그 반응에 대해 제가 쭈뼛대거나 움츠러들면 그게 더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편하게 하지만 예의에 어긋나지 않는 선에서 의견 공유를 많이 했다. 대본에 대한 얘기도 여쭤보면서 선배님의 의견, 제 의견을 공유했다. 선배님과 제 의견이 어떤 지점에서 합의를 이룰 수 있을까 하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대본에 대해 느꼈던 점들을 솔직하게 얘기하다 보니 촬영을 마치고 숙소에 가면 다음 날 어떤 얘기를 할까 하는 생각으로 설레기도 했다."

이복남매로 등장했던 김형서(비비)와의 연기에 대해서도 얘기했다. 홍사빈은 "저는 김형서라는 배우가 너무 소중하고 귀중하다. 그 친구가 뱉었던 대사나 말들이 적은데, 그래서 그 말들이 더 값지게 나오는 것 같다"며 함께 촬영하며 고마웠던 점들을 얘기했다.

"형서는 익숙하지 않은, 자기만의 방식으로 말하는 법을 선택한다. 보통 다른 배우들과는 설정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리고 이게 관객들한테 어떻게 보여지면 좋을지 이야기를 나눈다. 근데 형서와 저는 한 문장 한 문장으로 대화를 했던 것 같다. '어떨 것 같아? 난 솔직히 이럴 것 같다', '오빠는? 난 이럴 것 같다' 이런 식으로 말을 한다. 그래서 사실 작품을 깊이 파고들면 매몰이 될 때가 있는데, 배우로서 이 친구와 대화를 하면 매몰이 안됐다. 극 안에서도, 극 밖에서도 형서 배우가 저한테 많은 도움을 줬다. 저의 잡다한 생각들을 김형서라는 배우는 '이것만 썼으면 좋겠어'라면서 직선적으로 말해줬다. 많은 분들이 앙상블이 좋았다고 얘기해 주시는 부분도 그렇게해서 잘 표현된 것 같다."



홍사빈은 함께 호흡을 맞춘 배우 뿐만 아니라 감독님에게도 감사한 마음을 표현했다. '화란'은 홍사빈의 주연 데뷔작인 동시에 김창훈 감독의 장편 영화 데뷔작이다.

"감독님께서 배우들의 얘기를 많이 듣는다. 캐치를 먼저 하시고 열어둔 상태에서 원하는 키포인트를 하나씩 알려주신다. 예를 들어 치건이 손으로 생선을 먹는 장면도 치건이 꼭 손으로 생선을 먹으면 좋겠다고 말하고, 그에 대해서 송중기 선배님이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을 하셨다. 여러 준비를 해오시고 열어둔 상태에서 필요한 부분들을 챙기는 스타일이시다."

이어 홍사빈은 "'화란' 대본집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하며 대본에 대해서도 큰 애정을 드러냈다.

"감독님이 살아오면서 느꼈던 생각들을 조금 더 극화하고, 평소에 관심을 갖고 계시던 범죄라는 장르성도 극대화하신 것 같다. 감독님께서 이전에 수많은 대본들을 거절 당하다가 '진짜 하고 싶은 이야기를 써보자'해서 만들었던 게 '화란' 대본이라고 하더라. 사실 영화에 쓰인 대본보다 더 거칠었던 버전의 대본이 있다. 제가 레퍼런스 삼아 참고하려고 부탁드려서 그 대본도 읽었는데, 정말 엄청났다. '화란' 대본집이 꼭 나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을 정도로 정말 좋았다."

첫 주연작, 송중기와의 호흡. 배우 홍사빈의 필모그래피에서 '화란'은 어떤 의미였을까. 그는 이 작품을 "20대에서 가장 중요한 인장 중 하나"라고 말했다.

"20대, 30대, 40대, 앞으로도 계속 쭉쭉 연기를 하고 싶은 와중에 이 인장을 찍고 가는 게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화란'이라는 영화를 했다는 것에 아직도 정말 큰 감사와 영광을 느끼고 있다. 매 작품을 찍을 때마다 '이만큼 또 할 수 있을 거다'라고 생각하는데, '화란'은 정말 이만큼 더 하고 싶을 정도로 중요하고 소중한 작품이다."



올해로 데뷔 5년 차가 된 배우 홍사빈. 사실 그의 연기는 한양대학교 연극영화과에 진학한 후에 시작됐다. 여타 배우들과 비교했을 때, 이르지 않은 시기다.

"연기는 대학교에 들어와서 시작했다. 그런데 남들처럼 연기를 배우고 들어온게 아니라 성적으로 들어갔던 거라서 처음엔 열등감이 많았다. 다른 친구들은 연기를 잘하는데, 저는 말 한마디도 못했다. 그래서 그때부터 스태프 일부터 시작하면서 2-3년 동안 곁에서 연기를 지켜봤다. 이후에 단편 영화를 조금씩 찍으면서 연기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한 5-60편 정도를 촬영했을 때, 이제 오디션도 많이 봐야겠다고 생각되더라. 그렇게 열심히 발품을 팔고 하다보니 '화란'까지 찍을 수 있었던 것 같다."

홍사빈의 소속사 '샘컴퍼니'도 눈길을 끈다. 배우 황정민이 설립했고, 박정민, 백주희 등 연기로 인정 받은 실력파 배우들이 소속되어 있다. 같은 소속사의 배우들을 이을 유망주라는 말에 홍사빈은 "저는 '괴물 신인'이 아니고, 그냥 괴물이고 신인이다"라며 부끄러운듯 웃어보였다.

"물론 저도 그렇게 됐으면 좋겠고, 그러기 위해서 부단히 애를 쓰고 있다.(웃음) 사실 고등학교 3학년 때 제가 가장 좋아했던 배우가 박정민 선배였다. 그래서 직접 쓴 글이나 잡지를 사서 읽었던 기억도 있다. 박정민 선배가 남들과는 다른 호흡으로 연기를 한다고 생각했고, 저도 그런 결로 연기를 하고 싶다. 물론 저는 다른 사람이니까 제가 하면 같은 결이어도 다른 연기가 나올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 좋은 배우가 되려고 늘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홍사빈은 "어디에나 있지만, 어디에도 없는 배우"를 꿈꾼다. 그는 "저는 어디에나 있어도 무방한 얼굴을 가졌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어디에도 없는 좋은 연기를 하고 싶다"고 얘기했다.

"연기보다는 태도가 좋은 배우가 되는게 우선이다. 남들에게 피해를 안 끼치고 싶다. 그리고 사실 저는 낭만적으로 살고 싶어서 배우를 하고 있다. 그래서 작은 낭만을 간직할 수 있는 그런 배우가 됐으면 좋겠다."

[셀럽미디어 정원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샘컴퍼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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