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2, 준비는 됐다"…'데블스 플랜' 정종연 PD의 고민[인터뷰]
입력 2023. 10.20. 15:00:00

정종연 PD

[셀럽미디어 정원희 기자] '더 지니어스'로 국내에 두뇌 서바이벌의 문을 연 정종연 PD. 그는 이후에 '대탈출', '여고추리반'을 통해 추리 어드벤처 예능 영역까지 개척했다.

CJ ENM을 퇴사한 정종연 PD가 넷플릭스와 손을 잡고 '데블스 플랜'을 공개했다. 10년 사이에 많은 마니아층을 만들었던 바, '데블스 플랜'에는 뜨거운 관심과 아쉬운 반응이 함께 했다.

정종연 PD는 지난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안국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넷플릭스 '데블스 플랜'과 관련해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데블스 플랜'은 변호사, 의사, 과학 유튜버, 프로 게이머, 배우 등 다양한 직업군이 모인 12인의 플레이어가 7일간 합숙하며 최고의 브레인을 가리는 두뇌 서바이벌 게임 예능이다. 플레이어로 하석진, 조연우, 이혜성, 이시원, 승관, 서유민, 서동주, 박경림, 김동재, 기욤, 궤도, 곽준빈 등이 참가했다.

'데블스 플랜'은 넷플릭스 글로벌 톱10 TV쇼(비영어) 부문 3위, TV-OTT 통합 비드라마 화제성 1위에 오르는 등 큰 화제를 모았다. 정 PD는 "넷플릭스는 매일 순위가 공개된다. 그래서 예전에 하던 것과는 조금 다른 느낌의 피드백이다"라며 "순위가 좋으면 좋은 대로 떨어질까 봐 불안하고, 떨어져 있으면 그것대로 아쉽더라. 그런 스트레스가 조금 있었다"고 밝혔다.



정 PD는 '데블스 플랜'의 넷플릭스 방영이 큰 도움이 됐다고 전했다. 그는 "룰 설명도 길고 복잡한 게임쇼다 보니 장벽을 느끼시는 분들도 있다. 그런 부분에 있어서 그걸 다시 돌려 본다거나 멈춰놓고 생각해 볼 수 있었다는 반응이 있더라"고 얘기했다.

또한 금전적인 지원에 대해서도 차이를 언급했다. 정 PD는 "보통은 예산부터 정하고 프로그램 제작을 시작한다. 그런데 넷플릭스는 필요한 부분에서는 돈을 더 쓰게 해주시더라. 그런 점에서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전했다.

'데블스 플랜' 게임 중 화제가 됐던 것은 궤도의 공리주의 플레이였다. 상대를 떨어뜨려 살아남는다는 기존의 전제와 달리 궤도는 '최대한 많은 플레이어를 오랫동안 살아남게 한다'는 신조를 내세웠다. 지금껏 두뇌 서바이벌에서 볼 수 없었던 플레이 스타일이었다.

"궤도씨만의 방향성이 있었다. 저희에게도 정말 생소한 경험이었고, 뜻하지 않았던 어려운 과제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게 새로운 스토리를 만들지 않았나 싶다. 물론 그 플레이를 싫어하는 분들도 있지만, 실제로 궤도는 정말 뛰어난 플레이어였다. 방향성이 서바이벌과 맞냐는 것은 또 다른 문제지만 진정성도 있고 훌륭한 사람이었다."

궤도의 플레이와 함께 대형 연합도 등장했다. 특히 궤도를 중심으로 한 연합은 많은 인원으로 생존에 더 유리한 경우가 많았다. 정 PD는 "연합이 필요하다고는 생각하지만, 사이즈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제가 생각하는 적절한 사이즈가 있었다. 2-3명 정도면 충분히 보호하거나 우승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게 있다. 물론 혼자 하는 게임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그런 부분들을 신경 썼다. 연합은 필요하지만 그게 꼭 다수는 아니어도 된다고 생각했다"고 이야기했다.



궤도의 연맹에 맞섰던 하석진과 이시원의 케미도 화제였다. 함께 연합을 맺은 김동재가 예상보다 빨리 탈락하면서 두 사람의 연대는 더욱 끈끈해졌다. 이후 하석진은 이시원의 탈락까지 맞으면서 각성해 최종 우승까지 차지했다.

"동재의 탈락이 석진 씨와 시원 씨의 각성으로 이어지는 스토리였다. 리얼리티는 이렇게 스토리가 자유자재로 변하는 재미가 있다. 제작하는 입장에서 그런 재미가 있었다. 사실 하석진이 초반 이틀 정도는 게임에 확 못 들어오는 느낌이었다. 그런데 이후에 스토리가 이어지면서, 하석진도 게임에 잘 몰입해 흐름이 괜찮았던 것 같다."

이번 '데블스 플랜'에서 가장 눈길을 끈 건 '데스 매치'의 부재였다. '더 지니어스'를 시작으로 대부분의 두뇌 서바이벌 프로그램은 탈락을 결정하는 데스 매치가 있었다. 하지만 '데블스 플랜'에는 '상금 매치'가 있었다. 일각에서는 협동 게임으로 인해 제대로 된 경쟁 구도가 만들어지지 않았다는 반응도 있었다. 이에 대해 정 PD는 "실력 있는 플레이어의 필요성에 대한 어필"이라고 설명했다.

"잘하는 사람들이 같이 있어야 다 같이 올라갈 수 있다는 것을 말해주고 싶었다. 나름의 안전장치다. 제 나름은 좋은 플레이어와 함께 해야 한다는 것을 알려주는 시스템으로 만들었다. 또 플레이어들이 낮에는 경쟁하다가 저녁에 조정이 돼야 하는 상황에서는 어떻게 하는지도 보고 싶었다."



정종연 PD는 두뇌 예능으로 독보적인 길을 걸어가고 있다. 그는 "그동안 예능에 이런 프로그램이 없었기에 사람들이 좋아했던 것 같다. 물론 검증 되지 않은 것을 시도하는 게 두렵기도 하지만, 기회가 있을 때 그걸 시도해서 아직까지도 피디를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두뇌 서바이벌이 가야하는 좋은 길을 계속해서 찾고 있다고 생각한다. 재미와 서사는 플레이어들이 만들지만, 그 바탕을 만들어주는게 저의 몫이다. 결국 그 장르가 가진 재미의 정수를 찾는 과정에 있다"고 덧붙였다.

'더 지니어스'가 방영됐던 당시에는 두뇌 서바이벌이 흔치 않았지만, 최근 '더 타임 호텔', '피의 게임' 등 비슷한 포맷의 프로그램들이 대거 등장했다. 이에 대해 정 PD는 "'더 지니어스'는 그 자체로만 평가받았다면 이제는 비교를 받는다"고 말했다.

'데블스 플랜' 역시 다른 프로그램들과 비교 받으며 마니아층에게 '순한맛' 서바이벌이라고 불리기도 했다. 시청자가 아닌 제작자인 정 PD에게도 '데블스 플랜'에 대한 아쉬움이 많았고, 그는 자연스레 시즌2의 개선 방향도 함께 생각했다.

"다양한 플레이어가 필요한데 '데블스 플랜'에서는 약간의 쏠림 현상이 있었던 것 같다. 이 부분은 앞으로 계속해서 고민하고 해결해 나가야 한다. 그리고 이번에 전체적으로 방어적인 플레이를 했다. 조금 더 공격적으로 플레이를 할 수 있게 만드는 부분이나 감옥 속 금고 같은 포인트들을 더 개발해야 할 필요도 있을 것 같다. 물론 나중에 시즌2를 제안 받았을 때 지쳐있을 수는 있겠지만, 그러기엔 제가 너무 많이 시즌2에 대해서 고민을 했고 그림을 많이 생각해뒀다. 어쨌든 준비는 돼있다."

[셀럽미디어 정원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넷플릭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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