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용감한 시민’ 학폭? 갑질? 시원하게 하이킥! [씨네리뷰]
- 입력 2023. 10.20. 15:24:55
-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하늘 위로 다리를 쭉 찢어 시원하게 내려 꽂는다. 가슴 속 답답함이 쑥 내려갈 만큼 통쾌하다. 사회 곳곳에 도가 지나친, 선을 넘는 이들을 향해 ‘참교육’을 시전할 영화 ‘용감한 시민’(감독 박진표)이다.
'용감한 시민'
복싱 국대 유망주였던 소시민(신혜선)은 모종의 사건으로 복싱을 그만 둔 뒤 무영고 기간제 교사로 근무한다. 학교 내에서 이른바 ‘스타’(스페어 타이어)로 불리는 그는 정규직 전환을 위해 불의는 못 본 척, 성질은 없는 척, 주먹은 약한 척 살아간다.
무영고는 학교폭력 예방 근절 우수학교 교육감 표창을 받은 바. 그러나 실상은 가히 충격적이다. 학생은 물론, 교사까지 아무도 건들이지 못하는 이가 있었으니 그 이름 한수강(이준영)이다. 학교의 절대 권력자인 그는 만행을 저지르면서도 일말의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다.
한수강 패거리의 레이더망에 들어온 고진형(박정우)은 매일 괴롭힘을 당한다. 그들에게 맞서도 소용없다는 걸 알기에 꾹 참아왔지만 점점 심해지는 폭력 수위에 부당함을 느끼고 소시민에게 도움을 청한다. 불의에 맞서기로 한 소시민은 고양이 가면으로 정체를 숨긴 후 한수강에게 주먹을 들이민다.
‘용감한 시민’은 불의는 못 본 척, 성질은 없는 척, 주먹은 약한 척 살아온 기간제 교사 소시민이 선을 넘어버린 안하무인 절대권력 한수강의 악행을 마주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통쾌한 이야기다. 황정민, 전도연 주연의 ‘너는 내 운명’(2005)을 통해 충무로 스타감독으로 떠오른 박진표 감독이 ‘오늘의 연애’(2015) 이후 8년 만에 내놓은 신작이다.
영화는 동명의 웹툰 ‘용감한 시민’을 원작으로 한다. 단순하고 쉬운 서사, 만화적인 캐릭터 설정이지만 영화에서 들추는 이슈는 날 것 그대로의 현실이다. 학교폭력, 학부모 갑질, 교권 추락 등 현 시국을 떠올리게 하는 이야기를 담아내 묵직한 메시지를 던진다.
무거운 소재여도 극이 지닌 메시지는 부담스럽지 않도록 경쾌하게 전개된다. 무엇보다 ‘악(惡)’을 향해 날리는 펀치, 하이킥 등 액션은 보는 것만으로도 사이다를 들이킨 듯 시원하다. 도가 지나친 불의를 응징한다는 용기, 힘에는 힘으로 갚아준다는 판타지가 더해져 남녀노소 대리만족하게 만든다.
작품의 완성도를 높인 건 배우들의 열연이다. 신혜선은 전매특허 능청 연기부터 고난이도 액션 연기까지 소화하며 다시 한 번 연기력을 입증한다. 대역 없이 직접 연기한 180도 하이킥은 짜릿한 카타르시스를 안긴다.
넷플릭스 ‘D.P.’ ‘마스크걸’ 등으로 눈도장을 찍었던 이준영은 ‘최강 빌런’ 한수강 그 자체로 분했다. 그가 짓는 악독한 눈빛, 비열한 웃음은 소름과 분노를 유발한다. “악역 폼 미쳤다”는 박진표 감독의 말에 고개가 끄덕여 질 터.
학폭 피해자 고진형 역의 박정우 또한 처절한 아픔을 섬세하게 표현해 깊은 인상을 남긴다. 박혁권, 차청화 등 감초 배우들도 자신의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용감한 시민’은 같은 날 개봉하는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와 뒷심을 발휘 중인 ‘30일’(감독 남대중)과 맞붙는다. 쟁쟁한 경쟁작들 사이에서 통쾌한 한 방을 날릴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된다. 오는 25일 극장 개봉. 15세이상관람가. 러닝타임은 112분.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마인드마크 제공]